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82화 (382/620)

< -- 간웅 18권 - 대통합! -- >

“황제폐하의 뜻을 전하겠습니다. 허나 압수를 넘는 것은 황제폐하께서 직접 오셔야 가능할 것입니다.”

“으음,,,,,,,.”

“다른 방법은 없는가?”

“없습니다.”

금나라 무장으로 위장한 별초가 단호하게 말했다.

“알았네. 알았어. 내 서경으로 돌아간 후에 압수로 5만 대군을 지금 지휘하러 가지.”

“그러시면 되옵니다. 또한 약조 지키셔야 할 것입니다.”

“알았어.”

조위총이 무겁게 말했다.

“그만들 물러가서 쉬시게.”

“그러지요.”

금나라 무장으로 위장한 별초가 조위총에게 군례도 없이 돌아섰고 그와 동시에 말갈전사와 두 명의 금나라 무장도 자리에서 일어나 군막을 나갔다.

“황제폐하! 이제 어찌 하옵니까?”

늙은 문신 하나가 조위총에게 물었다.

“무엇을 말이요?”

“지금 당장 금나라 기마대가 출병하지 않는다면 상황이 위급해질 수도 있사옵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지.”

“하오나,,,,,,,.”

“우선 서경으로 가서 기호를 볼 것이오. 서경 성문을 막고 농성을 한다면 추위 때문이라도 개경 괴뢰들은 병력을 물릴 수밖에 없소. 그리고 바로 짐이 압수를 넘어 금나라 대군을 맞이해 지휘를 할 것이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좀처럼 표정이 밝아지지 않는 조위총이었다.

“날이 밝는 대로 서경으로 퇴각을 준비하겠나이다.”

무장 하나가 조위총에게 조심히 말했다.

“퇴각을 할 것이네. 서경 성을 틀어막고 후일을 도모하는 수밖에. 그래도 다행인 것은 대한무극 대타발이 짐의 말을 따라줬다는 것이네. 이제 전세를 단 번에 역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야.”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날이 밝는 대로 철수를 할 것이네. 준비들 하시게.”

“예. 황제폐하!”

“조 장군!”

“예. 황제폐하! 이번 거병의 승패는 그대가 저 개경 괴뢰들을 이 자비 령에서 막아 주냐 못 막아 주냐에 달려 있네.”

“알고 있사옵니다.”

“대위국의 운명이 그대에게 달렸네.”

“예. 황제폐하!”

조원정이 목례를 하며 말했다.

“내 서경 성에서 농성하며 힘을 키울 것이야. 그리고 봄이 되면 금나라 5만 기마 궁병대를 이끌고 다시 남진을 할 것이야! 절대 회생 그놈을 내 용서치 않을 것이야!”

바드득!이렇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조위총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었다. 허나 그 희망은 곧 스스로에게 가하는 고신이 될 것이 분명했다.

4. 죽은 자를 위한 잔치! 그리고 연후?부상자들의 군막.나는 부상자들이 있는 군막으로 향했다. 내 뒤를 따르는 것은 나를 호위하는 6인의 별초와 그 뒤를 따르는 부상자들이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을 좋은 음식과 고기였다.

“황자저하가 납시었다.”

내 모습을 본 부상병 하나가 사람들에게 알리듯 소리쳤고 내 모습을 본 부상병들은 너나할 것 없이 머리를 조아렸다. 물론 치료를 하던 군의들과 그들을 돕는 여인들 역시 머리를 조아렸다.

“모두 고개를 들라!”

“예. 황자저하!”

“부상당한 병사들의 상태는 어떤가?”

“호전되는 병사들이 꽤나 있사옵니다.”

“다행이군! 모두가 그대의 공이다.”

난 군의의 총관의 공을 치하했다.

“아니옵니다. 황자저하! 부상병들을 돌보기 위해 개경에서 스스로 온 여인들의 도움이 컸사옵니다.”

“스스로 나온 여인들?”

“그렇사옵니다.”

“저들인가?”

내가 고개를 들라고 했지만 여전히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여인들이 보였다.‘저건 황궁 법도인데,,,,,,,.’마치 난 저 여인들이 어쩌면 황궁에서 나온 상궁이나 나인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를 조아렸지만 등이 크게 굽지 않은 모습이 무례하지 않고 당당해 보이니 그런 생각이 드는 나였다.

