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8권 - 대통합! -- >8. 영웅호색?회생의 군막.안으로 들어선 우태가 나를 보며 공손하게 군례를 올렸다.
“황자저하를 뵈옵니다.”
“보고할 것이 있나?”
“그렇사옵니다. 황자저하!”
“뭐지?”
우태는 사실 내가 중앙군에 심어놓은 별초 중 하나다. 나는 이의방과 이고외숙 그리고 한섬까지 모두를 믿지만 정도전이 말한 것처럼 모두를 의심한다. 그렇기에 중앙군 군영 안에 내 사람을 심어 놨다.
“포로로 잡힌 말갈전사 중에 특이한 자가 있사옵니다.”
“특이한 자?”
“그렇사옵니다. 황자저하!”
“어떤 면에서?”
“말갈전사 중 하나의 성이 완안이라 하였습니다.”
“완안?”
난 놀란 눈으로 우태를 봤다. 완안이라는 것은 금나라 황실의 성이 분명했다. 그런데 오랑캐라 불리는 말갈전사 중에 그것도 포로로 잡힌 자들 중에 완안이라는 성을 쓰는 자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렇사옵니다. 완안이라는 성은 오직 금 오랑캐 황실의 성 씨라 보고를 드리는 것이옵니다.”
생각하지도 못한 변수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겨진 황족일까?”
내가 고려의 숨겨진 황자이니 나는 당장 그것부터 의심이 됐다.
“아직 정확하게는 모르겠나이다.”
“그럼 정확하게 알아봐라.”
“예. 황자저하!”
“진영의 동태는 어떤가?”
“포로들이 모두 다 황자저하께 동화되고 있는 것 같사옵니다.”
“같다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내 충실한 병사가 되어야 한다.”
“예. 황자저하!”
“다른 움직임은 없나?”
“총사령이신 위위경께서 은밀히 따로 황자저하의 주변을 살피시는 것 같사옵니다.”
물론 나 역시 그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정도전이 그렇게 움직인 거였다.
“촉각을 세우고 있겠지.”
난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그렇사옵니다. 우선은 영화공주마마의 주변을 살피는 것 같사옵니다.”
우태의 말에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경계의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세상의 일은 모르는 것이다. 또한 사람은 누구도 완벽하게 믿을 수 없는 존재다. 그리고 이곳은 전장이다.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곳이다. 혹여 내 장인인 이의방이 잘못된 말음을 먹고 서경 반란군의 결사대로 가장해 영화공주를 해한다면 또한 그 증거를 찾지 못한다면 영화공주는 속절없이 억울하게 죽게 되는 거였다.
‘많은 것을 가지게 되니 기우만 느는 군!’난 우태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다른 것은?”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마의장군께서 책사와 가깝게 지내시는 것 같사옵니다.”
“마의가?”
“그렇사옵니다.”
예상하고 걱정했던 정도전의 사조직이 생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았다. 물러가라!”
“예. 황자저하!”
우태가 내게 군례를 올리고 나서 조심히 밖으로 나갔다.
“정도전! 나를 위한 충심이 과하게 커지고 있어.”
난 다시 한 번 정도전의 얼굴을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또한 정도전이 생각하는 일들이 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인께 괜한 생각을 하시지 못하게 해 드려야겠어.”
난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이의방의 군막으로 가기 위해 군막을 나섰다.‘또 무한한 충심이 울어나게 만들기도 해야 하고.’순간 난 사악한 마음이 들었다.
이것이 다 바라는 것이 크기 때문에 나 스스로도 변하고 있다는 증거일 거다.서경 반란군 진영 외곽.좌 장군 임충에 의해 끌려 온 군량 담당 무장이 벌벌 떨며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임충에게 애원하는 눈빛으로 임충을 보고 있었다.
“살, 살려주십시오.”
애원하는 군량 담당 무장을 내려 보고 있는 임충의 표정도 어둡기만 했다.‘대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스스럼없이 휘하 무장을 참수하라고 명을 내리시는 위인이었단 말인가?’임충은 조위총에 대한 충심에 금이 가고 있었다. 또한 어떤 경우에서는 자신도 이렇게 버려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제의 깜냥은 분명 아닐 것이야!’따지고 본다면 임충은 서경 무장이기는 해도 조위총을 따라 거병한 것이 아니라 대령후를 따라 거병한 거였다. 그러니 지금의 현실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위인이었다.
