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86화 (386/620)

< -- 간웅 18권 - 대통합! -- >

“어찌 아는가?”

난 정도전에게 물었다.

“황실 비밀서고에는 기괴한 것들을 기록하는 책들이 많습니다. 그곳에서 조의선인들에 대해 봤고 그들을 이끄는 분이 200년을 사시어 신선이 되신 연후라는 분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허허허! 내가 쓴 책을 본 모양이군.”

“그렇사옵니다.”

“잡서를 볼 정도면 시간이 한가한 모양이군.”

“잡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선배사상이 잘 기록된 책이었습니다. 후일들의 지침이 될 수 있는 서책이었습니다.”

“하도 내 세상이 어지러워지는 것이 안타까워 몇 자 적었지.”

“크게 깨우치고 있습니다.”

난 정도전과 연후의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200년을 살았다는 것부터 놀라웠다.

“정말 200년을 사셨소?”

“왜 그리 놀라십니까?”

“어찌 200년을 살았다는데 안 놀랄 수 있겠소?”

“예전의 선인들은 다들 그리 살았습니다. 도를 잃고 중심을 잃으니 인간의 수명이 줄어든 것이지요.”

“도라고 하셨소이까?”

“그렇소이다.”

“그도 나도 배울 수 있겠소?”

순간 난 욕심이 났다. 200년을 넘게 산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인간이면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 할 거다.

“불가합니다.”

연후는 바로 안 된다고 말했다.

“왜 안 되는 것이요?”

“100년만 사셔도 이 세상이 뒤집어 질 것인데 200년 이상을 사시고 나시면 가신 후의 세상이 어찌 되겠습니까?”

연후의 말에 난 다시 놀랐다.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꿰뚫어보는 것 같았다.

“포기하라는 말씀입니까?”

“욕심을 부려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알겠소. 오래 산들 무엇 하겠습니까? 어찌 사는 것이 중요하지.”

“하하하! 사는 것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으니 제가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 해 드리지요.”

연후가 나를 보며 말했다.

“해 보세요.”

이 순간 나는 연후가 나를 시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내게 꽤나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내 말에 연후가 잔을 내게 내밀었다.

“이야기꾼에게 술 한 잔이 없어서 되겠습니까?”

“그렇지요.”

난 연후에게 술을 따라줬고 연후는 단숨에 들이켰다. 이 순간 위위경 이의방과 이고외숙은 여전히 그 표정이 굳어져 있었고 이의민에서 뿜어지는 살기는 당장이라도 연후의 머리통을 부월로 내려칠 것 같았다.오직 정도전만이 연후의 무게감을 알고 경청하고 있었다.

“귀를 열고 듣겠습니다.”

내 말에 연후가 미소를 머금었다.

“예. 황자저하! 천제께서 세상을 여시고 만물을 만드시고 그 만드시고 만물의 수명을 정하기 위해 그 만물들을 불러 모았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천제는 글자 의미 그대로는 하늘의 황제를 뜻한다. 우리의 역사에서는 주몽의 아버지인 해모수의 아버지 그러니까 주몽의 할아버지를 천제라 기록하고 있었다. 지금 연후는 내게 우화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하나 분명한 것은 뭔가를 크게 담은 이야기가 분명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하겠습니다. 황자저하!”

“그러세요.”

“천제가 소를 만드시고 소한테 말씀하기를 너는 60년만 살아라! 단, 사람을 위해 평생 일 만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소는 참 억울했겠군요.”

“그렇지요. 그럴 것입니다. 그래서 소가 천제께 대답하기를 60년을 사는 것은 너무 힘이 드니 그 반인 30년만 살겠다고 했습니다. 천제께서 소의 뜻을 받아주어 소의 수명이 30년이 되었습니다.”

“인간이면 절대 그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니 욕심이 많은 인간이지요. 그리고 다시 두 번째로 온 개에게 말씀하시기를 너는 30년만 살라고 명하셨습니다. 단 사람들을 위해 30년 동안 사람의 집을 지키며 살라고 하셨습니다. 개가 천제께 답을 하기를 30년은 너무 기니 년만 살겠다고 대답했고 천제께서는 그리 하라고 하셨습니다.”

난 연후의 이야기를 듣고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다음에 원숭이를 보시고 너는 30년만 살라고 명하셨습니다. 허나 평생을 인간을 위해 재롱을 떨며 웃음을 줘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원숭이가 천제께 나는 15년만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물론 천제께서도 허락을 하셨겠지요?”