“그렇사옵니다. 황자저하!”

“저들을 이끌고 온 여인이 누군가?”

난 누군가 저들을 이끌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군의에게 물었다.

“그것이,,,,,,,,.”

“그것이 뭐?”

“그것이 사실,,,,,,,,.”

“숨길 일이 아닌데 왜 숨기는 건가?”

“숨길 일은 분명 아니옵니다. 허나 제게 신신당부를 하셔서,,,,,,,,.”

군의에게 신신당부를 했다고 해서 황자인 내게도 말을 이리 못한다는 것은 꽤나 신분이 있는 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백화인가?’난 문뜩 백화의 얼굴이 떠올랐다. 요즘 비록 백화가 욕심을 부리고 있기는 하나 그 속은 착한 여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이기에 백화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생각한 거였다.

“어서 대답을 하시오. 황자저하께서 하문하시지 않소이까?”

무장이 군의에게 질책하듯 말했다.

“조용히 하라! 잠이 든 병사도 있다.”

“예. 황자저하! 송구하옵니다.”

“누군가?”

“영화공주님이시옵니다.”

군의의 말에 난 약간의 실망을 했다.

“영화공주마마가?”

“그렇사옵니다. 오신 것을 황자저하께 알리면 대업을 이루시는데 방해가 되신다고 알리지 말라 하셨습니다.”

“그런가?”

“그렇사옵니다.”

“병자를 돌보시는 것이 관세음보살처럼 따사로우십니다. 아니 병자들은 관세음보살이라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부상자들의 피고름을 직접 짜주시고 따뜻하게 대해 주시니 부상병들이 안정을 찾는 것 같사옵니다.”

“직접?”

“그렇사옵니다.”

난 순간 영화공주라면 그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백화가 상처를 입었을 때 황궁 태의에게 무시를 당하던 나와 백화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 바로 영화공주였다. 그러니 병사들에게도 그리 대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분명의 영화공주의 등장의 참으로 의외의 일이 분명했다.

“어디에 계신가?”

“다른 부상병 막사에 계십니다.”

“알았네. 내 음식을 가지고 왔으니 병자들에게 나눠주게.”

“예. 황자저하! 황자저하의 은혜가 하해와 같사옵니다.”

“은혜는 무슨 저들은 다 고려를 위해 힘쓰다가 부상을 당한 영웅들이다. 소홀히 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난 부상병들을 영웅이라고 말했다. 그것을 들은 병사들은 나를 다시 우러러 봤다.

“예. 알겠사옵니다. 황자저하!”

“또한 서경의 병사들도 치료하는 것에 차별을 두지 말라.”

“분부하신대로 행하고 있사옵니다. 비록 황제폐하께 창을 든 병사들이나 저들은 제가 없다. 저들에게 창을 쥐어준 자들이 역적인 것이다.”

“예. 알겠사옵니다.”

“충분히 먹이고 쉴 수 있게 하라.”

난 그렇게 말하고 영화공주가 있다는 부상병 막사로 갔다. 그리고 조심히 그 안에 들어가 영화공주를 찾았다.‘역시 영화공주군!’난 군막 구석에서 자신의 신분을 잊고 부상병을 간호하는 영화공주를 잠시 물끄러미 봤다.

참으로 이 순간의 마음이 복잡하고 미묘했다. 저기 저리 병사들을 간호하는 것이 백화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영화공주에게는 미안한 순간이었다.

“공주마마께 아뢰겠사옵니다.”

무장이 조심히 내게 말했다.

“됐다. 가자! 모두가 잔치를 위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난 그렇게 말하며 소리를 내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부상자 군막 밖에는 군의 총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왔다는 것을 알리지 마시게.”

“어찌?”

“그냥 그러시게.”

역시 내 마음이 복잡 미묘했다. 이것은 조금씩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백화의 크기가 줄고 영화가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것이 싫은 나였다.

“알겠나이다.”

