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9권 - 황후적화(皇后赤化)! -- >나는 조위총이 서경 성을 잃고서는 절대 포기하지 못하게 만들 계략을 꾸며놓은 상태다. 내 기억에 있는 미래의 일처럼 중국의 그 어떤 지도자가 대장정을 했듯 조위총에게 희망을 품고 나에 대한 복수를 품고 압수까지 향하게 만들어 놨다.
그것을 나는 따라가면 되는 거였다.
“다른 무엇인가가 더 있군요? 황자저하!”
또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감지한 연후였다. 이정도의 인물이니 내가 시기심에 생기고 품을 수 없다고 판단한 걸 거다.
연후가 나를 빤히 보고 있다.200년을 살았다는 도인 같은 그가 독심술이라도 쓰듯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혹여 모르지.’나는 문뜩 그가 어쩌면 독심술 같은 것을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 때는 속여서는 안 된다.
전부를 말해주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야 했다. 또한 마지막으로 연후가 어찌 나올지를 확인하고 싶었다.그가 끝내 내 의지와 계획을 자신의 생각대로 꺾으려 한다면 혹여 그리 한다면 정말 나는 연후를 내 마음에서 밀어낼 것이다.
“그들을 압수까지 몰 것입니다.”
“결국 황자저하께서는 4만을 다 죽이시겠다는 말씀이시군요.”
연후가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 나를 꾸짖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런 표정이 정말 싫다.
“끝까지 도망을 치는 자는 죽게 되겠지만 4만 전체는 아닙니다.”
“끝까지 몰아붙이실 참이시지 않습니까? 북벌을 위해. 그 야망이 있으시게 이러시는 것이지 않습니까?”
내 몇 마디의 말로 내 마음을 간파한다는 것은 그가 대단한 존재라는 증거일 거다.그때 다시 군막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정도전이군.’정도전은 내 군막으로 오다가 연후와 내가 언쟁이 높아지는 것을 듣고 발걸음을 돌리는 것 같았다. 이 상황을 들었으니 내 마음이 어떤지 정도전도 이제는 짐작할 것이다.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하는 겁니다. 스승님! 지금이 고토인 요동과 요서를 다시 회복할 절호의 기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고토회복 좋지요. 어떠한 희생이 있더라도 이루셔야 하는 것이지요. 허나 가여운 백성을 것도 몇 만이나 죽여 그것을 소라고 하신다면 황자저하께서는 이 고려의 황제가 되실 자질이 없습니다.”
연후는 끝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서고 말았다. 연후가 내게 황제의 자질이 없다고 말했고 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황제의 자질이 있기에 이러는 것입니다. 누구도 하지 못했던 거대한 포석을 이 제자가 깔아놨습니다. 이제 그 포석을 빠르게 밟고 북진을 하면 됩니다.”
“무엇을 준비하셨기에 그리 자신만만하십니까?”
“모든 것을 준비했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착각이십니다. 아무리 준비를 하셔도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스스로에게 속고 계신 것입니다. 황자저하!”
“스승님!”
난 처음으로 연후를 노려봤다. 너무 고분고분하다면 그가 나를 깨우치게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감흥이 줄어들 테니 말이다.
이제 사악한 나의 연극이 막을 여는 순간이다. ‘내 연후의 모든 것을 흡수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밀고 당기면 꺾여주는 척을 할 것이야!’이래서 군주가 될 존재들은 영웅을 시기하는 걸 거다. 또한 자신보다 뛰어난 자를 가까이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멀리하는 걸 거다.
이렇기에 명군과 폭군의 차이는 자신의 속내를 숨기느냐? 숨기지 못하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그러니 나는 숨길 것이다. 내가 연후를 마음에서 버렸다는 그 속내를 끝내 숨길 것이다.
“황자저하!”
연후는 나를 부르며 잠시 물끄러미 나를 봤다.내 영혼까지 빨아드릴 것 같은 그의 눈빛에 나는 이 순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싫다. 정말 싫다.’그를 얻었을 때 천하를 얻었다는 내 마음이 이리도 변하는 것은 참으로 마음이 간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말씀하십시오. 제가 틀린 것이 있다면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깨치겠습니다.”
