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64화 (364/620)

< -- 간웅 17권 서경 대전투 -- >등주 포구.7천의 악비군은 고려에서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 연락선이 도착한 것이 딱 한 달 전이고 그 연락선에서는 차후에 전령 선이 도착하면 바로 앞뒤를 보지 말고 고려 벽란도로 진격하여 고려황궁을 급습하라는 대령후의 명령이었고 장군 왕평달의 지시였다.

“오늘도 아닙니까?”

인상을 찡그린 악비군 무장이 먼 바다를 보며 옆에 있는 노년의 무장에게 물었다.

“아닌가 보네.”

“이리 기다리다가 일이 틀어지는 것 아닙니까?”

“우리가 기다린 세월이 하루 이틀 이었나?”

“그렇기는 하오나 점점 더 세력과 병력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아무리 불굴의 의지로 송을 재건하고자 해도 쉽지 않습니다.”

“우리의 의지 때문이 아니라 송 황실이 우리를 배척하고 있기 때문이지.”

“그야 난신적자들이 금과의 화평책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허나 그 화평책도 송이 힘이 없기 때문이지. 80만의 대병이 있으면 뭘 하겠는가? 악비대장군 같은 훌륭한 총사령관이 없는데.”

“그래도 80만이옵니다.”

“토끼 80만 마리가 있어 뭘 하겠는가? 한 마리의 사자보다 못 한 것을.”

노년의 무장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고려에서 방법이 있겠습니까?”

“조연 공주님의 부마이신 대령후에게 기대를 거는 거지. 고려에서 악비군을 증강시킬 발판을 만드는 것이지. 그리고 다시 송으로 오는 것이네. 이것이 전하의 뜻이지”

전하라 함은 조연 공주의 부친을 말하는 거였다. 그는 황제의 아우이기는 하나 항상 배척 받은 아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송이 금과의 화친을 추구하는데 그는 악비군을 부활시켜 강한 송을 만들고자 했으니 금 황실과 반목하는 것은 당연했다.오대십국을 평정했다고 볼 수 있는 송이 이리 오랑캐라고 여기던 금과 화친해야 할 정도 약해진 것은 문을 중시하고 무를 무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당대에 이어 송대에는 문화적 부흥기였으나 그의 부작용으로 무력이 절대적으로 약해진 상태였다. 물론 군사의 수가 부족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수 십 만의 군사를 이끌 무장의 부재가 뼈아픈 거였다. 병사를 양성하는 것은 일주일이면 된다.

아니 긴 창을 손에 쥐어주면 되는 것이다. 허나 그 손에 창 하나를 들고 있는 병사들을 이끌 수장을 양성하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북방에서 일어난 강성한 기마족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은 송이었다.

오대십국의 평정한 송이 이렇게 볼품없게 된 것이다.

“동이의 힘을 빌리는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젊은 무장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대의 선조께서 살아 돌아오시지 않는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이제이로 터를 만들어 내는 것이네.”

그대의 선조라고 말할 때 충심이 울어나는 것으로 봐 젊은 무장의 선조가 악비장군 같았다.

“우리 악비군은 조부의 망령에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으음,,,,,,,.”

“그래야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좀 더 기다려 보세.”

“그러지요. 허나 나 악천우는 이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나도 그렇기는 하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여전히 우리는 송황실에 쫓기고 있어. 쫓고 쫓기는 어디 힘을 키울 수 있겠나.”

“그래서 대령후입니까?”

“아니지. 그래서 고려의 땅이 필요한 거지. 강화나 탐라쯤이면 되겠어. 그가 아니면 옛 고산국도 나쁘지 않지.”

“고산국도 있는데 왜 고려입니까?”

“고산국은 험하지. 또한 그곳에 있는 남방오랑캐들은 더욱 사납고 높은 산과 수풀에서는 그놈들을 당할 존재가 없지. 고산지대에 사는 생번들이 가장 사납고 평지에 사는 평포번들이 순하다고는 해도 머리사냥을 자랑으로 삼은 야만족이지. 그들을 교화시키고 터전을 잡기에는 송이 너무 약해져 있네.”

“으음,,,,,,,,.”

