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03화 (403/620)

< -- 간웅 19권 - 황후적화(皇后赤化)! -- >아직 내가 연후에게 조의를 얻지 못했으니 물러나야 했다. 나는 그 무엇보다 인재가 필요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인재들이 분명 조의 중에 많을 것이다. 그러니 물러나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결국 북진을 하실 참이시군요. 황자저하!”

“요동을 넘지는 않겠습니다. 그저 북변만 진정한 고려의 영토로 복속시키겠습니다.”

난 한 발 물러났다.

“금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외교적으로 타협을 보면 됩니다. 금은 지금 송과의 일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후방이라고 할 수 있는 요동이 안정되지 못하면 절대 송과의 일전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지요. 그러니 충분히 먼저 점령하고 외교적으로 담판을 한다면 북변일대는 차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말에 연후도 이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까지는 가능하겠습니다.”

마치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정의고 참된 진리처럼 말하는 연후였다. 200년을 살았으니 저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습니까?”

“그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잘 생각하셨습니다. 품으신 마음을 꺾기가 참으로 힘드실 것인데 이 스승의 간언을 따라주시는 것을 보니 성군의 자질이 충분하신 것 같사옵니다.”

연후는 지금 나를 스스로의 잣대로 판단하고 있었다. 이래서 내가 연후를 품지 않으려는 거였다. 매번 이렇게 내 의지를 꺾고 내 생각을 조율하려고 할 테니 말이다. 내 휘하에 있으면서 내가 감당하지 못하는 자의 능력은 힘이 되는 것이 아니라 걸림돌이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 감사합니다. 스승님!”

“하하하! 잘 생각하셨습니다. 황자저하!”

“이제 저들을 살릴 방법을 찾아야겠군요. 저는 쌀섬을 날릴 생각입니다.”

내 말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는 연후였다.

“그것도 방법 중 하나일 겁니다. 그리 되면 투항하는 병력들이 더 늘어날 것입니다.”

“예. 스승님! 저도 그리 생각을 합니다.”

“박위이옵니다.”

박위가 차를 가지고 온 모양이다.

“들어오라.”

박위가 조심히 차를 올린 쟁반을 들고 들어서서 조심히 내게 군례를 올리고 찻잔을 내게 내려놓으려 했다.

“스승님 먼저 드리라.”

“예. 황자저하!”

차를 받아든 연후가 찻잎을 불어내며 천천히 마셨다. ‘얻을 것은 얻어야겠지. 허나,,,,,,,.’난 이 순간에도 북진을 하겠다는 마음을 접지 않았다.

“박위!”

“예. 황자저하!”

“스승님께서 서경 반란군들을 가엽게 여기신다.”

“그렇사옵니까?”

“대장군 한 섬에게 전하라! 쌀섬을 석포로 날려주라고 전하라.”

“예?”

“그리 전하라!”

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예. 황자저하!”

박위가 군례를 올리고 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역정이 나시겠지만 제 뜻을 따라주시면 중원이 보이실 것입니다.”

“예. 스승님! 그리하겠습니다.”

“이 늙은이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예. 그리 하십시오.”

“쌀섬을 석포에 날리시면 투항하는 자들이 더 늘어날 것이고 진정한 미륵이 되실 것입니다.”

연후는 지금 나를 애 취급을 하고 있었다. 혼을 냈으니 이제는 달래려는 것이니 말이다.

“예. 그리 하겠습니다.”

“전 이만!”

연후가 마시던 찻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내게 예를 취하고 군막 밖으로 나갔고 난 한참이나 연후가 떠난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찻잔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봤다.천천히 화가 치밀었고 그 모습이 찻잔 속에서 일그러졌다.‘망할 늙은이! 너무 오래 살았어.’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뒤에 있나?”

“예. 주군!”

군막 뒤에 처진 천막 뒤에서 무장 둘이 나와 내게 무릎을 꿇었다.그들은 나를 주군이라 불렀다.별초들 중에서도 나를 제일 처음 모신 그 50인들에 속한 별초였다. 온전히 내 명만 따르는 존재였다.

“스승님께서는 차를 참으로 좋아하시는 것 같구나! 연세가 있으시니 차를 즐기시는구나!”

“예. 주군!”

“내 말을 은밀히 정도전에게 전하라.”

“명을 따르겠나이다.”

별초 둘이 사라졌고 난 사악한 미소를 머금었다.‘정도전이면 내 말뜻을 잘 알겠지.’나는 이 순간 200년을 살고 내 의지를 꺾을 연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연후가 가지고 있는 조의대두형이라는 명패가 필요했다.

그것이 있다면 5천의 조의를 내가 부릴 수 있으니 말이다. 사악해지고 또 사악해지는 순간이었다.

이 사악함의 끝에 내 발아래 머리를 조아린 중원이 있을 것이다.연후의 군막.

“어찌 되셨습니까?”

