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74화 (374/620)

< -- 간웅 18권 - 대통합! -- >

“투화병을 던져라!”

마이장군이 우렁차게 소리를 질렀고 그와 동시에 2명 1개조가 되어 나란히 달리는 기병들은 한 손에는 말의 고삐를 잡고 또 한손에는 횃불을 든 병사가 투화병을 한손으로 들고 있는 기마병의 투화병에 불을 붙었다. 짧은 순간이지만 마이장군은 투화병에 어떻게 불을 붙일 지 생각해내고 바로 저리 조치를 했고 그것은 마이장군이 꽤나 능력을 가진 장군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지지직!화화화!쉬웅!수백 개의 투화병이 서경 반란군 보병들에게 던져졌다. 쨍그랑! 쨍그랑!콰콰쾅!번쩍! 펑!

화화화화! 화화화!투화병이 바닥에 떨어지거나 반란군 병사의 몸에 맞아 깨어지며 삽시간에 기름이 튀어 불이 붙었다. 바닥에 떨어진 것은 평지를 태웠고 서경 반란군의 몸에 붙은 것은 사람의 몸을 태웠다.

“아아악!”

불타는 전차에 의해 전진하지 못했던 서경 반란군들은 투화병에 맞아 불타 죽고 있었다. 이 전장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위력적인 무기는 기마병들이 들고 있는 투화병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개발한 사람은 다름 아닌 정도전이었다.

만약 고려의 기마대가 마상에서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면 투화병의 위력은 더욱 가공할 것 같았다. 근접 투척 무기로 이보다 더 막강한 화력을 가진 무기는 없을 테니 말이다. 또한 이 투화병은 기마대에게도 가공할 무기가 되겠지만 대단위 부대와 당당히 맞서 싸워야 할 보병들에게는 더 가공할 무기가 될 것 같았다.

고려시대의 수류탄이라고 할 수 있는 투화병인 거였다.

“황제폐하께서 보이지 않습니다.”

무장 하나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 순간 지금까지 대령 후를 호위하던 장군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뭐라? 황제페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대령후를 호위하던 장군의 표정이 굳어졌다.

“폐하! 황제폐하!”

대령후를 호위하던 장군이 피를 토하듯 대령후를 불렀다. 허나 그 어디에서도 대답하는 대령후는 없었다.

“장군! 불타는 전차 앞에 계신 것 같사옵니다.”

“뭐라? 불타는 전차 앞?”

“그렇사옵니다.”

다시 한 번 대령후의 반란군 부대은 허리가 잘린 거였다. 회생이 진정 원하는 것이 이것이었다. 적의 부대를 분산시키는 것.그리고 최대한 많이 생포하는 것.이 엄청난 것을 위해 회생은 이리도 많이 준비한 거였다.

“폐하가 위험하옵니다.”

“여기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망할! 왜 서경군은 진격을 하지 않는 것이냐? 극을 힘껏 쥐고 공격해야 하는데 왜 하지 않는 것이냐?”

대령후를 호위하던 장군이 미친 듯 소리쳤다.히이잉!퍼펑!화화화!그때 다시 수백 발의 투화병이 날아들어 깨지며 화염을 만들어냈고 불타 죽는 병사의 수가 순식간에 수백으로 늘었다. 이런 곳이 무간지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타오르는 화염만 본다면 이곳은 지옥보다 더한 곳이었다.

“망할! 왜 증원군이 오지 않는 것이야?”

대령후를 호위하던 무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장, 장군!”

무장 하나가 다급한 목소리로 대령후와 멀어진 무장을 봤다.

“왜 그러는 것이야?”

“서, 서경군이, 서경군이 자, 자비령으로 철수 하고 있사옵니다.”

“뭐라? 철수?”

다시 한 번 대령후를 호위했던 장군이 표정이 굳어졌다.

“저기 보십시오. 철수하고 있사옵니다. 서경군이 이북 북변의 증원군들을 모두 버리고 철수 하고 있사옵니다.”

“아닐 것이다. 분명 황제폐하께서 진격을 명하셨다.”

“배신입니다. 문하시중 아니 조위총이 황제폐하를 배신하고 저희를 배신했사옵니다. 전세가 불리하니 도망치는 것이옵니다. 항상 저렇게 비겁했사옵니다.”

무장이 절규하듯 소리쳤다.

“더러운 서경 놈들! 더러운 조위총!”

무장의 말을 듣고 있던 장군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 보니 이들은 이북40개성에서 도착한 증원군들이었다.

“어찌 하옵니까?”

“망할! 서경이든 개경이든 망할 개자식들이다. 믿는 것이 아니었어! 망할 놈들! 비겁한 놈들!”

대령후를 호위했던 장군의 분노한 눈동자는 자신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 투화병을 던지는 개경 기마대가 아닌 비겁하게 퇴각을 하고 있는 서경군과 조위총을 노려보며 살기를 뿜어냈다.

“내 조가 저놈을 믿는 것이 아니었어! 개돼지 어미를 가진 조가 놈이다.”

