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8권 - 대통합! -- >
“그 말씀은,,,,,,,.”
“공평하게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때 이의방이 날 봤다.
“허나 연이는,,,,,,,.”
“개경에 있지요. 그리고 영화는 이곳에 있고.”
“예. 그렇사옵니다. 황자저하! 속 좁은 이 장인을 어리석도 하지 말아주십시오.”
“부르면 되는 것 아닙니까?”
내 말에 이의방이 놀라 날 봤다.
“그, 그 말씀은,,,,,,,.”
“부르십시오.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알겠사옵니다. 황자저하!”
이의방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 사위가 노파심에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달랬으니 이제는 경고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예. 말씀하십시오.”
“모두가 제게는 소중합니다. 백화도 영화도 연이도 다 소중합니다.”
혹여 오판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지금 난 하고 있었다.
“황, 황자저하!”
“아시겠지요?”
내 말에 다시 한 번 이의방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그 순간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알아먹은 것이다.’난 그런 생각을 하며 이의방을 봤다.
“예. 황자저하! 소장이 어찌 그리 불충한 마음을 먹겠나이까. 그런 걱정은 아니 하셔도 되옵니다.”
“저는 공명처럼 읍참마속을 할 자신이 없습니다. 허나 다른 중신들은 다를 것입니다. 그러니 이 사위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세요.”
“알겠사옵니다. 황자저하!”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하하하! 제 꿈이 이제야 이뤄지나 봅니다.”
“예?”
“처음 장인께 말씀을 드렸지요. 고래의 등과 같은 기와집에 3처 9첩을 두면서 배 불리 먹으며 살고 싶다고.”
농이 섞인 내 말에 이의방도 과거를 떠올리는 것 같았다.
“그리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하하! 벌써 3처입니다.”
“그렇사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처음 제 내자로 정해진 사람은 연이 낭자입니다. 그것만 아시면 됩니다.”
“황공하옵니다.”
“장인!”
난 다시 위위경 이의방을 뚫어지게 봤다.
“예. 황자저하!”
“이번 일이 잘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황제폐하의 양자인 제가 태자가 될 명분이 생깁니다. 아시지요.”
“예. 알고 있습니다.”
“서경으로 입성을 하게 되면 일사천리로 저는 태자가 될 준비를 할 것입니다.”
내 말에 위위경 이의방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되셔야지요.”
“그러니 다른 생각을 마시고 정벌군 총사령의 소임만 집중해 주십시오.”
“예. 황자저하!”
“그럼 저는 이대장군을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소장에게 하신 말씀을 그대로 해 주시려는 겁니까?”
난 대답 대신이 살짝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바로 이고외숙의 군막으로 가기 위해 군막을 나섰고 위위경 이의방이 나를 따라 군막 밖으로 나섰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황자저하께서 소장을 생각하시는 마음 다시 한 번 새기겠나이다.”
“예. 그러세요.”
난 그렇게 말하고 이고외숙의 군막으로 향했다. 아마 한참이나 위위경 이의방은 멀어지는 나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이의방은 멀어지는 회생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그리고 결심을 한 것처럼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기회는 공평하니 암계를 쓰지 말라,,,,,,,.’이의방은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참으로 놀랍고 두려운 분이시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수족이나 다름없는 부장을 봤다.
“부장!”
“예. 총사령관각하!”
“지금 당장 무장 몇을 이끌고 개경 사택으로 가 연이를 데리고 와라.”
“예?”
영문을 몰라 부장이 되물었다.
“역시 열 계집 마다하는 영웅은 없으시다. 기회를 공평하게 주신다니 움직여야지.”
이의방이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가서 연이를 데리고 와라. 어서!”
“예. 총사령관각하!”
부장이 군례를 올리고 급히 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뛰었다.
“기회를 주신다면 잡아야지. 이것은 충심과는 또 다른 것이지. 역시 영웅은 호색인가?”
자비 령 남쪽 협지 입구로 바짝 봉쇄선을 구축한 고려 중앙군.완벽한 공격과 방어를 생각하고 진을 펼쳐놓은 상태였다. 제일 선두에는 방패와 3미터나 되는 긴 창을 든 창병들이 자비 령 남쪽 협지를 틀어막겠다는 듯 버티고 섰고 그 뒤에는 궁수들이 갑작스럽게 달려들지도 모를 서경 반란군들의 결사대에 저격하기 위해 섰다.
