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76화 (376/620)

< -- 간웅 18권 - 대통합! -- >

“이 거병에 성공하셨다면 황제가 되셔서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시고 같은 길을 걸으셨을 겁니다.”

그 역시 영웅의 풍모가 있으니 시기는 달라도 황제가 된다면 북벌을 꿈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보이느냐?”

“아니십니까?”

“패장은 무언이다.”

대령후는 그리 답했지만 그 대답 자체가 내 말을 인정하는 거였다.

“그럼 이 조카도 하나 여쭈겠습니다.”

“무엇이냐?”

누가 본다면 수만의 병사들의 죽음을 놓고 겨룬 적과 적의 관계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그와 나는 차분하게 대화하고 있었다. 그것은 내게 이미 승자가 대령후 스스로 자신은 패자라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일 거다.

이것을 인정한다는 것도 그는 영웅의 풍모가 있다는 증거일 거다. 한 번의 실수가 또한 내가 치밀하게 깔아놓은 포석이 그의 거병을 좌절시키고 그를 포기시킨 거였다.

“숙부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숙부께서 품으신 대망은 무엇입니까?”

내 물음에 대령후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패장은 무언이다. 그럼 너의 정의는 무엇이냐? 네가 이리 움직일 수 있는 정의는 무엇이냐?”

내 물음에 대한 대답은 없고 내게 다시 묻는 대령후였다.

“제가 알고 파악해본 숙부이시면 숙부의 정의는,,,,,,,.”

내 말에 대령후가 다시 한 번 피식 웃었다. 마치 네놈이 나를 어찌 아느냐는 그런 미소였다.

“숙부의 정의는 고려이십니다.”

내 말에 다시 한 번 대령후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어, 어찌,,,,,,,,.”

“저의 정의도 고려입니다. 강한 고려! 자주적인 고려! 대 제국 고려입니다. 아니셨습니까?”

“나, 나는 졌다. 그리고 실패했다. 그러니 무언이다.”

난 잠시 대령후를 봤다.

“그 정의 버리시고 그 꿈 버리신다면 보내드리겠소이다.”

난 마지막 순간 대령후를 베겠다고 내 부친이신 의종황제에게 고할 때 의종황제의 눈빛이 떠올라 대령후에게 살려주겠다고 말했다. 어쩌면 이것은 이기적이고 간사하며 사악한 말일 것이다. 나는 지금 대령후 그를 완벽하게 죽여도 마음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구실을 만들고 있는 거였다.

“꿈을 버리라?”

“그렇사옵니다. 그러시면 여생을 조용히 보낼 수 있게 해 드리겠나이다.”

그 순간 대령후가 날 노려봤다.

“꿈이 없는 자 산 자인가? 꿈을 꾸지 않는 자 숨 쉬는 자인가? 황족은 벨 수는 있으나 욕보일 수 없다고 한 것은 너다.”

“그렇사옵니다. 아바마마의 눈빛이 서글펐습니다. 살리고 싶은 마음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여쭈는 겁니다.”

“내 정의는 죽는 순간까지 고려다.”

“폐하께서는 살리고 싶어 하옵니다.”

“너의 눈치 때문에 안 된다는 거겠지. 다시 말하지. 내 고려는 죽는 순간까지 고려다. 또한 나는 꿈을 꿀 것이다.”

“알겠나이다.”

“이제 끝을 내자 너도 할 일이 많지 않느냐?”

“그렇사옵니다.”

내 말에 대령후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제는 나와는 더 할 말이 없는 듯 했다. 이제는 정말 대령후를 끝장을 내주면 되는 거였다.

“숙부!”

“이제 더 할 말이 없다.”

“황제폐하께서는 세초하라 하셨습니다. 이곳에 숙부께서 아니 오신 걸로 하라하셨습니다. 그리 할 것입니다.”

“으음,,, 역시 형님페하시군.”

“그리 해 드릴 것입니다.”

“망설이지 마라! 나는 패자이나 여전히 고려의 황족이다.”

“예. 그러지요.”

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여전히 이 평지는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아마 며칠은 그리 탈 것이다. 그리고 재만 남길 것이 분명했다. 이 상태로 둔다면 시체도 타고 초목도 타고 누군가의 대망도 타버려 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를 태워 역사에서 지울 것이 분명했다.

‘세초 하리!’저벅! 저벅!난 천천히 걸어 두경승의 앞에 섰다.

“불화살이 되겠는가?”

