소설리스트

간웅-425화 (425/620)

< -- 간웅 - 20권(서경은 천도다!) -- >

“황자 아니 이제 태자는 이 고려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라!”

“충심을 다해 황제폐하를 보필하겠나이다.”

“아니 그대가 충심을 다할 것은 짐이 아니라 이 고려다. 만인의 고려를 위해 충심을 다 하라.”

“예. 황제폐하!”

난 그렇게 대답을 하고 조심히 일어나 다시 의종황제를 봤다. 그리고 다시 의종황제를 향해 절을 3번 올렸다. 쿵!난 바닥에 머리를 큰 소리가 나게 찍었다. 그리고 내 모습에 놀라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신하들이 순간 숙연해졌다.

“황자, 아니 태자마마 어, 어찌,,,,,,,,,.”

제일 먼저 이고 외숙이 놀라 나직이 말하다가 내 행동이 이어지자 더는 말하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쿵! 쿵! 쿵!,,,,,,,.

“태, 태자!”

의종황제 역시 내 행동이 놀라운 모양이다. 지금까지 누구도 나처럼 한 사람은 없다.

내가 지금 하는 것은 원래 삼배구고두례다.원래 삼배구고두례는 중국 청나라 시대에 황제나 대신을 만났을 때 머리를 조아려 절하는 예법이 그 시작이다.

고두례는 본래 신불이나 직계 존친 속에게 존경을 표시하기 위하여 행하던 것이었으나 명나라 시대에 이르러서 황제에 대한 일종의 의식으로 변형되었다. 지금 내가 그것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내 미래의 기억 중 하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예법은 우리 역사의 치욕 중 한 장면에 등장한다.

조선의 인종이 청의 청대조에게 올렸던 그 절이 바로 이것이다. 또한 명 때부터 오배삼고지례가 행해졌으며, 번속국의 조공사가 수도에 도착하여 황제를 알현할 때 이 의식을 요구했고 또 행해졌다. 그 후 청나라가 입관하여 중국을 통치하기 시작한 이후에 명나라 시대의 오배삼고례는 삼궤구고두례로 변했다.

이제 내가 시작을 했으니 이것은 고려의 예법이 될 것이다. 또한 나 이후 고려의 황제를 대하는 모든 번국의 신하들은 이렇게 고려황제에게 삼배구고두례를 올려야 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강한 고려를 만들 것이다.

아니 그것이 고려가 아니고 다른 예맥의 나라라고 해도 그렇게 만들 것이다. 이것을 나 스스로 다짐하기 위해 이렇게 내 생부이신 의종황제에게 올린 거였다.

참으로 감격스러운 일이다.비록 내가 의종황제의 숨겨진 친자라고는 해도 나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그렇기에 의종황제의 선택은 놀라운 것이다.

물론 이미 예견된 선택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태자! 어찌 그리한 것인가?”

“황제폐하께 충심을 다하기 위해 올린 아들이 올리는 절이옵니다.”

“태자! 이마에서 피가 난다.”

“소자 참으로 감격스럽사옵니다. 또한 앞으로 그 어떤 나라에서도 또 어떤 인물도 고려의 황제를 알연할 이렇게 하게 만들 것이옵니다.”

내 말에 의종황제는 놀라서 날 다시 봤다.

“그렇게 만든다?”

“그렇사옵니다. 이렇게 만들 것이옵니다. 앞으로 그 누구도 감히 고려를 또 고려의 황실을 무시하지 못하게 만들 것이옵니다.”

그제야 의종황제와 신하들이 내 뜻을 알고 더욱 숙연해졌다.

“그리 하라! 그리고,,,,,,,,,.”

의종황제가 뭔가 말을 하려다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이 자리에 모인 대신들을 봤다.

“짐은 또 하나 공표할 것이 있다.”

“하명하시옵소서! 황제폐하!”

“태자는 자리에서 일어나라. 태자는 앞으로 함부로 그리 엎드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예. 황제폐하!”

의종황제가 다시 날 봤다. 그리고 옥좌에서 일어났다.

“짐이 다시 공표한다. 짐은 이 자리에서 태자로 회생을 정했으면 그로 해 짐을 대신해 대리청정을 명한다.”

난 놀라 의종황제를 다시 봤고 이번에는 이렇게 빠르게 예상하지 못했는지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신하들 역시 놀라 의종황제를 올려 봤다.

“대리청정이라 하셨사옵니까? 황제폐하!”

위위경 이의방이 놀라 되물듯 물었다.

“그렇소. 위위경! 태자에게 이제 이 고려의 통치를 명할 것이요. 짐은 이제 뒤로 물러나 태자를 지켜볼 것이요. 태자가 효자라면 할 일 없는 이 아비를 위해 손자를 빨리 나아줘야 할 것이요.”

