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87화 (387/620)

< -- 간웅 18권 - 대통합! -- >

“그렇습니까?”

“황자저하께서 쓰시기 나름이지요.”

연후가 그리 말했고 정도전은 신선이라고 불린 연후가 자신을 공명에 비유해주니 표정이 한없이 밝아졌다.

“예. 알겠습니다.”

“또한 무제는 뒤에 있는 저 야차 같은 위인을 능가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참으로 대단한 무위를 가졌군요.”

“황자저하!”

이의민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왜 그러는가? 이 장군!”

“짧고 긴 것은 데어봐야 아는 것이옵니다.”

이의민은 스스로 자신의 무의를 내게 확인시켜주고자 했다. 또한 연후의 말에 꽤나 자존심이 상한 것 같았다.

“무슨 짓인가? 황자저하께서 또 한 분의 스승을 만난 자리에서 왜 그런 망발을 일삼는 것인가?”

위위경 이의방이 이의민에게 핀잔을 줬다.

“송구하옵니다. 허나 소장이 가진 것은 용력뿐이옵니다. 그런데 그 용력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는데 제가 어찌 가만히 있겠습니까?”

틀린 말도 아니다. 이의민의 전부를 연후가 건드렸으니 저러는 걸 거다.‘무의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난 그런 생각을 하며 이의민과 무제를 봤다.

“잔치에 비무가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겨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예. 황자저하!”

위위경 이의방이 바로 대답했다.이 순간 난 한 명의 스승과 두 가신을 얻었지만 온전히 얻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이 들어 연후를 봤다.

“이것이 다는 아니겠지요? 연후 공!”

“역시 욕심이 참으로 많으신 황자저하십니다.”

“저는 할 일이 많습니다. 또한 제가 가져도 될 것 같아서 여쭈는 것입니다. 저는 고구려를 계승할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주셔도 틀린 것이 아닐 것입니다.”

내 말에 연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의의 수가 총 5천입니다.”

연후의 말에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정,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사실 묘향산으로 가 서경을 돕고자 했는데 하늘이 이곳으로 이끌게 했습니다. 황자저하!”

연후의 말에 난 아마도 연후가 서경 반란군들이 백성들에게 군량을 징집하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돌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 저를 돕는군요.”

“하늘이 서경을 버린 것이지요.”

자신이 움직이는 것을 하늘의 뜻이라고 할 정도의 위인이면 신선이라고 해도 틀릴 것이 없었다.

“조의선인들은 언제 볼 수 있습니까?”

“곧 이곳으로 집결할 것입니다.”

쿵쾅!난 다시 한 번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제게 하신 말씀 잊지 마십시오.”

“예. 저는 반드시 고구려를 계승할 것입니다.”

“그것이 아니고 평화를 위해 큰 전쟁을 하신다는 그 말씀 말입니다.”

“그리 할 것입니다. 크게 통합하여 누구도 싸우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참으로 큰 꿈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난 잠시 연후를 봤다. 그리고 난 그를 온전히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어찌 되었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난 그런 생각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천천히 연후의 앞에 서서 물끄러미 연후를 보다가 아무 말도 없이 연후에게 큰 절을 올렸다. 그것도 3번이나 절을 올리자 연후가 물끄러미 날 봤다.

“스승으로 모시겠습니다.”

“참으로 사악하실 정도로 영악하시옵니다.”

“스승으로 모시겠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모신 스승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인물이 연후일 거다.내 행동에 놀란 이고와 이의방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자저하! 왜 이러시는 것입니까?”

“스승을 모시는 것입니다.”

“하오나 황자저하시옵니다.”

“황자도 배워야 하는 사람입니다.”

내 말에 연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르칠 것은 없으나 스승이 되어드리지요. 그러니 일어나십시오. 술상을 앞에 두고 이리 무거워서야 되겠습니까? 황자저하!”

연후가 날 일으켰다.

“예. 스승님!”

“아무리 스승이라고는 하나 황자저하께서 존대를 하시는 것은 법도에 맞지 않습니다.”

이고외숙이 내게 말했다.

“군사부일체라 했습니다. 그리 아시면 됩니다.”

“알겠사옵니다.”

“그러지 말고 이제는 비무를 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연후가 날 보며 말했다.

“예. 저도 보고 싶습니다.”

난 그렇게 말하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무장을 불렀다.

