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80화 (380/620)

< -- 간웅 18권 - 대통합! -- >3. 속고 또 속고 있는 조위총!개경 중앙군 부상자 군막.보통 전투 중에 부상한 병사들은 보통 짐 취급을 하며 홀대를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또한 아픈 자들이라 비명소리와 신음소리가 다른 병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거라는 생각에 군영 외곽에 버리듯 허름한 군막을 올려 밀어 넣어 두는 것이 보통이었다. 물론 치료를 해 주기는 했으나 의원의 수가 부족하니 부상자 군막에서 죽는 병사들의 수가 많았다.

허나 회생이 이끌고 있는 개경 중앙군 군영은 예전 고려 중앙군들의 진영 편성과는 사뭇 달랐다.부상자 군막을 본진 바로 옆에 설치를 했고 비바람이 통하지 않는 꽤나 좋은 군막을 올려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그러니 그 안에서 터져 나오는 부상자들의 비명소리는 온 군영에 메아리처럼 울렸다.

“아아악!”

여기저기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들렸고 여기저기서 그들을 치료하는 의원들과 여인들의 모습이 정신없이 분주했다.

“나, 나 좀 살려주시오. 나 좀.”

팔이 잘린 병사가 옆을 지나가는 여인의 치맛자락을 잡고 애원했다.

“아악! 나 죽는 겁니까? 나 좀 살려, 살려주시오.”

병사의 애원에 지친 기색이 역력한 여인이 조심히 앉아 병사의 잘린 팔을 조심히 살폈다. 이미 썩어가고 있기에 인상을 찡그릴 만도 한데 여인은 그 썩어가는 살을 조심히 만지며 더 이상 썩는 것을 막기 위해 소독을 하듯 들고 있던 숯에서 추출한 목초 액으로 병사의 상처를 씻어줬다.

목초 액이 산성이 강했기에 그리 소독제로 쓰는 거였다. 또한 숯을 오래 담궈든 물도 소독수로 쓰였다.

“아아악!”

“참으세요. 참지 않으면 정말 팔이 썩어서 위험해요.”

“아, 아픕니다. 아파요.”

여인에게 병사가 애원하며 그녀의 손을 덥석 잡는 순간 뒤에 있던 여인들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도 그럴 것이다. 병사가 손을 잡은 여인은 바로 영화공주였으니 말이다.

“참아야 합니다. 참아야 해요.”

“예. 아씨!”

병사는 영화공주가 공주인 것도 모르고 아씨라 불렀다. 그리고 잡고 있던 그녀의 한 손을 놓지 않았다.

“나도 좀 봐 주십시오. 으윽!”

영화 공주가 자상하게 병사들을 돌보자 부상을 당한 병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영화공주에게 애원했다.

“무엇을 하고 있어? 어서 병사들을 돌보지 않고.”

영화공주가 뒤에 있는 여인들에게 질책하듯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공,,,,,,,,.”

“어허! 말조심하게.”

영화공주가 자신을 공주마마라 부르려는 여인에게 꾸짖듯 말했다.

“송구하옵니다. 아씨!”

“어서 병사들을 돌봐요. 어서!”

“예. 아씨!”

영화공주의 명령에 상궁과 나인출신 여인들이 병사들에게 다가가 병사들의 상태를 살폈다.

“에구머니나!”

나인출신 여인이 병사의 상태를 보고 놀라 뒤로 물러났다.

“왜, 왜 그러십니까?”

자신의 상태를 보고 여인이 놀라자 더욱 놀란 병사가 고통을 참으며 여인에게 물었다.

“아, 아니에요.”

“왜 그러는 것이냐?”

영화공주가 놀란 여인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것이,,,,,,,.”

“그것이 뭐?”

“저 사내의 등에 난 상처가,,,,,,,.”

여인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비켜!”

영화공주는 놀란 여인을 밀치며 병사의 등을 봤다. 영화공주가 보고 있는 병사는 등에 화살을 맞았는지 등이 잔뜩 곪아 피고름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이 상태로 그냥 둔다면 뼛속까지 곪아 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왜, 왜 그러시옵니까? 고마우신 아씨!”

이제 영화공주의 호칭은 이곳에는 공주가 아닌 고마우신 아씨였다.

“등에 난 상처가 곪았어요.”

살이 곪았다는 말에 병사가 기겁했다.

“그, 그럼 어쩝니까? 나,,, 저,,, 전 죽, 죽는 겁니까?”

“피고름을 짜내야 해요. 참아요.”

영화공주는 그렇게 말하고 입고 있던 치마의 천을 뜯어 병사의 곪은 부위에 붙이고 힘껏 눌렀다.물컹!순간 피고름이 튀어 영화공주의 얼굴에 뿜어졌다.

“아, 아씨!”