역시 연극이다. 나는 연후의 모든 것을 흡수하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황자저하께서는 저를 스승이라고 부르셨습니다. 스승이라 불렸으니 한 말씀 올리지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고 말하는 권력자들 중에 진정 대를 위한 자는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야망을 위해 가여운 자들을 희생시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대통합을 위하여 움직이셨다고 생각하옵니다.
느린 소가 천리를 가는 것입니다. 황자저하께서는 지금 너무나 급하시옵니다.
이 고려의 국력으로는 절대 금을 정벌하지 못합니다. 완벽한 계획이라고 하셨으나 허점이 많을 것입니다.
저는 그리 생각합니다.”
“하늘이 준 기회입니다. 또한 저는 많은 포석을 깔아놨습니다.”
“금을 너무 우습게보지 마세요. 4만이나 되는 병사들의 가솔들의 눈물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황자저하.”
연후는 나를 꾸짖듯 말했다.
“제 말씀을 한 번 들어 봐주십시오. 완벽한 계획입니다.”
“압수까지 진격을 해서 20만에 가까운 대병을 대기시키시고 기회를 봐서 진격을 하신다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허나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무엇입니까? 전부는 아니여야 할 것입니다. 그게 전부라면 황자저하를 믿고 따르는 고려의 무장들의 죽음이 너무나 아까울 것입니다.”
다시 질책이 이어졌다. 그리고 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급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연후가 지금 나를 바꾸려고 마음이 급해진 것 같았다.
“은밀히 저는 남송과 전략적인 외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략적인 외교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송이 금과의 국경을 뒤로 물려준다면 금의 국경은 안정될 것이고 그곳에 주둔하고 있는 금군은 북진을 하는 고려를 정벌하기 위해 요동으로 진격을 할 것입니다.”
“요동에도 15만의 대군이 있습니다. 그들을 이용하지 않고 후방에 있는 군대를 움직이겠습니까?”
“요동에 주둔하고 있는 대한무극 대타발의 군대를 금황제가 의심하게 만들 것입니다.”
내 말에 연후가 피식 웃었다.
“허점이 많으신 포석이군요. 그리고요?”
내 계략을 무시하는 듯 말하는 연후였다.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이지만 지금은 그렇게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라는 것을 난 잘 알았다.
“스승님께서는 모르시고 계시지만 제가는 이 군대말고도 도천밀군이라는 5만의 군사들이 있습니다.”
“도천밀군이라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도천밀군을 아십니까?"
"알지요. 황자저하! 그들이 정예군이라 생각하십니까? 그들은 농민군에 지나지 않습니다. 충심이 강하기는 하나 무예가 뛰어난 자들은 아닙니다. 물론 뛰어난 자들도 있습니다. 허나 대부분은 농민군입니다. 그들로 방비가 허술해진 중도를 치시겠다는 것입니까?”
“예. 그리 할 것입니다.”
“아무리 금나라 조정이 방심을 하고 중도와 남쪽에 진군하는 대군을 요동으로 급파한다고 해도 최소 3만 이상이 금왕이 있는 황성을 지키기 위해 남게 될 것입니다. 5만의 농민군과 3만의 정예 황성 수비군이 격돌을 한다면 답은 하나입니다. 5만의 농민군들인 도천밀군들의 괴멸이지요.”
“허나 안에 내응하고 밖에서 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몇 할이나 있다고 보십니까?”
“저는 6할의 승산은 있다고 봅니다.”
내 말에 연후가 날 보며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이 난 싫었다.
“우선 황자저하의 책략 중에서 남송이 뜻을 받아 드려주지 않으면 어찌 됩니까?”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 책략의 허점이 들어나는 순간이었다. '허점이다. 허점!'연후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순간에 난 내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책략의 허점을 알고 말았다.
“세상에서는 절대라는 것은 없습니다. 또한 금왕이 요동의 대한무극이 의심은 되지만 그를 고려로 진격시키면 어찌 되겠습니까? 허점이 많은 책략입니다. 그리 될 것이다.
잘 될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는 중원이 아니라 중원을 넘어 초원까지 또 초원을 넘어 그 바다 끝까지 다 고려의 땅일 것입니다.