“주안상을 밖으로 차려라! 이의민 장군과 조의군 장군 무제의 비무가 있을 것이다.”

“예. 황자저하! 준비를 하겠사옵니다.”

한창 잔치가 벌어지는 곳에서 이의민과 무제의 비무를 위해 자리가 만들어졌고 그 주변에 잔뜩 술에 취한 병사들이 모여들었다.내 지시를 받은 무장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만들어 다시 주안상을 차려놨고 나와 같이 자리에 앉은 연후는 모든 것이 즐거운 듯 술을 마시며 비무장 중앙으로 걸어 나오고 있는 이의민과 무제를 봤다.

‘정말 덤덤하듯 당당하다.’자신의 비무이지만 무제는 덤덤하게 걸어 나오고 있었다.

갑주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검은 옷 그 자체였다. 또한 무제의 몸에 무기라고는 고작 지검 하나가 전부였다. 그에 반해 이의민은 갑주를 차려입고 거대한 부월을 들고 무제를 노려보고 있었다.

갑주를 입고 있기에 둔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그 위용은 가히 무게가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이의민은 무제를 보며 웃었다.

“갑주를 챙겨 입고 나오시오. 내 부월은 비무라고 해도 거침이 없소.”

“내가 베어지면 어쩔 수 없지. 허나 그런 일은 없을 것이네.”

무제의 말에 이의민이 인상을 찡그렸다. 너무도 기품이 있는 모습이었다. 절대 타인을 깔보지 않는 눈빛과 위용 그리고 어딘가에서 뿜어 나오는 기운을 가진 무제였고 그것을 이의민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이의민은 인상을 찡그렸다. 혹여 자신이 실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모처럼 좋은 상대를 만난 것 같소이다. 이의민이라고 하오.”

이의민은 무제의 무의를 인정하는 듯 말했다.

“무제라 하오.”

“시작을 하시겠소? 보고 있는 눈이 많습니다.”

이의민이 무제에게 물었다.

“그럽시다.”

이의민이 부월을 한손에 잡고 그 끝을 바닥에 데었다. 부월의 길이는 6척 정도이니 어찌 보면 무척이나 긴 부월이었다.

이의민은 부월을 꼿꼿이 세우지 않고 비스듬히 눕히고 있었다. 그에 반해 무제는 여전히 검도 뽑지 않고 이의민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비무를 비켜보고 있는 병사들의 눈에는 문제나 이의민이나 싸울 의사가 없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어서 끝장을 내 버리세요. 이의민 장군님!”

이의민의 휘하에 있는 병사들이 이의민을 응원했다. 허나 이의민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꽤나 실력 있는 무장을 휘하에 두셨습니다. 황자저하!”

술을 들이키던 연후가 내게 말했다.

“그렇습니까? 스승님!”

“들고 있는 부월이 아깝지 않은 무장입니다.”

“금강야차라 불리는 장군입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비무나 전투에서 패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벽에 막힌 것이군요.”

“예?”

“깨져봐야 발전이 있는 겁니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황자저하께서도 승승장구만 하셨지요?”

연후의 말에 난 나도 모르게 인상이 굳어졌다.

“그렇습니다. 스승님!”

“단 한 번이라도 질 자신이 있다면 지지마세요. 그렇지 않다면 깨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저는 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시니 욕심이 많으신 황자님이신 겁니다. 하하하!”

연후가 호탕하고 웃으며 다시 이의민과 무제를 봤다. 내가 보기에도 저 둘은 상대의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그리고 그 틈이 보이면 일결 참살을 할 생각을 서로가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강한 자들의 대결이니 먼저 공격을 하다는 것은 이 대결에서 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오시겠소?”

무제가 이의민을 자극했다. 하지만 이의민은 대답이 없었다. 그저 무제를 노려볼 뿐이다.

“아니 오면 내가 가지.”

순간 무제가 몸을 낮춰서 이의민의 가슴을 향해 파고들었다. 여전히 검을 뽑지 않은 상태에서 달려드는 순간이었고 앞에 다다른 순간 빠른 발검이 이어졌다.수욱그 순간 무제는 바람에 움직이는 나뭇잎처럼 이의민의 가슴을 향해 검을 찔렀다.

“그리 쉽지 않소.”