북천이 군막 안으로 들어서는 연후를 보며 물었다. 북천이 이리 묻는 것은 북천도 연후가 회생의 의지를 꺾기 갔다는 것을 안다는 거였다.

“차를 좀 내오시게 황자저하와 마신 차의 맛이 쓰더군.”

연후가 인상을 찡그렸다.

“황자저하께서 조의대두형의 말씀을 거부하신 것입니까?”

“아니. 따라주시기로 했네. 그러시려는 척을 하고 계시지.”

“예?”

북천이 되물었지만 연후는 그저 웃기만 했다. 많은 것을 담은 미소!마치 회생의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미소였다.

“척이라도 어딘가? 그렇게까지도 하시기 힘드시지. 4만은 살릴 수 있겠어.”

“잘 되신 것입니다. 4만을 굶겨 죽일 수는 없었는데 참 잘되신 겁니다.”

“그렇다고 봐야지.”

“총공격을 하는 것이옵니까?”

무제가 연후에게 물었다.

“총공격은 없을 것 같네.”

“예?”

“거짓으로 패하여 퇴로를 열어주시겠다고 말씀을 하셨네.”

“저는 이해가 안 됩니다.”

무제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렇지. 이해가 되지 않겠지. 허나 대단한 발상이기는 해. 서경 성이 곧 함락이 되겠군. 서경 성을 함락시키기 위해 9일을 막은 것이야! 한 치 앞도 못 보는 것이 인간인데 황자저하께서는 몇 보 앞을 아니 그 이상을 보고 계셨어. 하하하! 이 고려에 황자저하를 대신할 존재는 없는 것 같군.”

연후는 그리 말하며 회생이 했던 모든 말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착착 일이 진행이 된다면 중원을 차지할 수도 있는 계책이지. 허나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는 않는 것이지. 공명도 몇 번의 출사표를 던졌지만 끝내 중월을 차지하지 못했지. 중원은 사람이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허락하는 것이야!’연후의 말에 무제가 놀라 연후를 다시 봤다.

그리고 북천은 회생의 계략이 어떤 것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자비 령을 틀어막은 것은 서경 성을 함락시키기 위함이었군요.”

역시 책사는 다른 것이다.

“그렇지. 그런 분이 바로 황자저하시지. 미륵처럼 보이려고 노력하시는 것도 그리 보이시면 서경의 조위총은 더욱 야차가 되니 참으로 대단한 분이시네.”

“그럼 곧 전쟁은 끝이 나겠습니다.”

무제의 말에 인상을 찡그린 연후였고 북천은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연후의 눈빛을 보니 물어도 답을 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차가 식습니다.”

“차군! 이 차는 맛이 좀 부드러워야 할 것인데,,,,,,,,.”

연후는 그리 말하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황자께서는 독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 급하시군. 급해! 북벌은 절대 급해서는 아니 되는데 말이야! 너무 급하시다. 뭔가에 쫓기는 듯 급하셔.’연후는 그리 생각하며 무제를 봤다.

“이번 반란을 자네가 끝을 내줘야겠네.”

“예? 제가 말입니까?”

“대령후도 죽었고 조위총만 죽는다면 4만의 목숨을 살릴 수 있지.”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조의들은 어디까지 왔지? 3일이면 당도한다고 했는데 꽤나 늦어지는군.”

“이미 태군들은 도착해 있사옵니다.”

태군이라는 것은 조의들 중에서도 무예가 뛰어난 자들을 모아놓은 군대였다. 5천의 조의들 중 무예를 가진 자들만 뽑아놓은 것이 태군이었다.

“조의태군을 발동시키게. 급하신 황자저하를 천천히 가시게 만들어야겠어.”

이 순간 회생의 급한 행보를 늦출 생각을 하고 있는 연후였다. 물론 그것은 모두 회생을 위한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일 것이다.

“어찌 하면 되옵니까?”

“조위총을 베고 측근을 베면 가여운 서경 병사 4만이 살고 황자저하의 급한 발걸음을 멈출 있지.”

“척살 대를 출동시키라는 말씀이시옵니까?”

“그래야겠네. 너무 급하시네. 조급하시네. 앞만 보고 달리고 계신 것이야! 그래서는 크게 나가지 못하시지. 암 그렇고말고.”

자신의 생각에 회생을 맞추려고 하는 연후였다. 200년의 살았기에 자신의 생각이 진리라는 착각 아닌 착각을 하고 있는 연후이기도 했다.

“알겠사옵니다.”

무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떠나시게.”

“예. 조의대두형!”

그렇게 연후의 명을 받은 무제가 군막을 나섰고 그제야 북천인 어두운 표정으로 연후를 봤다.

“조의대두형께서 잘못 선택한 것이옵니까?”

“따지고 본다면 옳게 선택한 것은 아니지. 너무 영리하시고 또 너무 자신의 행동에 확신하고 계시네. 그런 분들은 자신의 확신이 깨지는 순간 한없이 무너지지. 황자저하의 부친처럼 말이야.”