급하십니다. 아직은 급하시고 황자저하께서는 아직은 미력하십니다.
아닙니다. 절대 황자저하의 뜻대로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
“스승님! 스승님께서는 지금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시는 것입니다.”
난 연후를 노려봤다.
“스승이라 불러주시니 말씀드리는 겁니다.”
연후의 말에 난 한참이나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연후가 빤히 보고 있었다.
“이런 기회가 없습니다. 이 고려가 지금처럼 20만을 대병을 모은 적은 몇 번 되지 않습니다. 또한 그런 적이 있을 때도 모두 외세를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북벌입니다. 북벌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겁니다.”
난 피를 토하듯 연후를 설득시키려는 듯 강변했다. 허나 연후의 눈빛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리고 내 뜻을 그리고 대망을 반드시 꺾어야 한다는 눈빛을 보였다. 저런 눈빛이니 나와 연후는 같이 갈 수 없는 거였다.
“그렇지요. 그리 보실 수도 있지요. 황자저하는 북벌을 이루실 것입니다. 허나 지금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나를 아이처럼 어르고 달래려고 하는 연후였다.‘괘씸하군!’이 순간 내가 드는 생각은 딱 그거였다.
“황자저하! 5천의 조의가 모두 군사들은 아니지요. 황자저하! 그들 중에는 학자들도 있고 도공도 있고 기술자들도 있습니다. 그들이 황자저하의 훗날에 있을 북벌을 도울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급하게 행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황자저하의 춘추 미령하시니 더 많은 것을 준비하시여 성군의 반열에 오르시고 나서 북벌을 행하셔도 늦지 않사옵니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허나 미래를 모르기에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다.
지금의 기회를 놓치고 차근차근 북벌을 준비한다면 최소한 10년 이상의 세월이 걸릴 것이다. 아무리 빨라도 10년이고 최소 20년이 걸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 나이 40이 될 것이고 초원의 푸른 늑대인 그 꼬맹이도 서로 반목하는 몽골족을 통일하고 힘을 키워 놓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조급한 것이다.
그런 것을 모르는 연후이니 이렇게 내 의지를 꺾으면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말하는 거였다.‘나는 시간이 없습니다.
’난 연후를 빤히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조의들은 황자저하를 도울 것입니다. 200년 동안 몸을 숨긴 조의들입니다. 그들의 능력을 믿으세요. 착실하게 준비를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이 말은 나를 돕겠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자신의 뜻을 받아드리지 않는다면 조의와 함께 다시 사라지겠다는 협박과 같은 의미가 담겨 있는 말이었다.
“준비한 것을 모두 포기하라는 겁니까?”
“하늘에 맡기라는 겁니다.”
“으음,,,,,,,,.”
“느린 소기 천리를 갑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절대 금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100만 대군입니다.”
“모여야 100만 대군입니다. 중원 사방에 흩어져 있습니다.”
“휴우! 그렇기도 하지요.”
처음으로 연후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황자저하! 그 강성한 고구려가 어찌 중원을 도모하지 못했겠습니까? 중원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물자가 풍부하고 인력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황자저하!”
“예. 스승님!”
“제 선대 중에 황자저하보다 더욱 용맹하시고 의지가 강하신 분이 계셨지요.”
아마도 연개소문을 말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그렇습니까?”
“그분도 못하셨습니다. 요동을 차지하시고도 못하셨습니다. 그러니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그냥은 아니 됩니다. 4만을 죽여 북진을 한다고 해서 중원 정벌이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4만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황저자하! 더 많은 고려 백성들이 이국에서 죽게 될 것입니다.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철저하게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
나는 연후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그를 물리지 않고 계속 이렇게 언쟁을 높이고 있는 것은 모두 연후가 말한 5천의 조의들을 흡수하기 위함이었다. ‘이제 물러나야겠지.’난 시쳇말로 연후와 밀당을 하고자 했다. 지금은 밀릴 때였다.
“하늘에 맡기지요. 그럼 되었습니까?”
난 뒤로 물러났다.============================ 작품 후기 ============================오늘이 4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그래서 한 편 더 올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