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89화 (389/620)

< -- 간웅 18권 - 대통합! -- >잔치가 한창 펼쳐지는 평지.나는 대스승 연후를 얻고 뛰어난 책사 북천과 용맹한 무장 남제를 같이 얻고 또 5천에 육박한다는 조의선인을 얻었다.호랑이가 날개를 달았다고 해야 할 것이고 거대한 이무기가 큰 연못을 얻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밤이 깊었사옵니다. 황자저하!”

지금까지 내게는 아무 말도 없던 이고외숙이 내게 시간이 한참이나 흘렀다는 것을 인식시키겠다는 듯 말했다.

“이 밤을 지새울 것입니다. 그리고 죽은 자를 기억할 것이옵니다.”

“소장들이 하겠사옵니다. 황자저하께서는 쉬셔야 하옵니다.”

“괜찮습니다.”

“내일 또 자비 령으로 진격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지휘하시는 황자저하께서 이리 밤을 새우시고 지치신다면 다음에 있을 죽은 자들을 위한 잔치는 더 길어져야 할 것입니다.”

몸이 고단해지면 생각이 짧아지고 판단이 흐려진다는 것을 내게 말하고 있는 이고외숙인 것이다.

“이고 대장군의 말이 옳소이다. 주구우운!”

내 옆에 앉아 사람인지 술통인지 모를 정도로 술을 마시고 있는 대 스승 연후가 이고 외숙의 말이 옳다고 말했다.

“그렇사옵니까?”

“그렇소이다. 주군은 하실 만큼 하셨소이다. 저 정도이면 주군이 원하시는 통합은 7할은 이룬 듯 합니다. 부족한 3할은 북진을 통해 이루시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쉬셔야 합니다. 머리가 쉬지 못하면 손발은 지치고 잘리는 법입니다.”

“예. 그렇기는 합니다.”

그때 언제부터인가 모습을 보이지 않던 정도전이 다시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어디를 갔다가 오는 것이냐?”

한창 술판이 벌어질 때 어디론가 갔다가 다시 돌아온 정도전이었다.

“배가 아파 뒷간에 다녀왔습니다. 황자저하!”

정도전의 말에 대 스승 연후가 정도전을 보며 피식 웃었다.

“왜 그렇게 웃는 것입니까? 상국!”

정도전은 스스럼없이 연후를 상국이라 불렀다. 그 말에 이의방은 놀라고 이고외숙 역시 놀라 정도전을 봤다.

“하하하! 주군께서는 나를 스승으로 묶으시고 저 괴수 같은 놈은 나를 상국으로 불러 이 고려를 위해 써먹으려고 하는 것이 주군과 책사가 손뼉이 탁탁 맞습니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하하하!”

나도 호탕하게 웃었다.

“예. 그렇습니다. 제가 이 고려를 위해 이 한 몸 불태워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황자의 스승이라 곧 태자가 되실 분이시니 조금 더 산다면 황제의 스승이 되겠군요.”

연후의 거침없는 말에 난 조금은 놀란 척을 했다.

“제가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하하! 지금까지 아니 정하신 것이 있습니까? 주군!”

그러고 보니 연후는 나를 주군이라 불렀다.

“듣기 민망합니다. 예. 들어가서 쉬지요. 그리하겠습니다.”

난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 순간 나를 보던 정도전의 눈빛이 반짝였다.‘저놈이 저런 눈빛을 보일 때는 뭔가 있는데,,,,,,,.’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 쉬세요. 쉬셔야지요. 그래야 합니다. 그러셔야지요. 주군께서는 들어가십시오. 편한 밤 보네세요. 이곳은 저희들이 지키겠습니다. 못 지킬 것도 없지요. 술이 있고 기억해줘야 할 혼령들이 있으니 말입니다. 하하하! 저 혼령들도 술을 마시고 어깨춤을 춥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난 짧게 말하고 연후에게 목례를 하고 자리를 떴다.회생이 자신의 군막으로 향하고 그의 등이 작게 보일 때쯤 급히 응양군 무장이 위위경 이의방에게 다가와 살짝 속삭였고 위위경 이의방은 이고와 정도전을 보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알았다. 가 보거라.”

“예. 총사령관 각하!”

무장이 군례를 올리고 사라졌고 위위경 이의방이 이고외숙을 봤다.

“내 술 한잔 받으시게.”

이의방이 이고에게 술을 권하고 있지만 그 말투는 차갑기만 했다.

“그러지.”

콸콸콸! 콸콸콸!

“드시게.”

“고맙네.”

이고가 이의방이 따라준 술잔을 들이키고 잔을 이의방에게 내밀었다.

