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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웅-413화 (413/620)

< -- 간웅 19권 - 황후적화(皇后赤化)! -- >6. 첫 대망은 무너졌지만!자비령 북쪽 평지.

“본진에서는 뭘 하고 있는 것이야! 이렇게 퇴로를 확보했는데 이동하지 않고!”

결사대로 퇴로를 연 서경 좌장군 임충이 자신의 부장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자신이 결사대를 편성해서 포위망을 뚫은 지 꽤나 시간이 지났는데 서경군 본진이 뚫어놓은 퇴로로 퇴각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소리를 지른 거였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나이다. 장군!”

“으음,,,,,,,.”

임충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물론 거짓으로 퇴로를 열어 준 경대승도 불안감에 싸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분명 본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야!”

작전을 짠 계획대로라면 이미 이 퇴로를 넘어 서경으로 퇴각을 시작해야 했다.

“다시 포위망이 만들어지면 우리에게는 기회가 없다.”

“예. 알고 있사옵니다. 장군!”

“어서 본진에 퇴로를 확보했다고 다시 알려라!”

“예. 장군!”

그때 수십 기의 전마들이 가파른 산비탈을 타고 서경군 좌장군 임충에게 달려왔다.

“본진의 병력들이옵니다. 장군!”

임충의 부장이 소리쳤고 임충도 달려오는 전마들을 봤다.

“황제폐하의 모습이 보이느냐?”

“그, 그것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야!”

그리고 바로 지척에 전마들이 도착을 하자 임충은 자신의 불안감의 이유를 알게 됐다.

“너, 너는!”

“나는 고려 용호군 대장군인 이고다. 반란군의 장수 임충은 순순히 마상에서 내려 죄를 받아라!”

이고가 우렁차게 소리를 질렀다.

“장, 장군!”

임충의 부장이 놀라 기겁해 임충을 봤다.

“엄청난 일이 일어난 모양이군!”

임충은 나직이 말하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적장이 자신의 후방에서 나타났다는 것은 이미 자신의 본진이 와해되었다는 증거라는 생각이 든 임충이었다. 또한 황제로 불린 조위총의 생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반란군이더냐? 아니면 네가 진정한 고려의 역신이더냐!”

임충은 이 순간에도 자신의 의기를 꺾지 않고 이고에게 소리를 질렀다.

“뭐라?”

“네놈들도 거병하여 성공한 반란군들이 아니더냐!”

임충의 외침에 이고가 임충을 노려봤다.

“아직도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는가?”

이고의 외침에 임충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미 임충은 모든 것이 끝이 났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것은 모른다.”

“서경에 임충이 있어 서경군이 강성하다는 것은 모두 허명이구나!”

그랬다.서경군의 정신적인 지주는 바로 서경 좌장군 임충이었다.

“나를 희롱하지 마라!”

“임충!”

이고가 담담히 임충을 불렀다.

“너의 더러운 입으로 내 이름을 부르지 마라!”

“이미 반역의 수괴인 조가의 목이 떨어졌다.”

사실 이고도 무제에 의해 조위총의 목이 떨어진 것을 보고 놀람을 감추지 못했으나 서경군의 더 많은 희생을 막기 위해 또 자신이 생각하는 무장 임충을 구하기 위해 이렇게 달려온 거였다. 그리고 이미 서경군 본진은 모두 투항을 해 자비령 남쪽 평지로 내려가고 있는 상태였다.

“뭐, 뭐라,,,,,,,.”

“죽은 조가가 진정 이 고려를 살릴 황제의 재목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인가? 그렇다면 임충 그대는 주군을 보는 눈이 없다.”

이고의 질책에 임충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어쩔 수 없지. 주군의 그릇을 잘못 본 내 눈을 저주할 수밖에 없지.”

“투항하라! 황자저하가 이끄실 고려에는 그대 같은 덕장이 너무나 필요하다.”

“황자저하? 언제부터 이가가 황자저하였던가?”

임충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무엄하다. 임충! 진정 죽고 싶은 것이냐?”

“살고 싶다면 벌써 투항을 했을 것이다.”

임충은 이 순간 죽기를 다짐했다.

“그렇다.”

“고려를 위해 한 번 자신을 꺾는 것도 용기 있는 무인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이고는 서경 좌장군 임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럼 임충이 얼마나 회생에게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임충을 살리기 위해 달려온 거였다. 하지만 임충은 이미 죽기를 각오하고 있었다.

