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9권 - 황후적화(皇后赤化)! -- >
“힘을 키운다?”
“그렇사옵니다. 때를 기다리는 것이옵니다. 개경 고려와 손을 잡고 담판을 짓는 것이옵니다. 대한무극께서 요동에 발해를 재건하는 것을 돕는다면 요서를 준다고 하면 되는 것입니다.”
“알았네. 지켜보도록 하지.”
“예. 옳으신 생각이시옵니다. 그건 그렇고 강일천이라는 자가 얼마나 내놓고 갔지?”
“황금 20만 냥이옵니다.”
고승의 말에 대타발의 입이 쩍 벌어졌다.
“황, 황금 20만 냥?”
황금 20만 냥이면 요동성의 2년 치 수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내 땅에 풍부한 철광석이 있고 이제 꽤나 많은 재물이 있으니 강병을 양성하는 것은 시간 문제이겠군.”
“그렇사옵니다.”
“들어온 재물로 흑궁의 수를 늘리고 1천 정도의 궁기 병들을 중갑 기마대로 바꿀 수 있겠군.”
“예. 그렇사옵니다.”
“보십시오. 고려는 풍요로운 땅입니다. 그곳을 차지하면 더 많은 황금을 얻을 수 있고 군사들을 더욱 완벽하게 무장시킬 수 있습니다. 치금 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대장군 요승이 다시 한 번 지금 내란이 일어나고 있는 고려를 치자고 말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대한무극!”
“아니야! 아직은 분명 아니다. 때를 기다릴 것이다. 때를! 하하하! 그래도 내게 대장군 여승! 네가 있어서 든든하다. 책사가 뛰어난 지략을 가지면 무엇을 하겠느냐? 그대처럼 용맹한 대장군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을.”
“감사하옵니다. 대한무극!”
“그대는 나의 보배다. 명심하라 여승!”
“예. 대한무극!”
“책사 고승은 너의 용맹을 더욱 빛내주기 위해 존재하는 존재이다. 네가 없이는 책사도 소용이 없다. 알겠느냐?”
“알고 있사옵니다. 대한무극!”
“책사!”
“예. 대한무극!”
“여승이 없다면 그대의 지략을 누가 있어서 행동에 옮길까?”
“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여승 대장군께서 계시여 제가 있는 것이옵니다.”
“알면 됐다. 이 요동성을 비추는 두 개의 별이 있으니 언젠가는 내 꿈이 이뤄질 것이다. 나는 그리 생각을 하고 기다릴 것이다. 암 기다리지.”
대타발!그는 회생에게는 위험한 존재가 분명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회생은 그 위험함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다른 길이 없는 회생일 것이다.
회생에게는 대타발은 반드시 넘어야 할 태산이 분명했다. 같으면서도 또 다른 그들!회생과 대타발!그들 중 누가 역사에 기록될 승자가 된다고 이상할 것이 없을 것이다.
효웅과 간웅이니 말이다. 허나 분명한 것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것을 회생은 잘 알고 있었다.
단지 회생은 지금 그저 앞만 보고 달리고 있었다. 주변을 살피지 않고 앞만 보며 자신의 대망을 위해 거대한 적인 대타발을 향하고 있는 거였다.
회생의 군막.
“잘 오셨습니다. 마침 상의 드릴 것이 있어서 모시려고 했는데.”
“이 늙은이와 상의할 것이 있다고요? 허허허!”
연후는 자애로운 표정으로 나를 보며 웃었다.
“그렇습니다. 스승님!”
“무엇입니까? 황자저하!”
연후는 나를 빤히 봤다. 저런 연후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허나 내색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마 저 눈빛은 자비 령을 틀어막고 4만을 다 죽일 셈이냐고 따지려고 온 눈빛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내가 연후 그를 경계하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처음 5천의 조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에 아무 생각도 판단도 못하고 기쁘기만 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나서 왜 숨겨진 힘을 가진 연후라는 200년이나 살았다는 신선 같은 자가 내가 부르고 청하지도 않았는데 왔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리고 그 의문 속에서 의심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군주는 한없이 의심해야 하는 존재다.'내 마음을 내 스스로 변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내가 큰 거인이라고 할 수 있는 연후를 품을 만큼의 그릇이 못 된다는 거였다. 나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나이니 말이다.
'나는 특별하지 않다.'연후를 볼 때마다 자격지심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자꾸 떠올랐다. 또한 그가 만약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고 그것을 내게 주입시키고 뜯어 고치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이래서 권력자는 의심병이 불치병이 되는 것이지.'이래서 인간은 사악한 존재다. 그리고 얻어낸 결론은 그를 따르는 척을 하면 그가 가진 것을 흡수하자는 거였다.'내가 진정 필요한 것은 연후인가? 아니면 5천의 조의인가?'분명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5천의 조의!진정 내가 원하는 것은 고려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그 5천의 조의이지 200년을 산 꼬장꼬장하게 스승노릇을 하려는 연후가 아니라는 거였다.
