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24화 (424/620)

< -- 간웅 - 20권(서경은 천도다!) -- >

“그렇게 황제폐하께서 여기신다면 회생 황자야 말로 진정한 국본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여겨지옵니다. 이번 서경 변란도 오로지 황자저하의 준비와 결단에 의해 평정된 것이옵니다. 황자저하야 말로 진정한 국본의 자질을 갖추신 분이옵니다.”

이의방의 말에 신하들이 웅성거리기 시작을 했고 말석에 서 있는 정도전은 피식 웃으면 이 순간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대들은 어찌 생각을 하는가? 짐과 위위경은 회생이 이 고려의 국본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의종황제가 다른 신하들에게 뜻을 물었다. 물론 누구도 반대할 사람은 없다.

이의방이 그렇게 나를 지지한다고 했으니 이의방의 휘하에 모여 있는 모든 무신들은 나를 따를 것이다. 물론 지금도 나를 따르고 있지만 말이다.

만약 누군가 반대를 한다면 이 자리가 파하고 나서 바로 이의방이나 이고의 휘하 무장들에게 끌려가 목이 베일 것이다. 그러니 아무도 반대를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이 자리에는 반대를 할 사람도 없지만 말이다.

“비록 황제폐하께서 그리 여기시기는 하나 그리된다면 고려의 혈통이 바뀌는 것이옵니다.”

그때 내 예상과 아니 이곳에 모인 내 가신들의 예상과 다르게 딴 소리를 하는 자가 있었다.‘어이가 없군!’난 딴 소리를 하는 자를 봤다.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이었다. 정말 의외라면 의외라 할 것이다. 하지만 난 그의 마음을 알기에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런 것을 예상하고 정도전이 준비를 시켰을 것이 분명하다.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이 반대를 하니 다른 이들은 말을 꺼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은 의종황제의 뜻을 따르겠노라 말할 것이다.

‘반대를 하는 구색도 필요하겠지.’어쩌면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은 구색을 맞추기 위한 존재일 거다.

“혈통이 바뀐다?”

의종황제가 안북도호부의 도독을 보며 말했다.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어찌 그리 생각을 하는가?”

“이 고려는 왕 씨의 고려입니다. 그러나 황자저하께서는 태상은 이 씨 옵니다.”

“그렇기는 하지.”

표면상으로 난 이 씨다. 물론 의종 황제께 성을 하사받고 왕 씨가 되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백성들은 나를 여전히 왕 회생이 아닌 이 회생으로 생각하는 자들이 많았다. 그것을 말하고 이번 참에 그런 불만의 소지를 모두 없애기 위해 안북도호부 도독이 나선 거였다.

“그렇사옵니다. 고려는 왕 씨의 나라이옵니다.”

“허나!”

의종황제가 안북도호부 도독을 노려봤다.

“그대는 참으로 어리석다. 짐이 이미 회생을 황자로 고려 황실의 일원으로 인정하여 양자로 삼았다. 그러니 황자는 이 씨가 아니라 왕 씨인 거다. 또한 이 고려는 왕 씨만의 고려가 아니라 모든 고려 백성들의 고려이다. 만인의 고려이면 모든 씨족들의 고려인 것이다.”

“송구하옵니다. 폐하! 허나 분명한 것은 고려 황실의 혈통은 용신의 후손인 왕 씨입니다.”

왕권 태조부터 그렇게 말해 왔다.왕 씨는 용신의 후손이라고.그것을 다시 한 번 말하고 있는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이었다.

‘왜 저러지? 그냥 구색 맞추기 일 건데,,,,,,,,.’난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위위경 이의방과 이고 외숙을 번갈아 봤다. 위위경 이의방은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을 노려보고 있었고 그에 반해 이고 외숙은 살짝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외숙이 뭔가를 꾸미고 있다.’이 순간 난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과 이고 외숙이 서로 결탁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하라고 했다.”

의종황제께서 인상을 찡그렸다.

“황제폐하! 회생 황자의 혈통을 극복할 방법이 있사옵니다.”

드디어 이고 외숙이 나섰다.‘이고 외숙은 영화공주와 같은 노선인데,,,,,,,..’물론 그렇게 만들어준 것도 나지만 말이다.

