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8권 - 대통합! -- >7. 독 안에 든 쥐라고 모두 독한 법은 아니다.회생의 군막 안.모처럼 편안한 잠을 잔 밤이었다.
포근함을 느낀 하루였고 여유를 찾은 밤이었다. 내가 깨어났을 때 이미 영화공주는 단아한 표정으로 살포시 앉아 있는 새색시였고 부시지 일어난 나를 위해 작지만 환한 미소를 보였다.
내게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그 웃음이 난 참 좋았다.
“일어나셨습니까? 상공!”
영화공주는 나를 상공이라 불렀다. 지난 새벽에 이제는 내 사람이고 이제는 그대 사람이라고 내가 말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응!”
난 처음으로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졌다. 왠지 영화공주에게는 그래도 될 것 같았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저 미소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내가 반쯤 어리광을 섞은 대답을 하자 영화공주가 다시 살포시 웃어 보였다.
미소가 밝다.거칠고 급하게 또 위태롭게 지내온 내게 영화공주는 저리 웃기만 했다.
그게 참 좋다.사실 영화공주와 난 정략적으로 국혼을 해야 하는 관계였다.
처음에는 그것이 부담스러웠고 또 백화를 배신하는 것 같아서 싫었다.그런데 지금 이 순간은 영화공주에게 내가 안식을 찾고 있는 거였다.
영화공주의 입장에서는 내게 많은 것을 요구해야 했다. 황실을 위해 내가 버팀목이 되어줘야 했고 그것을 위해 자신을 내게 보낸 거였다.
물론 그렇게 만든 것은 할마마마이신 공예태후 때문일 거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위태로운 관계가 사라져버렸다. 그 위태로운 정략적 국혼 관계가 내가 황자라는 신분 때문에 다 사라져버렸고 그것으로 나와 영화공주는 이제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원하게 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그게 참 다행이다. 참으로 그게 다행이다.영화공주가 내 고모이기에 다행이고 또 내가 고려의 황자이기에 다행이었다.
이제는 내가 줄 권력 때문에 나를 사랑하는 척 한다는 의심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씻으시지요.”
영화공주가 조심히 일어나 내게 은으로 된 대야에 든 물을 내밀었다.
“고마워!”
나도 이제 영화공주에게 존댓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또 영화공주가 웃었다. 그래서 좋다. 그렇게 난 영화공주와 씻고 또 영화공주와 밥을 먹고 영화공주가 입혀주는 갑주를 입었다. 그때까지는 참 좋았다.
“저는 이제 물러가겠습니다.”
영화공주는 이제 내가 또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기에 물러가겠다고 내게 말했다.
“조그만 더!”
난 손을 뻗어 영화공주를 잡아끌었고 내 행동이 다시 그녀를 살짝 웃게 했다.
“돌봐야 할 병자들이 있사옵니다.”
영화공주의 말에 난 잠시 영화공주를 봤다. 지난 새벽 전까지 난 영화공주가 내 환심을 사기 위해 저리 병자를 돌본다고 생각했다. 의도한 일이기에 저리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진심이 느껴졌다.
“미안해! 오해해서.”
난 영화공주에게 솔직하게 내 마음을 보였다.
“그러실 만하시옵니다. 상공!”
“나는 그저,,,,,,,,.”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어마마마께서 그리 하라하셨습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난 후에는 마음에서 우러나더이다. 저 병사들이 황실을 위해 상공을 위해 저리 다친 것이라 생각이 드니 마음에서 우러나더이다.”
영화공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힘든 일이야!”
“저는 겨우 힘들기만 하옵니다. 허나 상공의 무장들은 목숨을 거나이다. 상공을 위해 그리 하나이다. 그러니 돌봐줘야 하옵니다. 상공. 그러고 싶사옵니다.”
“알았어. 잠시만!”
난 그렇게 말하고 영화공주를 살포시 안아줬다. 잠시간의 포옹이 참으로 따뜻한 순간이었다.
“참 좋네!”
“저도요.”
영화공주는 그렇게 말하고 살짝 나를 밀쳤다.
“그래. 해가 떴으니 이제 일을 해야지. 나가자!”
그렇게 영화공주와 난 이 평온한 군막을 나섰다. 그리고 바로 난 내게는 이 평온함도 오래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내가 한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이제는 이 고려에 권력의 행배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알고 말았다.
“평온하셨나이까? 황자저하!”
나와 영화공주가 군막을 나서는 순간 이 고려의 무장들이 모두 군막 밖에서 우렁차게 군례를 올렸다.그 제일 앞에 정도전이 나를 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또 저놈이 꾸민 일이구나!’난 지금 이 고려의 무장들이 나와 영화의 합방을 하고 나오는 것을 보게 만든 것이 정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온했지.”