“살려주십시오. 임충 장군!”
“으음,,,,,,,,.”
임충은 신음을 토해내며 검을 뽑았다.
“살, 살려주십시오.”
“황명이라 어쩔 수 없다.”
임충의 말에 군량담당 무장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마치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은 다하겠다는 그런 표정이었다.
“어찌 황명입니까? 조위총이 진정 황제입니까? 살려주십시오. 소장은 죄가 없사옵니다. 아시지 않사옵니까? 소장이 알기로는 임충 장군께서는 공명정대하신 분이라고 들었사옵니다. 살려주십시오. 억울하게 죽고 싶지 않사옵니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임충은 그리 말하고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소장이 죽고 나면 또 조위총은 희생양을 찾을 것이옵니다. 그것이 임충 장군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사옵니다.”
“뭐라?”
“아니 그렇사옵니까? 진로와 퇴로가 모두 막혔사옵니다. 조위총은 더 많은 희생양을 찾게 될 것이옵니다.”
“닥쳐라! 황제폐하이시다.”
“거병 할 때 황제는 대령후셨습니다. 대령후를 배신한 것이 누구입니까? 대령후를 배신한 것은 조위총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임충 장군께서도 토사구팽이 되실 것입니다.”
“네 이놈! 곧 죽을 놈이라고 망발을 일삼는 것이냐?”
“곧 죽을 놈이니 이러는 것입니다. 살려주십시오. 아니 같이 사셔야 하지 않사옵니까? 제가 듣기로는 개경 중앙군은 포로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고 들었사옵니다.”
“뭐라?”
“지난 새벽에 펼쳐진 잔치는 모두 포로들을 위해 벌린 잔치라는 말이 있사옵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살려 주십시오. 아니 같이 개경 중앙군에 투항하여 같이 살길을 찾으셔야 하옵니다.”
“닥쳐라!”
임충은 바로 검을 뽑았다. 그리고 다시 군량담당 무장을 노려봤다.
“네가 억울하다는 것은 안다. 허나 너를 살려줄 수도 없다. 그러니 원망 따위는 말거라.”
그와 동시에 임충이 검을 휘둘렀고 툭하고 군량담당 무장의 목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떨어진 목을 한동안 물끄러미 보는 임충이었다.‘더 많은 희생양을 찾는다,,,,,,.’
“어인 일이시옵니까?”
갑작스럽게 내가 위위경 이의방의 군막에 들어서자 위위경 이의방은 놀라 급히 일어나며 내게 물었다.지금 이 순간 이의방의 옆에는 대장군 한 섬이 있었다.
“한섬 대장군도 있었군.”
“예. 황자저하! 중앙군의 진격을 끝내고 공격 진영을 편성 완료했기에 총사령관이신 위위경에게 보고하고자 왔사옵니다.”
대장군 한 섬의 말에 난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각자의 입맛대로 모이는 거군.’분명 표면적으로는 대장군 한섬이 말한 대로 일 거다. 하지만 서로서로 계파를 만들고자 자주 모인다는 것을 난 알 수 있었다.
“한대장군!”
“예. 황자저하!”
“공격 진영 편성이 끝이 났으면 공격을 하시게.”
“진격을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자비령으로 들어서는 입구는 협로이니 진격은 어렵겠지.”
“그럼 어떻게,,,,,,,,.”
대장군 한 섬이 내 눈치를 봤다.
“화포를 쏘시게.”
“예?”
내 말에 대장군 한 섬이 놀라 날 봤다.
“자비 령을 다 불바다로 만드실 생각이시옵니까?”
“사람이나 짐승 놀라게 하는 건 불장난이 최고지.”
내 말에 대장군 한 섬이 영문을 몰라 날 봤다.
“한대장군!”
그때 위위경 이의방이 한 섬을 불렀다.
“예. 총사령각하!”
