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400화 (400/620)

< -- 간웅 19권 - 황후적화(皇后赤化)! -- >요동성 대한무극 대타발의 집무실.

“아직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것이냐?”

대타발은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요동성 가신들에게 물었다. 그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요동의 실질적인 주인이기는 하나 금 황실의 휘하에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또 언제 금 황실이 자신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요동으로 돌아올지 몰랐기에 조금한 마음이 드는 그였다. 그러던 차에 고려에서 정변이 일어났고 그 정변으로 고려가 흔들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 대타발이었다.

그렇기에 다시 한 번 해동성국인 발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 그였다. 그러니 조금했다. 대망을 가진 자는 마음이 급한 법이다.

자신이 가진 꿈이 자신의 우유부단으로 날아갈까 두려워 마음이 급해지는 것이다. 회생도 지금 대타발과 같은 마음이었다.

회생 그 역시 마음이 급해지고 있었다.

많은 포석을 깔아놨고 또 한 순간에 금을 몰아 부칠 계략도 꾸며 놓은 회생이지만 그 계략 때문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옆도 보지 않는 회생이라 지금이 회생에게는 가장 위험한 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회생과 대타발!꿈을 가진 영웅들은 마음이 조금해져 있었다.

“예.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사옵니다. 고려의 참지정사라는 자가 요동성을 떠난 지도 달포가 지났는데 서경에서는 아무런 요청도 움직임도 없사옵니다.”

대타발의 물음에 요동성 책사 고승이 대답했다.

“어찌 해야 할까? 내가 어찌 하면 좋을까? 나는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다.”

회생과 다르게 대타발은 자신의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다는 것을 자신의 신하들에게 숨기지 않고 말했다. 이것이 그와 회생이 다른 면이라면 다른 면이었다.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셔야 하옵니다. 대업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고승의 말에 대타발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그의 눈빛은 여전히 조금했다.

“대한무극!”

“말하시게. 책사!”

“서경은 대한무극의 용맹한 군사들이 진격할 빌미가 되어줄 원병을 청하지 않고 개경에서는 주군을 위해 막대한 금을 내놓고 중도로 갔사옵니다. 그것이 현실이옵니다. 정확하게 보셔야 할 것이옵니다.”

“현실이라? 또 내가 정확하게 보라?”

“그렇사옵니다. 이제는 서경의 원명 요청이 있다고 해도 거병 하실 수 없사옵니다.”

“도리를 지켜라?”

“그렇사옵니다. 대의를 품으셨사옵니다. 고려 북쪽 땅이나 성 하나를 얻는 것은 우격다짐으로도 되는 것이옵니다.

허나 나라를 얻은 것은 대의를 저버리시고 대망을 이룰 수는 없사옵니다. 발해와 고려가 다 고구려를 기본으로 하고 예맥의 한 뿌리이기는 하나 고려에서는 이 요동성은 변방이라 생각하옵니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동족이 아니라 오랑캐이옵니다.”

고승의 말에 대한무극 대타발이 인상을 찡그렸다.

“같은 뿌리다. 같은 예맥이다.”

“그렇사옵니다. 허나 그리 보지 않사옵니다. 또한 요동성의 펄럭이는 깃발이 금의 깃발이옵니다. 그 깃발을 든 무장이 발해인 이라고 해도 금의 무장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의 요청 없이 진군을 한다면 침략이 되는 것이고 대한무극께서는 외세가 되시는 것입니다.”

“으음,,,,,,,.”

“기다리셔야 하옵니다.”

“허나 좋은 기회이지 않나? 서로 내전을 벌이고 있다. 힘이 약해지고 있어. 충분히 지금 내려친다면 고려는 내 수중에 둘 수 있다.”

“그렇사옵니다. 대한무극! 고승 책사가 말하는 대의도 중요하지만 나라를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지금 밀어붙인다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사옵니다.”

건장한 무장이 대타발에게 말했다. 그 외상이 아랍인을 닮은 것으로 봐서 돌궐족이 분명했다.

“여승! 그리 생각하나? 그대는 맹장! 그대가 말을 달려준다면 고려는 내 손아귀에 들어올 것이다.”

“그렇사옵니다. 소장이 대한무극을 위해 말을 달릴 것이옵니다.”

“진격을 할까?”

