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84화 (384/620)

< -- 간웅 18권 - 대통합! -- >

“사, 사실,,,,,,,,.”

“사실 뭐?”

“나 말이요. 고려 사람이 아니요.”

“말갈사람인지 진 직에 알았어.”

우태 역시 눈썰미가 남달랐다.

“어찌 아셨소?”

“허벅지에 살이 없고 눈매가 매서운 것이 딱 봐도 말갈전사지.”

“그렇소. 나는 말갈사람이요.”

“말갈 사람도 예맥이고 고려 사람도 예맥이지. 예전에는 다 예맥이었어.”

이런 말을 하는 것으로 봐서 우태 역시 예사병사는 아닌 듯 보였다.

“하여튼 이름이 뭔가?”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내 성이 완안이요.”

길주에서 왔다는 말갈전사의 말에 우태가 놀라 잠시 다시 그를 봤다.

“완안이면,,,,,,,,.”

“왜 그러시오? 우태 형님!”

병사가 놀란 우태를 보며 물었다.

“몰라도 돼. 술이나 마시게.”

“예. 무식한 나는 술이나 마십니다.”

“자네 나중에 나랑 이야기 좀 하세.”

“그럽시다.”

그러고 보니 자신의 성이 완안이라고 밝힌 말갈전사는 북계사투리를 쓰지 않고 있었다.

“어려운 말 하지 말고 술이나 드시고 고기나 뜯으세요.”

병사가 우태에게 닭다리 한쪽을 크게 뜯어 내밀었다.

“알았어.”

우태가 힘껏 닭다리를 뜯었다. 이 순간 낮에 펼쳐진 대 참극의 전투는 잊은 것 같았다.

이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거였다.하늘에 점점 별들이 많아지고 달이 차올라 활처럼 휜 보름달이 중천에 떴다.

이제 어색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병사들의 호탕한 웃음소리는 술기운에 의해 잦아 들어가고 있었다. 이제는 개경 중앙군 서경 반란군이라는 구분도 사라진 것 같았다.

이것이 술의 힘일 것이다.그리고 그 주향으로 병사들의 몸에 찌든 피 냄새도 점점 희석되고 있었다.

“아이고 죽은 놈들만 서럽지.”

누군가의 주정이 술에 취해 웃음을 보이던 병사의 표정을 어둡게 했다.

“나는 이렇게 살아서 술을 마시는데 죽은 놈들은 줄 한 잔 못 마시네. 아이고 불쌍한 것들.”

술에 취한 듯 주정을 하는 병사였지만 말투가 또렷하고 우렁찬 것이 딱 내가 보기에도 정도전이 심어놓은 선동 꾼이 분명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재수 없게.”

“이 자리가 뭔 자리인가? 죽은 놈들 위로하는 자리 아닌가? 죽으면 서경 것도 개경 것도 구분이 없지. 그냥 죽어 불쌍한 놈이지.”

선동꾼의 말에 모두다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선동 꾼은 자리에서 일어서기까지 했다.

“죽은 놈들! 억울한 놈들! 내 잔 한 잔 받아!”

비틀거리면서도 말은 또렷한 선동 꾼이 잔에 술을 가득 채우고 나서 바닥에 뿌렸다.

“먼저 가 있게. 내 황자저하 잘 모시다가 곧 따라감세. 내 술 한 잔 받아!”

선동 꾼의 말에 모두가 숙원 해 졌다. 허나 이 순간에도 선동 꾼은 나를 따르라고 저기 저 수만은 병사들을 선동하고 있는 거였다.

“맞아! 죽은 것들만 서럽지.”

병사 하나가 술잔에 술을 가득 부어 바닥에 뿌렸다. ‘정도전 네놈! 참으로 대단하다.’난 저 불타는 들판에서 승냥이들처럼 시체를 뒤지는 것을 감독하고 있을 정도전을 떠올렸다. 하늘이 내게 모든 것을 이루라고 정도전을 내린 것이 분명했다.

“황자저하!”

그때 선동 꾼이 나를 크게 불렀다.

“왜 그러느냐?”

“황자저하께서 죽은 놈들 구분 말고 술 한 잔 따라 주십시오.”

선동 꾼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리해야지. 잔에 술을 따라라!”

난 힘껏 들고 있던 잔을 내밀었다.

“예. 황자저하!”

“북을 쳐라! 죽어 가는 길 서럽지 않게 밤새 북을 치고 나팔을 불어라!”

“예. 알겠나이다.”

무장이 고개를 돌려 거대한 쇠북을 봤다.

