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81화 (381/620)

< -- 간웅 18권 - 대통합! -- >이 모든 것을 정도전이 해낸 거였다. 물론 그것을 확인하고 보고 받은 것은 회생이었다. 또한 그리 불어난 식읍민들은 북변 갑산군을 만들어냈다. 부스럭! 부스럭!북쪽 협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에 놀란 두 병사가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창을 겨눴다.

“누구냐?”

부스럭! 부스럭!허나 대답대신이 발자국 소리만 계속 들렸다.

“누구냐? 어서 누군지 알려라.”

“수고가 많다.”

그때 검은 물체가 어둠속에서 나타났다.

“누구십니까?”

병사 중 하나가 바로 말투를 바꿨다. 그도 그럴 것이 제일 앞에 선 무장의 복장이 서경 반란군 무장의 복장이었다.

“문하시중께서는 어디에 계시느냐?”

“예?”

“어디에 계시냐고 물었다.”

무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두 병사가 주눅이 들어 무장의 눈치를 봤고 힐끗 뒤에서 따르는 몇 명을 살폈다.한 번도 보지 못한 형태의 갑주를 입은 무장들이 셋이었고 그 뒤에는 그냥 바도 말갈전사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짐승의 털가죽 옷을 입고 있었다.

“지휘부 군막에 계시옵니다.”

병사의 말에 서경 반란군 무장이 몸을 돌려 공손한 태도로 말갈전사에게 뭔가 말했고 그 말을 자신들과 다른 문양의 갑주를 입은 무장 하나에게 다시 요동말로 전달했다.그리고 이야기를 듣고 있던 병사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문하시중께 갈 것이다. 안내를 해라!”

“누신지요?”

“보면 몰라?”

다시 한 번 버럭 소리를 지르는 서경 반란군 복장을 한 무장이었다.

“보면 모르니까 묻지요.”

“젠장! 이래서 무지렁이들은 안 된다니까. 비켜라!”

무장이 버럭 다시 소리를 질렀다.

“못 비킵니다.”

무지렁이 병사가 창을 겨눴다.

“누구냐?”

그때 소란한 것을 들은 하급 무장이 달려와 누구냐고 물었다. 그 순간 이곳에 온 무장이 그를 봤다.

“이제야 말이 좀 통하겠군.”

“누시오?”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본 하급 무장이 말투를 고쳤다.

“요동에서 왔다. 일이 급하니 문하시중께 갈 것이다.”

그 말에 하급 무장이 놀라 다시 무장을 봤다.

“요동요?”

“그래. 어서 문하시중을 베어야 한다. 뒤에 계신 분들이 기다리지 않느냐? 이 귀한 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면 네놈의 목이 열 개라도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문하시중께서는 어디에 계시느냐?”

“황제폐하 말씀입니까?”

“황제폐하?”

무장이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되물었다.

“그렇사옵니다. 선황이신 황제폐하께서 전장에서 붕어하시어서 문하시중께서 대위국 황제폐하로 추대되셨습니다.”

“그럼 황제폐하는 어디에 계시냐?”

“지금 지휘부 군막에 계십니다.”

“시간이 없으니 얼른 안내해라. 어서!”

무장이 다시 한 번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예. 알겠습니다.”

지체한다면 목이 떨어진다는 말에 하급 무장은 바로 알았다고 대답을 하고 안내를 해 지휘부 막사로 향했다. 사실 이들은 회생의 지시로 경대승이 보낸 자들이었다. 북진을 위한 마지막 포석이 이제야 깔리고 있는 거였다.

“요동에서 왜 여기로 와?”

무지렁이 병사가 멀어 지는 자들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고 좀 아는 척을 하다가 망신을 당한 병사의 표정이 밝아졌다.

“우리 이제 살았네.”

“뭔 소리야?”

“살았다고.”

“왜?”

“요동에서 구원병이 온다는 거야! 하하하! 이제야 살았어.”

역시 각각 아는 부분이 다른 두 병사였다.

“정말?”

“그렇다니까. 그런 것도 모르면서 병사 질 하고 있으니 이런 곳에서 경계나 서지.”

좀 아는 척을 하는 병사의 타박에 무지렁이 병사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뭐가 좀 이상해.”

“뭐가?”

“슬쩍 삐져나온 갑주 안을 덴 옷이 토끼털 옷이었어.”

깊은 밤에 그런 세세한 것까지 찾아냈다는 것을 보니 이 무지렁이 병사의 눈썰미가 보통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춥나보지.”