“벗인 자네가 내 편을 들어주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군.”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이의방이었다.

“그러신가?”

“자네는 내 편을 들어줄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멀리 보시게. 멀리!”

“멀리라?”

“그렇다네. 황자저하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보시게. 멀어지고 있네. 그 멀어진 마음이 연이에게 향하기는 아직 어렵지 않겠나?”

“그래서 책사와 손을 잡은 건가?”

“손을 잡았다? 하하하! 난 그저 황자저하께서 마음 기댈 곳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지.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영웅이지만 영웅을 다독이는 것은 여인 아닌가?”

“연이가 부족한가?”

이고와 위위경은 작게 말하고 있었다. 허나 그들의 말을 연후가 듣고 있었다.

“내 연이를 모르는 것이 아닌데 어찌 부족하겠나?”

“허면?”

“마음이 향하기에 아직 멀다는 것이지.”

“에헴!”

연후가 헛기침을 크게 했고 그 소리에 위위경과 이고가 연후를 봤다.

“이제 겨우 누룩을 발로 지근지근 밟아놨는데 벌써 마실 생각부터 하는가? 죽은 혼령들이 술잔을 패대기치고 있어.”

연후의 말에 위위경 이의방과 이고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네놈은 참 괴수다.”

연후가 이번에는 정도전을 보며 말했다.

“예?”

“네놈이 꾸민 일이겠지?”

“송구합니다.”

“나는 네놈이 뭘 바라는지 알면서도 모른 척을 하는구나!”

연후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송구합니다. 이 괴수 놈아! 술은 익어야 마시는 것이고 개는 삶아야 뜯을 수 있는 것이야! 때가 있는 것이다. 때가.”

“예. 알겠습니다.”

“하여튼 주군의 가장 큰 복이 너구나! 너야! 하하하!”

“송구하옵니다. 상국!”

“이제 곧 천리장성이 앞에 보일 것인데 주군께서는 만리장성을 쌓으시겠구나. 하하하!”

앉아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는 연후였다.다시 서경 성 성루.

“왔는가?”

“소장들은 참으로 놀랐사옵니다.”

“나도 놀랐네.”

“300기의 기로 성문을 열고 휩쓸어버리고 4천의 군사들로 치자는데 자네들은 어떤가?”

“그것도 방법이기는 하겠사옵니다.”

서경 성 무장이 말했다.

“그러다가 대패를 하면 성이 함락됩니다. 이곳은 대위국 황성입니다. 이곳을 잃는다면 남진한 거병 군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옵니다.”

안북도호부 무장이 최창평에게 말했다.

“그대들이 한 말이 모두 옳아. 그런데 만약에 안에서 내응을 하는 자들이 있다면 어찌 하겠나? 농성을 하다가 안에서 성문이 열리면 십중팔구는 성문이 열리자말자 대혼란이 일어나 함락이 되지.”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의 말에 모두 다 놀라 그를 뚫어지게 봤다.

“그렇사옵니다. 그리 된다면 이 서경 성이 철옹성이라고 해도 위태롭사옵니다.”

“그래. 300기의 기마대를 준비하시게. 방법이 없어. 기회를 봐서 선제공격을 할 것이네.”

“예. 도독!”

두두두! 두두두!그때 소나기가 내리듯 2천 가량의 기마대가 서경 성 평야로 달려오는 모습이 높은 성루에 보였다.

“도, 도독! 기마대이옵니다.”

서경 성 무장이 안북도호부 도독에게 소리쳤다.

“으음,,, 기마대군!”

“그렇사옵니다. 무장한 복장을 보니 말갈 오랑캐이옵니다.”

서경 성 무장의 말에 안북도호부 무장들의 표정은 더욱 굳어져 있었다.

“진퇴양란이로세!”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찌 하옵니까?”

“말에서 태어나 말에서 자란 저놈들을 300기의 기병으로 어찌 상대를 한단 말인가. 젠장!”

“그렇사옵니다. 말갈전사이옵니다. 약탈과 살육을 밥 먹 듯 하는 놈들이옵니다.”

“개경의 적도들이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군! 이 땅에 오랑캐를 끌어드릴 생각을 하다니.”

“서경 성이 함락되면 저놈들의 약탈로 백성들은 다 죽고 노비로 끌려갈 것 입니다.”

안북도호부 무장이 서경 성 무장들이 들으라는 듯 말했다.

“저놈들의 목적은 약탈이니 당연할 거다.”

안북도호부의 있는 지역은 말갈전사들과 접전이 잦은 곳이기에 그들의 습성을 잘 알고 있는 듯 말했다.

