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9권 - 황후적화(皇后赤化)! -- >4. 회생의 마음이 움직이다?회생의 군막.난 이 새벽에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갑작스럽지만 원래 계획한대로 내 제장들을 불러 모았다.
“무슨 일이시옵니까? 황자저하!”
위위경 이의방이 놀란 눈빛으로 내게 묻는 것을 봐서 무장이 내가 지시한대로 하지 말아야 할 말은 안한 모양이다.
“진격을 할 것입니다.”
“이 밤에 말이옵니까?”
지금까지는 포위였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진격인 거다. 대 스승인 연후와 같이 가려고 했다. 그리고 같이 가는 척을 할 것이다.
5천의 조의들을 얻기 위해서 말이다.그러니 총공격을 해야 한다. 하지만 난 뜻을 굽힐 생각이 없다.
적을 모아서 압수까지 갈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1차 방어진을 구축하고 추의를 볼 것이다.
“그렇습니다. 진격입니다.”
“하오나 밤이옵니다. 피아를 구분할 수 없습니다. 황자저하!”
이고 외숙이 내게 말했다.
“큰 전투는 없을 것입니다.”
“없다니요?”
“없을 것입니다. 후방 방어진을 구축하고 있는 조원정은 이미 서경으로 갈 때부터 내게 투항 의사를 보였습니다.”
내 말에 모두 다 놀로 날 봤다.
“하오시면?”
위위경 이의방이 날 봤다.
“북진의 시작입니다. 준비를 하세요. 조원정이 바로 투항을 할 것입니다. 토끼를 몰듯 압수까지 몰아붙이는 겁니다.”
내 말에 모인 제장들이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예. 알겠사옵니다. 황자저하!”
“박위!”
“예. 황자저하!”
“봉화를 올려라! 신수군에게 알릴 것이다. 때가 되었다. 피해를 최소화 하라고 전해라! 토끼몰이다.”
“예. 황자저하!”
박위가 내게 군례를 올리고 달려 나갔다.
“바로 공격입니다. 위위경!”
“예. 황자저하!”
둥둥! 둥둥! 둥둥!깊은 새벽!모두를 깨우는 요란한 북소리가 울렸고 의종황제의 군막에서 곡차를 마시던 연후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황자저하께서 고집대로 하실 모양이십니다.”
“뜻을 세우면 굽힘이 없는 황자입니다.”
의종황제의 말에 연후도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 굽히지 않는다면 굽히게 해 드려야지요.”
연후의 말에 의종이 연후를 빤히 봤다.
“방법이 있습니까?”
“안배를 해 놨습니다.”
“안배요?”
“예. 급하신 황자저하를 멈추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안배를 해놨습니다. 우선은 황자저하를 멈추게 하고 서경에서 다시 시작하게 하시는 겁니다.”
“서경에서요?”
“예. 서경입니다. 거기까지는 참으로 잘 꾸며놓으신 황자저하이십니다.”
“대 스승의 안배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날이 밝으면 아실 것이옵니다.”
“봉화가 올랐사옵니다.”
자비령 북쪽 평지를 틀어막고 있는 신수군에서도 산봉우리에 피어오르는 봉화를 보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봉화?”
“그렇사옵니다. 경장군!”
“몇 개의 봉화더냐?”
“일곱 개이옵니다.”
무장의 보고에 경대승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때가 되었군! 신수군 1진은 자비령 평지 방어전투를 준비하고 2진과 3진은 퇴각 준비를 하라!”
경대승은 모인 무장들이 생각하지도 못한 명령을 내렸고 그 명령에 이해가 되지 않는 무장들이 경대승을 봤다.
“공격과 퇴각을 같이 하다니요?”
“이 모든 것이 황자저하의 뜻이요.”
“무슨 말씀이시오리까?”
“황자저하께서 7개의 봉화가 피어오르면 거짓 패퇴를 하라고 은밀히 내게 지시했소.”