“더 살고 싶다고 한 것도 아니니 허락을 했습니다.”

아마 이제 인간을 이야기 할 것 같았다.

“그 다음은 사람입니까?”

내 물음에 연후가 날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습니다. 황자저하! 사실 천제께서 가장 아끼시는 것은 사람이었습니다. 천제께서 인간에게 말씀하시기를 너는 천제인 내게 가장 아끼는 존재이니 편히 25년만 살라고 하셨습니다.”

25년을 산다는 것은 지금의 수명과 다른 거였다.

“인간은 욕심을 부렸겠지요?”

“강한 발톱도 이빨도 날개도 없으니 천제께서 머리를 주셨고 그 머리로 잔꾀를 쓰는 것이 인간이지요.”

“그렇습니다. 그렇지요.”

연후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황자저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인간은 욕심이 생겼고 그래서 천제께 소가 버린 30년 개가 버린 15년 또 원숭이가 버린 15년을 다 자기에게 달라고 했습니다. 욕심이 참 많은 것이 인간이지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찌 되었습니까?”

“인간을 가장 아끼신 천제께서 허락하셨습니다. 단!”

연후가 날 잠시 봤다.이제부터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 말씀하세요.”

“단 사람은 처음 부어진 25살까지는 그냥 인간으로 살고 그 후에는 소가 버린 30년을 갈기 위해서는 26살부터 55살까지는 소 같이 일만하며 살아야 하고 개가 버린 15년은 집에 앉아 개처럼 집만 지키며 살며 나머지 원숭이가 버린 15년은 원숭이처럼 손자와 소녀들에게 재롱이나 떨려 살라고 명하셨습니다.”

연후의 우화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노각인생 만사비라!”

순간 연후가 나를 보며 한시를 말하자 옆에 있던 정도전이 그 뜻풀이를 했다.

“늙어서 생각하니 만사가 아무것도 아니며,,,,,,.”

연후가 뜻풀이를 하는 정도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환여산 일소공이며.”

“걱정이 태산 같으나 한 번 소리쳐 웃으면 그만인 것을. 온 세상이 훨씬 넓고 아름답게 보이고 편하고 진실하게 보이네.”

“인생사공수래공수거.”

“인생사 모두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을,,,,,,,,.”

한시의 뜻풀이를 하는 정도전이 힐끗 연후를 봤다. 연후는 그런 정도전이 옳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줬다.

“뭘 그리 욕심을 부리는가?”

정도전이 마지막 뜻풀이를 하고 날 봤다. 역시 연후도 날 봤다.

“어찌 사시고자 하십니까? 빈손으로 오셔서 빈손으로 가실 것을?”

이것이 내게 묻고 싶은 말인 것이다.

“나는 사람으로 소처럼 55년을 살지 않고 맹호로 살 것이요.”

“가시는 길 가시겠다는 것입니까?”

“그렇소이다. 북진을 해서 요동을 얻어 옛 고토를 수복할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 뻗어나갈 것입니다.

55년의 세월이면 충분히 중원을 넘고 서역으로 향할 수 있소이다. 그리고 15년을 그곳을 지켜낼 것이고 또 마지막 15년을 다시는 분열하지 않는 하나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요. 사람으로 살아서는 그리 할 수 없으니 괴수가 될 것입니다. 연후 당신처럼 말입니다.

내 말에 연후가 날 노려봤다.

“오래 사셔서는 안 될 분이시군요.”

순간 군막 안이 살기로 가득했다.

“무엄하다. 어찌 늙은 것이 입을 함부로 놀리는 것이냐?”

부월을 고쳐든 이의민이 연후에게 소리쳤다.

“그 입 다물라!”

난 고개도 돌리지 않고 이의민을 질책했다.

“하오나 황자저하! 무엄하기 짝이 없사옵니다.”

“조용히 하라!”

“예.”

이의민이 짧게 대답했고 난 연후를 봤다.

“어찌 그리 생각하십니까?”

“다른 이들을 지배하고자 하시는 분이니 전쟁이 끊이지 않을 것이고 백성들의 눈물이 강이 될 것입니다.”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큰 전쟁을 치러야 하고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오나 그리 하시면 지으시는 죄가 하늘에 닿을 것입니다.”