‘뭔가 있어.’난 그런 생각을 하며 말석에 서 있는 정도전을 봤다. 그리고 난 정도전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웃고 있었다.

결국 이번 일을 꾸민 것은 정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정도전의 행보가 너무 빨라!’난 영화공주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이고 외숙을 먼저 선택을 했다. 그런데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영화공주의 옆에는 이고 외숙 말고도 정도전이 있었다는 것을.하지만 벌써 일은 벌어진 거였다.‘이제 어떻게 이의방을 달래지?’난 신하들의 대립을 통해 그들이 황제에게 총애를 갈구하는 과정에서 충심을 이끌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줄타기와 같은 것이 깨지고 있는 순간이었다.

“방법이 무엇인가?”

“황자저하의 비빈들 중에 영화공주께서 계시옵니다.”

“그렇지. 황자는 여복이 많지.”

의종황제가 말하는 내 여복은 문신의 거두인 강일천의 딸인 백화와 이제는 무신들을 아우르고 있는 이의방의 딸까지도 내 비빈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었다. 또한 황실의 공주인 영화공주도 내 비빈 중 하나라는 것을 말하는 거였다.

“영화공주께서 국본이시며 태자가 되실 황자저하의 태자비가 되신다면 그 혈통의 제약을 말끔하게 씻어낼 것입니다. 또한 훗날 회생 황자저하의 황손 중에 다시 국본을 정하실 때 황실의 공주마마와 국혼을 하신다면 끝내는 이 씨가 왕 씨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말은 그럴싸했다.

“이 씨의 혈통을 희석시킨다?”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이고 외숙의 말에 이제는 이의방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이제는 이고 외숙과 내 장인 중 한 명인 이의방이 정적으로 결정되어지는 순간이었다.

“태자비가 꼭 하나일 필요가 있겠소?”

의종황제가 나를 생각했는지 이고 외숙에게 되물었다.

“꼭, 꼭 그럴 필요까지는 없으나 하오나 황자저하를 반대하는 자들의 생각을 무마시킬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옵니다.”

“그렇기도 하겠소. 허나 짐은 모든 것이 황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을 하오. 황자가 국본이 되어 이 고려를 잘 이끌게 된다면 누구도 황자의 혈통을 가지고 문제 삼지는 않을 것이요.”

의종황제는 내 입장을 고려해서 그렇게 말했다. 허나 영화공주가 제일 먼저 내 태자비로 거론되는 순간이었고 이것은 이고 외숙에게 그리고 영화공주에게는 아주 큰 힘을 얻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제는 훗날 태자비 간택을 할 때 영화공주가 제일 먼저 거론 될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위위경 이의방이 의종황제의 말을 듣고 그제야 굳어졌던 표정을 풀었다.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지금 중요한 것은 황자저하께서 국본이 되시는 것이옵니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보옵니다. 양자가 되셨을 때부터 계승 서열이 주워진 것이옵니다. 지금 누가 있어서 이 고려 황실의 근본인 국본이 되겠습니까?”

대령후가 죽었다.또한 명종황제였던 익양후가 죽었다. 그리고 그의 소생들은 모두 은밀하게 죽임을 당했다.

물론 내가 지시한 것은 아니다. 다 알아서 그렇게 병사로 또는 객사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또한 거의 대부분 장성한 황자들은 그렇게 죽임을 당했다.

오직 살아남아 계승 서열에 올라 있는 것은 스님이 되신 황자 한 분 뿐이시다.그가 이 순간 국본에 거론이 된다면 내 가신인 정도전에 의해서 다시 열반에 오를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름이 오르는 황자는 그저 살생부에 이름을 올리는 거였다. 그것을 의종황제도 잘 알고 있었다.

“옳다. 짐도 그리 생각을 한다. 비록 짐과 황실에 국본이 될 황자들이 더러 있기는 하나 그들에게는 국본의 자리를 감내할 능력이 없다. 그러니 짐은 오직 회생 황자만이 국본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대들은 어찌 생각을 하나?”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모든 신하들이 부복을 하며 대답을 했다.

“황자 그대는 어찌 생각을 하나? 그대가 이 고려의 국본이 되어 줄 것인가?”