설명을 해도 이해 할 수 없는 말일 것이다.
“하오나 오늘까지 이곳을 틀어막았사옵니다.”
“그렇소. 그 역시 황자저하의 계략이시오. 아마 저 봉화는 서경에서도 보일 것이요.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일어나고 끝이 날 것이요. 1진은 공격 준비를 하시오. 허나 승리가 아닌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투가 되어야 할 것이요.”
경대승이 1진을 지휘하는 중랑장을 봤다.
“예. 알겠사옵니다.”
“2진과 3진은 바로 행군 준비를 하시오.”
“어디로 이동을 하옵니까?”
제장들이 한 없이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경대승을 봤다.
“북변 갑산이요.”
점점 더 이해하지 못하는 말만 하고 있는 경대승이었다.
“그, 그곳은 황자저하의 식읍이 있는 곳이 아니옵니까?”
“요동의 개들이 오판을 하지 못하도록 만일을 대비하는 것이 신수군의 또 다른 소임이요. 아시겠소?”
“예. 경장군!”
“어서 준비를 하시오.”
“예. 알겠사옵니다.”
일제히 무장들이 일어났다.회생의 군막.모든 무장들이 새벽 전투를 위해 밖으로 나갔고 난 혼자 차분히 앉아 백화가 내게 던진 도발 아닌 도발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아나스타샤를 정도전에게 줄까?’계집을 주고 신하를 얻는다면 그보다 더 득이 되는 것은 없을 거다. 하나 아나스탸샤의 뒤에는 신라방 총방주가 있다.
그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내 계집이 되어야 할 존재이거늘,,,,,,,,.'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품어야 할 계집이 확실하니 말이다. 하지만 정도전도 내게는 참으로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가 그 어린 마음(?)과 몸으로 귀녀라 불리는 아나스타샤를 품고 있으니 내가 품는다면 앙심이 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화가 얻고 싶은 것은 정도전이겠지. 내가 얻고 싶은 것도 정도전이고.’결심을 해야 하는 순간이다. ‘신라방 총방주는 어찌 생각을 할까?’내가 만약 그의 딸이기도 한 아나스타샤를 품지 않고 정도전에게 준다면 그 역시 내게 앙심을 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만약 정도전에게 내것을 하나 내어준다면 정도전은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는 안 되지. 꺾어놔야 할 때는 꺾어놔야 한다.’내 생각은 두 사람에 해당되는 거였다.
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이 순간 난 정도전 때문에 또한 백화 때문에 이 새벽이 가기 전에 귀녀인 아나스타샤를 품을 생각을 했다.
살과 살을 맞대는 세 번째 여자가 될 아나스타샤였다.
“정도전이옵니다.”
그때 내 군막 밖에서 정도전이 내게 왔다는 것을 고했다.
“들어오라.”
아마 내가 지시한 것에 대해 보고를 하기 위함일 거다.정도전은 조심히 내게로 들어왔다. 저리 작은 정도전이 저 작은 몸으로 연정을 품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숙부에게 준 것이 없어. 하지만 절대 줘서는 안 되는 것이 있지.’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되었나?”
“지시하신대로 일을 처리 했사옵니다.”
“의심이 없던가?”
내 물음에 정도전이 날 잠시 봤다.
“어디 의심이 없겠사옵니까?”
“의심이 있다면 아니 되는 일이다.”
“그렇사옵니다. 하오나 의심이 들어도 의심할 수 없게 준비했사옵니다.”
“무슨 말인가?”
“차후에 아뢰겠사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차기 계획을 수행하는 일이옵니다.”
이 순간 정도전은 내게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기 계획?”
“그렇사옵니다. 서경 입성 후의 일이옵니다.”
나 역시 서경 입성 후가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도전이 어떻게 내게 말할지 궁금했다.
“내 계획과 그대의 계획이 같은지 어디 한 번 말해 보라.”
