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97화 (397/620)

< -- 간웅 19권 - 황후적화(皇后赤化)! -- >간웅 19권.1. 굶주린 자들은 야차가 되는 법.서경 반란군 자비령 중앙 진영.회생이 화포로 자비 령 남단에 불을 지른 지도 3일이 지났다. 자비 령에 불이 번지니 서경 반란군 진영은 아수라장이 된 것은 당연했고 반란군들은 개경 중앙군이 진격하는 것보다 불을 끄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당장에 몰려드는 화염과 연기를 피하기 위해 오줌으로 적신 천으로 입을 막아야 했고 불이 더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방화 띠를 만들어야 했다.참으로 처참하고 참혹한 순간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식량은 이미 바닥이 났고 잡아 먹을 수 있었던 산짐승들도 화염을 피해 사라졌다.

보통 식량이 바닥이 나면 산속에 있는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연명을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생긴 말이 초근목피라는 한자성어다. 허나 이 자비 령 중앙에는 연명할 초근목피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 우선은 버텨야 한다며 초근목피로 연명해서 버티라고 할 수도 없는 서경 반란군 지휘부였다.

회생이 지른 불이 사경 반란군에게는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순간이었다.또한 서경 반란군 지휘부는 혼란스러운 순간이기도 했다.

자비 령에 화포로 불을 지른 개경 중앙군은 더는 공격하지 않고 마치 다 굶어죽으라는 듯 자비 령만을 틀어막고 있으니 말이다.

“이해가 안 돼! 이해가!”

조위총은 참담한 진영의 모습을 보면서도 공격하지 않는 개경 중앙군을 생각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잔뜩 핏대가 서 있는 그의 이마는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였고 그를 따르는 서경 무장들의 모습은 초취하기만 했다.

“왜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이야?”

“우리 모두를 고사시킬 생각인 것 같습니다.”

서경 무장이 조위총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4만을?”

“그게 아니고서는 3일이 지났는데도 공격하지 않는 이유를 찾지 못하옵니다.”

“젠장!”

“이제 어찌 하옵니까?”

굶주린 아이가 어미에게 밥을 달라는 것처럼 서경 무장들은 조위총에게 방법을 알려 달라고 때를 쓰는 것처럼 물었다.예전에 보였던 그들의 충심 가득한 눈빛은 이 자비 령에 갇힌 후로 조금씩 희석되고 있었다.

“어찌 해야 할까?”

조위총에게도 마땅한 방법 따위는 없었다.

“식량이 바닥이 났사옵니다. 황제폐하! 적은 공격하지 않고 틀어막고만 있고 병사들의 동요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위태롭습니다.”

“그래서?”

현재 상황을 말하는 임충을 조위총이 노려봤다.

“진영을 이탈하는 자들의 수가 상당하옵니다.”

“이탈?”

“그렇사옵니다. 하급무장들이 군령을 세우고는 있으나 달아나는 자들이 속출하옵니다.”

“짐을 배신하고 달아나는 놈들이 있다면 모두 잡아 목을 베라!”

조위총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예. 그러고는 있으나 그 역시 한계가 있사옵니다. 이 위급한 사태를 해칠 방법을 찾아야 하옵니다.”

“방법을 찾아라! 방법을 달라고 징징거리지 말고 짐에게 묘책을 말하라!”

다시 한 번 조위총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우선 병사들을 배불리 먹여야 하옵니다.”

“병사들을 배불리 먹여?”

“그렇사옵니다.”

“식량이 바닥이 났는데 어찌 배불리 먹인단 말이냐?”

조위총이 임충을 놀려봤다.

“전마를 잡아 먹이는 것이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병사들이 굶는 것을 막아야 하옵니다.”

임충의 말에 조위총이 임충을 노려봤다.

“어찌 좌 장군으로서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전마를 잡아 먹이면 어찌 싸운단 말인가!”

“황제폐하! 다른 방법이 없사옵니다.”

임충의 간곡한 말에 조위총은 잠시 고민하다가 그래도 아직은 전마까지는 잡아먹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된다. 아직은 아니다. 전마는 아니 된다.”

“하오나 황, 황제폐하!,,,,,,.”

“아니 된다고 했다.”

조위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서경 무장들을 노려봤다.

“진영이 어떤지 짐이 직접 순시를 할 것이다.”

조위총은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때 마침 병사 서넛이 오랏줄에 묶어 진영 본진으로 끌려오고 있었다.

“저건 또 무슨 일인가?”