“미륵으로 행세를 했으니 죄가 크다면 지옥을 제가 갈 것입니다.”

내 말에 잠시 연후가 날 봤다.

“도천의 세상이 드디어 열리는 거군요.”

연후도 도선대사의 밀서인 도천밀서를 아는 듯 했다.

“어찌하시겠소이까? 제게 가르침을 주시겠습니까?”

“가르칠 것이 없는데 어찌 가르치겠소이까?”

“제가 탐탁지 않습니까?”

“차고 넘치십니다. 그래서 저는 걱정입니다.”

난 연후를 뚫어지게 봤다.

“제가 걱정이 되시면 떠나시지는 못하시겠군요.”

“얻어 마신 술값은 해야지요.”

“저를 따라주시겠습니까?”

“맹호가 나설 때 누구의 사정도 봐주지 않는 법. 매섭고 강한 것은 끝내 부러지는 법이니 제가 황자저하의 부드러운 물이 되어줄 두 위인을 추천하지요.”

“두 위인이라면?”

난 남제와 북천을 봤다.

“그렇습니다, 황자저하!”

“연후 공께서는 떠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똥을 싸질러놨으니 치우고 가야지요.”

쿵쾅! 쿵쾅!순간 난 너무나 기뻐 심장이 뛰었다.

“감사합니다. 연후 공!”

연후를 얻는다는 것은 숨어버린 조의선인을 얻는다는 뜻이다. 그럼 나는 더욱 강해질 수 있는 거였다.

“무엇을 하시는가? 그대들의 주군이시네.”

연후가 옆에 앉아 있는 남제와 북천을 봤다. 그 순간 남제와 북천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소승은 북천이라 하옵니다. 황자저하! 일생을 주군으로 모시겠나이다.”

“내가 그 그릇이 아니면 떠나도 좋습니다.”

“예. 알겠사옵니다.”

난 북천에게 그리 말하고 남제를 봤다.

“남제라 하옵니다. 모시기 전에 하나만 여쭈겠습니다.”

북천이 나를 따르겠다고 말한 것에 비해 남제는 내게 뭔가를 묻고자 했다.

“물어 보시게.”

“어찌 원국국사는 주군이 되실 분을 사악한 이무기라 하셨다고 생각하시옵니까?”

원국국사면 내 숙부가 되시는 분이시다.

“그분도 부처는 못 되셨으니 나를 이무기로 볼 수밖에 없지.”

“궤변이십니다.”

“그런가?”

“그렇습니다.”

“그럼 이리 말하겠네. 이무기는 용이 될 수 있는 존재이니 내가 용이 되는 과정이 걱정이 되신 것이겠지.”

내 말에 남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용이 되시고 싶으시옵니까?”

“어떤 것이 있겠나? 굳이 말하라고 한다면 나도 모르겠네.”

“알겠사옵니다.”

남제가 날 한참이라 봤다.

“어찌 할 텐가? 나를 따를 것인가?”

“예. 따르겠습니다. 어떤 용이 되실 지보고 싶습니다.”

“내가 끝내 이무기로 전락한다면 나를 베시게.”

내 말에 남제가 놀라 날 다시 봤다.

“어찌 그런 말씀을?”

“용이 못 되는 이무기는 해악만 주는 존재! 예맥을 일통하고자한 내 포부가 허망해지만 나는 누구도 감당하지 못하는 괴물이 될 것이네. 그걸 자네가 막게. 되었나?”

내 말에 남제의 눈빛 떨렸다.내가 용이 되지 못하면 베라는 말이 놀랍고도 크게 다가오는 것이 분명했다.

“알겠사옵니다. 충심을 다하겠나이다.”

“내가 못 마땅하다고 했으니 마음에 들게 노력하지.”

“송구하옵니다. 황자저하!”

“황자저하! 북천은 책사로 있는 저것만큼은 될 것입니다. 저것이 와룡과 같다면 북천은 봉추일 것입니다.”

연후의 말에 난 다시 한 번 북천을 봤다. 머리를 깎은 것이 분명 스님일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하늘의 이치를 잘 알 것 같았다.

와룡과 봉추!제갈량과 방통을 지칭한 '복룡, 봉추(伏龍, 鳳雛)'라는 말이 있다.수경 선생 사마휘가 유비에게 복룡(제갈량)과 봉추(방통) 중 한 명만 얻더라도 천하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전해진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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