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04화 (404/620)

< -- 간웅 19권 - 황후적화(皇后赤化)! -- >서경 반란군 조위총의 군막.

“뭐라? 이번에는 쌀섬이 날아왔다고?”

조위총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렇사옵니다. 수백 섬의 쌀섬들이 석포에 날려 이곳으로 떨어졌사옵니다. 이것이옵니다.”

하급 무장 하나가 군막 안으로 들고 온 쌀섬을 가리켰다.초근목피도 없어 인육을 몰래 먹으며 버틴 병사들에게 하늘에서 날아온 쌀섬들은 놀라움을 벗어나 공포심까지 밀려왔다.

처음에는 개경 중앙군의 심리전이라고 생각을 했다. 또한 쌀섬에 독을 발랐다고 생각했다. 허나 굶주린 자들은 그런 것까지 오래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너나할 것 없이 하늘에서 비처럼 내린 쌀섬으로 밥을 해먹고 배들 두드렸다.

물론 오래 굶었기에 창자가 꼬여 죽는 이들도 있었다. 허나 가뭄의 단비처럼 굶주림을 해소시키고 있는 것이 회생이 날린 쌀섬이었다.

“회생! 이놈! 회생 이놈! 도저히 나는 도저히 그놈이 이해가 안 된다. 도저히! 회생 이놈!”

조위총이 미친 듯 발광했다.

“고정하시옵소서! 황제폐하!”

임충이 조위총을 보며 말했다.

“내가 고정하게 되었느냐? 회생이 던진 이 쌀섬을 받아먹은 놈들은 회생을 마음으로 따를 것이다. 투항을 하는 놈들이 늘어날 것이고 또 내가 반기를 드는 놈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회생은 그것을 노린 것이다. 암 그럴 것이다. 그것이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자비 령을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서경으로 후퇴를 해야 한다. 방법을 찾아라!”

조위총은 정말 실성한 것 같았다.

“쌀섬은 어찌 되었느냐?”

“병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들어 생으로 먹고 밥을 지어 먹고 있습니다. 그것까지 통제를 한다면 폭동이 일어날 것 같사옵니다.”

“독이 들면 어찌하려고?”

조위총이 다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독은 없는 듯 하옵니다.”

“뭐라? 독이 없다?”

“그렇사옵니다.”

“망할 놈의 회생 놈! 이 망할 놈!”

“고정하시옵소서! 어찌 보면 잘 된 일이옵니다.”

“뭐가 잘된 일이라는 것이냐? 임충!”

“병사들이 먹었으니 힘이 생길 것입니다. 배를 치웠으니 살고자 하는 욕망이 더 강해질 것입니다.”

임충의 말에 조위총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렇지. 그런 것이지. 임충!”

순간 조위총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예. 황제폐하!”

“결사대를 조직해라! 북쪽 협지를 뚫고 나갈 결사대를 조직해라! 총공격을 할 것이다. 결사대의 뒤를 따라 총공격을 해서 서경으로 퇴각할 것이다. 서경에만 도착할 수 있다면 이 망할 놈의 혹한도 내 편이 되는 것이고 압수 넘어야 있는 대군을 이끌고 올 수 있다. 반격을 할 수 있다. 반격을!”

9일 만에 조위총은 총공격을 결심했다. 더 빨리 총공격을 결심해야 했다.

물론 조위총의 서경 반란군이 멍하니 자비 령에 있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2일 동안은 거대한 화마와 싸워야 했다. 그리고 화마에 기겁한 병사들을 추스른 후에 또 한 번 봉쇄선을 뚫기 위해 공격을 했으나 좁은 협로라 그 협로를 에워 싼 신수군의 포위망을 뚫지 못했다.

죽기로 각오하고 경대승이 북쪽 협로를 막고 있으니 좀처럼 뚫지 못하는 서경 반란군이었다.그렇게 9일을 허비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는 허비할 시간이 없는 서경 반란군이었다. 혹한이 몰아치고 있었고 식량은 이미 바닥이 났다.

처음 20필의 군마를 잡아 식량을 대신했으나 점점 더 그 수는 늘어만 갔다. 또한 병사들이 몰래 도살하는 군마의 수도 상당했기에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서경 반란군이었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딱 서경 반란군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물론 더 빨리 서경 반란군들이 총공격을 감행했다고 해서 뚤릴 포위망은 분명 아니었다. 참고 참았기에 그래도 3만 5천 이상의 군사를 유지하고 있었던 거였다.

보통 이렇게 포위가 되면 포위가 된 지휘부에서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뿐이었다. 군마를 모두 잡아 먹고 배를 불린 후에 죽기를 각오하고 포위망을 뚫기 위해 공격하는 것뿐이었다.