“예. 황자저하! 우선은 서경 입성 후에 국본이 되셔야 하옵니다.”
국본!정도전은 나를 태자로 만들 생각인 거다. 물론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 되어 준다면 내 등에 날개를 다는 형국이지.”
“그렇사옵니다.”
“준비를 하라.”
“예. 소신이 다 알아서 준비를 하겠사옵니다. 서경 입성 후에 국본이 되실 것이옵니다.”
정도전은 내게 다짐을 하듯 말했다.‘뭔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난 정도전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신의 일생은 황자저하의 대망을 위해 헌신할 것이옵니다.”
예전과 다른 비장함까지 느껴지는 순간이다.‘무슨 일일까?’난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 비장함에서 나를 위함이 느껴졌고 더 이상 그 어떤 고민도 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도전!”
“예. 황자저하!”
“귀녀를 어찌 생각을 하나?”
내 물음에 처음으로 정도전이 부르르 온몸을 떨었다. 마치 큰 죄가 발각되어 놀라는 것처럼 보였다.‘역시 마음에 있군.’난 찬찬히 정도전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저런 마음이 더 깊어지기 전에 오늘 아나스타샤를 품어야 한다.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신라방과의 유대를 말하는 거야!”
내 말에 정도전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이 순간 정도전의 마음에는 두 개의 생각이 공존할 거다.나에 대한 앙심이거나 아니면 지금까지 가지지 말아야 했던 마음에 대한 포기일 거다.
“더욱 돈독하게 하시는 길은 귀녀인 아나스타샤를 황자저하의 첩으로 두시는 것이옵니다.”
“첩으로?”
“그렇사옵니다. 귀녀라 불리는 존재이니 첩이어야 할 것이옵니다.”
아마 신라방 총방주도 딱 그 정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게 귀녀를 보냈을 것이다.
“그래야 신라방과의 우대를 더욱 돈독하게 할 수 있겠지?”
“그렇사옵니다. 황자저하!”
“박위 있는가?”
“예. 황자저하!”
박위는 내 지시를 받아 봉화를 피우라고 무장에게 지시를 하고나서 다시 내 군막을 지키기 위해 와 있었다.예전에는 이런 일을 왕준명이 했으나 이제는 박위가 하고 있었다.
“너는 귀녀를 데리고 와라.”
내 말에 정도전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앙심을 품는 건가?’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 알겠사옵니다. 황자저하!”
박위가 나가고 난 정도전을 봤다.
“그대에게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부탁하고 또 그대는 차질 없이 일을 처리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하라!”
난 이 순간 정도전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 그리고 정도전도 내 말의 뜻을 알 것이다.
“황자저하!”
“말하시게. 숙부!”
난 다시 정도전을 숙부라 불렀다. 이제부터 할 이야기가 중요하다.
“저를 어찌 시험하시는 것이옵니까?”
역시 하늘이 내린 머리가 분명했다. ‘내가 또 이간책을 쓰는구나!’난 그런 생각을 하며 백화가 내게 보낸 서찰을 정도전에게 내밀었다. 이제는 백화는 내 여인이 아니라 내 정적이 되어 있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읽어보시오. 숙부!”
“예. 황자저하!”
내 이런 행동은 어쩌면 이미 내 마음이 정해졌기 때문일 거다. 내게 서찰을 조심히 받아든 정도전은 서찰을 읽어 내리다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날 봤다.
“소신이 죽어 마땅한 죄를 저질렀사옵니다.”
“내게 청이 있다면 하시오.”
난 만약 정도전이 목숨을 걸고 귀녀인 아나스타샤를 달라고 한다면 줄 생각도 하고 있었다.
“가진들 무엇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감히 어찌 가지겠사옵니까?”
포기다.앙금이 아닌 포기를 하고 있는 정도전이다.하지만 내가 노리는 것은 정도전이 내 의지대로 영화공주에게 힘을 실어주는 거다.사랑은 움직이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 권력은 만들어주는 것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렇소?”
