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9권 - 황후적화(皇后赤化)! -- >
“젠장! 어찌 내게 이런 일이!”
경대승은 의도적으로 병사들이 들으라는 듯 자책했다.
“하늘이 나를 버리는 것인가?”
물론 이 외침을 듣고 있는 병사들은 경대승의 어리석음을 마음속으로 조롱했다. 하지만 이 외침까지 의도된 일이라는 것을 나중에 안다면 경대승의 무서움에 등골이 오싹해질 것이 분명했다.
“어서 명을 내리셔야 하옵니다.”
부장의 다그침에 경대승은 전장을 봤다. 파르르 온몸을 떨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경대승이지만 그 눈동자만은 흔들림이 없었다.
‘지금이다.’경대승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퇴, 퇴각하라!”
“예. 장군!”
부장이 급히 돌아섰다. 드디어 회생이 바라고 꾸민 계획들이 현실이 되고 있는 순간이었다.
같은 시간 자비 령 반대편 조원정이 방어진을 펼치고 있는 협지 입구.방어적 측면에서는 이만한 곳이 또 없을 거다. 수백으로 수천을 막을 수 있고 지휘하는 무장의 능력에 따라 수만도 막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협지니 말이다. 하지만 이곳은 바로 뚫릴 수밖에 없는 곳이다.
이곳을 막고 있는 것이 회생에게 포섭되어 있는 조원정이니 말이다.이것이 또 스스로 황제라 칭하지만 능력이 없는 조위총의 한계였다.
“개경의 잡것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조원정의 부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조원정에게 보고했다. 이미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오고 있었다.
“나도 보고 있다.”
“궁수를 준비하겠습니다.”
부장이 보고를 했지만 조원정은 대답을 하지 않고 물끄러미 아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부장을 봤다.
“부장!”
“예. 장군!”
“그대는 서경 태생이지?”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그것을 물으시옵니까?”
“나는 개경 출신이네.”
순간 조원정이 겁을 뽑아 급히 부장의 목을 쳤다.쉬웅!
“장, 장군!”
“서운해 하지 말게. 이것이 운명이라는 거네!”
조원정이 쓰러지는 부장을 보며 비열한 미소를 머금었다.
“왜 이러시는 것이옵니까?”
나머지 무장들이 갑작스러운 조원정의 행동에 놀라 조원정에게 물었다.
“투항할 것이다.”
그 순간 무장들이 일제히 조원정에게 검을 뽑아 겨눴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이요?”
“승산이 없는 싸움이다. 보면 모르겠느냐? 적의 군세는 10만이다. 또한 우리는 보름가까이 포위가 되었다. 그들이 이곳을 뚫지 못해 공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느냐?”
“무슨 말을 하는 것이요?”
“그대들에게 투항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봐라! 투석기로 공격하지 않고 지금 올라오고 있다. 저런 것은 자살행위다. 지금 그대들에게 마지막 기회다.”
“우리는 지지 않았소? 황제폐하를 배신할 수 없소?”
“조위총이 황제인가? 하하하! 그가 어찌 황제인가? 이 고려의 황제는 오직 한 분뿐이시다.”
조원정은 그렇게 소리치며 회생이 얼굴을 떠올렸다. 그만큼 조원정은 회생을 두려워했다. 아니 이제는 그 어떤 존재도 회생을 두려워했다. 위위경인 이의방까지도 말이다.조원정의 말에 무장들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서경과 개경! 그것을 구분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우린 모두 고려의 무장이다. 우리는 간악한 조위총의 야망에 이용당한 것뿐이다. 황제폐하께서도 그것을 아시기에 지금까지 투항할 기회를 준 것이다.”
“하, 하오나,,,,,,,.”
“투항하는 자 반드시 살 것이다. 내가 보장할 것이다.”
“어찌 그리 장담하시옵니까?”
이미 기세가 한풀 꺾인 무장들이었다. 그건 조원정이 부장의 목을 베었기 때문일 거다.
“나는 황자저하께서 이미 서경 반란을 간파하고 보내신 개경의 장군이다. 그러니 장담할 수 있다.”
조원정의 말을 들은 무장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정말이옵니까?”
“이것만 봐도 반역의 수괴 조위총은 이번 전란에서 이길 수 없다. 황자저하께서 이미 다 알고 계시니 말이다. 또한 그대들이 돌아갈 서경 성도 이미 포위가 되고 또 함락이 되었을 거다.”
“뭐, 뭐라고요?”
“우리가 보름 가까이 이곳에 고립됐다. 기마대로 빠르게 우회를 한다면 무주공산이나 다름이 없는 서경 성은 함락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조원정은 앵무새처럼 말했다.이 역시 회생이 알려준 거였다. 이렇게 회생은 서경 병사들의 희생까지 최소화하려고 했다.
“그 말씀이 사실이옵니까?”