그 뒤로 더 많은 검을 든 검병들과 도끼를 든 부월 수들이 긴 창을 든 병사들이 내 공격 명령이 떨어지는 동시에 돌격을 하기 위해 길을 열면 달려 나갈 수 있게 준비를 했다. 그렇게 진을 구성한 인원들의 수가 3만이었다.그리고 그 뒤에 50여기의 화포들이 1열로 서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준비는 됐는가?”
회생의 명을 받은 대장군 한 섬이 화포 지휘 무장에게 물었다.
“당장이라도 석포든 화포든 쏠 수 있게 준비는 했사오나,,,,,,,.”
화포 지휘 무장이 대장군 한 섬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가 하지 못한 말은 적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에 화포나 석포를 쏴도 크게 효과가 없다는 걸 거다. 또한 적이 어쩔 수 없이 편성한 방어진까지 화포나 석포가 날아갈지 의문스럽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았다.
“적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
“그렇사옵니다. 이대장군!”
“상관없다.”
“예?”
“사람도 짐승! 큰불을 보면 놀라는 법이지.”
회생이 자신에게 한 말의 뜻을 몰라 했던 대장군 한 섬이지만 한 섬은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투로 화포 지휘 무장에게 말했다.
“내 명령이 떨어지면 바로 쏠 수 있게 준비를 해!”
대장군 한 섬이 그리 말하고 고개를 돌려 제일 뒤에 있는 병사들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알겠사옵니다.”
“으음,,, 적이었던 놈들을 뒤에 둔 꼴이 되었군.”
그 뒤에 안전지대라고 여길 수 있는 곳에 포로가 되었다가 다시 중앙군에 편입된 이북 40개성의 병사들이 무장한 상태로 서 있었다.
“우리를 왜 여기다 세운 거지비?”
이북 40개성 출신 병사들이 두리번거리며 수군거렸다.
“이 정도면 안전하겠슴둥.”
“안전?”
“그렇지 않슴둥? 이것이 다 황자저하께서 우리를 생각해주시는 것임둥. 서경 잡것들은 우리를 제일 먼저 진군시켰는데 황자저하는 확실히 다름둥.”
걸쭉한 사투리를 쓰며 말하는 병사의 말에 대부분의 병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완안이라는 성을 쓰고 있는 기마대 출신 말갈전사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왜 그래?”
회생에게 보고를 마치고 돌아온 우태가 완안 성씨를 쓰는 말갈전사에게 물었다.
“황자저하께서 아직도 우리를 의심하고 계신 것 같아서요.”
“황자저하께서?”
“아닙니까?”
그가 고개를 돌려 뒤를 봤다. 그리고 우태도 고개를 돌려 뒤를 봤고 그 뒤에는 1만 기마대 중 2천기가 당장이라도 달려 나갈 수 있게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 생각을 하나?”
“괜한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네 이름은 뭔가? 내 성만 알고 있어 뭐라고 부를지 모르겠네.”
우태의 말에 잠시 그가 우태를 봤다.
“승린 이요.”
“이름이 좋군. 걱정 마시게. 황자저하께서는 한번 믿고자 하시면 절대 의심하지 않으시네.”
“황자저하를 잘 아시는 것 같소?”
완안승린의 물음에 우태는 속으로 뜨끔했다.
“하하하! 나도 그리 들었네. 겨우 병졸 주제에 어찌 황자저하를 잘 알겠나.”
우태는 그리 말하며 속으로 완안승린이 예사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또한 회생이 바꿔놓지 않은 역사에서 완안승린은 금나라 마지막 황제의 이름이었다.
재위기간이 딱 1234년 딱 1년인 망국의 황제의 이름이 완안승린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1173년이다. 회생이 바꿔놓지 않은 역사대로라면 동북아의 절대자인 금이 딱 멸망을 하기 60년이 남은 순간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마지막 금나라 말 황제인 완안승린의 이름을 가진 자가 회생의 군대에 검을 들고 서 있다는 거였다.
대장군 한 섬은 자비 령을 노려보며 손을 들었다.
“불놀이다. 쏴라!”
그와 동시에 대장군 한 섬의 부장이 고개를 돌려 화포 대를 지휘하는 무장을 보며 소리쳤다.