“아니다. 내가 칠 것이다. 내가 죽은 것들을 모두 편히 저승으로 보낼 것이다.”

난 그렇게 말하고 거대한 쇠북이 올려 진 곳으로 빠르게 걸었다. 그 모습에 모든 무장들과 병사들이 놀라 날 봤다.

“다오.”

내 말에 북재비가 큰 북채를 내게 내밀었다.난 순간 한 손에는 가득 담긴 술잔을 또 한 손에는 거대한 북채를 잡았다.

“모두 다 일어서라!”

“황자저하께서 일어나라고 명하셨다.”

그 순간 술잔을 채운 병사들이 구분 없이 일어섰다.

“나는 고려의 황자 회생이다. 내가 들고 있는 잔은 죽은 자들을 위한 잔이다.”

난 그렇게 소리치며 천천히 술잔에 가득 담긴 술을 바닥에 부었다. 그와 동시에 수만의 병사들도 나와 같이 술을 부었다. 둥둥! 둥! 둥!난 거대한 쇠북을 힘껏 쳤다. 장엄한 북소리가 평지에 울렸고 그 북소리를 듣던 병사들이 하나둘 흐느끼기 시작했다.

“엉엉! 엉엉!”

“흑흑흑! 잘 가시게. 어디에서 왔던 잘 가시게.”

병사들이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저 울음이 끝이 나면 저들은 나를 중심으로 하나가 될 것이 분명했다.둥둥! 둥둥!나는 더욱 크게 북을 쳤다. 이 복 소리가 죽은 자들을 저승으로 이끌 것이고 나와 저 고려의 강병들의 북진을 이끌 것이다.

“우린 살았으니 죽은 너희들을 기억할 것이다.”

나는 피를 토하듯 소리쳤다. 비장함이 가득한 순간 그 비장함을 더 하는 북소리가 그렇게 요동 쳤다.

“소장이 하겠사옵니다.”

무장 하나가 조심히 내게 말했다. 그리고 난 밤새 북을 칠 수 없으니 무장에게 북채를 넘겼다.

“이 밤에 북소리가 끊어지기 않게 하라.”

“예. 황자저하!”

내게 북채를 받은 무장도 나를 우러러 보는 눈빛이 가득했다.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대승을 거두면 이긴 자들만의 축제가 열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은 또 이 축제는 승자를 위한 축제가 아니라 죽은 자들을 위한 축제였고 이 고려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 축제가 곧 대동단결을 이끌어 낼 것이다. 이 순간 의종황제는 없었다.

오직 나만이 이들을 이끄는 것이고 이들을 하나로 만든 것이다.이것이 바로 정도전이 노린 것이 분명할 거다.

“황자저하 만세!”

그 순간 다시 틈틈이 숨어 있는 선동꾼들이 나를 칭송하기 위해 만세를 불렀다.

“황자저하 만세!”

“황자저하 만만세!”

이래서 선동의 힘이라는 것은 무서운 거였다.

“고려는 하나다.”

“암 그렇고말고! 개경하고 서경하고 합쳐야 고려고 남변하고 북변하고 합쳐야 고려다. 우리끼리 싸우지 말고 오랑캐나 몰아내자.”

역시 치밀하게 준비를 시킨 정도전이었다.

“암! 그렇지. 이참에 북으로 진격하자. 서경 반란을 주동한 우두머리들을 다 죽이고 기세를 몰아 쭉쭉 올라가자.”

“좋아! 그런 의미에서 내 술 한 잔 받지.”

조금 전 침울하면서 비장했던 분위기는 다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변했다.밀고 당기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저 멀리서 요상하면서도 근엄한 기운이 나도 모르게 느껴져 고개를 돌려 봤다.‘뭐지?’난 놀라 불타는 평지를 봤다. 그리고 천천히 이 잔치가 벌어지는 곳으로 걸어오는 몇 명의 인영이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이런 것을 느끼는 것도 내 능력 중 하나일 거다.

그리고 난 이곳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검을 옷을 입은 건장한 사내들이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검은 옷을 입었다?’난 이 순간 내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졌다.

“잔치가 벌어진 것 같은데 나도 한 잔 얻어 걸칠 수 있겠소?”

검은 옷을 입은 사내 중 제일 앞에 선 자가 자신들의 방문에 놀라는 무장에게 물었다.

“어떻게 들어온 것이냐?”

무장들은 이 주변을 두경승과 내 친위대인 천병장들이 이끄는 병사들이 철통 같이 경계를 서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걸어서 들어 왔소.”

우문에 현답이 분명할 거다.