“그렇다. 지금 공격해오는 개경 중앙군을 향해 검을 드는 자는 전쟁이 끝난 후에 가족들과 함께 반역자로 목이 베일 것이다. 또한 식솔들 중 아녀자들은 관비로 팔려갈 것이다. 지금이 반역자의 오명을 벗을 때다.”
조원정이 무장들을 위협했다.
“하오나,,,,,,,,.”
“내 말을 이해 못하는 건가?”
조원정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오나 저희가 투항을 하게 되면,,,,,,,,.”
“혹여 반란군 중앙에서 도리어 공격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것이냐?”
“그렇사옵니다.”
“조위총은 그럴 여력이 없다. 도망치기 바쁘니 말이다. 결정해라! 나를 베고 죽이고 반역자로 식솔들과 죽임을 당할 것이냐? 아니면 투항해 고려의 무장이 되어 오명을 벗을 것이냐?”
“장, 장군!”
“어서 결정을 해!”
“소장은 장군의 뜻을 따를 것이옵니다.”
“저 역시 그렇사옵니다.”
일제히 병사들을 지휘하는 무장들의 조원정을 따르겠다고 소리쳤다.
“그럼 바로 병사들이 동요하지 않게 다독여라!”
“예. 장군!”
“일체의 공격은 없다.”
“알겠사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위위경 이의방의 지휘를 받은 응양군이 일제히 방어선을 돌파했다. 물론 저항 따위는 없었다.
“투항합니다.”
병사들이 살기 위해 겁먹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살려 주십시오.”
그 모습을 본 위위경 이의방이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드디어 때가 되었어!”
“위위경!”
대장군 한섬이 위위경에게 달려왔다.
“무슨 일이신가?”
“대부분의 병사들이 투항을 했사옵니다.”
“이미 계획된 일이다.”
“저기 도망친 조원정의 모습이 보입니다. 소장이 당장 가서 목을 베겠나이다.”
“이 전투의 1등 공신을 베어서야 되겠는가?”
“예?”
대장군 한 섬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위위경 이의방을 봤다.
“이 모든 것이 황자저하께서 준비하신 포석의 결과이네. 저기 조 장군이 오는군!”
위위경 이의방이 흐뭇하게 웃었다.
“위위경! 소장 조원정 위위경을 뵈옵니다.”
조원정은 서경 무장들과 함께 위위경 이의방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때 용호군 대장군 이고가 점령한 방어진에 도착했다.
“이대장군도 오셨소?”
위위경인 이의방이 이고를 반기는 듯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투에는 예전과 다른 무엇인가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다. 자신의 벗인 이고가 이제는 자신의 딸인 이연을 지지하지 않고 공주인 영화공주를 지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늦었습니다.”
“그대가 배려를 해줘서 공을 내게 세웠소. 고맙소.”
“적장을 벤 공은 제가 세우겠습니다.”
순간 이고가 빠르게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뽑아 조원정의 목을 베었다.수윙!
“크악!”
조원정은 갑작스러운 이고의 공격에 속절없이 검을 맞고 쓰러지며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이고를 봤다.
“어, 어찌 나를,,,,,,,,.”
쿵!그렇게 배신자의 삶만 살던 조원정이 허망하게 죽었다.조원정!그의 인생은 파란만장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옥공의 자식으로 장군까지 되었다가 이리 허망한 최후를 맞이했으니 말이다. 역사에서는 조원정은 옥공의 아들로 그 모친과 조모는 모두 관기였다.
한마디로 그는 천출이었다. 그렇기에 애초 7품 관직이상 오르지 못하게 되어 있었으나 정중부의 난 때 이의방을 도운 공로로 낭장과 장군까지 역임할 수 있었다. 이것이 역사의 기록이다. 하지만 회생이 역사를 바꾼 후에 이렇게 허망하게 죽게 된 거다.
원 역사대로라면 조위총은 명종 때 공부상서가 되었다가 추밀원부사로 옮겼다. 또 태자궁의 견룡지유 자리가 비자 조원정이 그 자리에 자기 아들을 넣으려고 청을 올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받아드리지 않았다. 원래 조원정은 성품이 탐욕스럽고 포악한 인물이었다.
장작주부인 이장동에게 말먹이용 꼴을 요구할 정도로 탐욕한 인물이었다. 그가 그렇게 죽었다.
어쩌면 바뀐 역사의 희생물이 조원정일 거다.
“왜 이러는 것인가? 투항한 적장을 베는 것은 무장의 도리가 아니다.”
“투항한 적장이 아니지 않사옵니까? 황자저하를 배신하려는 자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발각되어 황자저하께 머리를 조아린 자입니다. 이런 자는 또 배신을 할 수 있습니다. 위위경!”
이것만 봐도 이고는 이제 위위경 이의방의 벗일 수가 없었다.
“그대가 이렇게 한 것은,,,,,,,,.”