조위총은 여전히 쾌쾌한 냄새가 남아 있는 진영을 둘러보다가 오랏줄에 묶인 병사들을 보며 인상을 찡그리고 임충에게 물었다.

“탈영병인 것 같사옵니다.”

“탈영병?”

“그런 것 같사옵니다.”

임충도 인상을 찡그렸다. 하루가 다르게 탈영병의 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지금 당장 정확한 집계는 할 수 없으나 최소한 500이상은 도망을 쳤고 또 300이상이 목이 잘려 죽었다는 것을 임충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반란군 진영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진지 오래였다. 그에 반해 지휘부에 대한 원성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서경 반란군 진영에서는 도망을 치다 잡힌 병사들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참수를 해 효시했다. 어기저기 장대에 꽂힌 수급들이 보였고 그 자체만으로도 지옥과 다를 것이 없는 서경 반란군 진영이었다.

“무슨 일이냐?”

조위총이 오랏줄에 묶어 병사들을 끌고 오는 하급 무장을 보며 물었다.

“황제폐하를 뵈옵니다.”

갑주를 입기는 하였으나 그 행색이 걸인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남루한 하급무장이 조위총에게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

“어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예. 황제폐하! 전마를 잡아먹다가 잡힌 자들입니다.”

“뭐라?”

조위총이 핏대를 세우며 오랏줄에 묶인 병사들을 노려봤다.

“귀한 전마들을 저 하찮은 것들이 잡아먹으려 했단 말이냐?”

조위총의 말에 임충은 인상을 찡그렸다가 자신의 표정을 숨겼다.

“그렇사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전마이온데 그 중 하나를 잡아먹으려다가 발각이 되었습니다.”

“이 불충한 놈들!”

조위총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옆에 있는 서경 무장의 허리춤에서 검을 꺼내 오랏줄에 묶여 있는 병사들에게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쉬웅!서걱!

“아아악!”

“이 버러지만도 못한 놈들! 죽어라! 죽어!”

극도의 흥분 때문인가?그게 아니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조위총 자신의 공포심이 행동으로 옮겨진 것 때문일까?그는 오랏줄에 묶여 있는 병사들을 베고 또 죽은 자들을 난도질했다.퍽퍽퍽!수욱! 수욱!조위총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피가 튀고 그 튄 피가 조위총의 얼굴을 피로 물들였다.

“고정하옵소서! 황제폐하!”

임충이 달려가 조위총을 막아섰고 찰나의 순간이기에 조위총은 검을 회수하지 못하고 임충의 외팔을 살짝 베었다.서걱!

“으윽!”

“젠장!”

자신의 실수로 충신인 임충을 베자 조위총은 욕지거리를 하며 검을 바닥에 던졌다.

“왜 앞을 막아서는 것이야?”

“황. 황제폐하! 아니 되시옵니다.”

“뭐가? 짐은 짐을 배신한 놈들을 처단하고 있는 것이다.”

“황제폐하! 병, 병사들이 보고 있나이다.”

임충의 말에 조위총이 자신도 놀라 슬쩍 주변을 살폈다. 그 순간 자신을 보고 있는 병사들의 눈빛에는 살기와 비슷한 것들이 감돌고 있다는 것을 느낀 조위총이었다. 허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생각이 드는 조위총이기도 했다.

“개경의 적도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짐이 생각하기에는 지금과 같은 패배 의식에 빠지라는 것이다. 그리 된다면 놈들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이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것이다. 그렇기에 이 자비 령에 불을 지른 것이다. 군기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일전을 준비해야 한다. 이 자비 령만 벗어날 수 있다면 서경 성으로 귀환할 수 있다.

그리 된다면 따듯한 음식과 반겨줄 가족들이 있다. 그것을 명심해야 한다.

짐과 짐의 충군들은 아직 완벽하게 진 것은 아니다.”

조위총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명심하겠사옵니다.”

임충이 먼저 대답을 했다. 그리고 마지못해 다른 지휘부 무장들이 대답을 했다.

“짐에게는 아직 그대들과 같은 충장들이 있다. 짐은 아직 지지 않았다.”

조위총의 말에 임충이 조위총을 빤히 봤다.

“황제폐하!”

임충이 조위총에게 베인 상처를 다른 팔로 감싸며 무릎을 꿇고 조위총을 우러러 봤다.

“왜 그러는가?”

“신! 좌 장군 임충! 황제폐하께서 충심으로 간하나이다.”

