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7권 서경 대전투 -- >9. 첫 전투의 쇠북이 요동치다.둥둥~ 둥둥~ 두우웅~반란군 진영에서 공격을 시작하라는 쇠북 소리가 귀를 찢듯 울렸다.
이제는 곧 소나기 같은 말발굽 소리가 지축을 울릴 것이다. 에에엥~ 에에엥~또한 이 순간 높은 망루 위에는 의종황제의 명에 의해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처량한 비파가 두려운 연주자의 마음을 담아 처량하게 흐르고 있었다.
‘아바마마의 마음 같군.’거대한 전투에 임하면서도 스스로 나서지 못하는 의종황제의 마음 같이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 비파는 내 마음을 파고들고 있었다. ‘힘을 잃은 황제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
난 높은 망루에 앉아 독주에 취해 비파의 음률에 취한 척하며 곧 펼쳐질 대 기병전투를 기다리고 있는 의종황제를 보며 권력의 잃은 자의 슬픔이 또 권력을 다시 찾을 수 없고 찾아서는 안 되는 황제의 번민을 봤다.이 순간 저리 처량한 내 부친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이 전투를 승리로 장식하고 대령후를 참살하는 거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은 저 대기하고 있는 5천의 기마대를 최대한 많이 포로로 잡아야 한다는 거였다.‘와라! 내 다 잡아 황제폐하의 앞에 무릎을 꿇릴 것이다.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제 곧 시작이다.’서경 반란군의 군영.지천수 장군이 지휘하는 5천의 기마대는 지금 대령후의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대령후와 조위총은 첫 전투는 짧고 치열하게 기마대를 이용해 승기를 잡으려 했다. 허나 개경 중앙군의 본진에 석포 50기가 설치된 것을 보고 이 첫 전투가 모든 전쟁의 승패를 좌우 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또한 대령후는 자만심에게 깨어나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조위총의 위세 따위와 후일의 일에 대해 염려할 것이 없었다.‘짐에게 네가 없다면 곤란하나 너도 짐이 없다면 곤란하지.’대령후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정말 짧은 순간이지만 뭔가에 홀린 것 같았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와 있었다. 하지만 분명 반전의 기회는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대령후였다. ‘짐의 실책과 회생 저놈의 실책 중 누가 더 큰지는 전투 후에 알 것이다.
’대령후는 멀리 설치되어 있는 석포를 봤다.석포의 사거리는 다행이 600보다. 그리고 개경 중앙군과 서경 군의 거리는 1000보였다.
물론 그 거리는 곧 500보 이내로 좁혀질 것이다. 이 자비령 밑에서 진을 구축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기마대의 공격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문하시중이라 불리는 조위총이 조심히 대령후에게 보고했다. 이 순간 대령후의 눈빛이 변했다는 것을 조위총은 느끼고 있었다.
“보병들은?”
“대기하고 있습니다.”
“우선 기마대를 300보 앞으로 전진 배치한다.”
기마대라 단숨에 달려 나가기 위해 석포의 사전거리에서 벗어난 곳까지 전진을 명하는 대령후였다.
“예. 알겠사옵니다.”
“그리 되면 석포는 단 한 번 밖에 쓰지 못한다. 그렇다면 피해야 할 것은 250보 이내에서 쏘아질 적의 화살이다.”
대령후는 이 순간 예리하고 차갑게 석포 및 활의 사거리까지 판단하며 기마대의 전진을 지시했다.
“예. 알겠사옵니다. 황제폐하!”
분명 대령후가 달라진 것을 조위총이 느꼈다.
“또한 보병을 전진시켜라! 이번 공격으로 끝을 낼 것이다.”
대령후는 기마대를 이용한 전격전이 아닌 대군까지 편성해 공격을 지시했다.
“기마대의 뒤에 2만의 병력을 뒤 따르게 해라.”
“결전이시옵니까?”
“첫 전투가 모든 승패를 좌우할 것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대령후는 나머지 4만을 뒤에 배치시켰다. 그것은 만약을 대비함이었다.
“악비군을 부르라!”
대령후는 잠시 있고 있었던 왕평달을 찾았다. 허나 이미 왕평달은 대령후를 버린 상태였다. 대령후의 명에 무장 몇 달려갔으나 왕평달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
“왕평달의 모습이 보이지 않사옵니다.”
그 말에 대령후가 인상을 찡그렸다.
“뭐라?”
“악비군도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무장이 보고에 대령후는 피식 웃어버렸다. ‘짐보다 먼저 위기를 느낀 것이군. 모든 것을 걸지 못하고 기회를 자꾸 보니 송이 그 꼴이 되는 것이다.’대령후는 그리 생각하며 조위총과 마상에 올라 있는 지천수를 보며 마상에 올랐다.