“황자저하께서 지시하신대로 하시게.”
“허나 어디에 서경 반란군이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옵니다.”
“어디에 진을 펼치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네. 그냥 화포를 쏘시게. 그럼 놀라고 위축이 될 것이야!”
“알겠사옵니다.”
“물러가시게.”
이의방이 대장군 한 섬에게 물러가라고 지시했다. 이의방도 내가 이유가 있어서 찾아왔다는 것을 아는 눈치였다.
“예. 총사령관각하! 아주 신명이 나게 화포를 쏘겠습니다.”
대장군 한 섬을 그리 말하고 날 봤다.
“황자저하! 소장 대장군 한 섬 명을 받잡고 물러가겠나이다.”
“혹여 놀라 자비 령을 내려올지 모르니 단단히 막아서세요.”
“예. 황자저하!”
“또한 투항을 하는 자는 베지 마시고.”
“알겠나이다.”
그렇게 대장군 한 섬이 군막 밖으로 나섰다.
“좌정하시지요. 황자저하!”
위위경 이의방이 내게 상석을 권했다. 상석에는 호랑이 가죽으로 덮여 있었다.
“가죽이 참 좋아 보입니다.”
“황자저하의 옆을 보필하니 제 눈치를 보는 족속들이 많아지고 또 많이 받치려 혈안이 되어 있어 즐기는 중이옵니다.”
위위경 이의방은 내게 솔직하게 말했다.
“받치는 것을 너무 마다하면 그것도 보기 좋지 않지요.”
“예. 황자저하!”
“이 호랑이 가죽을 보니 딱 떠오르는 말이 있습니다.”
난 자리에 앉으며 이의방을 봤다.
“말씀하십시오. 황자저하!”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무장은 죽어 충심이 담긴 이름을 남기지요.”
내 말에 위위경 이의방의 눈빛이 떨렸다.
“황, 황자저하! 소장의 아니 이 장인의 충심을 의심하시는 것이옵니까?”
“하하하! 그런 적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저는 이 자리에 황자의 신분으로 오지 않았습니다. 장인의 사위로 왔습니다.”
내 말에 다시 이의방이 날 봤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제 내자가 될 사람의 이름이 연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도 참 무심했습니다.”
“황공하옵니다.”
“불안하시지요.”
“어찌 감히 소장이,,,,,,,,.”
“장인께서는 불안하기도 하실 것입니다. 제가 영화공주와 합방을 했으니 말입니다. 제 잠저에는 백화가 있고 또 이 군영에는 영화가 있으니 말입니다. 불안하기도 하실 것입니다. 제 내자가 될 연이 낭자를 저는 얼굴도 보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그것은 모두 다 너무나 상황이 급변했기에,,,,,,,,.”
“예. 맞습니다. 그래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불안해하지 마세요.”
“황자저하! 마음써주셔서 황공하옵니다.”
“기억나십니까?”
난 이의방을 물끄러미 봤다.
“무엇을 말이옵니까?”
“뇌성을 맞은 저를 가엽게 여기고 말의 등에 태워 극락왕생을 위해 흥왕사까지 데리고 오신 것 말입니다.”
내가 이의방과 나의 과거를 상기시키자 이의방도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아직 그것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구명지인이신 것을 각인시켜 놨습니다. 그러니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황, 황자저하!”
“그보다 더 큰 인연은 없습니다. 그러니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송구하옵니다. 황자저하! 황자저하의 마음도 모르고 소장은,,,,,,,.”
“장인!”
“예. 황자저하!”
“제가 약속하나 해 드리지요.”
“약속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이 고려의 황제가 될 것입니다.”
“예. 황자저하! 그리 되실 것이옵니다. 소장이 아니 이 장인이 황자저하께서 가시는 길에 목을 내놓아 디딤돌이 될 것이옵니다.”
“제게는 3명의 여인이 있습니다.”
내 말에 이의방이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예. 황자저하!”
“모두 다 소중한 내자들입니다.”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니 제1황후의 자리는 어쩔 수 없이 제 품에 황손을 안겨주는 여인이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태자비의 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 작품 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