“그렇겠지. 허나 비록 주군을 보는 눈이 없다고 해도 한 번 모신 주군을 버리고 허리를 굽힐 수는 없다.”

“어리석은 짓이다.”

“내가 내 주군을 모신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겠지.”

임충이 이고를 보며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진정 죽기를 원하는 것이냐?”

“그렇다. 무장은 절대 두 주군을 모시지 않는다.”

임충의 말에 이고가 뚫어지게 임충을 봤다.

“그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베는 수밖에!”

“와라!”

임충이 허리에서 검을 뽑았다.

“장, 장군!”

임충의 부장이 임충을 불렀다.

“너희들은 살아남아야 한다.”

“하오나 장, 장군!”

“용호군 대장군 이고라면 너희들을 품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무장이 무장을 알아보는 법이다.

“하오나!”

“이 고려를 위해 또 서경의 웅지를 위해 너희들이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장, 장군!”

“나는 내 모신 주군을 저승에서도 호위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조위총도 그리 헛된 삶을 살았다고는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자신을 따라 죽으려는 가신인 임충이 있으니 말이다.

“장, 장군! 흑흑흑!”

마상에 올라 있는 수십 명의 서경 무장들이 임충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너희들은 꼭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서경군 좌장군 임충의 마지막 군령이다.”

“예. 장군!”

그와 동시에 일제히 수십 명의 서경 무장들이 마상에서 군례를 올렸다. 그리고 각각 마상에서 내려 검을 땅에 박고 무릎을 꿇었다.

“이랴!”

그와 동시에 임충이 이고를 향해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하하하! 무장으로 태어나 주군을 모시고 역천을 감행해 봤으니 나쁠 것이 없다.”

용호군 대장군인 이고에게 검을 휘두르며 말을 몰고 달리고 있는 임충이지만 그의 눈에는 살기가 서려 있지 않았다.그리고 그것을 이고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살릴 수 있다면 참으로 좋을 것을!’이고도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랴!”

이고가 검을 뽑아들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두두두! 두두두! 쌍방에서 서로를 향해 질주를 했다. 그리고 검의 끝이 상대방의 목을 노릴 만큼의 거리까지 서로의 거리가 좁혀졌고 그 순간 이고는 어금니를 깨물고 임충을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임충은 그저 검을 휘두르는 척을 할뿐이다.

‘못난 사람!’이고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서걱!이고의 검이 임충의 목을 베어냈다.

“히이잉!”

목을 임충의 몸이 마상에서 떨어졌고 주인을 일은 전마가 요동을 쳤다. 쿵!임충의 몸이 떨어지며 주인을 잃은 전마가 힘껏 앞으로 달려 사라졌고 그와 동시에 이고가 마상에서 뛰어내렸다.

“무엇을 하는 것이냐? 너희들의 수장의 시신을 챙기지 않고.”

이고가 무릎을 꿇고 있는 서경군 무장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다시 목에 잘린 임충의 시체를 봤다.

“참으로 못난 사람!”

“뭐라? 서경 반란군의 본진이 와해가 됐다고?”

퇴로를 열어준 경대승이 기겁해 부장을 봤다.

“그렇사옵니다. 조위총의 목이 잘렸다고 하옵니다.”

“누가 감히!”

경대승은 회생의 계획을 모두 알고 있는 핵심인물이었다. 그러니 절대 조위총의 목을 베어서는 안 된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검은 복장을 한 승려들이었다고 하옵니다.”

“검은 복장을 한 승려?”

“그렇사옵니다.”

“조의들이,,,,,,,,.”

경대승이 인상을 찡그렸다.

“항상 구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그들이 끝내 고려를 망치는구나!”

경대승은 회생의 거대한 계획이 한 순간에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을 직감하고 한탄했다.

“이미 모든 서경 반란군들이 투항을 했다하옵니다.”

“너는 당장 달려가 황자저하께 이 사실을 알려라!”

“예. 장군!”

“나는 바로 서경성으로 달려갈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더 이상 고려 무장의 피를 흘리게 할 수는 없다. 다음을 위해서라도.”

“예?”

“어서 가라! 어서!”

“예. 장군!”

