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9권 - 황후적화(皇后赤化)! -- >
“충! 충! 충!”
심장을 뜨겁게 하는 거대하면서 끊이지 않는 충! 소리가 서경 성으로 향하는 내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개경 중앙군 선두에 선 나!황제이신 의종폐하보다 앞에 당당히 선 나!이것이 나의 위상이었고 현재였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한 번 내 거대한 웅지가 연후에 의해 꺾였지만 나는 그것을 이제는 탓하지 않고 준비를 할 것이다.
그래 좋다. 3년!내가 알고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 세상에 보일 것이다.
이 고려를 위해!
‘내 반드시 새로운 고려를 만들어내고 거대하게 성장시킬 것이다.’우렁찬 충 소리를 들으면 난 그렇게 다짐했다.
“드디어 서경성이군!”
나는 지금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서경 성에 당도했다.10만이 넘는 병사들과 무장들이 나를 따랐고 그 중앙에 내 부친이신 의종황제가 자신은 지는 해라는 것을 말해주듯 조용히 나를 따르고 있었다.
이것은 어쩌면 불충이요 불효일 거다. 허나 누구하나 문제를 삼는 문무백관들은 없었다.
나는 이제 저들은 지존으로 여기는 거였다.저기 앞에 공손이 서서 부복해 있는 안북도호부의 도독 최창평이 보인다.
그 옆에 내 가신 중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별초장군 박현준이 나를 우러러 보고 있다. 그리고 이글거리는 눈으로 속말말갈족 족장 타이모가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드디어 서경이옵니다. 황자저하! 저기 박낭장이 보입니다. 그리고 타이모 족장도 있사옵니다.”
내 옆에서 말을 다고 나를 따르던 정도전이 나직이 내게 말했다. 그 역시 조금은 감격에 찬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그도 나와 같은 마음일 거다. 서경 성을 함락한 것에 대한 감격보다 내가 저 성에서 다시 시작할 것에 대한 감격으로 이렇게 말하는 걸 거다.
“이제는 장군이지.”
난 박현준을 봤다.
“예. 그렇습니다. 황자저하!”
“저 성이 나의 성인 서경이란 말이지!”
“그렇사옵니다. 황자저하! 저 서경성에서 많은 것이 이뤄질 것입니다. 그리고 황자저하를 위해 아니 태자저하를 위해 제가 그리 만들 것입니다.”
정도전은 이제 스스럼없이 나를 태자라 불렀다.
“태자라?”
“그렇사옵니다. 바로 그렇게 되실 것입니다. 저 서경성에서 그리 되실 것입니다.”
“그렇겠지.”
이미 내가 태자가 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가자! 저 곳에서 다시 시작할 것이다.”
“예. 황자저하!”
다다닥! 다다닥!내가 말을 몰아 달렸고 10만이 넘는 병사들과 무장들이 따르게 나를 따랐다. 멀리 하늘에서 본다면 용이 움직이는 것만큼 장대할 것이다.그리고 그 용의 머리에 내가 말을 달리고 있다. 용두!난 용두다. 그리고 이 고려는 나로 인해 대륙을 호령하는 용이 될 것이다.
“황제폐하! 만세~”
“황제폐하 만만세!”
우렁찬 만세 소리가 푸른 하늘을 찢을 듯 들렸다.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의 선창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수천의 군사들이 일제히 창검을 하늘로 찌르며 만세를 불렀다. 그들도 감격하고 있다. 내가 이 서경성에 입성한 것을.그들은 나의 충성스러운 군대다. 또한 승리자다.그리고 나는 그 승리자의 용두다.
“황자저하! 천세! 황자저하 천천세!”
내가 황자의 신분이기에 최창평은 나를 향해 천세를 외쳤다. 그 모습에 살짝 옆에 있던 별초장군 박현준이 인상을 찡그리는 것 같았다.천세! 천세! 천천세! 로 칭송 받기에는 내 거대한 웅지 때문에 부족한 거였다.
“황자저하는 태자나 다름이 없습니다. 도독!”
별초장군 박현준이 나직이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에게 말했고 최창평은 박현준을 보며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내가 천세라 외쳐도 병사들은 만세를 외칠 것이네.”
“그런 것이었습니까?”
“그렇지. 천세로는 부족하신 황자저하이시지 않나?”
“그렇사옵니다.”
마치 이들은 집단 최면이 걸린 것 같았다.
“황자저하 만세! 황자저하 만만세!”
“회생 황자저하! 만만세!”
이미 내가 이 고려의 주인이라는 것을 병사들도 모두 아는 거였다.그리고 난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의 앞에 당당히 섰다.
“워워워!”