시쳇말로 닥치고 공격인 거다. 그게 아니라면 포위된 상태에서 내분이 일어나 지휘부 무장들을 모두 병사들이 죽이고 항복을 하는 거였다.

그 둘 모두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이렇게 마지막 총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거였다.

“예. 알겠사옵니다.”

“그 결사대의 선봉에 좌 장군인 그대가 지휘를 하라. 그대가 혼신을 다해준다면 이번 총퇴각 공격은 성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위총의 말에 임충은 잠시 조위총을 봤다.

“소장이 말이옵니까?”

“왜 싫은가?”

“아니옵니다. 결사대를 조직하여 길을 뚫겠나이다.”

“회생 이놈! 내 후회하게 만들 것이다.”

“예. 황제폐하!”

“서경으로만 가면 된다. 압수에 5만 요동군이 있다. 내 그들을 이끌고 다시 개경을 박살내고 회생을 간을 뜯어 씹어 삼킬 것이다.”

바드득!조위총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어서 결사대를 조직해라. 이 밤 안에 결사대를 조직하고 퇴로를 확보하라.”

“예. 황제폐하!”

“물러가라! 어서 준비를 하라. 총공세를 펼칠 것이다.

그렇게 서경 반란군에게 결사대를 조직하라고 명을 내리고 임충에게 그 임무를 맡긴 조위총이었다. 물론 이것은 임충이 뛰어난 무장이라는 것이 이유 중에 하나였지만 병사들 앞에서 백서들을 가엽게 여기는 충언을 자신에게 해 자신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든 것에 대한 가소로운 보복이었다.

“황제께서 아니 서경 유수는 이미 이성을 잃으신 것 같사옵니다.”

서경 반란군 진영 으슥한 외각을 걷고 있는 임충과 무장 몇 중 하나가 임충을 보며 말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어찌 황제를 서경 유수라 부르는가? 불충이네.”

“정말 황제라 생각을 하십니까?”

무장이 임충을 보며 되물었다.

“유구무언이네.”

“임충 장군께서도 황제라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어쩔 수 없이 구심점이 있어야 하기에 두고 보는 것이 아니옵니까?”

“으음,,,,,,,.”

“참으로 못난 황제입니다. 아니 그렇소이까? 임충 장군을 결사대를 이끌라고 한 것은 보복이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누군가는 해야 하지. 총공격을 하신다고 하셨네. 포위망을 뚫고 서경으로 귀환을 할 수 있다면 황제의 말처럼 반격을 할 수도 있어.”

“퇴로를 확보해서 서경으로 퇴각을 하면요?”

“그때는 반격을 해야지.”

“오랑캐를 이끌고요? 아니 되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가 왜 거병을 했습니까? 고려를 위해서 그런 것입니다. 그런데 오랑캐라니요.”

“그럼 어찌 하자는 건가?”

“4만을 살리실 방법을 찾으십시오.”

“지금 내게 또 한 번 반역을 하라는 말인가?”

“모두가 살길이 그것입니다.”

“아니야! 아니야! 지금은 아니야! 우리가 투항을 한다고 해서 서경 백성들을 살려줄 개경 것들이 아니네. 아니지. 암 아니고말고.”

“진정 결사대를 지휘하실 참이십니까?”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들 수밖에. 가야지. 우선은 퇴로를 확보해야지. 그건 그렇고 북쪽 협지의 상태는 어떤가?”

“봉쇄선이 느슨해진 것은 확실합니다.”

“그렇겠지.”

“뭐 지금이 퇴로를 뚫을 기회이기는 합니다.”

“5천의 결사대를 준비하시게. 나머지들은 황제폐하와 함께 퇴로가 확보되면 바로 밀려내려 오면 되는 것이야.”

“방법이 있으십니까?”

“위에서 아래로 달려 나가는데 무슨 방법이 있겠나? 우선 병사를 잘 먹이고,,,,,,,.”

“먹을 것이 있어야,,,,,,,.”

“고맙게 쌀섬을 던져주지 않았나?”

“그게 이상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고도의 심리전이지. 황자가 되신 분은 참으로 대단한 분이야!”

임충은 회생을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가여운 병사들이 차마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는 것을 이제는 못 본 체 하지 않아도 되니 말입니다.”

무장 하나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더는 말하지 말게.”

“예. 좌 장군.”

“굴릴 통나무를 준비하시고 송진을 모으시게.”

“송진 말이옵니까?”

“굴릴 수 있는 것은 모두 굴려야지. 우리가 불을 보고 기겁을 했듯 놈들도 굴러 내려오는 불덩이를 보고 기겁을 하게 될 것이네. 불덩이 앞에 당당히 막고 설 수 있는 사람이 있겠나? 그 틈을 노려서 내 결사대를 이끌고 퇴로를 확보하지. 시간과의 싸움이네. 퇴로가 확보가 되면 총공격을 하듯 밀려 내려와야 할 것이네.”