임충의 모습에 조위총이 인상을 찡그렸다.

“무엇을?”

“전마가 전장에서는 무장들보다 더 중요하나 지금은 모든 병사들이 굶주려 있사옵니다. 전마를 잡아 병사들을 먹어야 하옵니다. 그리고 배불리 먹인 병사들을 이용해 이 위태로움을 해쳐 나가야 하옵니다. 황제폐하!”

“또 그 소리인가?”

“황제폐하! 신의 간언을 물리치지 말아주십시오.”

그 순간 조위총이 살짝 눈을 돌려 주변을 살폈다. 자신을 노려보는 병사들의 눈빛이 임충을 우러러 보고 있다는 것이 느끼지는 순간이었다.

“으음,,,,,,,,.”

“아무 것도 먹지 못하는 병사는 싸울 수 없나이다. 황제페하!”

“임충!”

“예. 황제폐하!”

“짐은 그대의 충언을 따를 것이다. 그러니 일어나라!”

“감사하옵니다. 황제폐하!”

임충은 일어나지 않고 그 상태에서 머리를 땅에 박으며 자신의 말을 따라준 조위총에게 예를 올렸다.쿵!머리를 땅에 박는 소리가 조위총의 귀에 들렸고 병사들의 귀에도 들렸다.

“일어나시게. 어서!”

“예. 황제폐하!”

조위총은 임충의 대답을 듣지 않고 돌아섰다. 그리고 그 순간 조위총의 눈에는 살기가 감돌았다.‘임충! 네놈이 짐을 이런 자리에서 압박하고 있단 말이지. 고얀 놈!’조위총은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군막으로 들어갔다.

“황제폐하! 만세!”

임충이 조위총을 위해 만세를 불렀다. 허나 누구하나 그 만세 소리에 동참하는 병사들은 없었다. 이미 병사들의 마음이 조위총을 떠난 거였다.

“황제폐하! 만세!”

다시 한 번 임충이 황제폐하 만세를 외치자 마지못해 병사들도 건성으로 황제폐하 만세를 외쳤다.그것도 잠시 임충이 돌아서서 병사들을 봤다.

“20여필의 전마를 잡아라! 그리고 골고루 병사들에게 먹여라!”

“예. 좌 장군!”

하급 무장이 임충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그렇게 서경 반란군 진영은 전마 20필을 잡아 병사들을 먹였다. 허나 20여필의 전마를 잡는다고 해도 굶주린 병사들에게 돌아가는 양은 일부에 불과했다.

그것이 또 하나의 불만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게 또 이틀이 지났다. 20필의 말고기가 동이 나는 것은 당연했고 또 다시 단 이틀 만에 병사들은 굶주림에 허덕여야 했다.

물론 운이 좋아 아주 조금의 말고기를 얻은 병사들도 있었으나 3만 이상의 병사들은 5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아사 직전까지 몰리고 있었다.사람이 굶주리게 되면 야차가 된다. 또한 그런 야차들이 모인 곳이 바로 지옥일 거다.

개경 회생의 사택 중 백화의 전각.황후처럼 근엄하게 자리에 앉아 있는 백화의 모습이 보이고 그녀의 앞에는 강일천의 사택 집사가 머리를 조아린 상태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아버지께서 중도에 당도를 하셨다고?”

“그렇사옵니다.”

집사의 말에 백화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아버지께서 중도에서 큰 성과를 이루지 못하시면 돌아오시는 길이 험하실 것인데,,,,,,,,.”

백화의 중얼거림에 사택 집사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사옵니다. 아가씨! 무엄하게 사택 주변을 경계하는 자들이 늘어났사옵니다. 어찌 하옵니까?”

지금 강일천의 사택은 감시를 받고 있었다.모함이든 계략에 빠진 것이든 김보당의 고변에 의해 참지정사인 강일천은 반역에 연류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것을 불문에 붙인 회생이지만 위위경 이의방은 경대승의 부친을 따로 불러 참지정사 강일천의 사택을 감시하라고 지시를 내린 상태였다.

“고얀 놈!”

백화는 이의방을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니 아버지께서 금황제와 담판을 지어 성과를 내시어 금황제의 이해를 구해오셔야 하는 것이다.”

“예. 아가씨!”

“그 동안 어떤 빌미도 줘서는 안 된다.”

“예. 아가씨!”

그때 전각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마마! 홍련이옵니다.”

“들어와라!”

백화의 말에 조심히 홍련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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