말을 진정시키고 난 마상에서 안북도호부 최창평을 내려 봤다. 도도함과 근엄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렇게 내 총신일 될 그를 봤다. 그리고 내 총신들도 내 뒤에 섰다.
위위경 의방! 용호군 대장군이신 이고 외숙!그리고 응양군 대장군 한 섬과 수십 명의 장군들 그리고 228명의 중랑장 그리고 886명의 낭장들까지 승리자의 모습으로 서경성 앞에 섰다.
“신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이 황자저하를 뵈옵니다. 충!”
우렁차게 최창평이 충을 외치며 군례를 올렸다. 내 뒤에 이 고려의 지존이신 의종황제가 계시지만 그렇게 내게 충을 외치는 그였다.
“수고하셨소. 그대가 있어서 헛된 피를 흘리지 않을 수 있었소.”
“황공하옵니다. 황자저하!”
“박현준!”
“예. 황자저하!”
“그대도 수고했다. 그대가 있어서 이북 40여개의 성과 이 서경성이 내 수중에 들어왔다.”
“황공하옵니다. 황자저하!”
“임시 황궁으로 쓰일 서경 유수관으로 모시겠사옵니다.”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의 말에 난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유수관이라고는 하지만 개경 황궁과 버금가는 수준의 유수관이었다. 이곳이 고구려의 황도였고 또 지속적으로 서경성을 개발하면서 증축하면서 조위총의 허세 때문에 그렇게 유수관이 황궁 같았던 거였다.
“소장이 모시겠나이다.”
별초장군 박현준이 내 말고삐를 잡았다. 이것은 무장으로써 자신을 최대한 낮추고 주군을 섬기는 자세였다.
“허락한다.”
난 근엄하게 말했다. 난 이들의 주군이다. 그러니 나만이 허락할 수 있는 거였다. 그리고 난 고개를 돌려 위위경 이의방과 이고 외숙을 봤다.
“응양군은 외성에서 주둔을 하라!”
“예. 황자저하!”
대장군 한 섬이 우렁차게 대답을 했고 그때 찰나의 순간이지만 위위경 이의방이 인상을 찡그렸다. 대장군 한 섬이 응양군을 지휘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병권을 쥔 사람은 위위경 이의방이다. 그러니 저러는 걸 거다.
‘내가 이고 외숙과 용호군을 내성에 주둔시키면 불안하겠지.’난 신하들이 서로 반목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들끼리 쟁투하기를 원한다. 그래야 권력만 쫓게 되어 내 명이라면 권력을 지키기 위해 섶을 지고도 불에 뛰어들 것이다.
나는 사악하다. 참으로 사악하다.붕당의 패악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나는 어쩌면 이후 역사에서 가장 사악한 황제로 기록될 것이다. 또한 그 사악함은 거대한 영토를 지배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주석이 달릴 것이다.
“이고 대장군!”
“예. 황자저하!”
“외숙께서 용호군을 이끌고 내성에서 주둔하여 황제폐하와 나를 보위해주세요.”
난 위위경 이의방에게 보란 듯 이고 외숙에게는 명령을 하지 않고 청하는 것처럼 말했다.
“예. 명을 따르겠나이다. 황자저하!”
이고 외숙은 힐끗 위위경 이의방을 보며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외숙부도 권력을 쫓고 있으시다.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권력을 쫓는 자는 탐욕의 늪에 빠진다. 하지만 적당히 탐욕하고 또 적당히 부패하는 것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
권력의 맛을 알아야 나를 지키는 검이 될 것이다. 내가 존재하여야 이의방도 또 외숙인 이고도 그 권력을 나눌 것이니 말이다.
‘지금은 우선 외숙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인다.’내 말 한마디 몸짓 하나도 이제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한 위위경 이의방과 용호군 대장군이신 내 외숙은 더욱 그렇게 의미를 찾으려 할 것이다.
이 고려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두 무장이 그렇게 내 행동과 말에 의미를 찾으려 하면서 내게 어쩔 수 없이 충성할 것이다.하지만 나는 곧 다시 위위경 이의방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다. 그렇게 적절히 이용할 것이다.
‘우선은 이고 외숙의 세상을 만들어준다.’이것이 내 첫 계획이다.
그리고 서경성이 안정이 되었을 대 정권을 교체하는 환국을 단행할 거다. 환국은 조선 숙종 때의 정치적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정권이 교체되는 국면이라는 뜻하는 말이다.
당시 왕권의 강화를 도모하던 숙종은 그 환국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또 서인과 남인의 붕당정치를 적절히 이용했다. 그렇게 붕당정치의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지배 세력을 갑작스럽게 교체했고 그것을 내가 이의방과 이고 외숙을 통제하는데 쓰려는 거였다. '서경성을 단단히 하는 일은 이고 외숙에게 맡긴다.'그렇게 적절히 권력을 줬다가 회수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이 고려를 성장시킬 것이다.