“수상한 놈들이다. 황자저하께 알려야겠다.”

무장도 그들의 기운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 같다.

“황자저하를 뵙고 곡주 한 잔 받아 마실 수 있다면 나야 좋지요. 아니 그런가?”

“그렇습니다.”

자신들을 향해 노려보고 있는 무장들을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능력이 있다는 거였다.‘연후? 이름이 연후다.’난 무장과 이야기를 했던 자의 머리에 둥둥 떠 있는 이름을 보며 중얼거렸다.

“연, 연 씨이면,,,,,,,,.”

역사를 아는 사람들 중에 연 씨를 보고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연개소문이다.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고 저 연후라는 사람이 예사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 씨의 성을 가진 자가 검은 옷을 입었다? 검은 옷? 조의선인? 아니야! 사라진지 오래다.’문뜩 떠오른 생각이었지만 난 바로 아니라고 생각했다.

“갑시다. 이렇게 큰 잔치를 베푼 황자저하를 뵙고 싶소이다.”

연후가 무장에게 말하자 무장이 의심스러운지 검을 뽑아들었다.

“서경 반란군에서 보낸 자들일 수 있다. 포박하라!”

“왜 그러시오.”

연후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무장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살짝 무장이 들고 있는 검의 날을 잡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 검을 손가락의 힘만으로 부러트렸다.댕강!

“어. 어떻게?”

무장이 놀라 순간 멍해졌다가 급히 뒤로 물러났다.

“위험한 자다! 뭘 하는 것이냐? 저놈들을 포위하라!”

무장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조치였다. 허나 분명한 것은 저 연후가 의도적으로 내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저런 엄청난 것을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냐?”

난 천천히 다가가 무장에게 물었다.

“무엇이기에 흥을 깨는 것이냐?”

“위험하옵니다. 황자저하!”

“위험할 것이 없다.”

난 무장에게 그리 말했다.

“그렇습니다. 위험할 것이 없지요. 이미 수십 발의 화살이 나 연후를 겨누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저 화살들이 저 멀리서 나를 맞출 수가 있습니까?”

놀랍다.멀리 300보나 떨어진 곳에서 저격을 하듯 겨누고 있는 두경승과 최고 궁수들의 살기까지 파악하고 있는 연후였다.

“할 수 있을지 없을 지는 당해 보면 알지.”

난 그리 말하고 한쪽 손을 들었다. 한 손을 들면 두경승만 표적을 향해 쏘라는 거였다.

그 순간 바람을 가르는 한 발의 화살이 연후를 향해 날았다.쉬웅!눈에 보이지도 않는 편전이 바람을 가르고 나는 순간이었다.

퍽!어딘가 명중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놀랍게도 날아든 화살은 연후가 들고 있는 지팡이에 박혔다.허나 그것은 두경승이 지팡이를 노린 것이 아니라 연후가 지팡이로 편전을 막은 거였다.

‘3명을 관통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진 편전이 겨우 지팡이에 박히는 것으로 끝을 냈어.’놀랄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분명 알 수 없는 엄청난 힘을 가진 자가 분명했다.

그건 다시 말해 저자가 절대 서경 반란군이 보낸 자는 아니라는 증거였다.

“나와 곡주 한잔 하시겠소?”

내 물음에 연후가 나를 보며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주시면 받지요. 황자저하!”

연후도 나를 살피는 것 같았다. 아마 내게 흐르는 특별한 기운을 연후도 느낀 눈빛이 분명했다.

“내 군막에 술상을 차려라!”

“위험하옵니다. 황자저하!”

“위험했다면 벌써 위험했다. 어서!”

“알겠사옵니다.”

무장이 목례를 하고 급히 뛰었다. 그리고 난 다시 연후를 봤다.

“그건 그렇고 어찌 넘어 온 것이요?”

“걸어왔습니다. 넘지 않고.”

“하하하! 스님 네십니까?”

우문에 현답을 하는 것을 봐서 스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은 저기 북천이 중이지요.”

연후가 옆에 있는 스님을 가리키며 말했다.

“북천이라 하옵니다. 황자저하!”

“만나서 반가울 일이 있으면 좋겠소.”

아직 저들이 내게 귀인인지 흉인인지 구분이 안 되는 순간이기에 난 그리 말했다.

“저 역시 그렇사옵니다. 황자저하!”

“그런데 저기 봉대대발을 한 자는 어찌 저리 똥을 씹은 얼굴입니까?”

난 연후에게 그리 묻고 긴 머리의 남제를 봤다. ============================ 작품 후기 ============================추천과 댓글 부탁드립니다. ^^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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