“기다려 보세. 내 들리는 소문에는 곧 고려에서 변란이 일어날 거라고 했네. 그러니 이번이 기회가 될 것이네.”

노년의 무장이 다시 먼 바다를 봤다. 그리고 그런 악비군들을 멀리서 감시하는 자들이 있었다. 물론 그들은 신라방 산하 상인 호위무사들이고 또 노예로 위장되어 팔려온 도천밀군이었다. 이들 역시 저 악비군을 섬멸할 수 있는 그 순간의 때를 기다리고 있는 덧 같았다.

“아무리 기다려 봐라! 전령 선은 이미 수장됐다.”

악비군을 감시하던 노예로 위장한 도천밀군 무사가 나직이 말하며 신라방 산하 호위무사를 봤다.

“좀 더 감시를 하시고 혹여 벽란도로 진격하기 위해 승선한다면 송 수군에게 통보하시오.”

“통보를 해도 송의 수군이 막을 힘이 없습니다.”

“허나 고려 수군은 다릅니다.”

도천밀군 무장의 말에 신라방 산하 호위무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사내만 봐도 느낄 수 있는 거였다. 오직 고려와 자신의 주군의 위해 스스로 이 송나라까지 노예로 팔려와 이리 움직이고 있으니 고려에 있는 존재들은 얼마나 용맹하고 그 충성심이 강할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좀처럼 성급하게는 움직이지 않을 것 같소.”

“그렇소이다.”

“또 언제 고려에서 노예선이 옵니까?”

“내일 다시 500을 태운 노예선이 옵니다.”

물론 그 500명의 노비들은 모두 도천밀군들이었다.

“그들은 어디로 갑니까?”

“정확하게는 모르나 송 조정의 대신들에게 선물로 보내진다 합니다.”

이것만 봐도 회생은 송과 같이 갈 생각이 분명 없는 거였다.다시 고려 중앙군 작전 막사.

“이 군막을 나가보시면 50대의 석포와 화포로 쓰일 것이 설치되어 있을 겁니다.”

정도전의 말에 이고외숙이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려 제일 말석에 앉아 있는 낭장을 봤다.

“나가 보아라! 석포가 있는지.”

“예. 대장군!”

낭장이 급히 밖으로 나갔다가 꽤나 놀란 눈이 되어 들어왔다.

“대장군!”

“어찌 되었느냐?”

“석, 석포가 본진 뒤편에 배치되어 있사옵니다. 자세하게 보지 않으면 석포인지 모를 것입니다. 저도 그럴 것인데 저편에 있는 반란군은 석포인지 모를 것입니다.”

낭장의 말에 이고 외숙이 놀라 정도전을 봤다.

“책사께서 준비하신 것입니까?”

“아마 곧 서경 반란군 놈들은 놀라 자빠졌을 겁니다. 없던 것들이 떡 하니 서 있으니 말입니다.”

정도전이 차가운 검처럼 웃었다.

“그런데 어찌 설치가 될 때까지 우리도 모르고 서경 반란군도 몰랐다는 거요?”

“위장이라는 것을 했습니다. 긴 천을 바느질을 해서 붙이고 그 천에 황토 빛으로 칠을 했으니 멀리서 보면 동산이지 석포로 보이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왜 우리도 몰랐소?”

이고 외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정도전을 봤다.

“앞만 보셨지 뒤는 어디 보셨습니까? 하루에 몇 보씩만 전진해 세워뒀습니다. 그리고 나무를 베어 가렸습니다. 그러니 관심 있게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제야 이고외숙이 정도전을 나의 책사로 인정하는 눈빛을 보였다.

“책사! 내 무례함을 용서하시오.”

이런 면에서는 참으로 대범한 이고외숙이었다.

“괜찮습니다. 어리게 보여서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책사!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총사령 이의방이 정도전을 보며 물었다.

“뭡니까?”

“어찌 중앙을 와해시키고 돌파하는 적 기마대를 생포하실 겁니까?”

총사령 이의방이 정도전에게 말했다.

“황자마마께서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준비를 하고 있다고. 지급이 되면 아시게 될 것입니다. 물고기는 그물로 잡고 달리는 말은 길을 막아 잡습니다. 그게 방법이라면 방법입니다.”