“항복하라! 항복하면 황자저하께서 반역의 죄를 묻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때 마이장군의 우렁찬 함성이 불타는 평지에 울려 퍼졌다.

“항복하라! 역적으로 죽고자 하는 것이냐?”

여기저기서 개경 중앙군들이 항복을 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역시 회생이 지시한 것이고 정도전이 다시 한 번 마이장군에게 각인시킨 거였다. 이 전쟁이 끝이 나면 반란의 검을 들었던 무장들과 병사들은 북벌을 위한 검을 들어야 하니 말이다.

“검을 버려라! 죄를 씻을 기회는 있다.”

개경 중앙군 병사들까지 이제는 항복하라고 소리쳤다.

“항복해라! 애새끼까지 역적의 자식으로 죽일 셈이냐?”

“용서해 주실 것이다. 미륵 같으신 황자저하께서 용서해 주실 것이다.”

“항복해라! 고려의 백성으로 다시 살고자 한다면 항복해라!”

개경의 기마대들은 너나할 것 없이 항복하라고 소리쳤다. 또한 그러면서도 1만의 개경 기마대들은 1만의 이북40개성에서 증원된 병사들을 포위해 들어오고 있었다.

“어찌 합니까? 항, 항복을 하라고 소리치고 있사옵니다.”

무장이 대령후를 호위했던 장군에게 물었다.

“항, 항복!”

떨리는 목소리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장, 장군 지금 항복하지 않는다면 이북 북변의 군사들이 다, 다 죽사옵니다. 장군!”

무장의 눈빛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죽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장군은 무장의 눈빛을 보며 길게 한숨을 쉬고 이제는 거의 대부분 자비 령으로 퇴각한 서경 군들을 다시 한 번 노려봤다. 그리고 결심한 듯 무장을 봤다.

“이미 황제폐하와 우리는 배신당했다. 무엇을 위해 싸우리.”

그는 그렇게 소리치고 검을 내던지고 투구를 집어던진 후에 말에서 내렸다. 투구를 던진다는 것은 항복을 의미했다. 허나 그의 입에서는 여전히 대령후는 황제폐하였다.

“장, 장군!”

“배신한 놈들을 위해 개죽음 할 수는 없다.”

“그렇사옵니다.”

“살아야지. 너희들의 자식들의 이마에 역적의 자식새끼라는 불도장을 찍을 수는 없다. 살아남을 것이다. 물론 나는 참수를 당하더라도 나는 그리 할 것이다.”

“장군,,,,,,,.”

“더러운 서경 놈들이 거병을 망치는구나!”

장군이라고 불린 무장은 그렇게 항복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살아남은 8천이 끝내 항복하기 위해 투구를 바닥에 던졌다. 이 순간 그들은 자신들을 죽인 개경 중앙군보다 자신들을 배신하고 홀로 후퇴한 조위총과 서경 4만 병사를 저주했다.

“항복하오! 항복합니다.”

장군이라 불렸던 무장이 두 손을 번쩍 들고 소리쳤고 그의 앞에는 마이장군이 섰다.

“누구시오.”

마의장군은 항복하는 반란군에게 하대를 하지 않았고 그 자체에 놀라는 반란군이었다.

“나는 덕주성 태수 구본찬이요. 항복하오. 무릎을 꿇으면 되겠소. 우리가 졌소. 그대들이 이겼소.”

“하하하! 무장이 무릎을 꿇는 것이 어디에 있소.”

마이장군의 말에 덕주성 태수 구본찬이 놀라 마이장군을 봤다.

“뭐라 하셨소?”

“서경 것들에게 사특한 간계에 빠져 잠시 실수한 것이라고 생각하라고 하셨소.”

“누, 누가 말입니까?”

“황자저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소. 태수이시니 말에 오르시오. 이 전투는 끝이 났소. 투항을 하셨으니 이제는 반란군이 아니라 여전히 덕주성 태수시오.”

마이장군의 말에 투구를 벗은 덕주성 태수 구본찬이 얼굴 한 번 안 본 회생을 생각하며 감격했다.

“진, 진정 황자저하께서 용서해주신다고 하셨소?”

“황자저하께서 이리 전하라 하셨소.”

“뭐라 하셨습니까?”

“이북의 백성도 고려의 백성! 그대들을 황실이 소홀이 대해 미안타 하셨소.”

쿵!그 순간 덕주성 태수 구본찬은 바로 무릎을 꿇었다. 그 말을 듣고도 무릎을 꿇지 않는 자가 있다면 인면수심을 가진 자가 분명할 거다.

“황자저하! 소신의 불충을 용서하시옵소서!”

쿵!이제는 덕주성 태수 구본찬이 바닥에 머리를 찍었다.

“신 구본찬! 죄를 씻을 기회를 주소서! 황자저하!”

물론 회생이 이 외침을 들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의 좋은 예가 되었다.

덕주성 태수 구본찬이 그리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찍자 8천의 이북40개성에서 증원된 군사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그런 모습을 모상에서 마이장군이 흐뭇하게 봤다. 또한 자신이 모시고 있는 회생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다시 한 번 느꼈다.