난 인상을 찡그렸고 영화공주는 살짝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어항 속의 금붕어가 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들이 이제는 누구도 속일 수 없게 된 거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이의방의 표정을 살폈다.
이의방은 입을 꼭 다물고 있었으나 그리 달가운 표정은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아예 싫은 표정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고 외숙은 왠지 흡족한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틈이다.이것은 지금은 크게 작용하지 않을 틈이나 분명 틈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틈을 정도전이 나를 위해 또 미래를 위해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괘씸했다.
‘넘어서지는 마시오. 도를 넘어서면,,,,,,,,.’난 정도전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물러가겠습니다. 황자저하!”
영화공주도 지금의 분위기를 아는 듯 나를 황자저하라 불렀다. 그 좋았고 평안했던 순간이 한 순간에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그러세요. 공주마마!”
상공과 영화의 관계는 다시 황자저하와 공주마마로 멀어져야 했다.
“예. 물러가겠나이다.”
영화공주가 내게 머리를 숙여 예를 보이며 물러나려했다. 그 순간 난 살짝 영화공주의 귀에 속삭였다.
“오늘밤은 제가 가지요.”
난 그렇게 말하고 정도전을 노려봤다.
“전략회의를 할 것입니다. 들어오세요.”
내 말에 찬바람이 분다는 것을 정도전 저놈은 알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도전은 여유로운 표정을 보였다. 그때 저 멀리서 대 스승인 연후와 무제 그리고 북천이 천천히 걸어왔다.
“황자저하! 만리장성은 잘 쌓으셨소?”
연후는 댓바람 아침부터 내게 농을 걸어왔다. 하지만 난 대답 대신에 휙하니 군막 안으로 들어 가버렸다.불쾌했다.
연후의 농이 불쾌한 것이 아니라 정도전의 움직임이 불쾌했다. 허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만약 정도전이라도 그리 했을 것이니 말이다. 그저 노를 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황자저하께서 화가 나신 모양이옵니다.
조의대두형?"무제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나 때문은 아니니 신경 쓸 것이 없어. 하하하!"
"예?"무제는 영문을 몰라 북천을 봤다."이제는 애증의 관계로 변할 것 같사옵니다."
"처음부터 그런 사이인지 모르지."연후는 그리 북천에게 말하며 군막 안으로 들어서는 정도전을 봤다."서로 절대 버릴 수 없는 관계이니 애증의 관계이겠지. 서로에게 약이 되고 독이 되는 관계지. 하지만 끝까지 가게 될 관계지. 그게 틀어진다면 서로에게 가장 큰 적이 될 것이고."연후의 말에 무제는 영문을 몰라했고 북천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사옵니다."
"그러니 자네가 두곽을 보여야 하네."
"예. 조의대두형!"북천은 연후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자비 령 북쪽 서경 반란군의 진영 조위총의 군막.
“철수 준비는 다 끝이 난 것인가?”
조위총은 모인 서경 무장들을 보며 말했다.
“그렇사옵니다. 조원정이 남쪽으로 이동해 방어진을 구축했사옵니다. 나머지 무장들과 병사들은 모두 철수 준비를 끝냈사옵니다.”
“조원정이 남쪽의 협로를 이틀만 막아준다면 서경 성으로 무사히 퇴각할 수 있지.”
조위총은 다행이라는 눈빛을 보였다.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그래요. 다시 준비를 하는 겁니다. 서경 성으로 가서 다시 준비를 하는 겁니다. 금나라 기마대 5만이 짐을 기다리고 있어. 그들만 남진시키면 이 고려는 내 것이 되는 겁니다.”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갑시다.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이오.”
조위총은 그리 말하고 군막을 박차고 나갔다. 그리고 준비된 말에 올랐다.
“서경 성으로 이동한다.”
무장 하나가 조위총이 말에 오르자말자 우렁차게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굳어져 있던 서경 성 4만 병사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물론 이 자리에 4만이 모두 모여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듯 무장의 외침이 빠르게 전파되어 이제는 살 수 있다는 안도감을 준 거였다.
“이동한다!”
“창을 높이 들어라! 깃발을 바로 새워라!”
“우리는 패전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전략적으로 물러나는 것이다.”
무장들이 병사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질 것을 염려해 손으로 해를 가리려 했다.
“창을 들어라!”
척! 척 척!그 순간 병사들이 창을 높이 들었다.
“선두첨병 부대는 진격하라!”
퇴각을 하면서도 서경 무장들은 진격이라는 말을 썼다. 그와 동시에 500여 명의 서경 무장들과 병사들이 앞으로 이동했다.