이것은 어쩌면 양위나 다름이 없을 거다. 순서가 비록 국본이 먼저 되는 것이지만 끝내 양위가 되는 수순에 불과했다.

친자에게 양위를 해야 하는 황제의 운명이라 그것도 어쩌면 서글픈 일이었다.‘내 혈통이 거론될 줄은 몰랐군.’물론 나는 왕 씨의 소생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은 나를 왕 씨라 생각하지 않고 여전히 이 씨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이씨!이 회생! 그러니 양위인 거다.‘잠깐! 이, 이렇게 된다면,,,,,,,,.’난 머리에 번뜩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이 상태로 황제가 된다면,,,,,,,,.’나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이 깨물어졌다. 역시는 정말 이다지도 스스로 흘러갔던 것을 거스르는 것에 대해 바로 잡으려 한단 말인가? 난 소름이 돋았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역사는 자신이 흐르려는 그 방향대로 흐르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진정 내가 싸워야 할 적은 금과 송 그리고 초원의 몽골이 아니라 어쩌면 역사의 속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상태로 간다면 조선이 200년 앞서서 건국되는 것이다.’난 나도 모르게 어금니가 깨물어졌다.

이 씨의 세상!이 씨가 왕이 되는 나라!조선이 이 씨의 혈통이라고 여겨지는 나를 통해 나 이 회생을 통해 그렇게 된다는 거였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정도전을 봤다.

정도전은 고려를 무너트리고 나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겠다고 내게 말했다. 그것이 조선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의 이름을 내가 정도전으로 지워준 결과가 이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조선이라,,,,,,,,.’내가 알고 있는 조선과 저들이 생각하는 조선은 분명 다를 것이다.

어쩌면 예맥이 가야 할 방향은 조선이겠지.내가 잠시 생각한 조선은 훗날의 조선이다. 하지만 내가 가야 할 방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고조선이다. 하지만 진정한 조선이 바로 그 조선인 거다.'국명을 조선으로 바꾸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예맥의 근본이 바로 조선이다. 그러니 고려가 조선이 된다면 예맥을 기억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내가 만들어낸 발 아래에 엎드릴 것이 분명했다. 물론 내가 만든 조선이 강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고려는 고구려를 계승한다고 했다. 그리고 고구려는 조선을 계승하는 거였다.결국 우리 예맥이 나갈 길은 옛 조선의 영화를 이뤄내는 거였다.'조선이라! 대 제국인 조선이라,,,,,,,.'난 대제국이었던 조선을 떠올렸다.

비류했던 훗날의 조선이 아니라.'정도전의 뜻대로 이뤄지는 것인가?'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황자!”

다시 의종황제가 날 불렀다.

“왜 그리 놀라는 것인가?”

의종황제도 내가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을 모르고 이 순간 내가 놀라고 있는 것이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그저 놀랍기만 하옵니다.”

물론 내가 놀랍다는 것은 내가 국본인 태자가 된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여겨질 것이다.

“그럴 것이다. 짐의 선택은 오직 이 고려와 황실을 위함이다. 그러니 황자 그대는 어찌 생각을 하나?”

“황제폐하의 뜻을 따를 것이옵니다.”

내 말에 의종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짐의 뜻대로 할 것이다.”

의종황제는 다시 나를 보다가 이 자리에 모인 신하들을 봤다.

“짐이 공표하노라! 짐은 황자 회생을 이 고려의 국본인 태자로 명할 것이다.”

쿵!이미 예상한 일이지만 난 심장이 떨어지는 것처럼 새삼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겨우 3처를 두고 고래 등 같은 기와집에서 호의호식하겠다는 것이 꿈이었던 내가 이제는 고려의 국본이 되어버렸다.정말 새삼스럽게 놀랍고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황자저하! 감축 드리옵니다.”

“황자저하! 국본이신 태자가 되신 것을 감축 드리옵니다.”

신하들은 내게 허리를 숙이며 감축을 드린다며 소리쳤다. ‘드디어 한 걸음 더 나갔다. 드디어!’난 나도 모르게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아바마마! 황공하옵니다.”

난 바로 의종황제의 앞에 엎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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