“그런가?”

“그래. 춥잖아. 여기보다 더 추운 곳이 북변이고 북변보다 더 추운 곳이 요동이잖아. 그러니 말갈 오랑캐들이 저리 짐승처럼 털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거지.”

“그렇지.”

“하여튼 우리는 이제 살았어. 하하하!”

자비령 아래 평지의 회생의 군막.

“박위이옵니다.”

“들어와!”

내 말에 박위가 조심히 들어왔다.

“황자저하! 잔치 준비가 끝났사옵니다.”

박위의 말에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장 좋은 음식과 고기를 챙겼느냐?”

“예. 황자저하!”

“그래. 가자! 부상자 병사로 갈 것이다.”

“예. 알겠사옵니다.”

난 그렇게 부상자 막사로 향했다. 사실 죽은 자들은 묻어주면 그만이다.

허나 전투에서 부상한 자들을 잘 챙겨야 한다든 생각에 이번 잔치에서 가장 좋은 음식과 고기를 챙기라고 박위에게 지시를 했다.사실 박위의 직책은 군수품을 확인하고 분배하는 보급무장이다.

그가 정리와 계산에 밝으니 그 재능을 인정해 그리 한 거였다.‘지금까지는 다친 병사는 쓰레기 취급을 했다. 그래서는 안 되지.’지금까지는 보통 부상을 당한 병사는 짐 취급을 했고 그 대우가 형편이 없었다.

허나 내가 이끄는 군대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생각이다. 자신이 다쳐도 이렇게 좋은 대우를 받고 치료를 받는다는 것을 병사들이 알게 된다면 더욱 위험한 지시를 받아도 충실히 수행할 테니 말이다.

“가자! 제일 먼저 내가 그곳을 위무할 것이다.”

“예. 황자저하!”

난 그렇게 부상자 병사로 향했다.자비 령 북쪽 협곡에 위치한 서경 반란군 지휘부 군막.

“뭐라 마적 떼를 만나 요동성 성주 대타발에게 보낸 파발 무장들이 너만 제외하고 모두 당했고?”

“그, 그렇사옵니다. 문, 아니 황제폐하!”

무장의 대답에 조위총은 뒤에 차분히 서 있는 요동군 갑주를 입은 무장 셋과 말갈 전사를 힐끗 봤다.

“맡기신 소임이 중차대한 일이라 천신만고 끝이 하명하신 어명을 요동성 성주인 대타발에게 전했나이다.”

무릎을 꿇고 있는 무장의 말에 조위총은 표정이 밝아졌다.

“장하다. 내 너의 노고를 후일 크게 치하할 것이다.”

“황공하옵니다. 황제폐하!”

“이 고려의 귀인들을 저리 세워둘 수는 없지.”

조위총이 자리에서 일어나 상석에 앉으라는 시늉으로 손으로 자리를 권했고 그제야 자신들을 자리에 앉힌다고 요동 무장 셋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그들의 옆에 말갈전사가 착석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노고가 많았다.”

이제 조위총은 스스로 황제라고 생각했기에 요동성 금나라 무장에게 하대를 했고 그 말을 말갈 전사가 통역해 위장한 요동성 금나라 무장에게 전달했다. 물론 지금 위장한 무장들은 모두 고려 사람이니 조위총의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대한무극인 대타발께서는 어찌 답을 줬는가?”

조위총이 요동성 금나라 무장을 보며 말했고 그 말을 들은 말갈 전사가 통역했고 요동성 금나라 무장은 말갈전사에게 말했다.

“요동성 성주께서는 압수까지 5만 금나라 대군을 진격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파병을 허락한 건가?”

“그렇사옵니다. 파병을 있을 것이라 하셨습니다.”

말갈전사가 어눌한 고려어로 말했다. 물론 그는 말갈전사가 확실했다. 물론 고려 말이 능숙한 말갈전사였으나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저리 어눌하게 말하는 거였다.탁!

“됐다! 이제 됐다!”

요동성 성주인 대한무극이 5만의 금나라 기마 궁병을 파병한다는 소리에 조위총은 흥이나 탁자를 탁하고 치며 기뻐했다.

“이제 된 것이야! 이제!”

“감축드리옵니다. 황제폐하!”

서경 무장들이 모두 조위총을 황제라 부르며 감축 드린다면 말하고 기뻐했다. 지금 상태에는 궁지에 몰린 서경 반란군이나 5만의 기마 궁병과 그에 딸린 병사들 그리고 공병들이 진격을 해 온다면 바로 불리했던 전세는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언제 압수를 넘어 고려로 진격하는지 물으라.”