위위경 이의방이 이고를 노려봤고 그 순간 서경 무장들은 기겁한 표정으로 떨고 있었다.
“너희들은 베지 않을 것이다.”
이고는 위위경 이의방의 말을 무시하며 서경 무장들에게 말하고 다시 위위경 이의방을 봤다.
“이제 가는 길이 다르지 않습니까?”
첫 반목이다. 회생에 의해 피워진 도깨비불 사건 때부터 쌓이던 앙금이 이제야 표면화되는 것인지도 몰랐다.
또한 이 반목은 어쩌면 회생이 꾸민 반목일 거다. 신하들이 하나가 되면 황권에 도전한다는 것이 회생의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서로 경쟁하고 견제하고 권력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이 회생의 생각이었다. 그런 자들을 잘 이용하는 것이 황제의 역할이라고 생각을 하는 회생이었다.
“정말 벗인 나와 뜻을 달리 하겠다는 건가?”
위위경 이의방이 이고를 노려봤다.
“뜻이 다르다? 그대가 품은 뜻이 무엇이오?”
이고가 위위경을 질타하는 눈빛으로 노려보며 되물었다.
“나의 뜻은,,,,,,,,.”
“겨우 황자저하의 비중 한분인 이연 마마를 황태자비로 만드는 것이 내 벗의 뜻이요?”
이것은 조롱이다.
“뭐, 뭐라?”
“황자저하의 대망을 잊지 마시오.”
이고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고 그 순간 이고는 차갑게 웃었다. 하지만 이고의 등을 보고 있는 위위경 이의방은 웃을 수가 없었다.
“나는 어찌 되었던 영화공주마마께서 진정한 황태자비라고 생각을 하네. 그게 그대와 뜻이 다른 것이라면 어쩔 수가 없지.”
서경 반란군이 철수 준비를 끝낸 반란군 본진 근방.검은 옷을 입고 검을 든 100여명의 무사들이 반란군 본진을 노려보고 있었다.무장 조의!고구려가 수와 당의 공격을 위력을 보인 그들이 다시 무제의 지휘를 받으면 조위대두형인 연후의 명을 수행하기 위해 이곳까지 잠입해 있었다.
“저기 조위총이 보입니다.”
조의 하나가 무제에게 보고했다.
“우리의 목표는 저놈이다.”
“예. 알고 있사옵니다.”
“이 과업에서 살아남는 자 구국의 영웅이 될 것이다.”
“예. 알겠사옵니다.”
조의들이 나직이 대답을 했고 무제는 황급하게 퇴각을 준비하고 있는 조위총을 노려봤다.
“네놈을 죽여서 위태로운 고려를 구할 것이다.”
무제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그때 조위총을 향해 연락 무장이 달려오는 모습이 무제의 눈에 보였다.
“황제폐하! 황제폐하! 낭보이옵니다.”
연락 무장은 바로 조위총의 앞에 무릎을 꿇고 소리쳤다.
“낭보? 임충이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냐?”
“대승이옵니다. 첫 대승이옵니다. 북쪽 평지를 막고 있던 경대승의 군사들이 괴멸되어 퇴각하였사옵니다.”
연락 무장의 보고에 조위총의 표정이 밝아졌다.
“천지신명께서 서경을 버리지 않으셨구나! 되었다. 가자! 된 것이다. 내 서경 성으로 가서 후일을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요동군을 이끌고 다시 개경을 공격할 것이다.”
조위총은 은밀히 숨어 무제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줄도 모르고 너무나 기뻐 크게 외쳤다. 그때 조원정이 지키고 있던 곳에서 만신창이가 된 병사 하나가 급히 달려왔다.
“왜 그러는 것이냐?”
조위총이 만신창이가 된 병사를 보며 물었다.
“황, 황제폐하! 배신이옵니다. 배신!”
“배신?”
“그렇사옵니다. 조원정이 서경을 배신하였사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자세하게 설명을 해라!”
“방어진을 구축했던 조원정이 싸우지도 않고 바로 개경 군사에게 투항을 했습니다.”
“뭐라?”
조위총은 순간 현기증이 났다. 조위총이 구축한 방어진에서 이곳까지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이런 젠장! 찢어죽일 놈! 내 반드시 놈을 찢어죽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조원정은 이미 산자가 아니었다.============================ 작품 후기 ============================저라도 열심히 써야겠죠. 제 구작 악마적 군주를 연재합니다.
어떤 작품이든 빠르게 연재할 자신은 없습니다. ㅠㅠ하지만 끝까지 연재는 하겠습니다.
그리고 연재만 하면 4점 대 평점을 주시는 분이 있네요. 아마 그 아래로 주셨을 겁니다. 참 아이러니 한 것은 연재를 안 하면 5점이네요. ^^& 평점 테러는 신경을 안 쓰지만 사실 신경이 쓰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