“예. 그렇사옵니다.”

“첫 계획은 다 틀려버렸군.”

“그, 그렇사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농성이야! 지켜야지. 어떤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지.”

“예. 도독!”

이 성루에 모인 모둔 무장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허나 그들의 표정은 한 없이 굳어지고 있었다.

“이제 방법은 농성뿐이네. 젠장! 농성이야!”

“허나 도독께서는 안에서 내응을 하는 자들이 있을 것이라 하셨사옵니다.”

“찾아야지. 어떻게든 찾아야지.”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찾으시게. 의심스러운 자들은 모두 잡아드리시고 고변하는 자는 상을 줘서 반드시 색출해 내야 하네.”

“예. 알겠사옵니다.”

모두가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에게 군례를 올렸다.

“서경 성의 무장들이 서경 성민들을 잘 아니 식량 징집과 장정들의 징집을 담당하시게. 그리고 안에서 내응할 적도들을 모두 색출하시게.”

“저희들이 말이옵니까?”

서경 무장들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왜 싫은가?”

“아니옵니다. 저희들이 하겠습니다.”

“모질게 하셔야 할 것이네. 식량이 없으면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네.”

“예. 도독.”

“당장 먹을 것을 빼앗긴 백성들은 원망을 하겠지만 끝내 승리하고 그들의 목숨을 저 적도들로부터 구해낸다면 그대들의 고충을 백성들이 알아줄 것이네. 또한 성 안에 은거하고 있는 적도들을 찾으시게. 찾고 못 찾고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네.”

“예. 도독!”

“방어준비를 하세. 적이 왔어. 어리석은 놈들 이 혹한에 이 철옹성을 깨겠다고 북변 갑산군이 왔어.”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은 펄럭이는 북변 갑산군 깃발을 노려보며 차갑게 웃었다. 허나 그 웃음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자는 이 성루에는 아무도 없었다.

두두두! 두두 두두!5천이 육박하는 북변 갑산군을 향해 2천 가량의 기마대가 질주하듯 달려왔다. 그리고 그 뒤를 2천의 보병들이 힘차게 따랐다.타이모 족장의 속말말갈 기마궁수들이 거침없이 달려오는 거였다.

물론 타이모 족장의 옆에는 김경희 장군의 1천 기마대와 2천의 병사들이 따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멀리서 별초의 수장인 박현준이 찬찬히 보고 있었다.

“성공을 하셨구나!”

타이모 족장의 대단함에 놀라는 박현준이었다.

“저기 타이모 족장님의 기마대가 보입니다.”

별초가 박현준에게 보고했다.

“한시도 쉬지 않고 달려오셨을 것이다. 음식을 준비하고 말 먹이를 준비하라.”

“예. 장군!”

별초의 수장인 박현준은 이제 장군이라 불렸다.5천 북변 갑산군 장군이 바로 박현준인 거였다.두두두! 두두두!거친 소나기처럼 달려오는 군대였다.

“워워워!”

박현준의 앞까지 달려온 타이모 족장이 말을 세웠다.

“늦었네.”

“바람보다 더 빠르셨습니다. 족장님!”

박현준이 타이모 족장에게 공손히 말하고 타이모 족장의 옆에 있는 김경희 장군을 봤다.

“박현준이라 하옵니다. 뵙게 되어 영광이옵니다. 김경희 장군님!”

“나를 보는 것이 영광까지 되겠나. 만나서 반갑네. 김경희라고 하네.”

“아니옵니다. 서경 성 이북 40개성이 강압에 못 이겨 서경 반란에 동조하는데 굳건히 충심으로 성을 지켰으니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런가? 무장의 기본은 충심인데 그것을 지킨 것이 이리 존경스럽다면 이 고려가 걱정일세.”

말에 뼈가 있는 김경희 장군이었다.

“그 기본 지키고자 오신 것 아니시옵니까?”

“그래 보이는가?”

“그렇사옵니다.”

“그건 그렇고 저 철옹성 같은 서경 성을 어찌 열어야 한단 말인가? 오면서 타이모 족장께 들었는데 서경 반란군이 이곳까지 후퇴를 하기 전에 함락시켜야 한다고 들었네.”

김경희 장군의 말에 박현준 장군이 찬찬히 망루에 서 있는 최창평 도독을 봤다.

“아마도 10여일은 걸릴 듯 합니다.”

박현준의 말에 타이모 족장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박현준을 봤다.

“안에 이미 꽤 많은 별초들이 잠입해 있는데 성문을 여는데 10여일이나 걸린다는 말인가?”

“예. 타이모 족장님!”

“따로 지시를 받은 것이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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