기세가 등등해진 조위총이 말갈전사에게 말 했고 그 이야기를 그대로 말갈전사는 요동성 금나라 무장에게 통역했다.

“당분간 진격은 없다하옵니다.”

말갈전사의 말에 조위총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라? 파병을 하겠다고 해놓고서는 진격이 없다니?”

조위총의 물음에 말갈전사가 다시 요동성 금나라 무장에게 물었고 금나라 무장은 능숙한 여진어로 말갈전사에게 말했다.

“금나라의 군대가 바로 진격을 하면 북변이나 천리장성들의 공격을 받게 되어 병력 손실을 입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금나라 군대만 진격을 하면 고려의 내란이 금나라와 고려의 전쟁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라 황제폐하께서 직접 오셔서 용맹한 금나라 군사를 이끌라 하셨습니다.”

말갈전사의 말을 듣고 보니 틀린 말은 분명 아니었다. 금나라 군사들이 홀로 진격을 해 온다면 침략이 되는 것이다.그러니 도처에서 막을 것이 분명하고 그건 병력의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조위총도 잘 알았다. 허나 이 순간에 압수까지 가서 금나라 군사를 맞이하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은 조위총이었다.

“지금은 짐이 다소 불리해진 상황이라 어려우니 그냥 진격을 하라고 전하라! 짐이 윤허를 한다고 전하라.”

조위총의 말을 금나라 무장이 전했지만 금나라 무장은 고개를 저을 뿐이다.

“왜 그러는가?”

“불가하다하옵니다. 금나라 조정에서 모르는 일이기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고 하옵니다. 일이 잘못되면 황제의 허락 없이 병력을 움직였다는 문책을 받을 수 있고 또 개경에 있는 조정에서 배편으로 사신을 보내 따진다면 문제가 커진다고 하옵니다.”

“그럼 어찌 하란 말이야?”

조위총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황제폐하께서 직접 압수로 오셔서 금나라 군사를 지휘하라 하셨습니다. 그리한다면 고려로 진격을 할 것이라 하옵니다.”

“젠장! 상황이 그렇지 못해!”

다시 한 번 소리를 지르는 조위총이었다. 그 순간 요동성 무장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우리의 뜻은 전해드렸소.”

유창하지는 못하나 금나라 무장이 고려 말로 조위총에게 말했다.

“고려 말을 할 줄 아는가?”

“조금 합니다.”

“무례하다. 어찌 황제폐하께 그리 언성을 높이는 것이냐?”

서경 무장 하나가 버럭 소리를 질렀고 금나라 무장으로 위장한 별초가 피식 웃었다.

“진정한 황제는 아니시지요.”

순간 조위총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라?”

“우리는 고려 황자이신 대령후의 말을 믿고 파병을 결정한 것입니다. 주군이신 대타발 대한무극께서는 대령후를 믿으시고 파병을 결정하신 것이요. 그런데 대령후께서는 없고 새로운 황제라는 분이 계신데 어찌 진격을 한단 말입니까?”

금나라 무장의 말에 조위총이 인상을 찡그렸다.

“대위국 선황께서는 전장에서 붕어하셨네.”

그 말에 금나라 무장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파병은 어려울 수 있소이다.”

“뭐라? 파병이 어렵다?”

“그렇소이다. 우리의 주군께서는 말씀드렸듯 대령후이셨던 황제폐하를 믿은 것입니다. 그러니 파병이 철회될 수도 있습니다.”

“진, 진정인가?”

“그렇습니다. 저는 결정권이 없습니다.”

바로 표정이 굳어진 조위총이었다.

“고려와 금의 분쟁지역인 북변을 모두 줄 수 있어. 아니 그 아래의 땅도 주지. 그러니 진격을 하시게.”

“북변은 원래부터 고려의 땅이 아니라 대국의 땅입니다.”

“하지만 그곳에 사는 백성들은 고려인이지.”

조위총의 말에 금나라 무장으로 위장한 별초가 인상을 찡그렸다.

“내 진정한 이 땅의 주인이 되고 또 대위국의 태조가 된다면 북변지역의 있는 백성들까지 내어주지.”

조위총의 말에 서경 무장들이 놀라 조위총을 봤다.

“진심이시오?”

“족히 20만은 될 것이네. 어떤가?”

이 순간 조위총은 이 전쟁을 이기기 위해 20만의 고려백성들을 금나라 노예로 내어주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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