“하오시면,,,,,,,.”

북천이 인상을 찡그렸다.

“대안이 없어. 그런데 정말 황자저하 말고는 이 고려에 대안이 없어.”

연후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럼 어찌 하옵니까?”

“내가 바로잡아 드리고 그대가 옳은 길로 가시게 해야지. 고구려가 끝내 망한 것은 권력자인 대막리지의 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또한 황제에게 모든 힘이 집중된다면 그 힘이 사라졌을 때 크게 흔들리게 되는 법이지. 그래서 고구려가 무너졌지.”

“그렇기도 하오나,,,,,,.”

“나는 그것을 너무나 많이 봐왔다. 그러니 모든 권력을 황제에게 가서는 아니 되는 것이지. 신하들이 황제를 보필하여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 황권을 무너트리는 것이 아니라 신권을 강화하여 황권을 보좌하는 것이다.

그것이 참된 정치로 향하는 길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충성스러운 신하들이 독단적인 황제의 눈치를 보게 된다면 그 나라는 멀지 않아 망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북천에게 말하는 연후였다. 허나 북천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하오나 신권이 득세를 하면 붕당을 만들고 나라의 힘이 분열되옵니다. 저는 그리 생각합니다. 황제가 되는 존재가 국정을 독단하는 것도 문제이기는 하나 황권이 무너지면 신권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난신적자들이 득세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하하! 북천 네가 또 나와 다르구나! 그런 것이지. 암! 같을 수 없지.”

“송구하옵니다.”

“아니다. 송구할 것이 없다. 다른 것이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황권이 강화된 나라면 크게 움직일 수 있지. 허나 권력을 쥔 자가 죽고 난 다음이 문제지. 그것이 신권이 강화된 나라와 다른 것이다.”

“예. 그렇사옵니다. 저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하하하! 너와 내게 다르구나!”

“그런 것 같사옵니다.”

“그럼 너는 황자저하께서 참 마음에 들겠구나!”

“충심으로 따를까 하옵니다. 황자저하께서 이루시고 제가 후대황제를 모시며 지키면 되옵니다.”

북천이 다짐을 하듯 말했다.

“그렇게 하라! 북천 그대는 그리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 나는 나대로 움직일 것이니.”

“송구하옵니다. 조의대두형!”

“이제 검은 옷을 벗으면 되겠군.”

“조, 조의대두형?”

“환속도 하고.”

“예?”

“중이 정치를 하면 요물이 되지. 그러니 환속을 해야지.”

“하오나,,,,,,,,.”

“모신다고 했으면 철저히 그를 위해 움직여야지. 아니 그런가?”

“그, 그렇사옵니다.”

“북천!”

순간 연후가 무겁게 북천을 불렀다.

“예. 조의대두형!”

“만약,,,,,,,,.”

“만약이라니요?”

“내가 만약 없다면 무제를 잘 어루만져주시게.”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이제 늙어 하루가 다르지. 너무 오래 살았어. 그래서 내일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고 그래서 대안이 없는 것이지. 이런 것이 하늘의 뜻이라는 것이지. 부탁하이!”

“예. 조의대두형!”

북천이 무겁게 대답을 했고 그런 북천을 보며 연후가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부처의 상이 딱 이럴 것이다.

허나 그의 마음속에는 번민이 가득하기만 했다.‘황자저하께서 나를 보시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어. 내가 해 드릴 수 있는 것이 잠시 멈추게 해 드리는 것뿐일지도 모르지. 대안이 없어. 황자저하 말고는 대안이 없어. 북천과 그 괴수 같은 놈을 믿을 수밖에.’연후는 그리 생각을 하며 차를 마셨다.

“이 차도 쓰군.”

============================ 작품 후기 ============================많은 지적과 댓글 부탁드립니다. 우선 회생의 매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 감사합니다.

조금 야비하고 사악한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했는데 부작용이 난 것 같습니다.하지만 인생은 굴곡이잖아요. ^^ 오름도 있고 내림도 있고 딱 지금 회생이 그렇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너무 승승장구를 하고 또 회생을 막아서는 사람이 없기에 에피소드처럼 넣었습니다.작은 에프소드에 큰 반전을 준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백화가 요즘 참 많이 욕을 먹네요. 권력지향적인 모습이 지고지순했던 모습이었던 것 때문에 더욱 그렇게 미움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것은 백화는 회생의 조강지처라는 겁니다.

황후가 되고자 하는 것은 백화의 욕망이고 회생을 돕는 것은 백화의 마음이지요. 백화는 회생을 위해 몇 번이고 목숨을 걸었습니다. 그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결국 완결이 날 때쯤 누가 진정한 황후가 될지는 결정이 되겠죠. 많은 지적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요즘 현대판타지를 하나 쓰고 싶은데 시간이 없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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