“화포오오를 쏴아아 아라!”
우렁찬 외침과 함께 드디어 방어가 아닌 공격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줄을 끊어라!”
화포대 지휘 무장이 부월을 들고 있는 병사들에게 소리쳤다.팅! 팅! 팅!일제히 50기의 화포의 긴축을 당겨놓은 줄이 끊어졌다. 그와 동시에 시리고 추운 파란 하늘에 붉은 불덩이가 유성처럼 날았다.
“공격이다. 공격이다!”
하늘로 나는 불은 보는 이들의 눈에는 장관이 분명했다. 허나 서경 반란군에게는 두려움 그 자체로 변할 것이 분명했다.
콰콰쾅! 콰콰쾅!화화화! 화화화!지지직! 콰콰쾅!여기저기서 불덩이가 떨어졌고 제일 먼저 놀란 것은 자비 령에서 사는 산짐승들이었다. 그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덩이에 놀라 여기저기 마구 도망을 쳤고 그 순간 거대한 불덩이가 자비 령을 태울 듯 타올랐다.
“무슨 냄새냐?”
급조한 방어진을 구축한 곳까지는 화포가 날아가지 않았다. 허나 불타는 매운 연기의 냄새는 바람을 타고 급조된 방어진까지 날아들었다.
“불, 불이 난 것 같습니다.”
묻는 무장에게 놀란 병사가 대답했다.
“뭐라고?”
“저기 연기가 보입니다. 연기입니다. 산불이옵니다.”
“왜 갑자기 산불이,,,,,,,.”
무장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을 하다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은 소나무사이에서 보이는 남쪽 하늘을 봤다.
“저, 저것은,,,,,,,.”
무장 역시 놀라 말을 더듬었다.
“개경 잡놈들이 저희를 다 태워죽일 생각입니다.”
병사의 말에 무장도 표정이 굳어졌다.
“연기가 이곳으로 몰려옵니다. 쿨럭!”
“젠장!”
무장은 바로 몸을 돌려 방어진 후방으로 뛰었다.
“장군! 조 장군!”
무장이 급히 달려간 곳은 조원정이 서 있는 곳이었다.
“왜 그리 호들갑이냐?”
“개경 잡놈들이 산에 불을 지르기 위해 화포로 공격해 오고 있습니다.”
“산에 불을 질러?”
“그렇사옵니다. 불길이 거세게 올라오고 있사옵니다.”
무장의 말에 조원정이 인상을 찡그렸다.‘이 상황에서는 방화 띠를 파고 젖은 천으로 입을 가리라고 하셨지.’조원정은 회생이 이미 일러준 것을 떠올렸다. 이것만 봐도 회생이 실행하는 일중에 미리 준비가 안 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불길이 이곳까지 번지면 큰일이다.”
“그렇사옵니다. 장군!”
“불길이 더 번지지 못하게 땅을 파고 나무를 베라.”
“예?”
“지금은 진격할지도 모르는 적보다 불길이 더 무서운 적이다.”
“예. 장군!”
무장도 알겠다는 듯 크게 대답했다.
“또한 젖은 천으로 입과 코를 가려라! 매운 연기를 오래 마시면 질식해 죽게 된다.”
일사천리로 지시를 하는 조원정을 보고 무장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깊은 산중에 물이 없다는 것을 떠올라 인상을 찡그렸다.
“장군! 천을 적실 물이 없사옵니다.”
“계곡이 있지 않느냐?”
“그곳까지는 한참이옵니다.”
“그럼 오줌이라도 싸서 적셔 입고 코를 막아라.”
“오줌을 말이옵니까?”
무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죽는 것보다 좋지 않으냐?”
“그, 그렇사옵니다.”
“불길이 번지면 막을 수 없다. 알았느냐?”
“예. 장군!”
“또한 불길에 놀라 도주하는 병사가 있을 것이다.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
“예. 장군!”
“급하다. 어서 움직여라! 나는 황제폐하께 보고를 드릴 것이다.”
“예. 장군! 알겠나이다.”
무장은 조원정에게 군례를 올리고 돌아서서 급히 앞으로 뛰어갔다. 그런 무장을 보며 조원정이 보며 사악한 미소를 머금었다.
“여기서 살아나면 나는 고려 상장군이 되는 것이지. 암 그렇고말고.”
19권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