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79화 (379/620)

< -- 간웅 18권 - 대통합! -- >

“어찌 화살이 날아오겠는가? 신수군이 이곳을 지키고 막고 있으니 그런 것이지.”

그때 크게 김명박을 꾸짖듯 말하며 청년장군 경대승이 말을 타고 청룡도를 들고 당당히 나섰다.

“개경, 개경 군사입니다.”

옆에 있던 무장이 기겁해 김명박에게 소리쳤으나 이미 김명박은 말머리를 돌린 상태였다. 부하무장의 목숨보다 자기 살길을 먼저 챙기는 김명박이었다. 허나 김명박이 말머리를 돌린 곳에서도 신수군 무장들이 마상에 올라 퇴로를 막고 있었다.

“어디를 도망치려는 것이냐?”

청년장군 경대승이 크게 꾸짖듯 소리쳤다.

“젠장!”

어금니를 꽉 깨무는 김명박이었다. 이런 것을 사면초가라 할 것이다.

“내 청룡도를 받아라! 이랴!”

경대승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을 달리며 들고 있던 청룡도를 휘두르며 김명박에게 달려들었고 어쩔 수 없이 김명박도 검을 뽑아 달려드는 경대승을 향해 달렸다. 뒤는 몇 명의 무장이 막고 있으나 앞에는 오직 경대승 하나이니 달려드는 경대승만 벤다면 도주할 수 잇다는 생각을 한 김명박이었다.

“그래! 내 네놈을 베고 가지. 이랴!”

깊은 밤에 서로를 향해 돌진하는 말발굽 소리가 요란했다.수위윙!쉬웅!서어억!경대승의 청룡도가 바람을 파쇄 시키며 김명박을 향해 날았고 김명박 역시 경대승의 목을 노리며 검을 휘둘렀으나 결국 청년장군 경대승의 청룡도가 김명박의 목을 베어냈다.

“으악!”

비명과 함께 김명박의 목이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히이잉!말이 요동쳤고 그와 동시에 요동친 말발굽에 김명박의 머리가 밟혀 으스러졌다.

“워워워! 조원정이 아주 잘 한 모양이군.”

경대승은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제는 어찌 하옵니까?”

뒤를 지키고 있던 신수군 무장이 달려와 경대승에게 물었다.

“답을 줘야겠지. 악착 같이 북변으로 도망칠 수 있게 답을 주면 된다.”

“예?”

영문을 몰라 다시 묻는 무장이었지만 경대승은 대답 되신에 고개를 돌렸다.

“나서라!”

“예.”

그때 어둠 속에서 요동에 주둔하고 있는 금나라 기마 궁병의 복색을 한 몇 명의 사내가 다가와 경대승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예. 장군!”

그리고 놀라운 것은 그들의 옆에 말갈전사 하나도 따라붙어 있다는 거였다.

“너희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는 잘 알 것이다.”

“예. 저는 요동의 대한무극 대타발 성주님의 부장이옵니다. 태타발 성주님의 뜻을 전하러 가는 길이옵니다.”

요동군 복장을 한 사내가 경대승에게 그리 말했다.

“그래. 잘 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 잔인한 고신이 희망고신이지. 저 북변으로만 가면 요동군 10만이 있다. 그들과 합류만 하면 자신을 압박한 우리를 모두 척살하고 고려를 삼킬 수 있다는 희망 고신!”

경대승이 차갑게 말했다.

“참으로 대단하시옵니다. 장군!”

“진정 대단하신 것은 황자저하시지.”

회생이 없는 상태에도 경대승은 회생의 얼굴을 떠올리며 존경심이 가득한 눈빛을 보였다.

“예. 그렇사옵니다. 진정한 고려의 영웅이 바로 황자저하이시옵니다.”

“옳다. 이 고려가 이리 지탱이 되는 것은 모두 황자저하 때문이시다.”

“예. 그렇사옵니다. 장군! 그럼 이제 어찌 하옵니까?”