이의민은 우레와 같은 외침과 비스듬히 눕혀 잡고 있던 부월을 무제에게 휘둘렀다. 그것이 얼마나 강성했는지 무제가 움찔하며 순간 뒤로 급히 몸을 피했다.

쉽지 않은 상대! 이의민은 그런 인물이었다. 무제는 이의민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마치 수십 년 만에 적수를 만났다는 그런 미소였다. 그리고 무제는 이의민의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천천히 바람처럼 물처럼 자연에 동화된 동작같이 보이며 이의민의 주위를 돌며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

그때 이의민이 다시 부월을 들고 무제의 움직이는 방향으로 달려들었다. 이제 탐색전은 끝난 듯했다.

부월이 휘둘러지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제는 아슬아슬 하게 이의민의 부월을 피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병사들과 하급 무장들은 무제가 어쩔 수 없이 피하기만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딱 그 정도만 보이는 실력이고 눈인 거였다.그에 반해 위위경인 이의방과 이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고 그대는 어떻겠는가?”

위위경인 이의방이 물었다.

“내 실력으로는 단 5합도 버텨내지 못할 것이네.”

이고는 무제를 높게 평가했다.

“그럼 나도 딱 그 정도이겠군.”

이의방의 말에 이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면 이의민은 참으로 뛰어난 용장이군.”

“이의민이 여포라면 저 무제라는 무장은 관우와 조자룡을 합쳐 놓은 것 같군.”

이의방의 말에 이고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여포인 이의민이 지겠군.”

이고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지고 이기고 할 비무가 아니지. 비길 것이야. 무제라는 저 무장은 용력만 가진 것이 아닌 것 같아.”

“그런가?”

“두고 보면 알겠지.”

“피하기만 하실 것이요?”

이의민은 무제를 도발했다. 하지만 무제는 말이 없었다. 그저 이의민의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

빈틈 이의민에게는 빈틈이 없었다. 이의민이 다시 거침 고함을 치며 무제에게 부월을 다시 휘둘렀다.

쉬웅!바람을 부순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이의민의 부월이 크게 휘둘러졌다.

챙!무제가 검으로 이의민의 부월을 막았다. 그 모습에 병사들이 와와와 함성을 질렀다.

바직!그 순간 이의민의 부월과 무제의 검이 동시에 부러졌다.

“어, 어찌?”

이의민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검이 부러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 허나 무쇠로 된 부월의 자루가 부러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만!”

난 크게 소리쳤다.

“부월이 깨지고 검이 깨졌으니 무승부로 할 것이다.”

내 말에 이의민이 고개를 푹 숙였다.스스로도 무제에게 졌다는 것을 아는 듯 했다.

“갑시다. 황자저하께서 기다리고 계시오.”

무제가 이의민을 보며 나직이 말했다.

“졌소이다.”

“아시면 되셨소. 졌으니 다음에는 이길 수 있을 것이요. 내 기다리겠소.”

무제의 말에 이의민이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알겠소이다. 내 수련을 멈추지 않을 것이요.”

“그렇게 하시오.”

“형님으로 모시겠소.”

이의민의 말에 무제가 피식 웃었다.

“나쁘지는 않군.”

“형님!”

“아우님 가세. 황자저하께서 기다리시네.”

무제는 그렇게 말했고 무제와 이의민이 나를 향해 당당히 걸어왔다.

“지루한 비무였다.”

화려함이 없고 강렬함만이 존재했기에 보는 이들에게는 지루한 비무가 분명했다.

“송구합니다. 황자저하!”

“허나 대단했다. 조의장군 무제와 이의민 장군이 내 곁에 있으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감사하옵니다.”

무제가 짧게 말했다.

“이의민 장군은 수련을 더 하라!”

“예. 황자저하!”

나는 무승부라고 공표를 했지만 분명 이의민도 자신이 진 것을 알고 있기에 그리 말했다.

“내 술을 받으라.”

“예. 황자저하!”

무제가 공손히 잔을 내밀었다.콸콸콸!난 가득 무제에게 술을 따라줬고 다시 이의민에게 술을 따라줬다.

“마시라! 마지막까지 이 잔치를 즐기라.”

“예. 황자저하!”

“내일이면 자비 령을 진을 치고 있는 놈들을 공격할 것이다.”

난 다짐을 하듯 말했다.============================ 작품 후기 ============================간웅 1,2권 전자책이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절치부심해서 출간된 전자책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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