군의총관이 내게 대답을 했다.난 바로 여전히 환하게 불타고 있는 평지 안쪽에 마련되어 있는 잔치 장소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잔치가 벌어지는 곳으로 향하고 있는 지금 병자를 돌보는 영화공주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으음,,,,,,,,."내가 잠시 신음소리를 내자 무장들이 내 눈치를 봤다. '속이 좁은 인간이 바로 나로세.'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병자를 돌보는 영화공주의 모습에서는 거짓이 없어보였다. 그런데 그 모습 속에서 난 백화의 모습을 떠올렸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돌아서야 했다. 내 마음에 백화가 크게 자리를 잡고 있으나 그틈을 어느 순간부터 영화가 파고 들고 있었다. 또 그런 나를 인식했기에 난 그렇게 돌아섰다.

'황후로써는 손색이 없음이야!'난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반해 백화의 행보는 위험천만하기까지 했다.

참으로 내 마음이 복잡 미묘해지는 순간이었다.'내가 왔다가 그냥 간 것을 아신다면 서글프시겠지. 서글프시면 안 되지. 지금도 참 서글프실 것인데.'난 그런 생각을 하며 무장을봤다.

“너는 지금 가서 따뜻한 밥 한 그릇과 소금 한 종지를 아담한 소반에 담아 비단으로 싸서 영화공주께 보내라.”

“예?”

무장은 내 말의 뜻을 몰라 되물었다. 내가 그리 하는 뜻을 아는 존재라면 꽤나 총명한 사람이 분명할 거다.

“그리 하면 된다.”

“하오나 공주마마이시옵니다. 좋은 음식을 보내야하지 않겠습니까? 황자저하!”

“그거면 족하다.”

“예. 알겠사옵니다.”

무장이 내게 목례를 하고 음식을 만드는 곳으로 뛰었다. 난 멀어지는 무장을 보며 영화공주의 얼굴을 떠올렸다.‘나를 위해 밥과 소금이 되어주시오. 내 이제 그대를 마음으로 인정하리다.’난 그런 생각을 했다.

“뭔가?”

정도전이 조심히 아담한 소반 위를 비단으로 싼 것을 들고 가는 무장을 보며 물었다. 정도전은 선동꾼들에게 지시를 하고 나서 만적과 왕준명이 얼마나 많은 군수품을 가지고 올지가 궁금해 나가던 참이었다.

“책사님을 뵙습니다.”

보통 허리를 숙여 군례를 올리는 것이 보통이나 소반을 들고 있기에 목례로 예를 올리는 무장이었다.

“뭔가?”

“황자저하께서 영화공주마마를 위해 보내시는 것이옵니다.”

“영화공주?”

“그렇사옵니다.”

“공주마마께서 이곳에 오신 건가?”

“예. 소장도 오늘에서야 알았사옵니다.”

무장의 말에 정도전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안에 든 것이 뭔가?”

“그것이,,,,,,,,.”

소반 안에 밥과 소금 한 종지만이 있다는 것을 말하기가 만망한 무장이었다.

“그것이 왜? 못 먹을 것이라도 보낸 건가?”

“아, 아니옵니다.”

“당연하지. 내자가 되실 분에게 못 먹을 것을 보내는 분은 없지.”

“그렇사옵니다.”

“그래 뭔가?”

“따뜻한 밥 한 그릇과 소금 한 종지입니다.”

무장의 말에 정도전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가 그 뜻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으니 가보시게.”

“예. 책사님!”

다시 무장이 목례를 하고 영화공주의 군막으로 향했다.정도전은 멀어지는 무장을 봤다.

“어마마마의 뜻이 이뤄진 듯합니다. 소자가 도와야하겠습니까? 아니면 막아야하겠습니까?”

고려와의 단절을 꿈꾸고 고려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회생을 황제로 앉힐 생각을 하고 있는 정도전이 이 순간 고민에 빠졌다.

“내 생각이 틀린 것인가?”

순간 정도전이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지. 아니고말고. 새로운 것은 새로운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야!”

정도전은 그리 생각을 하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허나 황후는 부족함이 없지. 암 그렇고말고.”

오라버니라는 소리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영화였지만 또 자신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영화공주지만 정도전은 영화공주에게만은 마음이 가고 있었다. 이것은 개경에 있는 백화에게는 참으로 좋지 않은 일이 분명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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