‘역시 태자가 되실만한 분이시다.’마이장군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순간 드디어 고려의 마이동풍이 부는 순간이었다. 마이와 구본찬!오직 회생의 황제 등극을 위해 미친 듯 질주하는 인물이 됐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자는 정도전이었다.

이제 어쩌면 또 하나의 전쟁은 시작되고 있었다. 고려를 그대로 유지하며 대제국 건설을 꿈꾸는 회생과 고려를 무너트리고 새롭게 탄생한 제국에 회생을 황제로 앉히려는 정도전의 전쟁이 이 순간 시작되는 거였다.

“신! 구본찬! 오직 황자저하를 위해 살겠나이다. 황자저하!”

다시 한 번 구본찬이 피를 토하듯 소리치며 맹세했다.불타는 전차 앞.대령후는 완벽하게 고립됐다. 뒤에는 여전히 맹렬한 화염과 1만의 기마대가 버티고 있었고 앞에는 2만의 가까운 개경 중앙군들이 8천도 안 되는 병사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자신의 군대가 전멸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말을 준비하라!”

난 완벽하게 고립된 대령후를 봤다. 이제는 내가 모든 것을 마무리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예?”

“전장으로 나갈 것이다.”

내 말에 무장이 날 잠시 봤다. 위험하니 말리고 싶다는 그런 눈빛이다.

“하, 하오나 전장은 위험하옵니다. 황자저하!”

“어서!”

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말을 대령하라고 했다.”

“예. 알겠나이다.”

그렇게 무장이 내가 탈 백마를 준비하기 위해 뛰었고 난 부친이신 의종황제가 올라가 있는 망루 쪽으로 걸었다. 그때 이제 모든 전투가 끝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안 의종황제가 천천히 망루에서 내려왔다.

스스로 미끼의 노릇을 다했다는 것을 아시는 의종황제이신 거다. 전투에 대승을 거뒀으나 의종황제의 모습은 여전히 초라했고 서량했기에 내 마음 한구석이 찡했다. 그러고 보니 참 이해가 안 되는 순간이다.

내 몸이 의종황제에게서 나온 것이라고는 하나 내 영혼은 분명 처음부터 이 몸의 주인은 아니었다. 그런데 내 마음이 이리도 찡한 것에 대한 이유를 난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의종황제는 내 아버지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것은 자기최면일 것이다. 그가 황제이니 내가 이리 그를 아버지로 생각하고 있는 걸 거다.

참으로 이기적이고 사악하지만 그가 이 몸의 부친인 그가 황제라 나는 그를 아버지라 부르는 걸 거다. 그런데 이 순간 내 마음이 찡하고 그가 처음부터 내 아버지처럼 느껴졌다. ‘아바마마,,,,,,,.’난 의종황제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회생아!”

의종황제가 내 이름을 천천히 불렀다.

“예. 아바마마!”

“수고했다.”

그 말이 전부였다. 그리고 의종황제는 돌아서려 했다.

“아바마마! 소자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난 돌아서려는 의종황제를 불렀다.

“왜 그러는 것이냐?”

“소자가 끝을 낼 것이옵니다.”

내 말에 의종황제께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도 전장에서 이제는 고립된 대령후를 본 것이다.

“그래야하겠느냐? 너 말고도 많은 무장이 있다.”

“황족을 죽일 수는 있으나 누구도 욕보일 수는 없습니다.”

내 말에 의종황제가 나를 지그시 봤다.

“너는 정말 내 아들이 맞는 모양이구나!”

“아, 아바마마!”

“그리하라! 그래 그리 해 주는 것이 좋겠다.”

“예. 아바마마! 그리하겠나이다.”

“회생아!”

다시 의종황제가 날 봤다,

“이곳에 내 아우 대령후가 있었다는 것도 남기지 마라! 어떤 기록도 하지 마라! 또한 함부로 기록한 것이 있다면 세초하라!”

난 잠시 의종황제를 봤다.역사는 서경반란의 주역을 조위총과 그의 일파로 기록했다.

허나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현실은 서경 반란의 주역은 대령후였다. 그런데 지금 의종황제가 내게 담담하지만 서글픈 어투로 명을 내리듯 부탁하고 있었다. 이것이 이제 곧 죽을 아우를 위한 의종황제의 마지막 배려일 것이다.

“알겠나이다. 아바마마!”

“네가 한 말을 잊지 말거라! 황족은 죽일 수는 있어도 욕보일 수는 없다.”

“알겠나이다.”

난 충성스럽게 의종황제를 위해 군례를 올렸다. 그리고 내 앞으로 오는 백마에 올랐다.

“이랴! 이랴!”

난 바로 여전히 불타는 평지로 달렸다. '숙부께서는 졌으니 역사에서 사라지는 것이고 나는 이겼으니 영웅으로 남는 것이요.' 난 멀리 고립되어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대령후를 향해 말을 달리며 그리 생각했다.그 뒤를 10명의 무장들이 호위를 하듯 따랐다.'끝장을 내드리리다.'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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