“치열하게 싸우다가 거짓으로 퇴각하여 길을 열어주면 된다.”

“알겠나이다.”

“가자! 저기 넋이 나간 놈을 챙기고 복귀하자.”

“예. 장군!”

그렇게 경대승은 다시 요동으로 파병을 요청하는 김명박의 목을 베고 몇 명의 서경 무장을 활로 죽이고 포로까지 하나 잡아 신수군 본진으로 돌아왔다.이 순간 처음부터 불리했던 서경 반란군과 조위총이 이제는 완벽하게 불리해지는 순간이었다.

전장은 무장들의 검과 병사들의 창으로만 그 전장의 승패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라는 것을 회생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거였다.책략과 계략이야 말로 치열한 전장에서 가장 무겁게 쓰이는 무기인 거였다.

의종황제의 군막.의종황제는 탁자에 홀로 앉아 독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 옆에는 그저 아무 말도 없이 비파를 든 여악공이 조신히 앉아 있었다.

어떤 면에서 한 없이 강한 내 부친이었고 또 어떤 면에서는 한없이 여린 내 부친이기도 했다. 지금 마시는 독주의 뜻은 대령후의 죽음을 슬퍼하는 독주일 것이다.

“어찌 되었느냐?”

의종황제는 나를 보지도 않고 물었다. 그저 저 쓸쓸하고 처량한 빈 잔에 술을 채우며 내게 물었다.

“평지와 함께 세초했사옵니다.”

“너의 손에 끝내 피를 묻혔느냐?”

“그렇사옵니다. 고통은 찰나였을 것이옵니다.”

“그랬겠지. 너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

“송구하옵니다. 아바마마!”

“회생아!”

내 이름을 부르며 의종황제가 날 봤다.

“예. 아바마마!”

“죽은 대령후가 장자였다면 고려는 이리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너도 없었을 것이다. 그저 너는 어쩌면 황손으로 처음부터 살았을 것이다.”

“영웅으로 사는 것은 실패를 했으나 영웅으로는 죽었나이다.”

“영웅?”

“그렇사옵니다.”

“죽어진 후에 영웅이 된들 무엇을 하겠느냐?”

“송구하옵니다.”

“회생아!”

“예. 아바마마!”

“아마도 저 하늘이 깨지지 않는 이상에는 네가 옥좌에 오르겠지.”

“,,,,,,,.”

“대답이 없는 것을 보니 그렇군.”

“송구하옵니다. 아바마마! 어찌 소자가 아바마마가 계시는데 옥좌를 운운하겠사옵니까?”

“으음,,, 황제가 될 황자의 손에 자꾸 황족의 피를 묻히는 것은 좋지 않다.”

“명심하겠나이다.”

“그래. 명심해야 할 것이다. 칼로 차지할 수 있는 것이 옥좌다. 허나 칼로 지켜낼 수만은 없는 것이 또 옥좌다.”

“알고 있나이다.”

“밖이 요란하구나! 무슨 일이냐?”

이미 수십 마리의 소를 잡고 수백 마리의 돼지를 잡아 이 판국에 잔치를 거하게 벌리고 있었다. 그것의 이유를 묻는 의종황제였다.

“죽은 자를 위하는 잔치이옵니다.”

“평지가 불타고 시체가 불타 재가 되는데 죽은 자를 위한 잔치?”

“그렇사옵니다. 오늘의 전투는 있어서는 안 되는 전투이었습니다. 허나 치러야하는 전투이기도 했사옵니다. 그래서 다 잊고 또 다시 되고자 하는 잔치이옵니다.”

내 말에 의종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참 다른 이들과 다르구나!”

“송구하옵니다. 아바마마!”

“잔치라! 나쁘지 않지. 대승이니 잔치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예. 아바마마! 허나 대승을 기리는 잔치만은 아니옵니다.”

“그렇겠지.”

“예. 그렇사옵니다. 분열한 고려를 다시 대통합을 시작하는 잔치이옵니다. 비록 소자가 수천의 고려 백성을 죽게 했사오나 수만을 살렸나이다. 그것을 기리는 잔치이옵니다.”