“예. 좌 장군!”

“어서 움직이시게. 어서!”

“예.”

그렇게 무장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임충은 물끄러미 하늘에 뜬 달을 봤다.

“참으로 모를 분이로세! 무엇을 생각하기에 적인 우리에게 이러는 것인지!”

임충은 달을 보며 회생을 떠올렸다.도저히 자신의 머리로는 이해가 된지 않는 회생의 행보였다. 3. 정도전! 황제와 연후에게 차를 바치다.정도전의 군막.

“황자저하께서 그리 명하셨다고?”

“그렇사옵니다.”

“다른 말씀은 없으셨고?”

“그렇사옵니다. 아실 것이라 하셨습니다.”

별초의 대답에 정도전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황자저하께 명 받잡는다고 말씀 올려라.”

“예. 도련님!”

별초는 회생을 주군으로 부르듯 정도전을 도련님이라고 불렀다. 별초가 은밀하게 밖으로 나갔고 정도전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통제할 수 없는 거인은 받아드릴 수 없다는 건가? 황자저하 답군!’정도전은 그리 생각을 하며 눈을 떴다. 그 순간 그의 눈앞에는 처음 자신을 밝히고 형님이 되는 의종 앞에 섰을 때가 환상처럼 보여 졌다.

“내 훗날 기회가 된다면,,,,,,,.”

의종황제가 그날 정도전에게 말했던 것처럼 환상처럼 정도전의 눈앞에 나타나 그날을 정도전에게 곱씹어주고 있었다.

“아니 하셔도 되옵니다. 저는 그저 이제 정도전으로 살겠사옵니다.”

정도전도 그날의 자신처럼 자신의 복권을 다시 한 번 거부했다.

“그래. 알았다. 그래 다 잊고 정도전으로 살아 보거라.”

“예. 황제폐하!”

“이 형이 참으로 과거에는 못난 형이었다.”

“듣기 황망하옵니다.”

“나가 보거라.”

“예. 황제폐하!”

“도전아!”

“예. 황제폐하!”

순간 정도전의 눈앞에 펼쳐진 환상들이 모두 사라졌고 그 사라진 환상들을 되뇌면 정도전은 그날의 의종황제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만약 회생이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면 네가 네 이마의 악인의 불도장을 찍고 나서야 할 것이다. 그때가 온 듯 하옵니다. 예. 제가 찍지요. 제 이마에 불충의 불도장을 찍을 것이옵니다.”

정도전은 그리 중얼거리며 작은 보합에서 은밀히 가지고 온 찻잎 통을 꺼냈다. 그리고 다시 물끄러미 봤다.

“제가 할 것입니다. 그래도 형님께서는 아셔야지요. 원하시는 것이니 말입니다.”

정도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열려 있는 작은 보합을 봤다. 그 보합 안에는 정도전이 꺼낸 찻잎 통이 하나 더 들어 있었다. 그리고 조심히 꺼낸 찻잎 통을 다시 보합에 넣고 밖으로 천천히 나왔다.

“어디로 행차를 하시옵니까?”

“황제폐하를 뵈올 것이다.”

“예. 책사님!”

“차를 바칠 것이니 뜨거운 물을 준비한 시비 하나를 보내라.”

“예. 그리 하겠습니다.”

그렇게 정도전은 바로 의종황제의 군막으로 향했고 군막을 지키는 무장들을 봤다.

“무장 모두를 잠시 물리라.”

“예. 책사님!”

“조금 있으면 시비가 올 것이다. 시비에게 뜨거운 찻물을 받아 네가 가지고 오라.”

“그리 하겠습니다.”

의종황제의 군막을 지키는 무장들은 회생의 최측근이다. 의종황제의 군막.의종황제는 차분히 자리에 앉아 정도전이 군례를 올리는 모습을 찬찬히 봤다.

“어인 일이신가?”

의종황제는 정도전의 모습을 보고 의구심을 가졌지만 그것도 잠시 반갑게 정도전을 맞이 했다.

“좋은 찻잎을 구했기에 받치고자 왔나이다.”

“좋은 차?”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짐은 차를 그리 반기지 않는다. 알지 않는가?”

“송구하옵니다. 몰랐나이다.”

정도전이 머리를 조아렸다. 그 모습이 진중한 것을 보고 의종은 혹시 하는 생각에 눈썹이 살짝 떨렸다.

“그것인가?”

“송구하나이다.”

“그것이군. 곡주를 끊고 차를 즐길 때도 되었지. 하하하!”

의종황제는 정도전이 무엇을 준비했는지 알면서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웃기까지 했다.

“송구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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