난 이 자리를 장악하고 있는 정도전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 숙부이기도 한 정도전이 평범한 신체구조를 가진 황자였다면 정적이 되어 이미 둘 중 하나는 죽었을 것이 분명했다.‘숙부의 불행이 네게는 복이구나!’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장들께서 준비한 것이 궁금하면 가서 보시면 됩니다. 허나 절대 높이 세워서는 안 됩니다.”

“예?”

대장군 한 섬이 날 보며 말했다.

“아직 다 준비를 못했으니 제가 한 말 명심하세요. 알겠습니다. 총사령과 용호군 대장군!”

“예. 황자마마!”

“또 용호군 2만의 지휘를 각각 1만씩 이의민 장군과 전존걸 장군에게 맡깁니다.”

내 말에 이의민이 감격해 나를 봤다.

“충심을 다하겠나이다. 황자마마!”

“이장군의 무너지면 저와 황제폐하가 위태롭습니다. 그것만 아시면 됩니다.”

“바닥에 드러누워서 말의 발목을 꺾어버리고 밟혀 죽는 한이 있어도 서경 반란군의 기마대를 통과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전 장군!”

“예. 황자마마!”

“이의민 장군은 용맹한 장군입니다. 잘 보좌를 해 주세요.”

내가 그리 말하자 용호군 부장 출신인 전존걸이 내 말의 뜻을 알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이의민이 용장이며 맹장이기는 해도 지략과 인내심이 부족하니 잘 다독이고 조율해서 본진 앞을 지키라는 말을 알아들은 거였다.

“예. 같은 장군이나 제가 진심으로 보좌하겠나이다.”

전존걸 장군의 말에 이의민은 놀라면서도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황궁 옥사에서 그 모진 고신을 견뎌낸 것에 대한 것이 이제야 돌아오고 있다는 눈빛이었다.

“이 장군!”

“예. 황자마마!”

“전 장군이 보좌를 잘 해줄 겁니다. 부대는 혼자 지휘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아시겠지요.”

“예. 황자마마!”

이의민은 나를 저하라 하지 않고 마마라 했다. 물론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저하보다 마마가 듣기 좋다는 거였다. 이것이 충심에서 울어 나오니 더욱 그랬다.

“가 보세요. 그럼 중앙 뒤편의 본진에는 준비가 되어 있을 겁니다.”

“예?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저 망루에 짐의 형님과 회생이 올라가 이 대전투를 관전할 것이요. 위엄 있게. 허나 그 위엄의 끝에는 죽음이 있지.”

순간 대령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리고 지천수 기마대 장군을 봤다.

“단번에 달려가 중앙을 와해시키고 본진을 급습하라. 그럼 승기를 잡을 것이다.”

“예. 황제폐하! 그리하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대령후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아 보였다. 뭔가 말하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는 듯 했다.

“사병 따위의 수급은 공이 되지 못한다. 저 망루에 내 형님과 회생이 오를 것이다. 그 둘의 목이 1등 작을 내릴 것이다.”

대령후가 1등 작이라고 말하자 지천수 장군이 마른침을 삼켰다.

“황, 황제폐하!”

“짐이 옥좌에 앉고 문하시중과 그대가 짐의 좌우측에 서서 세상을 호령할 것이다. 그러니 짐의 형님의 수급과 회생 저놈의 수급을 첫 전투에 가지고 와라. 그럼 이 고려는 짐의 것이다.”

욕심이 커지면 현실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는 법이다. 그리고 대령후도 지금 그런 상태였다. 그때 회생에 의도한대로 천으로 가려진 석포가 선이 내려졌고 대령후가 뒤에 있는 석포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석포이옵니다. 황제폐하!”

조위총이 놀라 기겁해 대령후를 봤다. 그리고 대령후는 먼 거리지만 웅장하게 보이는 석포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함정에 빠진 것이다.

’이 순간 대령후의 머릿속에 꽉 차있던 자만심이 한 순간에 날아갔고 크게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허나 지금 자비령으로 병력을 물리게 되면,,,,,,,,.’대령후는 개경 중앙군보다 먼저 조위총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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