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9권 - 황후적화(皇后赤化)! -- >
“피하셔야 합니다. 곧 개경 잡놈들이 몰려 올 겁니다.”
병사의 말에 조위총이 인상을 찡그렸다.
“망할 놈!”
바드득!지금 조위총은 누구에게 분노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조위총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내 충신 임충이 사생결단으로 활로를 확보했으니 말이다.”
“그렇습니다. 폐하!”
서경 무장이 아직까지 조위총을 폐하라 불렀다.
집단적 세뇌!또 어쩔 수 없는 선택!개경과 서경의 반목이 이렇게 황제가 될 수 없는 하찮은 존재를 황제로 불리게 하고 있었다. 이건 어쩌면 회생이 해결해야 할 숙제와 같은 거였다. 지역의 반목!그것을 타파하지 않고서는 회생이 바라는 북벌과 대륙정벌은 요원할 것 같았다.
“짐은 반드시 오늘의 치욕을 잊지 않을 것이다. 대한무극 대타발이 내게 병력을 약속했다. 두고 봐라! 요동의 기마군단이 개경을 불태울 것이다.”
바드득!오랑캐를 이용해 조국을 배신하려는 조위총!그는 반드시 죽어야 할 존재일 거다.
“들으셨습니까?”
검은 옷을 입은 조위가 대도를 들고 나직이 무제에게 말했다. 무제 역시 조위총의 말을 듣고 이미 표정이 어두워진 상태였다.
“역도이기는 하나 이 고려의 황제가 되겠다고 일어선 자가 어찌 감히 요동의 오랑캐를 이 땅에 끌어드릴 생각을 한단 말인가? 진정 묘청 대사가 이뤄놓으신 서경의 웅지는 다했단 말인가?”
“살려 보내서는 절대 아니 될 자입니다.”
조의의 말에 무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조위총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을 거다.
“물론이다. 오랑캐에게 금수강산을 내어주려는 자는 절대 조의된 신분으로 절대 용서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순간 조위총과 무제는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다 회생의 계략에 속아 넘어갔다는 거다.요동의 대타발은 호시탐탐 고려를 노리고는 있지만 그 어떤 약속도 조위총에게 한 적이 없다. 조위총과 약속을 한 자는 회생의 계략에 의해 움직인 자들이고 그 역시 북벌을 위한 하나의 포석이었다.
“실행에 옮기겠습니다.”
“그래! 그래야한다.”
또한 이미 조위총은 무제가 노리는 존재가 되었으니 죽은 목숨이었다.이것이 바로 회생이 생각하지 못한 대 이변이었다.
지금까지의 회생의 계획은 착착 잘 물린 톱니처럼 돌아갔다. 하나가 잘못되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되는 그런 계획이었다. 그래서 독차를 기꺼이 마신 연후가 회생을 걱정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스스로 회생의 엄청난 계획을 무력화 시키려 하고 있는 거였다.
“가자!”
몸을 숨기고 있던 무제가 당당히 일어났다.
“예맥의 이름으로 고려민의 이름으로 조위총을 처단할 것이다.”
“바로 철수를 한다.”
조위총은 다급하게 말했다.
“예. 황제폐하!”
조위총을 호위하던 장군이 무장들을 봤다.
“황제폐하를 보위하라! 이곳에서 퇴각하여 서경 성으로 귀환한다.”
그의 명령과 동시에 조위총이 임충이 뚫어놓은 활로로 알고 있는 곳으로 이동하려고 했다.쉬웅!그때 한 발의 화살이 마치 신호라도 되는 듯 조위총의 뒤에서 호위하던 무장의 목에 박혔다.퍽!
“컥!”
“화살이다!”
서경 장군이 기겁해 소리를 쳤고 그 순간 조위총을 보위하기 위해 무장들이 검을 뽑았다. 수천의 군사가 운집에 있는 상황에서 이리 대범하게 화살을 날릴 수 있는 존재는 단 한 사람 무제뿐일 거다.
“벌써 개경의 괴뢰들이 당도한 것이냐?”
조위총이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직 모르겠사옵니다.”
장군이 대답을 하면 주위를 살폈다.
“침입자다!”
그때 병사 하나가 크게 소리를 쳤고 바로 비명을 토해냈다.서걱!거대한 대도가 바람과 함께 병사의 목을 베어냈다.툭!
“으악!”
목이 떨어지고 나서야 비명을 지르는 병사!그건 대도가 바람보다 더 빠르다는 증거일 거다. 도는 힘을 중시하는 무기다.
그중 최고로 치는 것이 이의민이 쓰는 대부월이고 그 다음이 무제가 쓰는 대도인 거다. 하지만 그 무엇이 더 육중한 것은 그것을 쓰는 사람의 실력에 달려 있을 것이다.육중함과 경쾌함이 조화를 이룬 대도라면 이 고려에 대적할 무인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저쪽에 침입자다!”
병사가 다시 소리를 질렀고 그 순간 일제히 하급 무장들과 병사들이 검은 옷을 입은 조의를 향해 달려갔다.
