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99화 (399/620)

< -- 간웅 19권 - 황후적화(皇后赤化)! -- >반란군 진영 외곽.며칠을 굶었기에 사기는 바닥에 떨어진지 오래였고 병사들의 횅한 눈빛은 오직 먹을 것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4만이나 되는 반란군 병사들은 하루가 다르게 절망에 빠져들고 있었다.

굶주림에 지쳐 기력이 떨어지고 또 시간이 갈수록 분위기는 흉흉하기만 했다.

“젠장! 말을 잡으면 뭐하누! 처먹는 놈들만 처먹지.”

병사 하나가 행한 눈으로 본진 진영을 노려보며 투덜거렸다.

“벗겨 먹을 나무껍질도 다 불타서 없고 이러다가 다 굶어 죽을 판이야!”

“날도 춥고 먹을 것은 없고 여기가 지옥이네.”

“이제 어쩌지?”

병사 하나가 주변을 살피며 다른 병사에게 물었다.

“뭘 어쩌자는 거야?”

“도망이라도 칠까?”

“도망치다가 걸리면?”

병사가 인상을 찡그렸다.

“목이 베여 죽으나 굶어죽으나 얼어 죽으나 죽는 것 매한가지야!”

“휴우! 그렇기는 해도,,,,,,,.”

“망할 놈들! 윗대가리들은 말을 잡아 포식을 하고 있다고 하던데.”

“포식?”

“그래. 뭐 따지고 보면 말고기도 일품이지.”

병사 하나가 말고기 이야기를 하자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말고기가 아니라 쥐새끼라도 있으면 잡어 먹고 싶어.”

“쥐새끼?”

“없어서 못 먹지.”

“어제 두더지 한 마리를 잡았는데 살이 통통한 것이!”

꿀꺽!두더지를 잡아먹었다는 병사의 말에 다른 병사들이 군침을 삼켰다.

“두더지가 있어? 아직도 그런 것이 남아 있어?”

“온 산을 뒤지면 없지는 않지.”

병사 하나가 자랑을 하듯 말했다.

“그런 것이 있으면 나눠먹어야지.”

“쥐새끼만한 것을 잡아서 어떻게 나눠.”

두더지를 잡아먹었다는 병사가 퉁명스럽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 보니 다른 병사와 다르게 두더지를 잡아먹었다는 병사는 얼굴에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 같았다.

“어디 가나?”

“뭐래도 잡아서 먹어야지. 추워 뒤지겠는데 먹지 않으면 정말 굶어죽기 전에 얼어 죽어.”

“나도 같이 가세.”

병사 하나가 따라 일어났다.

“나눠 먹을 것이 없어.”

“그래도 같이 가세. 자네를 도와서 두더지나 쥐새끼라도 잡아서 먹어야겠네. 정말 더 굶으면 사람 고기라도 먹을 판이야!”

따라가겠다는 병사의 말에 두더지를 잡아먹었다는 병사의 눈빛이 사악했다.

“사람 고기라도 먹어?”

“사람도 죽으면 고깃덩이가 아닌가? 젠장! 배가 고프니 내가 미쳐서 괜한 소리를 하네. 데리고 가 주게.”

병사가 휘청거리며 일어났다.

“정말 따라 갈 텐가?”

“뭐든 먹어야지. 암 먹어야 하고말고.”

“그래. 가보자고.”

그렇게 병사 둘이 자비 령 계곡을 따라 산 위로 올라갔다.그러고 보니 고깃덩이가 지천에 깔려 있기는 했다. 물론 그것이 절대 먹을 수 없고 먹어서는 안 되는 고깃덩이라는 것이 문제였다.그리고 그 고깃덩이는 대부분 머리가 없는 거였다.

“온 산에 눈인데 쥐새끼는 어디서 잡아! 멍청한 놈! 운이 좋아 하나 잡았겠지.”

산 위로 오르는 두 명의 병사를 보며 병사 하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래. 동상에 걸린 놈들도 한두 놈이 아니라던데?”

“젠장! 이 추위에 얼어 죽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지.”

“정말 그래. 그런데 정말 먹을 것이 없나?”

“없어.”

투명스럽게 말하던 병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없으면 없지. 왜 소리는 지르고 지랄이야!”

“이 새끼가!”

순간 분위기가 험해졌다.

“이 사람들아! 기운 빼지 말고 가만히 앉아 있어. 기운 때면 배가 더 고프잖아.”

나이든 병사의 말에 서로를 노려봤던 병사가 털썩 자리에 앉았다.

“망할! 이러다가 정말 여기서 굶어죽겠어.”

쥐새끼를 잡으러 갔던 병사 중 하나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왜 그러는가?”

영문을 몰라 따라나선 병사가 물었다.

“쉬!”

“왜?”