“짐이 전투를 지휘할 것이다.”
대령후의 말에 모두가 놀라 대령후를 봤다. 허나 그의 목소리에 서경 반란군의 사기는 올라가고 있었다.황제라고 불리는 존재가 스스로 위험한 전장에 선다는 것은 그만큼 큰 힘이 되는 것이고 승리를 보장하는 일이었다. 황제이니 패배할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병사들이었다.
“예. 황제폐하!”
“문하시중!”
“예. 황제폐하!”
“그대는 이곳에 남아 나머지 4만의 병력을 지휘하며 대기하라. 붉은 깃발이 오르면 바로 진격해야 할 것이다.”
“예. 황제폐하!”
“첫 전투가 마지막 전투가 되기를 바란다.”
승리를 갈망하는 대령후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진격이다.”
드디어 대령후의 명이 떨어졌다. 빠빠밤! 뿌우우웅~ 둥둥! 둥둥!나팔이 울고 북이 찢어지며 천천히 서경 반란군의 최선봉인 5천의 기마대가 전진했다. 두두두~ 두두두! 두둑!
“개경이 저 앞이다. 이 전투의 끝에 천하가 있다.”
대령후가 힘껏 보검을 뽑아 들었다.난 멀리 천천히 전진해 오는 대령후의 5천 기마대를 노려봤다. 이제는 이곳에 있을 수가 없다. 나 역시 대령후처럼 최전방은 아니라도 본진 전방에서 이 전쟁을 총 지휘해야 하니 말이다. 그때 정도전이 내 옆에 와 섰다.
“적이 오고 있습니다. 황자저하!”
“알겠소.”
난 짧게 말하고 몸을 돌려 목을 꺾어 높은 망루를 봤다. 물론 망루 위에서는 여전히 처량한 비파 선율이 흐르고 있었고 내부친 인 의종황제께서도 나를 보고 있었다.
“다녀오겠나이다.”
난 마치 의종황제가 듣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군례를 올렸다. 그리고 의종황제는 내 의지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줬다. 아무리 내가 밉더라도 이 순간만큼은 나를 걱정하는 눈빛 같았다.
“가자!”
난 돌아서며 투구를 썼다. 이제 누구의 전쟁도 아닌 내 전쟁이 펼쳐지는 거였다.
“적의 기마대가 온다. 전열을 이탈하지 마라!”
난 내 군영 본진 전방에서 마상에 올라 천천히 밀려드는 적을 봤다. 여기저기서 중앙에 선 사병출신 병사들을 독려하는 무장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검을 뽑아든 것이 적을 상대하기보다 혹시 이탈한 사병출신 병사들을 본보기고 베기 위함인 것 같았다.달그락! 달그락!내 뒤에 이의민과 전존걸이 섰다. 그러고 보니 내 앞에는 2만의 용호군들이 내가 지급한 무기를 바닥에 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밀려드는 적 기병 5천을 막아 세울 병력들이었다.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럼 기다려야겠지.”
“절대 소장의 용호군은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이의민은 다짐을 하듯 말했다.
“막지 못한다면 괴멸될 것이네.”
내 말에 이의민이 긴장감을 숨기지 못하고 마른 침을 삼켰다. 난 천천히 밀려드는 적 5천의 기마대를 노려봤다.
‘석포 사거리 전까지 진격을 할 참이군.’난 차갑게 웃었다. 저들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석포일 거다.
허나 내가 구상하는 전투에서 석포는 그저 위협용과 미끼에 불과했다. 허나 배치해 놓은 석포로 적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래야 저 기마대가 석포를 파괴하기 위해 죽어라 본진을 뚫을 것이니 말이다.
“석포를 준비하라!”
내 명에 옆에 서 있던 무장이 돌아서서 크게 소리쳤다.
“석포를 준비하라!”
그 말과 동시에 후방에 있는 석포들이 힘껏 뒤로 젖혀졌다.
“석포를 준비하라!”
“이챠! 영차!”
“줄을 당겨라! 석포를 준비하라!”
“예. 알겠습니다.”
“이챠!”
활처럼 석포의 긴 대가 휘어졌다. 그리고 그 위에 만적이 머리통 크기의 호박돌이 올려졌다. 정말 이제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개경 중앙군 방어진 중앙.
“물러서거나 도망치는 자는 벨 것이다.”
중앙을 지휘하는 무장들이 소리를 질렀다. 허나 들의 목소리에도 긴장감이 가득했다. 이 전장에서 사병출신 병사들은 가장 피동적인 존재들일 것이다. 또 자신이 이리 중앙에 배치된 것을 억울하게 생각할 것이다.