“막아서는 자는 벨 것이다.”
사자후!무제의 외침은 무협지에서 나오는 그런 사자후와 다를 것이 없었다.쉬웅!다시 한 번 대도가 바람을 탔고 꽃잎처럼 떨어지는 것은 서경 반란군 무장의 목이었다.
“크악!”
비명을 신호로 무제의 주변에 있던 조의들이 대도를 들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예맥의 반역자! 조위총의 목을 베라!”
조의는 고려의 반역자라고 말하지 않고 예맥의 반역자라고 소리쳤다.
“저것들이 무엇이냐?”
조위총은 대도를 번쩍이면 돌격하는 조의들을 보며 기겁해 소리쳤다.
“잘 모르겠사옵니다. 폐하!”
“적이다. 저놈들은 적이다.”
뻔 한 소리를 하고 있는 조위총이다. 그만큼 조위총은 당황했다.
“저, 저것들은,,,,,,,,.”
잠시의 시간 정신을 차린 조위총은 검은 옷을 입은 조의를 보며 다시 기겁해 말을 더하지 못했다.
“조, 조의다.”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폐하!”
“조의다. 막아라! 괴수 같은 자들이다.”
조위총은 서경 유수이기에 조의의 존재를 알고 있는 듯 했다.
“어서 막아! 어서!”
절규를 하듯 조위총이 소리를 질렀다.하지만 조의들의 앞을 막아서는 서경 반란군 병사들에게 어울리는 말은 추풍낙엽 딱 그 말이었다.
“빠르게 조위총의 목을 베라!”
무제가 소리를 쳤다.
“길을 열어라!”
수백의 서경 반란군에게 포위된 조의였고 무제는 길을 열라고 지시했다. 그 순간 대도를 든 조의들이 초개처럼 목숨을 버리듯 포위망을 돌파하기 위해 전진했다.
“우선 피하십시오. 황제폐하!”
엄청난 무의 때문에 호위를 담당한 서경의 장군이 조위총을 피하라고 소리쳤다.
“알았다.”
“어디를 가는 것이냐? 예맥의 역적 조위총!”
하지만 피하기는 이미 때를 놓친 것 같았다. 온몸에 병사들의 피를 뒤집어 쓴 무제가 조위총의 바로 뒤에 서서 조위총을 노려보고 있으니 말이다.
무제를 위해 길을 열기 위해 30여명의 조의들이 예맥을 위해 목숨을 버렸다. 서경의 반란군 병사가 창으로 배를 찌르면 찌른 자를 베기 위해 창에 찔린 상태에서 앞으로 나가 몸이 관통되는 것을 참으며 적을 벤 조의였다.
그들에게 조국이라는 것을 위해 또 고려라는 것을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 따위는 겨울에 떨어지는 솔잎만큼 하찮은 거였다.그렇게 자신을 죽이며 서경 반란군을 죽였고 끝내 이렇게 무제를 위해 조위총을 참살하기 위해 길을 열었다.
“네놈은 누구냐?”
호위를 하고 있던 서경 장군이 검을 뽑았다.
“무제!”
나직이 읊조리는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네놈도 개경의 개란 말이냐?”
“개라?”
“그렇다.”
“내가 개가 되어야 한다면 예맥의 개가 될 것이다.”
그와 동시에 무제가 자신의 앞을 막고 있는 서경 장군을 노려봤다. 그와 동시에 앞으로 돌격을 감행했다.
“막, 막아라! 저 괴수 같은 놈을 막아라!”
조위총은 무제를 보며 기겁해 소리쳤고 서경 장군도 검을 뽑아서 무제를 막으려 검을 휘둘렀다.챙! 서걱!챙하고 검과 도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검이 베어지는 소리가 들렸다.툭!베어진 검이 땅에 떨어졌고 그와 동시에 무제가 놀라 멍해진 듯 정지해 버린 서경 장군의 목을 벴다.
“크아악!”
“어서 막아라! 어서!”
조위총이 무장들에게 소리쳤고 일제히 무장들이 무제를 향해 돌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그들은 제대로 검 한 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전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 거대한 무의를 보자 다른 무장들과 병사들은 기겁해 뒷걸음질을 쳤다.
“무엇을 하는 것이냐? 어서 막아!”
조위총이 소리를 질렀지만 누구하나 나서는 자가 없었다. 아니 거의 대부분 자기 살겠다고 황자라고 부른 조위총을 버리고 도망을 쳤다.그 순간 살아남은 50명의 조의들이 무제의 뒤에 섰다.
“누구도 방해하지 못하게 하라!”
“예. 무제!”
그와 동시에 조의들이 모두 일제히 무제와 조위총을 포위하듯 원을 만들어 섰고 바로 돌아섰다. 이제는 조의의 목적은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원 안으로 서경의 겁 없는 병사들과 무장들을 침입하기 못하게 하는 거였다.
“네가 황제인가?”
“무엄하다. 이노오옴!”
조위총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황제인가?”
“짐은,,,,,,,,,.”
순간 무제의 대도가 번뜩였고 아차 같은 무제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다시 묻는다. 네놈이 황제인가?”