척척척! 척척척!애써 발걸음도 힘차게 걷는 그들이었다. 허나 그들이 과연 이 사지라고 할 수 있는 자비 령을 넘어서서 서경으로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자비 령 북쪽에서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는 신수군 진영.자비 령 북쪽 협로 입구는 마치 호리병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자비 령을 내려가는 좁은 협로 앞에는 수천의 병사가 진을 칠 수 있는 평지가 있었고 그곳에 회생의 명을 받은 신수군 부장 경대승이 단단히 진을 치고 있었다.
마치 호리병의 입구를 틀어막는 형태의 봉쇄 진을 친 그였다. 제일 선두에는 3만의 창병들이 수십 겹으로 장창을 들고 장창의 숲을 만들어놨고 그 뒤에는 검과 도끼를 든 부월 수들이 뒤를 받치고 있었다. 또한 그 뒤에는 일천의 궁수들이 당장이라도 시위를 당실 수 있게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의 뒤에는 화포 10대가 당장이라도 서경 반란군들을 향해 화포를 날릴 수 있게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거였다.
또한 3만의 창병 앞에는 적의 진격을 막는 목책과 함정 그리고 즐비하게 아니 과도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다다닥! 다다닥!그때 급히 기마 3기가 달려와 자비 령을 노려보고 있는 경대승의 앞에서 뛰어내려 무릎을 꿇었다.
“장군! 서경 반란군들이 퇴각을 하고 있사옵니다.”
“역시 황자저하의 말씀대로 일이 되고 있다.”
“어찌 하면 되겠습니까?”
옆에 있던 무장이 경대승을 보며 물었다.
“보이는 것들은 선두첨병 부대일 것이네. 그들을 모두 멸살해야 할 것이요.”
“예. 장군!”
“그래야 쉽게 진격하지 못할 것이요.”
“그렇습니다. 역적 조위총이 깜짝 놀랄 것입니다.”
무장의 말에 경대승이 피식 웃었다.
“놀라야지. 하지만 이 놀람은 시작에 불과할 것이야!”
이미 경대승은 회생에게 모든 이야기를 들었기에 앞으로 일어날 일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까지 막기만 하는 것이옵니까? 소장은 막기만 하신다는 말씀이 이해가 되지 않사옵니다. 신수군 4만이면 충분히 사기가 꺾인 서경 반란군을 무찌르고 공을 새울 수 있사옵니다.”
“소탐대실 말게.”
“예?”
“우린 막는 것이 임무야!”
“예?”
“10을 막고 저들이 어쩔 수 없이 결사대를 조직해서 길을 뚫을 때 거짓으로 대패해서 퇴각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네.”
경대승의 말에 이 자리에 모인 무장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멍해졌다.
“어찌,,,,,,,,.”
“그렇지. 이해가 아니 되겠지. 이해가 된다면 이상한 일이지. 허나 분명한 임무는 그것이네. 명심하게 함부로 진격하는 부대가 있다면 그 부대의 장수들은 군령으로 목을 칠 것이네.”
이해가 안 되는 순간이지만 지엄한 군령이기에 모두 경대승에게 알았다고 크게 대답했다.
“서경 반란군들의 선두첨병부대가 보입니다.”
무장이 경대승에게 보고했고 경대승은 마상에 올라앉아 적을 노려봤다.
“궁수 준비!”
“예. 장군!”
그와 동시에 급하게 무장이 말을 앞으로 몰아 달렸다.다다닥! 다다닥!
“궁주준비! 적이 내려오고 있다.”
그와 동시에 1천의 궁수들이 일제히 활의 시위를 당겼다.
“화포는?”
경대승이 나직이 물었다.
“준비가 되었사옵니다.”
무장 하나가 짧게 대답했다.
“크게 효과는 없겠지만 저놈들을 공황에 빠트릴 수는 있을 것이야!”
“그렇사옵니다.”
“공격 해!”
“예. 장군!”
경대승은 정확하게 이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하고 있었다. 자신이 서경 반란군들을 봤으니 저들도 이리 막고 있는 신수군을 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쏴라!”
“예. 장군!”
무장이 급히 돌아섰다.
“석포를 쏴라!”
“예. 나리!”
그와 동시에 석포의 줄을 자르기 위해 옆에 서 있던 부월 수들이 힘껏 석포를 당기고 있는 줄을 끊었다.팅! 팅! 팅!쉬우웅! 그 순간 10기의 석포가 하늘로 날았고 그와 동시에 천발의 화살이 하늘을 날았다.
============================ 작품 후기 ============================아주 짧은 슬럼프가 와서 하루를 쉬었습니다. 순간 내가 왜 글을 쓰고 있냐는 의문이 생겼고 외로움이 한 없이 밀려와서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루를 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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