‘경대승이 보이지 않는군.’난 주위를 둘러봤다.
“경대승 장군이 보이지 않습니다. 황자저하!”
정도전이 조심히 내게 말했다. 나만큼 내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정도전일 거다.
“이 서경에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나보군.”
“그런 것 같습니다.”
정도전이 나직이 말했다.
“황자저하!”
정도전이 나를 다시 불렀다.
“왜?”
“그래도 구색은 맞추고 청은 드려야 할 것입니다.”
정도전은 지금 가마에 오르셔서 휘장까지 내리고 계신 의종황제를 말하는 거였다.
“그렇지. 황제이시니!”
난 짧게 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박 장군!”
“예. 황자저하!”
“황제폐하를 뵐 것이다.”
내 말에 박현준이 고삐를 잡고 말머리를 돌렸다. 그 순간 난 휘장이 내려진 의종황제의 가마를 봤다.극구 내 부친이신 의종황제는 백마에 오르시지 않고 불편하다시며 가마에 오르셨다.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시고 내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자 하는 거였다.
“이랴!”
난 바로 의종황제폐하의 가마로 향했다.달그락! 달그락!
“황제폐하! 소자이옵니다.”
“무슨 일인가? 황자!”
“서경 성이옵니다. 서경성에 도착했나이다.”
“그런가? 충 소리가 하늘을 찌르더군.”
“그렇사옵니다. 서경 성이옵니다. 서경 반란은 끝이 났사옵니다.”
“그런가. 그렇지.”
“소자가 모시겠습니다. 휘장을 올리겠나이다.”
“됐다. 짐은 피곤하다.”
“황제폐하! 하오나 백성들이 황제폐하를 위해 만 만 세를 외치옵니다.”
“짐이 알고 있는 짐의 차남은 독한 황자다. 그것이 짐이 너를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이유다. 누려라! 너에 대한 칭송을 누려라. 짐은 그거면 족하다.”
“,,,,,,,.”
나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알겠나이다.”
“이제는 짐을 의식하지 말라. 이 서경은 황자의 성이다. 짐은 그저 황자가 하는 모든 일을 지켜만 볼 것이다.”
“예. 황제폐하! 황제폐하의 기대에 부응하는 황자가 되겠나이다.”
“그리하라!”
“예.”
난 다시 말머리를 돌렸다. 그리고 당당히 서경 성으로 들어섰다.
“황제폐하 만세! 와와와! 황제폐하 만만세!”
서경 백성들이 열혈이 환호를 하며 의종황제 폐하를 위해 만세를 불렀다.
“황제폐하! 만세~”
“와와와~ 개경 중앙군 만세!”
목이 터져라 외치는 서경 백성들이었다.
“동원된 백성들인가?”
난 내 말고삐를 잡고 앞으로 걸어가는 별초장군 박현준에게 물었다.
“아니옵니다. 자발적인 것이옵니다.”
“두렵기에 이리 나온 것이군.”
내 말에 별초장군 박현준이 나를 봤다.
“예?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나와 개경 중앙군은 어찌 되었던 정복 군이며 승리자다. 저들은 우리가 두려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처절히 만세를 부르는 거다. 자신들이 목이 터져라! 나를 칭송하면 자신들에게 닥쳐올 핍박이 덜해질 것이라고 생각을 하기에 저러는 것이다.”
내 말에 별초장군 박현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 황자저하!”
“참으로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참으로.”
난 그렇게 서경 성에 입성했다. 승리자로 입성을 했고 지존으로 입성했다.
모두 다 나를 칭송했고 내게 충성을 다하겠다고 소리쳤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이 서경에서 펼칠 것이다.’난 드디어 내가 가지고 있는 미래의 기억을 최대한 이용할 결심을 했다.
또한 한 없이 모질어지고 또 사악해지면서 내 총신들을 통제할 생각을 했다.‘서경! 천도?’난 마음속으로 스스로 의문을 던지며 살짝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서경! 천도?‘정도전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까?’난 문뜩 그게 궁금했다. 이제는 새로운 날들의 첫 시작인 거다. 또한 나를 중심으로 고려가 움직이게 될 것이다.
난 여전히 나를 향해 그리고 고려 중앙군을 향해 만세를 부르는 백성들을 봤다. 저들의 마음속에서 진심이 담긴 만세를 반드시 듣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내가 해야 할 것은,,,,,,,.’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국본이 되는 것이다.
이 고려의 태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