“예. 황자저하! 소신이 배덕했나이다.”
“성장하고 계신 것이지요.”
“성장이라 하셨습니까?”
정도전이 놀라 날 봤다.
“키가 조금 크신 것 같소. 숙부!”
“예. 황자저하!”
“세상은 넓고 정복할 땅은 많소. 또한 그 땅에서 차지할 계집은 참으로 많소.”
내 말에 정도전이 지그시 입술을 다시 깨물었다.
“그 땅에서 자란 계집 중에 원하는 계집이 있다면 드리지요. 허나 귀녀는 아니 됩니다. 아시지요. 그 서찰 때문에 더 안 되는 겁니다.”
“알고 있사옵니다. 황자저하!”
“다른 계집은 다 드릴 겁니다. 제가 이리 말씀을 드리는 뜻을 아시지요.”
“예. 알고 있사옵니다. 황자저하! 이제 주군으로 돌아가십시오.”
“그러지. 내가 차지할 중원의 모든 계집은 그대의 것이다. 앞으로 얻어지는 모든 계집은 너의 것이다.”
“황공하옵니다.”
“더 성장을 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네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이룰 것이다.”
“황자저하!”
“말해라!”
“그럼 어찌 이 서찰을 소신에게 보이시는 것이옵니까?”
“내 마음에 누가 있는지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시다면 팽하시는 것이옵니까?”
백화를 팽시킬 것이냐고 묻는 정도전이다.
“아니!”
“하오시면?”
“알지 않는가?”
내 말에 정도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균형을 원하시는 것 알겠사옵니다. 그리하겠나이다.”
“내 뜻을 알았다면 나가 보라.”
“예. 황자저하!”
정도전이 조심히 일어나 군막 밖으로 나갔다.정도전이 군막으로 나왔을 때 귀녀는 박위의 호위를 받으며 회생의 군막으로 걸어오고 있었고 정도전은 멀리 다가오는 아나스타샤를 보며 살짝 입가에 미소가 머금었다.
‘황자저하의 사랑은 변하실지 모르나 제 연정은 변하지 않사옵니다.’정도전은 그런 생각을 하며 다가오는 아나스타샤에게 걸어갔다.
“박위!”
“예. 책사님!”
박위가 정중히 정도전에게 군례를 올리며 머리를 조아렸다.
“잠시 자리를 피해주겠나?”
“예?”
“내 따로 황자저하께서 지시한 것을 귀녀에게 말해줄 것이 있네.”
“예. 알겠사옵니다. 책사님!”
박위가 조심히 뒤로 물러났다.
“너? 너는! 정도전? 어떻게 네가 여기에 있지?”
아나스타샤가 정도전을 보며 놀라면서도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는 책사지.”
“책사? 네가?”
“그래. 책사!”
예전과 다른 목소리인 정도전을 보고 아나스타샤가 잠시 정도전을 봤다.
“왜 그래? 목소리가?”
“내 말 잘 들어.”
순간 무서운 표정으로 변하는 정도전이었다.
“무슨 말!”
“아들을 낳아라! 그럼 누구도 너를 귀녀라 부르지 못하게 만들어줄 테니.”
“뭐?”
“꼭 황자저하의 아들을 낳아!”
정도전은 그렇게 말하고 이제 더 이상은 연정이 없다는 표정으로 살짝 아나스타샤의 옷깃을 스치며 지나갔다. 그저 아나스타샤는 멀어지는 정도전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정도전은 그리 걸으며 단 한 여자를 떠올리고 있었다.‘실수하셨소. 어찌 그리 황자저하를 모른단 말이요. 형수!’정도전은 백화의 얼굴을 떠올렸다.
============================ 작품 후기 ============================많이 늦었습니다.쉽게 써지지 않네요. 간웅 만큼은 천천히 쓰겠습니다.
기다려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제 신작 진짜 사나이도 관심 있게 봐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