“나는,,, 나는,,,,,,,.”
“곤룡포를 벗어라! 개가 입을 곤룡포가 아니다.”
“뭐, 뭐라고?”
“어서!”
무제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어쩔 수 없이 조위총이 곤룡포를 벗었다.
“네가 알다시피 너는 황제가 아니다.”
무제가 그렇게 말하고 덜덜 떨고 있는 조위총을 향해 걸어갔다.저벅! 저벅!
“살, 살려다오.”
황제라고 스스로 칭한 조위총이 애원했다.
“살고 싶은가?”
“살려다오. 서경으로 가면 금은보화가 가득하다. 다 줄 것이다. 나를 따르면 이 고려의 영토 반을 주겠다.”
“영토의 반?”
“그렇다. 곧 요동의 기마군단이 고려로 진격할 것이다. 그러니 이 위기만 넘기면 나는,,,,,,,.”
조위총은 스스로 황제라고 말하지 못하고 무제의 눈치를 봤다.
“예맥의 배신자!”
무제가 조위총을 노려봤다. 그리고 천천히 들고 있던 대도에 힘을 줬다. 이미 태양은 떠올랐고 대도는 공명정대한 빛살을 받고 다시 번뜩였다.
“죽어라!”
쉬웅!무제가 바람을 가르듯 대도를 휘둘렀다. 좌우로 휘두른 것이 아니라 바로 위에서 아래로 힘껏 휘둘렀다.
일도양단!보통의 일도양단은 허리를 중심으로 상체와 하체를 잘라내는 거다. 그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검술은 아니었다.
사람의 몸이 무가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무제가 한 것은 사람의 몸을 머리부터 가랑이까지 잘라내는 일도양단이었다.이런 무의는 이 고려 아니 전 대륙에서도 무제 혼자만이 할 수 있는 무의일 거다.
“크아아!”
황제라고 스스로 칭하며 대령후를 배신했던 조위총이 끝내 이렇게 허망하게 죽임을 당했다. 이 순간 그가 죽은 것보다 더 큰 이변은 연후에 의해 회생의 톱니바퀴 같은 계획이 와해되었다는 거였다.무제는 바닥에 쓰러져 죽어 있는 조위총을 봤다.
“너의 하찮은 죽음이 고려를 살릴 것이다.”
조위총!여기서 조위총에 대해 심각하게 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조위총은 역적인가?서경의 웅지를 이루려는 개혁자인가?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니 무어라 증명할 방법은 없을 거다.
역사의 기록에 의하면 조위총의 가계에 대한 기록은 없다. 의종 말에 병부상서를 지냈지만 구분한다면 그는 문신이었다. 그러다가 서경유수로 서경으로 갔다. 그러다가 역사적 기록에 의해 정중부와 이의방이 의종을 죽이고 명종을 보위에 올리자 이에 격분하여 병사를 일으켜 무신정변의 거두들을 척살할 것을 계획한 후 그 동안 소외되었단 동계와 북계의 여러 성을 끌어드렸다.
그가 돌린 격문에는 이런 말이 있다. 개경의 중방에서는 북계의 여러 성민들이 사납고 교만한 무리가 많으니 도벌해야 한다고 결정을 했다. 그러니 그냥 죽을 수 없으니 서경으로 모이라는 통문을 돌린 거다.
이것만 봐도 조위총은 교묘하게 고려의 지역감정과 차별을 이용할 정도로 영악한 인물이었다. 이 격문을 보고 대부분의 절령 이북의 마흔 여개의 성들이 호응을 했다. 하지만 연주성 성주만이 성문을 굳게 닫고 호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역사에서는 평장사인 윤인첨을 보내 삼군을 이끌고 조위총을 치게 하는 한편, 최균을 동북로 도지휘사로 삼아 여러 성을 설득하게 하였다.
윤인첨이 절령역에 당도하자 조위총이 군사를 보내어 급습해 크게 격파하였다. 조위총의 선봉이 개경의 서쪽에 도착하자 이의방이 나서 그들의 공격을 분쇄했고 그로 인해 이의방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그렇게 대패한 조위총은 대동강까지 후퇴를 했고 서경 성문을 굳게 닫고 농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삶을 연장해준 것은 철옹성인 서경 성이 아니라 혹독한 날씨였고 어쩔 수 없이 이의방은 혹한 때문에 개경으로 후퇴를 했다. 그렇게 1년을 버틴 조위총은 금나라까지 원병을 청하는 것을 서슴지 않다가 거부를 당했고 끝내 성이 함락되어 목이 베여 죽어 효수가 됐다.이것이 회생이 역사를 바꾸지 않았다면 기록되어야 할 역사일 거다.
============================ 작품 후기 ============================조위총에 대한 역사의 기록과 이 소설의 진행은 다릅니다. 이 소설은 판타지 소설입니다.
그러고 보니 조위총을 작가의 독단으로 너무 안 좋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소설은 역사와 다르니 판단은 독자님들이 하셔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조위총은 반역자로 죽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