“내 저번에 불이 났을 때 불에 타 죽은 멧돼지 한 마리를 눈 속에 묻어놨지.”

멧돼지라는 말에 따라나선 병사의 표정이 밝아졌다.

“정말인가?”

“반쯤 탔지만 꽤나 먹을 만큼 있어.”

“그걸 혼자 숨겨놓고 먹었다는 건가?”

“그래야지. 그래야 오래 먹지.”

얼굴에 기름이 흐르는 것은 모두 고기를 숨겨놓고 먹었기 때문이었다.

“내 자네니까 이리 부른 거야! 고마운 줄 알아.”

“그래. 그래! 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네.”

“암! 잊지 말아야지.”

병사는 그리 말하고 눈 속에 파묻어 놓은 주먹크기의 고깃덩이 두 개를 꺼냈다.

“받게.”

꽁꽁 얼은 것이 돌덩이 같았으나 먹을 것이 있다는 것에 고깃덩이를 받은 병사는 행복한 눈빛을 보였다. 그리고 군침을 삼켰다.

“이거 얼어서 어떻게 먹지?”

“저쪽으로 가서 불을 피워서 구워먹자고. 절대 비밀이네.”

“암! 알지. 비밀이지.”

“다른 자들과 나눠먹을 양이 없어.”

“알았어.”

그렇게 병사 둘은 두덩이의 고깃덩이를 가지고 으슥한 곳으로 가 모닥불을 겨우 피우고 고깃덩이를 구웠다.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것이 꽤나 먹음직스러워보였다.

“대충 익었으면 먹자고.”

고깃덩이를 건넨 병사가 얼었다가 녹아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입에 넣으며 말했다.

“아직, 아직 덜 익었는데,,,,,,.”

“누가 보면 나눠먹어야 해.”

병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러고 보니 내 멧돼지 고기를 모처럼 먹어 보네 그려.”

따라 온 병사가 불에 이글거리는 고기를 보며 말했고 그 순간 고기를 준 병사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멧돼지 고기를 먹어 봤나?”

“먹어봤지. 왜 그러는가?”

“아, 아닐세. 먹어!”

말을 더듬는 병사가 멧돼지 고기를 먹어봤다는 병사의 눈치를 보며 살짝 옆에 놓은 검을 만지막거렸다. 저런 행동과 눈빛은 뭔가 분명 숨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먹게! 우선은 먹자고."

“고맙네. 내 절대 이 은혜를 잊지 않겠네.”

따라온 병사가 고맙다고 말하고 덜 익은 고기를 허겁지겁 뜯었다. 그리고 잠시 따라온 병사가 입가에 기름을 묻힌 상태에서 열심히 고기를 뜯고 있는 병사를 봤다.

“이, 이봐!”

“왜?”

순간 고기를 나눠준 병사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이, 이 고기,,, 자네,,, 자네 정말 이, 이거 멧돼지 고기가,,,,,,,,,.”

“멧돼지 고기라고 생각하고 먹으면 멧돼지 고기인 거야!”

병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설, 설마 자네,,,,,,,.”

“살고 싶으면 그냥 먹어! 먹지 않으면 굶어죽어.”

다시 병사가 무섭게 소리를 질렀다.

“설, 설마! 우엑!”

따라온 병사가 자신의 들고 있는 고기의 진실을 알고 바로 토악질을 했다. 그가 토악질을 하는 상태에서도 고기를 나눠준 병사는 아무렇지 않게 토악질을 하는 병사를 보며 정체불명의 고기를 맛있게 뜯고 있었다.

“자, 자네! 이건,,,,,,,,.”

“쉬! 말하면 죽을 줄 알아!”

“하, 하지만,,,,,,,.”

“그냥 멧돼지 고기야! 굶어죽기 싫으면 처먹어!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살아야지. 그러기 위해서는 먹어야 해! 먹어! 죽기 싫으면 먹어.”

“하지만,,,,,,,.”

“자네나 나나 집으로 돌아가면 자식새끼랑 마누라 년이랑 있지. 우리가 여기서 굶어죽으면 자식새끼도 굶어죽고 마누라 년은 딴 놈한테,,, 알지. 살고 보는 거야! 살아야지.”

고기를 뜯는 병사의 말에 토악질을 한 병사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먹어! 안 먹으면 넌 죽어!”

고기를 뜯던 병사가 검을 뽑아서 겨눴다.

“왜, 왜 이러는가?”

“네놈이 안 먹으면 발고를 할 것이고 난 참수를 당하지. 공범이 되는 거야. 그래야 발고를 못하지.”

“이, 이보시게. 칼, 칼을 거두시게.”

“먹어!”

“왜 날 끌어드렸나?”

“고기가 거의 바닥이 나고 있거든.”

“뭐?”