뒤에 있던 상궁들과 나인들이 놀라 기겁했다. 공주의 신분으로 저런 험한 일을 하는 모습이 놀랍기만 한 그들이었다.

“아아악!”

“참으세요. 다 짜내야 해요.”

영화공주는 자신의 얼굴에 피고름이 튄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병사에게 자상한 말투로 참으라고 말했다.

“으, 으윽! 예. 아, 아씨 참겠습니다.”

“그리 짜내셔도 소용이 없습니다.”

지나가던 군의가 영화공주의 모습을 보고 담담히 말했다. 물론 그 말에 표정이 굳어지는 병사였다.

“왜지요?”

“서경 모진 놈들이 납을 넣어 활촉을 만들어서 쐈기에 고름을 입으로 다 빨아내지 않고는 다시 곪게 될 겁니다. 치료가 조금 늦어서 저리 빠르게 곪은 겁니다.”

“그럼 급히 치료를 했어야지요.”

“송구합니다. 워낙 부상자가 많아서,,, 그리고 또 서경 반란군들도 똑같이 치료하라고 하신 황자저하의 명 때문에 도리어 아군을 치료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군의의 말에 영화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름을 다 빨아내면 되는 건가요?”

“예. 그렇기는 합니다. 그런데 누가 피고름을 입을 다 빨아내주겠습니까? 그것도 납으로 된 상처를,,,,,,,.”

군의의 말에 영화공주가 병사를 봤다.

“돌아앉으세요.”

군의의 말을 듣고 절망한 병사가 영화공주의 말을 듣고 멍해졌다.

“예? 아씨! 왜 그러십니까?”

“돌아앉으세요.”

그제야 병사가 영화공주를 봤다.

“안 됩니다. 저, 저는 괜찮습니다. 아씨! 고마우신 아씨께서 그러시다가,,,,,,,.”

“어서요.”

“안 됩니다. 공주님!”

다급했는지 상궁하나가 영화공주의 신분을 말하고 말았다.

“조용히 해라!”

영화공주의 신분이 공주라는 말에 부상자 병사에 있는 부상자들이 놀라 기겁했다.

“송구하옵니다.”

그리고 다시 영화과 병사를 봤다.

“어서 돌아앉아. 어서!”

“공, 공주님!”

“어서!”

어쩔 수 없이 영화공주의 명령에 병사가 돌아앉았다. 그리고 바로 영화공주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왼쪽 어깨에 질질 흐르는 피고름을 입으로 빨아냈다. 그 모습에 모두 순간 정적에 쌓이는 것 같았다.

이것이야 말로 놀라움과 충격일 것이다.그렇게 영화공주는 한 참이나 병사의 피고름을 빨아내고 나서 물로 입을 행구고 군의를 봤다.

“이제 내가 했으니 그대들도 할 수 있을 것이요. 환자를 다루는 사람이 몸을 사린다면 어떤 고려 병사가 황자저하의 위험한 명령에 전장으로 달려 나가겠소?”

“예. 공주님!”

“난 이곳에서는 공주가 아닙니다. 또 내 옆에서 날 챙기지 말고 병사들을 챙겨요. 어서!”

“예. 알겠습니다. 아씨!”

군의와 상궁들이 다시 영화공주를 아씨라 말하며 병사들을 간호하기 위해 병사들에게 갔다. 그리고 자신의 피고름을 빨아준 영화공주를 병사가 우러러 봤다. 아니 이 부상자 군막 안에 있는 모든 병사들은 영화공주를 관세음보살로 보는 듯 했다.

그렇게 영화는 회생 몰래 이곳으로 와서 가장 힘들고 더러운 곳에서 병사들을 자신의 신분을 잊고 병사들을 간호했다.처음에는 모두 자신의 어마마인 공예태후의 지시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난 후에는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그렇게 병사를 돌봤다. 그렇게 그런 마음이 스스로 생기고 행동을 하니 병사들이 영화공주를 관세음보살로 보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회생이 미륵이니 그의 내자인 영화공주가 당연히 관세음보살이라는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소기의 목적 그 이상을 달성하고 또 뭔가 따뜻한 마음까지 얻게 된 영화공주인 거였다.자비 령 북쪽 협곡에 위치한 서경 반란군 진영.반란군 진영의 분위기는 한 마디로 복잡 미묘 애매했다.

개경 중앙군에게 대패를 했으니 사기는 바닥이었고 황제라 모신 대령후가 그 첫 번째 전투에서 전사하였으니 구심점을 잃은 듯 보였다. 허나 그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들로 새로운 황제가 바로 추대되었다는 것이 놀라움도 금치 못했다.

또한 새롭게 추대된 황제가 왕 씨의 성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 더욱 놀란 서경 반란군 진영이었다.