“무장들은 도망치거나 방진을 이탈하는 자가 있다면 베라.”
대장군 한 섬이 선두에 서서 소리를 질렀다.
“예. 대장군!”
“걱정 할 것이 없다. 우리 뒤에 석포가 있다. 그리고 좌우측에 용호군과 응양군이 있다. 우리를 도와줄 것이다.”
대장군 한 섬의 말에 사병출신 병사들이 고개를 돌려 뒤를 봤다. 석포들이 투석을 위해 준비되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그 모습에 조금의 안도를 하는 것 같았다.
“궁수 앞으로 중앙 방어진 뒤에 배치해!”
내 말에 무장이 다시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와 동시에 내 옆에 박아놓은 높은 장대에 푸른 천이 올랐다.
전투가 벌어지면 육성만으로 지휘할 수 없는 것이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장대에 걸린 깃발이다.그와 동시에 푸른색 깃발을 본 200의 궁수들이 중앙 사병출신들 뒤에 섰다.
200여명이니 3번 정도는 쏘고 뒤로 물러날 수 있을 것 같았다.그 순간 천천히 전진하던 서경 반란군 기마대 5천이 섰다.
딱 석포의 사거리를 벗어나 대기한 것이었다. 대령후가 저리 지시했을 것이다.
저리 잠시 섰다가 대열을 다시 정비해 질풍처럼 밀려들 것이다.‘한 번이나 두 번을 쏜다.
’우선 난 석포를 쏠 생각이다. 운이 나쁘면 100여명 정도의 적 기마병이 죽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음이 편전대다.
물론 일반화살을 쓸 것이다. 사병출신들이 지키고 있는 중앙까지 달려오는 거리는 10초면 충분할 것이다.
그 안에 3번 정도의 활을 쏘고 뒤로 빠지는 것이 편전대의 임무였다.
“공격의지를 보여줘야겠지.”
난 대령후를 혼란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중앙군을 진격시켜!”
전장상황은 급변한다. 최초 나는 적 기마대만 단독으로 질풍처럼 몰려 올 것을 예상했다.
첫 전투이니 우리의 예봉을 꺾기 위해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뒤에 2만 정도의 병력이 기마대를 따르고 있었다. 이것은 대령후가 이번 전투에서 모든 것을 끝장내겠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살려야 하는데,,,,,,,.’순간 인상을 찡그렸다. 허나 가장 큰 틀은 변하는 것이 없었다.
“예. 알겠사옵니다. 황자저하!”
무장이 대답하고 앞으로 나서 크게 소리쳤다.
“중앙군 진격하라!”
그와 동시에 붉은 깃발이 올랐다.
“진격하라!”
“진이이이겨어어억!”
평지에 피를 토하듯 진격 명령이 울렸다. 아마 함정이 파 있는 앞까지 진격할 거다. 나는 이 순간 적과 아군의 간격을 좁히고 있었다. 이것은 일종의 압박이었다. 어서 들어오라는 압박인 거다.빠빰~둥둥! 둥둥!진군을 알리는 나팔 소리와 북소리가 울렸고 깃발이 올랐다.
“앞으로 진격!”
무장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내 귀를 찢었다. 내 명령에 의해 일제히 중앙을 지키던 사병출신의 4만 명의 전단은 앞으로 나갔다.
겁이 난다고 뒤로 물러설 수는 없을 것이다. 바로 뒤에 창을 들고 다른 사병들이 빽빽하게 있기에 오직 앞으로만 나갈 수 있다.
뒤로 빠져나가 도망을 치려 한다면 무장들이 뽑아든 검이 용서치 않을 것이니 말이다. 이래서 백성은 가엽고 서러운 법이다.
저들의 한 두 개의 목숨은 그전 장기판의 졸처럼 허비될 것이니 말이다. 저벅! 저벅! 저벅!굳센 발자국소리가 내 귀까지 들리는 듯 했다.
그 다음으로 우렁찬 함성이 들릴 차례이다. 두려움이 클수록 함성소리는 큰 법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우리 사병 출신의 병졸들은 발을 힘차게 내 딛었고 그보다 더 크게 함성을 질렀다.============================ 작품 후기 ============================5연참이네요. ^^이정도면 고마운 독자님들에게 약속을 지킨 듯 합니다.
오늘 주신 쿠폰 감사합니다. 추천 부탁드리고요 작품의 성장을 위한 댓글 부탁드립니다.
예전에는 연참을 꽤나 했는데 요즘은 피곤하네요. 더 연참으로 하면 글이 이상해질 것 같아서 여기서 오늘의 연참은 끝을 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