“하나의 죽음이 수만의 산 목숨과 바꾸어질 수 있을까?”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것이옵니다. 아바마마!”

“너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너 역시도 어쩔 수 가 없구나. 그래. 설명이 되지 않은 일은 그렇게 앞으로 말할 것이다. 허나 그런 말이 늘어난다는 것은 더도 변하고 있다는 거다.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변명을 하기 시작하면 짐처럼 될 것이다.”

의종황제의 말은 의미심장했다.첫 개혁에 실패하고 의종황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자신을 위로했을 것이다. 그것을 내게 상기시켜주는 의종황제였다.

“가슴 깊이 새기겠나이다.”

“그래. 이왕 할 잔치니 나가 보거라.”

“아니옵니다.”

“혼자 있고 싶구나! 애야! 네 비파소리가 좋더라. 다시 짐에게 들려주겠느냐?”

“예. 폐하!”

옆에 말없이 앉아 있던 여악공이 비파를 켰다.

“물러가겠나이다.”

내 말에 그저 의종은 고개만 끄덕였다.정도전의 막사.정도전은 만적을 찬찬히 보고 있었다.

“잔치 준비는 다 끝이 났지?”

“예. 책사님! 이런 전장에서 잔치를 벌일 줄은 몰랐습니다.”

만적의 말에 정도전도 피식 웃었다.

“그러게 말이다. 역시 남다르신 분이다.”

“예. 그렇습니다. 책사님!”

“잔치는 잔치고 해야 할 일은 해야겠지.”

“분부하실 일이 있습니까?”

“징발대를 꾸려서 평지로 가라.”

정도전의 말에 만적이 정도전을 빤히 봤다.

“가서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묻어줄 자들은 묻어주고 챙길 것은 챙길 것은 챙겨서 와라.”

그제야 만적은 정도전이 자신에게 무엇을 시키는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 책사님!”

“화살 한 개가 아쉬운 순간이 올 것이다. 전쟁은 병사들의 충천된 사기로 하고 또 병력의 수로 싸우는 것이지만 결국 얼마나 많은 재물을 단번에 투입하여 군수물자를 확보하고 보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도전은 훗날에 있을 수많은 전투를 준비하는 듯 했다.

“예. 알겠습니다. 책사님!”

“뭐든 다 모아서 와라. 벽란도에서 또 탐라에서 등주에 있는 신라방에서 자금을 보낸다고 해도 아껴서 나쁠 것은 없다.”

“예. 책사님!”

“그리고 죽은 병사들은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말고 잘 묻어주어라. 불에 탔다고 흉하다 생각하지 말고 다 묻어줘.”

“그리 하겠습니다. 책사님!”

“가서라! 오늘 밤 잔치가 밤을 지새우겠지만 너의 일도 쉬이 끝이 나지 않을 것이다.”

“알겠사옵니다. 책사님!”

만적이 어린 나이에 어른들의 군례를 따라하듯 군례를 올리고 정도전의 군막을 벗어났다.

“후년에는 수없이 많은 고려의 병사들이 죽은 이 평지에 그 흔적은 사라지고 들꽃이 만계하겠구나. 꽃이 만계해 화려하나 그 아래 양분이 참혹하니 과연 만계한 꽃이 아름다운 것인가? 아니면 추한 것인가? 모르는 것이 약이고 또 아는 것이 병이 되겠지.”

정도전은 그리 중얼거리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찬찬히 눈을 떴다.

“대승에 내가 너무 낭만적으로 변했군.”

정도전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탁자 위에 올려 있는 각종 그림을 살폈다.

“이번 전투에는 운이 좋아 신무기들의 사용에 차질이 없었으나 전장에서 활용하기 전에 반드시 훈련을 시켜야겠어.”

그때 장군 하나가 들어섰다.

“찾으셨습니까? 책사님!”