그 순간 의종황제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마치 자신이 얼마 살지 못할 것 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눈빛이었다. 난 그렇게 느껴졌다.

“황제폐하! 아직은 아니옵니다.”

난 의종황제께 대리청정을 거둬달라는 투로 말했다.이렇게 되면 아들이 아비의 자리를 빼앗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물려주지 않으려 했다면 결국은 빼앗았을 것이지만 말이다.

“아니다. 지금이다. 지금이어야 말로 모든 것을 태자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 서경에서 말이다.”

여러 번 놀라게 하는 의종황제였다.

“그 말씀은?”

“짐이 마지막 조칙을 내리노라! 짐은 개경에서 서경으로 천도를 명한다. 새롭게 황제가 될 국본을 위해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서경에서 모든 것을 준비하게 할 것이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이 됐다.그리고 그 공표에 대신들은 당황해 어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만약 이렇게 공표를 하는 자리게 이곳이 아닌 개경 황궁이었다면 개경에 기반을 둔 귀족들이 안 된다고 난리를 쳤을 거다. 하지만 이곳에는 개경에 기반을 둔 구 귀족은 거의 없다.있다고 한다면 문극겸 정도가 개경에 기반을 둔 문신 귀족일 거다.

“이것이 짐의 마지막 조칙이다.”

“황제폐하! 하오나 서경은 아직 낙후한 변방에 불가하옵니다.”

문극겸이 나섰다. 그 역시 개경에 기반을 둔 귀족이기에 나서는 거였다.

“허나 태자가 생각해 둔 것을 펼치기에는 개경보다는 서경이 더 이롭다. 그러니 더는 말하지 말라.”

“하, 하오나!”

“황공하옵니다.”

난 바로 문극겸의 말을 자르며 대답을 했다.‘서경천도는 내가 바로 실천에 옮겨야 했던 일이다. 그것을 아바마마께서 대신해 주시는 거다.’난 아들을 위해 움직이는 의종황제를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머리가 숙여졌다.

“이제부터 모든 정사는 임시 태자궁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곳이 이 서경에 반듯한 황궁이 설 때까지 이 고려의 모든 정무가 이뤄질 곳이다. 알겠는가?”

“예. 황제폐하!”

대신들은 그렇게 우렁차게 대답을 했다.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리고 그 수순을 내가 받아드렸다. 그러니 누구도 거부할 수가 없는 거였다.‘이제 나를 중심으로 이 고려가 이끌어진다. 나를 중심으로!’난 의종황제를 향해 부복하고 있는 고려의 신하들을 봤다.

“태자!”

“예. 황제폐하!”

이제 나에 대한 호칭이 바뀌었다. 고려에 많고 많은 황자가 아니라 오직 하나 위로는 단 한 분이신 황제를 두고 아래에는 고려의 만백성을 둔 이 제국의 국본인 태자가 됐다.

“짐의 뜻을 잘 받들어서 그대가 앞으로 국정을 이끌라.”

“예. 황제폐하!”

그렇게 의종황제에게 난 대리청정까지 명받았다. 이제 내가 하는 말이 곧 황명이 되는 거였다.

“이제 태자가 회의를 주관하라.”

“예. 황제폐하!”

난 의종황제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허리를 숙였고 그때 내 이마에 흐르던 피가 뚝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그리고 난 떨어진 피를 뚫어지게 봤다.

‘지금 내가 흘린 이 한 방울의 피는 고려의 역사를 바꿀 것이다. 아니 예맥의 역사를 바꿀 것이야!’만 어금니를 꽉 깨물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숨을 죽이고 있는 대신들을 봤다.

거의 대부분 무신들이다.그리고 이제 곧 서경천도의 황명이 고려 각지로 전파될 것이니 개경에 있는 문신들 역시 이곳으로 당도하게 될 것이다.

‘우선은 서경을 더욱 안정시킨다.’안정 후에 발전이다. 그리고 이제는 급한 마음을 버리기로 했다.

3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난 천천히 준비할 거다. 이제는 내가 이 고려의 중심이니 조급할 것이 없다.

어쩌면 내 조급함은 내 불안한 위치에서 나온 걸 거다.

“제가 이제부터 황제폐하의 명을 받아 대리청정을 할 것입니다.”

난 당당하게 공표를 하듯 말했다.

“예. 태자마마! 하명 하시옵소서.”

우렁차게 신하들이 대답을 했다. 온전히 나를 따를 신하들이다.

이곳에 모여 있는 자들은.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골치 아픈 개경 출신 구 귀족들이 당도해 앵앵거리겠지만 말이다.그러고 보니 이들은 신흥귀족이라 할 수 있을 거다.