내 물음에 두경승이 놀라 날 봤다.

“되겠는가?”

“되옵니다.”

두경승의 말에 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내가 지휘하지.”

“소장이 하겠나이다.”

“내가 하지.”

“훗날 후회로 남으실 일이옵니다.”

“내가 한다고 했네.”

“황, 황자저하!”

“숙부께서 나를 만나시지 않았다면 고려의 황제가 되었을 거네. 영웅이네. 내가 하지.”

두경승은 내 말에 더는 말하지 못했다.그리고 난 천천히 사대에 선 것처럼 4오행대로 서 있는 궁수들을 봤다. 지금 대령후가 물끄러미 서 있는 곳까지 200보의 거리였다.

“궁수준비! 불화살을 쏠 것이다.”

내 우렁찬 외침에 순간 궁수들은 놀라 나를 보다가 서로를 봤다. 그리고 두경승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알고 있기에 표정이 굳어졌다.

“황자저하께서 명을 내리셨다.”

두경승이 우렁차게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500의 궁수들이 일제히 어깨에 차고 있던 단궁을 빼서 시위를 빼서 화살을 먹이고 앞을 봤다.그 순간 각 4오행대의 가장 끝에 서 있던 궁수가 불타는 장작더미와 같은 나무통을 가지고 와 들고 뛰며 4오행대로 서 있는 궁수들의 화살을 붙였고 불이 붙은 화살이 먹여진 궁수들은 양옆으로 다른 화살에 불을 붙여줬다.

“두경승!”

“예. 황자저하!”

“활을 다오.”

내 말에 두경승이 다시 인상을 찡그렸다.

“다오.”

“알겠나이다.”

두경승은 조심히 내게 활을 받쳤다. 두경승의 화살은 강궁이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궁수는 쉽게 시위를 당기지도 못했다.

“통아와 편전도 다오.”

“예. 황자저하!”

그리고 난 두경승에게 통아와 편전을 받아 시위를 당겼다.쩌어억!활의 시위가 내 입술에 차갑게 닿았다.

‘금방 끝이 날 것이옵니다.’난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날 보며 서 있는 대령후를 봤다.

‘세초 하리!’그런 생각을 하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시위를 놨다.쉬웅!순간 편전이 대령후를 향해 날았다.

“편전이 날아간 곳으로 쏴라!”

그 순간 누구하나 쉽게 시위를 놓지 못했다.

“쏴라! 쏴 드려야 한다!”

난 절규하듯 소리쳤고 그와 동시에 이제 노을이 지구 있는 하늘로 500발의 불화살이 날았다.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는 대령후는 멀리 하늘 위에서 유성 같은 불화살이 뜬 것을 보고 차갑고 가벼운 마음으로 웃었다.

“하하하! 이무기는 죽고 황룡의 시대가 열리는구나! 원통할 것도 없다.”

피융!순간 회생이 쏜 편전이 피융 소리를 내며 대령후의 이마를 관통해 날아갔다.

“컥!”

쿵!보통이면 편전에 맞고 뒤로 날아가야 할 것인데 대령후는 앞으로 무릎을 꿇고 고꾸라졌다. 그만큼 회생이 쏜 편전은 빠르면서도 강했다.

관통한 그 순간의 고통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그리고 바로 찰나의 순간이라도 하기 어려운 시차를 두고 500발의 불화살이 쓰러진 대령후를 향해 내려박혔다.퍽퍽퍽! 퍽퍽퍽!500발의 화살이 빽빽이 대령후의 몸에 박혔다. 그리고 그 화살은 불타고 있었다.

물론 저 화살로 대령후의 시체를 모두 태울 수는 없을 것이다. 허나 여전히 이 들판은 불타고 있었고 저녁이 되자 바람까지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바람에 불이 날듯 춤출 것이니 이제 곧 이 평지 들판에 남는 것은 이 전투를 끝냈다는 증거인 재뿐일 것이다.

‘잘 가시오. 내 완벽한 적이셨소.’강력한 적은 친한 벗보다 친근한 법이다. 이렇게 나와 고려를 다투던 대령후는 단 한 번의 실수와 사악한 조위총의 배신으로 자신의 삶을 불태우는 것을 끝을 냈다.

난 천천히 돌아서서 두경승에게 강궁을 건넸다.

“태우라!”

황족을 죽인 활이니 태우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예. 황자저하!”

“기억도 지우라!”

“예. 황자저하!”