정도전이 부른 장군은 마이장군이었다. 1만기마대의 장군 마이가 정도전의 부름을 받고 온 거였다.

“앉으시오.”

“예. 책사님!”

조심히 마이가 자리에 앉았다.

“하문하실 것이 있습니까?”

다른 장군들과 다르게 마이는 정도전을 깔보지 않았다. 물론 그것은 투화병이라는 신무기의 위력 때문인 것도 있었다.

“그래요. 있어서 불렀습니다.”

“하문하십시오.”

“투화병을 직접 써봤으니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을 하십니까?”

전투가 끝이 나자 말자 신무기를 개선하려는 정도전이었다. 그것은 평지대전투가 끝이 나기는 했으나 여전히 많은 전투가 회생에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멀리 던지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옵니다.”

“사람의 근력에 따라 다르지요.”

“그렇기는 하나 질주하는 마상에서 원심력을 이용해서 돌려 던지면 더 멀리 날아갈 것이옵니다.”

마이의 말에 정도전도 고개를 끄덕였다.

“줄을 달아서 돌릴 수 있게 하면 되겠군.”

바로 답을 찾아내는 정도전이었다. 이러니 괴물 같은 두뇌를 가진 정도전인 거다.

“그리고 2인 일개조가 되어 던지는 것은 한계가 있는 듯 하옵니다. 바로 붙을 붙일 수 있다면 좋을 것인데 쉬운 일은 아닌 듯 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기마대보다는 전차대에서 활용하면 좋을 것 같군.”

“그렇습니다. 그런 방법이 있었습니다.”

“다른 것은 없나?”

“그게 말이옵니다. 책사께서 이상하게 들리 실지는 모르겠으나 화력이 약하옵니다.”

“화력이 약해?”

고개가 절로 갸우뚱해지는 정도전이었다.

“그렇사옵니다. 처음 당하는 적들은 놀라겠지만 피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피할 수 있습니다. 좀 더 강하게 마치 펑하고 터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그리고 투화병 병이 너무 두꺼운 것 같습니다. 던졌는데 깨지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책사님!”

이 순간 정도전은 마이에게 만은 것을 얻어내고 있었다.

“참으로 마이장군은 대단합니다. 이렇게 세심하고 능력 있는 분이 아직도 장군이라니 안타깝습니다.”

“하하하! 그렇사옵니까? 책사님!”

“제가 황자저하께 알려 승차를 하시게 돕겠습니다.”

정도전의 말에 마이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책사님!”

“앞으로도 저를 많이 도와주십시오.”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잔치를 할 모양인데 나가셔서 황자저하의 옆에 계십시오. 눈에서 가까워지면 마음도 가까워지는 법입니다.”

“알겠습니다. 책사님!”

조심히 마이가 일어나 어리게 보이는 정도전에게 군례를 올리고 돌아섰다.그 모습에 정도전은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자신을 책사라 부르는 장군들은 이제는 많았으나 이렇게 마이처럼 군례까지 올리는 장군은 없었다. 그래서 정도전은 마이가 마음에 들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마이장군은 정도전의 측근이 됐다.‘내 마이 장군 그대를 고려의 상장군으로 만들어주지요.’정도전은 그리 속으로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마이가 해준 말들을 떠올리며 고민했다.

“옹기는 너무 두꺼워 깨지지 않는 것이야! 뭐가 방법일까? 잘 깨지는 것? 잘 깨지는 것? 작고 잘 깨지는 것?”

잠시의 고민을 한 정도전은 인상을 찡그렸다.

“유리병이 좋기는 하겠는데 워낙 가격이 비싸서,,,,,,,.”

가격대비 효과 면에서 서역에서 들어오는 유리병은 부족했다. 허나 잘 깨지는 것으로는 그만한 것이 또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정도전이었다.

“그건 그렇고 스스로 타게 한다? 스스로? 그게 제일 중요한 핵심일 것이야! 폭죽이면 되는 걸까?”

밖에서는 잔치 준비가 한창인데 이렇게 정도전은 다음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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