‘그러고 보니 나라는 놈도 참 못된 놈이군. 5천의 조의들만 흡수하면 되는 것이야!’난 연후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아무리 큰마음을 가진 영웅이라도 자신보다 뛰어나고 신비로운 자를 진심으로 품을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요즘 들어 느낀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드는 나이기에 나는 영웅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역사를 다른 이들보다 좀 더 잘 알고 운이 좋은 놈에 불과한 것이야!’연후를 끝내 내 마음에 담지 않겠다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후부터는 나 스스로 영웅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고 있었다.현실을 직시하라!난 거인과 같은 연후를 마음에서 밀어내고 내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하나를 잃고 하나를 얻었으니 손해 볼 것은 없다. 허나 지금은 연후를 극진히 모시는 참된 제자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연후에게는 5천의 조의들이 있고 내가 아직 그들을 내 힘으로 흡수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연후에게 공손히 웃고 그의 말을 경청하고자 하는 거였다. 참으로 사특한 나일 것이다.
‘공존할 수 없어.’난 그런 생각을 하며 연후를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내가 연후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연후가 나를 선택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나를 그의 입맛에 맞게 바꾸려 할 거 같았다. 선택된 자의 비애감이라고 할까? 아니면 연후의 마음을 알기에 괘씸하다고 해야 할까?만감이 교차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게는 여전히 인재로 쓰일 5천의 조의가 필요하다는 거다.
“자비 령에서 반란군들이 은거를 한지가 9일이 지났습니다. 몇 번의 전투가 있었지만 놈들은 포위망을 뚫지 못했습니다. 그걸 상의 드리고자 모시려 했습니다.”
“그렇지요. 그 9일 동안 아마 반란군들의 진영은 지옥이나 진배가 없을 것입니다. 황자저하! 포로로 잡힌 군사들에게 들으니 참으로 참혹하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스승님!”
"모르셨습니까?"연후가 따지듯 내게 물었다. 저런 말투가 싫다. 처음에는 큰 힘을 얻었기에 마냥 좋기만 했지만 저런 도도한 눈빛과 말투가 난 싫었다. 아첨이 귀에 달듯 내게 따지는 저 말투는 귀에 박힌 못처럼 아팠다. 이래서 난신적자들이 득세를 하는 걸 거다.
"알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도 있습니다."
“왜 진격을 하지 않으시는 것입니까? 9일이 지났습니다.”
연후가 나를 뚫어지게 보면 물었다. 정말 따지러 온 것이 분명했다. ‘이럴 줄 알았어.’마음속으로는 짜증이 밀려왔지만 겉으로는 제자가 스승의 말을 경청하고자 하는 표정을 보였다.
“크고 작은 전투는 있었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크고 작은 전투는 있었지요. 남쪽 중앙군이 밀어붙이는 척 하면서 진격을 하지 않고 혹여 밀려 내려오는 자들을 틀어막기만 하고 현 진영을 유지하셨지요. 또한 자비 령 북단에 있는 군사들도 황자저하와 똑같은 행동만 취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총공세는 하지 않고 계시는 황자저하이십니다.
제 말이 틀린 것이옵니까?”
“총 진격을 하기에는 자비 령의 협로가 너무나 좁기에 사상자만 늘어날 것입니다. 때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전의가 완전히 꺾였을 때를 가늠하고 있습니다. 스승님.”
“그래서 그때를 보시면서 반란군들을 모두 굶어 죽이실 참이십니까? 황자저하께 반란을 일으킨 자들을 진정 용서치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저는 투항한 자들을 참하거나 포로로 대우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시니 제가 의아해서 이리 온 것입니다. 무엇을 계획하시기에 이리 모진 책략을 쓰시는 것입니까?”
다시 따지듯 내게 물었다.5천의 조의를 이끄는 연후를 얻었을 때 하늘이 날 돕는다고 생각하며 대망을 이뤘다고까지 생각했던 나였다. 그런데 지금 연후의 말이 그리고 따짐이 내 귀에 거슬리는 것은 내 마음에서 연후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5천의 조의들만 내 세력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야!’모질어야 군주고 또 모질어야 북벌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나를 속였다.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때를 말입니다.”
“왜 반란군 진영에서 다시 반란이 일어나서 조위총의 목이라도 따서 황자저하께 받치고 모두 투항하기를 바라시는 것입니까?”
표면적으로는 그게 가장 좋은 방향일 거다. 허나 나는 서경 반란군들 쫒아 몰아 압수까지 향할 것이니 그리 된다면 내게는 최악의 순간이고 이 개경 중앙군 10만과 투항한 병사 2만 그리고 신수군 4만까지 압수에 주둔시키는 명분을 잃게 되는 거니 북진과 북벌을 잠시 접어야 하는 최악의 사태가 되는 거였다.