“다른 이들의 기억도 지우라!”

“알겠사옵니다.”

“대령후 숙부께서는 유배지에서 병사하셨다. 이곳에는 오시지 않은 것이다.”

“그리 알고 있사옵니다.”

두경승이 조심히 말했다.

“그분은 세초되셨다.”

난 그리 말하고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 대령후를 배신하고 자비령에 방어진을 구축한 몹쓸 서경 반란군 4만과 조위총을 노려봤다.‘자비 령 전체를 태울 것이다.

4만? 없어도 된다!’순간 난 황룡의 살기를 뿜어냈다. 2. 철두철미한 회생불타는 평지 들판 저편 대령후의 마지막을 아니 이 처참한 전투를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처음 서경 거병을 돕기 위해 길을 잡았다가 돌아선 조의선인들과 조의대두형 연후였다.

“역시 사특한 자이옵니다. 회생이라는 자는 저리 사특하옵니다.”

남제가 조의대두형인 연후를 보며 말했다. 멀리 작게 보이는 회생과 대령후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죽 가까이에서 본 것처럼 말하는 남제였다. 그건 그들이 그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일 거다.

“남제는 그리 보는가?”

“그렇습니다. 패장이기는 하나 황족이며 현 황제의 동기를 저리 죽일 수는 없습니다. 이회생이라는 자는 분명 역천을 생각하시는 것입니다.”

“스님네가 아니니 수양이 부족한 것을 탓할 수도 없고.”

“예?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남제 너는 황족 하나를 죽인 것만 보이느냐?”

“다른 것이 있사옵니까?”

“북천은 어찌 생각하나?”

“미륵입니다. 이 회생이라는 저분은 미륵입니다.”

“미륵? 미륵까지야 되겠나? 부처 정도 되겠지.”

북천과 연후의 말에 남제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북천과 연후를 봤다.

“어찌 그리 보십니까?”

“살린 자가 수만이니 부처이지. 이런 대전투에서 수만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은 부처이기도 하지만 영웅이네. 남제 자네가 원국의 말을 너무 믿은 것이야!”

그제야 남제가 놀라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 그렇사옵니다. 하나를 죽여 수만을 살렸사옵니다.”

“허나 곧 야차가 되겠군.”

연후는 다시 엉뚱한 소리를 했다.

“예? 그것은 또 무슨 말씀이옵니까?”

“뿜어지는 살기가 여기까지 느껴지니 이제 수만이 다시 죽겠어.”

“수만이라 하시면?”

“자비 령에 방어진을 구축한 자들을 모두 죽일지도 모르지. 그것을 막아야겠어. 퇴각한 병사들과 무장들이 죄겠는가? 모신 자를 배신한 자가 죄지.”

“어찌 하실 생각이시옵니까?”

“말이 통하면 말로 하고 말이 안 통하면 때려서라도 가르쳐야지.”

연후의 마음이 회생에게 향하는 것 같았다.

“받아드리시겠다는 것입니까?”

“말이 통한다면 모실 주군이 생긴 것이지. 말이 안 통한다면 때려서 바로잡아드릴 주군이 생긴 거고. 가르치는 것을 따른다면 우리를 넘어설 주군이 생기는 것이지.”

연후의 말에 남제와 북천은 다시 한 번 놀랐다."회생을 가르치시겠다는 것입니까?"

"우선은 그대 둘이 가르치면 되겠군. 나는 조금 거들고."

"가능하다 보시옵니까?"

"아둔한 나와 그대들도 아는 것을 못할 정도는 아니겠지. 벽을 깰지도 모르지."연후의 말에 북천과 남제는 다시 놀랐다."진정이시옵니까?"

"배울 깜냥이 된다면."연후는 저 멀리 있는 회생을 보며 피식 웃엇다.

“가세. 잔치가 벌어질 모양이군!”

“예?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이번에는 북천이 연후의 말뜻을 몰라 되물었다.

“죽은 자를 위한 잔치지. 참으로 회생이라는 사람은 가늠이 되지 않는 사람이군! 아마 영웅이라서 그럴 걸까? 내 200년을 넘게 살았지만 저리 가늠이 되지 않는 사람은 또 처음이군. 가세. 늦으면 곡차가 줄고 육전이 없지.”

연후는 그리 말하고 앞으로 걸었다. ============================ 작품 후기 ============================글의 질이 전편과 이번편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피곤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내일은 정말 한 편만 올리고 쉬어야 할 것 같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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