대한무극 대타발이 여승이라는 무장을 보며 말했다. 그 말에 여승의 표정은 밝아졌고 고승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하셔야 하옵니다. 고려는 비옥한 땅이옵니다. 그곳을 차지하신다면 금과 당당하게 맞설 수 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고려 백성이 400만이옵니다. 요동성에 있는 발해인과 말갈인 그리고 돌궐인과 거란인 까지 한다면 도합 550만이옵니다. 금을 막지 못할 것이 없사옵니다.”

“아니 되옵니다. 대한무극.”

“뭐가 그리 안 되기만 하는 겁니까? 책사!”

여승이 답답하다는 듯 고승에게 따지듯 물었다.

“대한무극의 충성스러운 15만 요동군이 강성하기는 하나 15만으로 금의 100만 대군을 상대할 수는 없소이다. 불가하오이다. 절대 지금은 아니 됩니다. 가장 좋게 보이는 기회가 가장 위급해지게 만드는 법입니다.”

고승이 여승을 보며 말했다.

“그럼 언제 된단 말이요. 내 정말 답답해서 원!”

“지금은 아니 됩니다. 여승 대장군!”

“내 책사가 하늘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뜸을 드리는 것 같소이다. 일을 저질러보지 않고 어찌 승패를 압니까? 아니 그렇습니까? 대한무극!”

“그리 생각하는가? 여승!”

“그렇습니다. 소장은 그리 생각을 합니다. 지금의 금군들은 예전에 용맹한 말갈대전사들이 아닙니다.

지금은 살이 찐 돼지나 다름이 없습니다. 100만 대군이면 뭘 합니까? 무장으로 무사로 싸우기 싫어하고 재물에 눈이 멀고 계집만 탐하는 것들입니다.

100마리의 늑대들을 휘하에 두고 있으면 뭘 합니까? 그 들판의 늑대들을 지휘하는 것이 살찌고 탐욕에 가득 찬 돼지인 것을요.”

요동성 대장군 여승!그의 성은 여 씨다. 여 씨 하면 떠오르는 것은 당연히 여포일 거다.

여포는 중국 후한말기의 무장으로 동북쪽 끝인 지금의 내몽고 지역출신이다. 야사에는 여포가 아랍인과 가까운 흉노였다는 설이 있다.

사실 진나라의 만리장성은 이전에 건립한 장성들을 연결하여 흉노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운중군과 같은 변방의 중요한 군사기지였다. 북부는 흉노와 오환, 선비 등 동호인의 영토였고 서한시기에 한 무제는 흉노와의 전쟁을 통해 흉노를 북쪽과 서쪽으로 축출하였다. 그러니 여포가 흉노였을지도 모른다는 야사는 신빙성이 있었다.

“요승대장군의 말도 일리가 있다. 책사! 지금이 기회라면 기회이다. 발해를 다시 세울 기회일 수 있다. 지금의 기회를 놓이면 또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

대한무극 대타발의 마음이 조금은 단독으로 고려로 진격하는 것에 마음이 기울고 있는 듯 했다. 그리 된다면 고려는 또 한 번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하는 거였다. 그리고 그것을 막기 위해 또 요동성에 있는 군대를 꼼짝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회생의 밀명을 받은 참지정사가 금 황실이 있는 중도로 향하는 거였다.

물론 그의 진정한 목적은 남송과 대치하고 있는 금나라 군대를 이 요동으로 진격시켜 금나라 황도인 중도를 비게 만드는 거였다.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고 그 일을 실행하기 위해 신라방 총방주도 송나라 황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회생의 건곤일척의 한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압수까지 진격을 해야 하는 개경 중앙군이었다. 요동의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 요동은 요동대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였다.

“전쟁은 병사의 수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책사! 내가 아무리 어리석다고 해도 살찐 돼지들을 못 때려잡겠소이까?”

여승이 고승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렇지요. 전쟁은 병사의 수로만 하는 것이 아니지요. 그것은 고구려만 보면 압니다. 고구려도 적은 수로 대군을 막기를 수도 없이 했지요. 허나 끝내 무너졌습니다. 왜 그럴까요?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오래 싸우게 되면 무엇보다 나라 안의 곳간이 차고 넘쳐야 합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여승이 짜증스럽게 되물었다.