“황제폐하께서 전장에서 전사를 하셨다는 것이 사실인가?”

병사 하나가 주변의 눈치를 보며 옆에 있는 병사에게 물었다. 그들은 서경 반란군 진영 북쪽을 경계하는 병사들이었다.

개경 중앙군이 위치한 남쪽이 아니니 경계가 형편없는 것을 말할 것도 없다.창을 지팡이인양 몸을 의지하며 반쯤 졸린 눈으로 그러고 있는 거였다.

사실 이들은 왜 이곳에 경계를 서는지도 모르고 있는 그런 병사들이었다.

“나도 그렇게 들었는데.”

“그런데 바로 다음 황제가 오셨다는 건 뭔 말인가?”

병사의 말에 옆에 있던 병사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오신 게 아니고 있던 분이지.”

“있던 분?”

“그래. 자네만 알게 장군님들이 모두 서경유수님을 황제로 추대했다고 해.”

“추대? 추대가 뭔 말인데?”

무식한 무지렁이들이니 추대라는 말을 모르는 것은 당연할 거다.

“황제가 되어달라고 사정을 했다는 말이지.”

“황제는 왕 씨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조금은 놀라 모습으로 병사가 되물었다. 그 물음에 좀 아는 척을 하는 병사가 무지렁이 병사를 보며 피식 웃었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겠나?”

어려운 말이 더 나오는 무지렁이 병사는 머리만 긁적였다.

“이 사람아!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말을 좀 해!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군.”

“처음부터 왕이 되는 사람은 없다는 거야. 어려운 말이니까 그냥 몰라도 돼.”

“자네 지금 날 무시하는 건가?”

무지렁이 병사가 인상을 찡그렸다.

“무시는 얼어 죽을! 그냥 그렇다는 거지. 그건 그렇고 젠장! 얼어 죽을 만큼 춥네.”

좀 아는 척을 하는 병사가 인상을 찡그렸다. 이미 삭풍이 불기시작한지 오래였고 그 삭풍이 검처럼 살을 베어내는 것도 오래였다. 여기저기 동상에 걸린 서경 반란군들의 수도 꽤 됐다.

“그래. 젠장! 무지하게 춥네. 이렇게 추울 때는 북변 갑산 토끼털로 만든 겨울옷이 딱인데 말이야.”

무지렁이 병사의 말에 좀 아는 척 하는 병사가 그를 봤다.

“북변 갑산 토끼털 옷?”

“그래. 요즘 거기서 토끼가죽이랑 토끼고기가 많이 나와서 팔린다는군. 북변 지방에는 거의 북변 갑산 토끼털을 사서 옷을 해 입어.”

“정말?”

“정말이지. 자네는 모르는 것을 보니 산골 촌놈이군.”

무지렁이 병사가 조금 전 당한 망실을 복수하듯 말했다.

“뭐야?”

“그리고 그리 얇게 입어서 어찌 하겠나? 나처럼은 입어야지.”

무지렁이 병사가 슬쩍 자신의 옷 속을 보여줬다. 무지렁이 병사의 옷 속은 부드러운 토끼털이로 바느질이 되어 있었다.

“따뜻하겠네. 그 토끼털 어디서 났나?”

좀 아는 척을 한 병사가 부럽다는 듯 물었다.

“이 사람 무식하게 내 말을 뭐로 들었나? 갑산 토끼털이라고.”

“오! 정말 따뜻하겠어.”

“부럽지?”

무지렁이 병사가 놀리듯 말했다.

“부럽긴,,, 그냥 따뜻해 보인다는 거지.”

“히히히! 부러우면 지는 거야! 알겠어.”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아는 척을 하던 병사였다. 북변 갑산 토끼털!갑산은 회생의 식읍이다.

그리고 그곳에 이주한 2천이 넘는 사병들에게 육 고기를 공급하기 위해 또한 추운 날씨를 극복하기 위해 흥선이었던 정도전은 토끼사육을 대대적으로 장려했고 그것의 대한 결과물로 갑산의 특산물이 토끼 고기와 토끼털이 된 거였다.또한 김돈중의 전 사병출신들의 가솔들과 속말말갈족 수천이 갑산이 터를 잡았기에 갑산은 북변 중 가장 활개를 뜨는 도시가 됐다. 또한 그 갑산으로 몰려드는 유랑민들은 이유 불문하고 다 받아줬기에 그 식읍민의 수는 꽤나 많이 늘어나 5만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사람 구경하기가 산중 금왕인 호랑이 보는 것보다 어렵다는 북변에 식읍민을 5만이나 거주하는 식읍이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분명할 거다. 하지만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먹을 것이 많고 붙여먹을 수 있는 땅이 있고 호랑이 보다 더 무섭다는 세금이 거의 없으니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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