경대승의 부장 중 하나가 중앙군 본진이 있는 곳으로 급히 말을 몰며 사라졌고 그와 동시에 경대승이 오른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신수군은 서경성까지 속보로 이동한다. 이랴!”

“속보다! 속보로 이동을 한다.”

신수군의 부장들이 일제히 소리를 질렀고 그와 동시에 경대승은 서경성을 향해 말을 달렸다. 한 순간에 조의대두형 연후의 선택에 회생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또 급박하게 일이 진행되고 말았다.

그는 그 자신의 판단대로 고려를 위해 또 회생을 위해 움직인 것이 분명했으나 또 어떤 면에서는 고려가 거대한 웅지를 펼칠 수 있는 순간을 망친 인물이기도 했다.

“결국 이 늙은 것이 황자저하를 멈추게 했군.”

연후는 탁자에 앉아 정도전이 바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 늙은이의 판단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황자저하! 하오나 저에게는 이 방법이 최선이었사옵니다. 힘을 더 키우셔야 합니다. 5천의 조의가 황자저하를 도울 것입니다.”

연후는 마치 회생이 앞에 있는 것처럼 말했다.이미 와해된 서경 반란군 본진.위위경 이의방은 무제가 조위총의 목을 베었다는 소리를 듣고 기겁해 인상을 찡그렸다.

“뭐라? 무제가?”

“그렇사옵니다. 위위경!”

“조의들이 황자저하의 대망을 망쳤구나!”

“예?”

회생의 거대한 대망을 아는 자는 회생의 가신들 중에서도 극소수였다. 그러니 위위경 이의방의 부장이 이의방의 말뜻을 알아들을 턱이 없었다.

“너는 몰라도 된다.”

“예. 위위경! 그런데 가장 큰 공을 놓쳤사옵니다.”

“가장 큰 공?”

아무 것도 모르니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 부장일 거다.

“그렇사옵니다. 무제라는 조의가 반역수괴의 목을 베었으니 말입니다.”

“너의 눈에는 그리 보일 수도 있겠지.”

“예?”

“그런 것이 있다. 하지만 너의 말도 틀린 것이 없다.”

“감사하옵니다.”

“어리신 마마를 위해서라도 내가 권력을 쥐어야 하고 공을 세워야겠지.”

어리신 마마라는 것은 자신의 딸인 이연을 말하는 걸 거다.

“그렇사옵니다.”

“조위총 다음으로 수급의 값이 나가는 자가 누굴까?”

“아마도 서경군 좌장인 임충일 것이옵니다.”

“임충?”

“그렇사옵니다.”

그때 위위경 이의방이 이고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용호군 대장군은 어디에 있는가?”

“조금 전에 부장들과 함께 북쪽으로 말을 달려갔사옵니다.”

“이고가?”

“그렇사옵니다.”

부장의 말에 위위경 이의방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차상도 놓쳤군.”

“예?”

“이고가 아마도 임충의 목을 따올 것이다.”

“그럼 어찌 하옵니까?”

“황자저하를 위해 서경 반란군들을 빠르게 무장해제를 시켜서 이 자비령을 내려가야겠지.”

“예. 알겠사옵니다.”

“어서 움직이시게. 공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어떻게든 움직여야하네.”

“예. 위위경!”

난 아나스타샤와의 짧고 치열하고 매혹적인 순간을 만끽하고 또 정도전에게 아픔까지 주는 순간을 보내고 나서 귀녀인 아나스타샤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침상에서 일어나 스스로 갑주를 착용했다.‘사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대스승인 연후와 굳게 약속을 했지만 내가 꾸민 일을 그만 둘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오직 이 순간 귀녀인 아나스타샤를 품은 것은 정도전에게 나를 넘어서지 못하게 하기 위한 본보기이면서 또 백화에게 엄청난 적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다.‘정도전의 성격상 백화와 척을 지게 될 것이다.

’정도전은 천재다. 하지만 그 천재성에는 단점이 있다. 자신이 천재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것이 단점일 거다.

사실 백화는 지금 내 여인들 중에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여인이다. 그리고 가장 큰 야망을 품고 있는 여인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녀의 야망을 멈추게 할 필요가 있었다. 아무리 백화가 큰 야망을 품고 있다고 해도 그녀 역시 내 사람이니 말이다.

‘결국 영화공주에게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다.’============================ 작품 후기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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