“그리만 된다면 불필요한 희생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스승님!”
“그것을 바라십니까?”
“그리 되면 좋다는 겁니다. 스승님 너무 걱정 마십시오. 곧 총공격을 할 것입니다. 이 제자도 아무리 저들이 적이라고는 하나 참담하게 인간이하의 모습으로 참혹해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상의를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사실 연후가 왔다고 했을 때 좋게 서경 반란군들에게 쌀섬을 던져줄 것인데 어떻겠냐고 만 물으려 했다. 그런데 연후가 이리 따지고 드니 연후도 지금 내게 온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그 의도 중에 가장 큰 것은 나를 가르치고 내 의지를 꺾고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펼쳐 보이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요. 이 늙은이랑 상의하실 것은 무엇입니까?”
200년을 살았다는 연후다.오래 살았으니 그 만큼 많은 것을 경험했을 것이고 그것은 지혜로 축적되었을 거다. 그러니 내가 허술하게 그의 마음을 속이려고 한다면 바로 내 마음을 들킬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최대한 내 속마음을 들키지 말아야 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이런 연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서로 맞지 않은 존재다.’물론 연후가 내가 어떤 모습을 보이더라도 충심으로 날 따른다면 나는 그를 스승으로 그의 천명이 다할 때까지 모실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날 찾아온 것만 봐도 그는 나를 가르치려고 하고 있고 자신의 입맛에 맞게 바뀌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분명 틈이다. 내가 연후에게 바라는 것이 있듯 연후도 내게 바라는 것이 있는 거였다. 그러니 틈이 생기는 거였다.
이래서 군주는 이기적인 존재인 모양이다.‘뽑아낼 것을 다 뽑아내면 팽시킬 첫 번째 인물이다.
’난 연후를 보며 웃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이런 나이니 참으로 모질고 독하고 사악하게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승님의 말씀처럼 살려야하지 않겠습니까? 조위총을 비롯한 고위 무장들은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병사들은 그냥 끌려나온 고려의 백성들입니다. 그들까지 죽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상의를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백성이라 생각하시고 가엽게 여기시고 살리시려면 총공격을 하셔야지요. 막대한 사상자가 나온다고 해도 이 반란을 이 자비 령에서 끝을 내셔야지요. 그러시려고 앞뒤를 틀어막으신 것이 아닙니까?”
“총공격을 해도 자비 령에 버티고 있으면 막을 것입니다. 괜한 사상자만 늘어날 것입니다. 이 자비 령에서의 일전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공격을 안 하시겠다는 겁니까?”
살짝 연후가 노기를 띤 눈빛을 보였다. 그리고 난 저 눈빛이 싫었다. 며칠 알고 지내지 않았지만 나를 아이처럼 보는 저런 눈빛이 싫고 또 나를 가르치려는 눈빛이 싫었다.
아니 다 변명일 것이다.내 마음을 다 꿰뚫어 보는 것 같기에 싫었다.
내가 품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하기에 싫다. 그저 난 그가 가진 5천의 조의만이 필요한 이기적인 고려의 황자인 것이다.
이런 나를 내가 잘 알기에 나는 영웅은 분명 아니지만 절대 실패자는 아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상의를 드리는 겁니다.”
“무엇을요? 총공격도 하지 않으시고 그저 밀고 내려오는 것을 막고만 계시는데 무엇을 저와 상의하시겠다는 것입니까?”
“거짓으로 퇴로를 열어줄까 합니다. 그전에,,,,,,,.”
“퇴로를 말입니까?”
“예. 서경 병사도 고려의 백성입니다. 저는 그것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퇴로를 열어줄 것입니다. 자비 령에서 대 혈전이 펼쳐지면 사상자가 너무 많을 것 같습니다. 수만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냥 죽이기에는 아까운 백성입니다.”
서경 병사도 고려의 백성이라는 것을 내 입으로 듣고 싶어 하는 연후일 거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연후에게 말하고 있는 거였다.
“틀어막은 것이 9일인데 퇴로를 열어주신다? 이 늙은이는 이해가 안 됩니다. 그냥 죽이기에는 아까운 백성이다? 그럼 어찌 죽여야 아깝지 않은 병사이오리까?”
연후는 내 마음을 훤히 보듯 물었다.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어찌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되셨냐고 여쭈는 것입니다.”
“이 제자는 그 9일 동안 제가 그냥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내 말에 연후가 나를 빤히 봤다.
“혹여?”
“오늘부터 서경 성 공략이 시작될 것입니다. 저들이 서경성이 함락된 것을 본다면 망연자실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노리는 것입니다.”
============================ 작품 후기 ============================영웅으로 성장하는 회생도 어떤 면에서는 인간이라는 것을 묘사하고 싶었는데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요즘 느끼는 것은 쓰면 쓸수록 어렵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역사소설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 판타지지요. 그래서 판타지의 카테고리를 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