“우리가 배덕하게 고려로 진격을 하면 고려군과 싸워서 3만 이상을 잃어야 합니다. 아니 더 이상을 잃을 수도 있지요. 거란이 40만 대군을 일으켰어도 취하지 못한 것이 고려입니다.”

“지금 위대하신 대한무극의 군대를 거란 오랑캐와 같은 오합지졸에 비교하는 겁니까?”

여승의 말에 고승이 여승을 노려봤다.

“거란은 결코 오합지졸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오합지졸이었다면 그들에게 망한 발해는 뭐가 됩니까? 아니 그렇습니까? 대한무극!”

“으음,,,,,,,,.”

대한무극 대타발이 신음소리를 내자 고승이 바로 고개를 숙였다.

“송구하옵니다. 대한무극!”

“발해는,,, 발해는 태백산이 불덩이를 뿜어내지 않았다면 그리 허망하게 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발해의 멸망에 백두산의 화산 폭발이 이유 중 하나라는 역사적 가설이 있다.

“그렇사옵니다. 대한무극! 하오나 결코 거란은 약한 군대가 아닙니다.”

“알고 있다. 거란족은 절대 약한 놈들이 아니다. 단지 뭉치지 못하는 놈들이다.”

“또한 아무리 금 조정에 고려로 진격하겠다는 상소를 올려도 조정은 고려 정벌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오. 아시겠소? 여승 대장군!”

“내 그걸 아니 이리 답답한 겁니다. 책사! 답답하다고요. 답답해!”

서로 극렬하게 말다툼을 해도 여승과 고승은 서로를 믿고 따르는 것 같았다. 요동성 사람들은 항상 그렇게 말한다.

요동성을 비추는 두 개의 별이 있다. 하나는 불꽃처럼 강렬하게 타오르는 화성과 같은 여승 대장군이고 또 하나는 물처럼 차갑게 식어있는 수성과 같은 책사 고승이 있어 누구도 함부로 그것이 금나라 황실이라고 해도 이 요동성을 하찮게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 거였다.

“단독으로 움직여야 하고 그것은 곧 독립과 반역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고려를 정벌에 성공했다고 해도 금 조정의 군대를 막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금에게 빌미만 주는 것입니다. 죽을 쒀서 개를 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고승은 금나라 황실을 개라고 비유했다.

“막을 수 있소.”

“그렇소. 막을 수 있을 것이요. 한 번은 막고 또 두 번은 막는다고 칩시다. 금에서 30만을 잃고 우리가 10만을 잃게 된다면 우리에게 정벌된 고려는 바로 반기를 들고 우리를 축출하기 위해 공격할 것이요. 그럼 어찌 되겠습니까? 고려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금과 손을 잡으려 할 것입니다.

그럼 금과 고려는 합심이 되는 것이고 끝내 우리는 남북으로 사면초가가 되는 겁니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장군! 대한무극께서 이뤄놓으신 것을 단번에 잃을 수 있는 것입니다.”

“젠장! 이리 자꾸 재고 따지면 언제 나라를 만든단 말이요.”

여승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여승!”

“예. 대한무극!”

“책사의 말이 틀린 것이 없다.”

“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하도 답답해서 그럽니다.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지금은 그렇기는 하지.”

“신중에 신중을 기하셔야 하옵니다.”

“알고 있네. 책사!”

“기회는 올 것입니다.”

“기회가 온다?”

“그렇사옵니다. 중앙 조정은 남송과 최후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사옵니다.”

“그렇지. 그 일전이 남았지.”

“그때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려조정과 척을 져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발해 재건을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면 고려와 손을 잡아야 하옵니다. 그리고 금을 쳐야 하옵니다.

남송의 황성으로 금의 대군이 진격을 하게 된다면 중도가 비고 그것을 노려 중도를 치면서 방어진을 구축한다면 발해의 재건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진격을 할 때 후방의 위협이 없으려면 고려의 동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절대 고려와 척을 져서는 아니 됩니다.

“그러다가 서경이 이기게 되면?”

“서경이 유리한 상황이면 대한무극께 원병을 청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이 그렇지 않은가?”

“아니옵니다. 제가 심어놓은 간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수세에 몰리고 있는 것은 분명 서경이옵니다. 그러니 차후를 대비하시는 것이옵니다. 또한 받은 것이 있지 않사옵니까. 막대한 황금으로 군비를 더 비축하면서 힘을 키우는 것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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