“고기가 될 놈들은 지천에 깔렸잖아. 지친 놈들! 어리 석은 놈들! 굶어죽으면서 가만히 죽기를 기다리는 놈들은 깔려 있지.”

병사가 사악한 눈빛을 보였다.

“자, 자네 설, 설마,,,,,,,.”

“내 배를 채워줄 고기가 될 텐가? 아니면 먹을 텐가?”

“먹, 먹겠네.”

“어서 처먹어!”

병사가 위협을 했고 자신이 들고 있는 고기가 멧돼지 고기가 아니라는 것을 안 병사는 살기 위해 수상한 고기를 먹었다.우걱! 우걱!

“먹을 만하지.”

“우엑!”

억지로 고기를 먹은 병사가 토하기를 몇 번하고 하고나서 눈빛이 변했다. 마치 이곳에서 죽을 수는 없다는 오기가 생긴 그런 사악한 눈빛이었다.

“먹을 만 할 거야! 그냥 멧돼지 고기라고 생각을 하면 되지.”

“그래. 먹을 것이야! 살기 위해 먹을 것이야!”

그렇게 일부 독한 서경 반란군 병사들은 극악까지 몰린 상태에서 살기 위해 또 살아남기 위해 절대 먹어서는 안 되는 고기를 탐하고 있었다. 또한 한 번이 무서운 것이고 한 번 인육에 손을 덴 병사들은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인육을 찾았다.그런 자들이 늘어나니 시체들은 눈에 보이게 없어졌고 또 어떤 놈들은 산사람의 고기를 노리는 자들까지 생겨나고 있었다.

그렇게 또 3일이 지났고 조위총을 비롯한 서경 반란군들이 자비 령에 갇힌 지도 8일이 지났다.2. 이번에는 쌀섬을 던지다.

서경 반란군들이 자비 령에 갇혀 참혹한 시간을 보낼 동안 개경 중앙군 진영은 평온하기까지 했다. 9일 동안 자비 령을 남단을 틀어막고 지키기만 했으니 병사들은 지루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회생은 때를 기다리는 맹수처럼 자비 령을 노려보며 차후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 투항한 자들이 몇이나 되지?”

회생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박위에게 물었다.

“오늘까지 도합 1200여명이옵니다.”

“적은 수는 아니군.”

“그렇사옵니다. 황자저하!”

“반란군의 사정은 어떻지?”

투항한 자들에게 반란군 진영의 형편을 알아보는 것은 당연한 첩보 수집 활동이고 회생은 그것을 묻고 있는 거였다. 회생의 물음에 박위의 표정이 굳어졌다.

“참혹하기가 그지없다고 하옵니다.”

“그렇겠지.”

“예. 황자저하! 소장이 입수한 정보로는 공공연하게,,,,,,,.”

“말해! 망설이지 말고.”

“그것이 소장이 차마 입에 담기도,,,,,,,,.”

“독한 놈들은 굶주림에 지쳐 인육을 뜯고 있겠지.”

회생의 말에 박위가 기겁해 회생을 봤다.

“아셨사옵니까?”

“가장 독하고 모진 것이 인간! 또한 살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것이 인간! 이 세상 만물 중에 동족을 죽이는 존재는 오직 인간뿐이지.”

“그렇사옵니다. 참으로 참담하다하옵니다. 투항하는 자들의 말을 통하면 공공연하게 인육을 먹고 있다고 하옵니다. 또한 굶어 죽는 자들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하옵니다.”

“으음,,, 그들도 고려의 백성이겠지.”

회생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그렇사옵니다. 황자저하!”

“그들을 그렇게 개죽음을 하게 둘 수는 없지.”

“그렇사옵니다.”

“며칠인가?”

“무엇을 말이옵니까?”

“자비 령을 봉쇄한 것이 며칠이나 지났지.”

“9일이옵니다.”

“때가 이제 되었군.”

“도망을 치려면 뭔가를 먹고 힘을 얻어야겠지.”

“예?”

“누가 나서줘야 할 것인데,,,,,,,,.”

“무슨 말씀이신지 소장은 어리석어,,,,,,,.”

그때 회생의 군막 밖에서 인기척이 들였다. 물론 그 인기척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은 회생뿐이었다.‘연후께서 오셨군. 나서기 위해 오신 것이겠지.’회생은 야릇한 미소를 머금었다.

“황자저하! 연후이옵니다.”

연후가 군막으로 조심히 들어섰다. 그의 표정은 어두웠고 그 어두운 표정의 의미를 이미 회생은 파악하고 있었다.

“스승님께서 오셨습니까?”

“차나 한잔 하실까요?”

“예. 스승님!”

회생이 연후에게 자리를 권했다.

“차를 내오시게.”

회생이 박위에게 명령했고 박위는 군례를 올리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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