문극겸과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을 제외하곤 말이다.‘신흥귀족과 이제 구 귀족의 대립이 있겠군.’물론 그것은 이의방과 이고의 대립에 비한다면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힘을 잃은 것들의 앵앵거림은 그저 앵앵거림에 불과하니 말이다.‘이제는 이의방에게 힘을 좀 실어주어야겠군.’난 지금 이고 외숙에게 힘을 실어줄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일이라는 것이 항상 내 뜻대로는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도전이 이렇게 빠르게 움직일 줄 몰랐으니 말이다.

“우선 서경 백성들의 안정을 나는 도모할 것입니다.”

“예. 태자마마! 옳으신 판단이시옵니다.”

내가 태자가 되는 것을 형식적으로 반대한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이 제일 먼저 대답을 했다.

“개경에서 지니고 온 군량을 풀어 굶주린 서경 백성들을 돌보시오.”

“예. 그리하겠나이다.”

“그 책임을,,,,,,,,.”

난 이고 외숙과 위위경 이의방을 번갈아 봤다.‘먹을 것에 충심이 나오는 법이지.’난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 황도인 서경을 안정시키고 백성들을 돌볼 큰 임무를 나는 위위경에게 부탁하고자 합니다.”

난 명한다고 하지 않고 부탁한다고 했다. 그 순간 위위경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나왔다.

“태자마마의 명을 받잡겠나이다.”

“장인께서 잘 처리해 주십시오.”

내가 위위경 이의방을 장인이라고까지 말하자 이의방은 더욱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예. 태자마마! 신명을 다하겠나이다.”

“그렇게 하시오.”

난 그렇게 말하고 다시 대신들을 봤다.

“개경에 있는 모든 문신들과 무신들은 빠른 시일 내에 서경으로 이주를 하라고 명하시오. 만약 이주를 미루는 신하들이 있다면 서경천도를 반대하는 신하로 생각하고 그들의 관직을 거둘 것이요.”

관직을 거둔다는 것은 녹봉을 거둔다는 것이고 그것은 결국 황실에서 내린 땅을 거둔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누구도 그 예외는 없을 것이요.”

이 말은 다시 말해 대대로 내려오는 공신들이라고 해도 서경으로 이주를 거부하면 황실에서 내린 공신전도 거두겠다는 말이었다.‘거부를 한다면 나야 좋지.’많은 병사를 먹일 땅이 필요하다.

이제는 내가 해야 할 일은 우선은 백성들을 먹일 농토를 늘리는 것이고 그저 훈련만 할 병사들에게 둔전을 내려 부국을 우선 시 해야 했다.‘부국의 후에 강병이다.

’물론 강병이 있다면 당연히 타국의 땅을 빼앗아 부국을 이룰 수 있겠지만 말이다.

“태자마마의 명을 전국 각지로 하달하겠나이다.”

“이것은 황제폐하의 명이십니다.”

“예. 태자마마!”

모든 대신들이 우렁차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 곧 내가 추진할 정책과 개혁을 공포할 것입니다.”

개혁이라는 말에 대신들이 놀라 날 물끄러미 봤다. 개혁이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신하일 거다.

자신의 것을 빼앗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생각을 하니 말이다.‘너희들의 것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더 주려는 거다.

’난 저들이 생각하지도 못하는 개혁을 내놓을 거다. 물론 그 개혁은 모두 내 미래의 기억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말이다.

이 시대에 내가 하면 그게 곧 개혁이 되는 것이다. 물론 엄청난 반발도 있겠지만 말이다.

“정책과 개혁이라 하셨습니까?”

이고 외숙이 내게 물었다.

“그렇소. 이고 외숙!”

“개혁은,,,,,,,,,.”

“이고 외숙은 내 생각도 들어보지 않고 반대를 하시겠다는 겁니까?”

내 말에 이고 외숙이 놀라 머리를 조아렸다. 그 순간 이의방은 살짝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이렇게 내 한마디에 울고 웃는 그들이었다. 계집이 사내에게 사랑을 갈구하듯 저들은 나의 총애를 이제는 이렇게 갈망하는 거였다.

“아니옵니다. 태자마마!”

“기다려보세요. 이 고려가 강해지기 위해 개혁이 필요합니다.”

“예. 태자마마!”

이고 외숙이 대답을 하고 뒤로 물러났다.

“우선은 서경의 안정이 최우선입니다. 그러니 모두 물러가서 서경을 안정시키는 일에 집중해 주세요.”

“알겠사옵니다. 태자마마!”

서경을 안정시키라고 명했지만 그냥 조용히 가서 쉬고 있으라는 말고 다름이 없었다. 내가 따로 임무를 준 것은 오직 위위경 이의방이니 말이다.

그렇게 엄청난 공표가 있었던 아바마마인 의종황제의 마지막 대전회의는 끝이 나고 있었다.============================ 작품 후기 ============================쿠폰 개시 7월 개시 부탁드립니다.

7월은 간웅을 집중적으로 써야 할 것 같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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