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63화 (363/620)

< -- 간웅 17권 서경 대전투 -- >

“알겠사옵니다. 황자저하의 말씀하신대로 반란군의 입장에서는 승기를 잡은 것입니다. 아군은 예봉이 바로 꺾이는 것이고요. 크게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이고가 내게 말했다.

“별초 100명과 2만의 용호군들이 막는 겁니다. 그리고 나머지 3만의 응양군과 1만의 용호군이 좌우측으로 포진하여 깊게 들어온 5천의 기마대를 모두 포위해 생포하는 겁니다.”

내 말에 더욱 어이가 없다는 듯 이 자리에 모인 무장들이 멍해졌다.

“생포라 하셨습니까?”

대장군 한 섬이 기겁해 목소리가 커지며 말했다.

“불가능하다고 보는가?”

“중앙을 내줘서 깊게 들어온 적의 기마대를 포위해서 섬멸하는 것까지는 참으로 놀라우신 책략이십니다. 허나 어찌 날뛰는 기마대를 생포한단 말입니까?”

이제는 총사령 이의방이 내게 말했다. 이곳에 모인 제장들은 모두가 한 목소리가 되어 내 전략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반란군 기마대의 달릴 길을 막아버리면 됩니다.”

난 여전히 자신 있게 말했다.이런 전략을 쓸 수 있는 것은 다 내 기억에 있는 스위스 용병단이 미래에 있었기에 생각해 낸 것이다.

중세후기에서 가장 용맹하고 전투에서 승리하는 용병단은 스위스 용병단이었다. 그 시대에 자체적인 상표가 되어 용병단 하면 스위스 용병단을 떠올렸다.

내가 알고 있는 중세 후기 용병 전력은 백년전쟁과 기타 분쟁들을 겪어온 베테랑들로써, 한시적 복무가 아닌 직업적 군인으로 유럽 각국에서 중요하게 평가받았다. 전투 지휘관들 역시 급하게 편성된 농노 전력보다는 장기간 전장에서 단련된 용병들과 함께 전쟁을 수행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중 가장 믿음이 가는 용병단은 스위스 용병이었다.

5미터에 육박하는 파이크와 핼버드를 이용한 밀집공격이나 밀집 방어능력 덕분에 그 전력은 그 시대의 최고였다. 그때까지 기마대를 잡고 대항하는 것은 오직 기마대였다.

그것을 깬 존재들이 바로 밀집장창 대형을 만들어낸 스위스 용병단이었다.파이크로 된 숲을 만들고 적 기마대의 돌격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담력이 없고 협동심 그리고 옆의 전우를 믿지 않는다면 이뤄질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난 그런 면에서 여전히 부족한 사병들을 중앙에 세우고 훈련이 된 응양군과 용호군을 좌우측에 배치한 거였다.

내가 미끼가 되면서까지 그리 한 것이다. 그리고 스위스 용병들은 상당히 긴 파이크를 들고 내가 말한 것처럼 거대한 종대를 구성해 머리를 밀치는 공격 전술과 포로를 사로잡는 걸 원치 않는 거침없는 승리의 행진은 무서운 공포를 불러왔다. 그런 용맹이 있으니 적 기마대를 파이크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난 그걸 이 자비령 평지 전투에 응용하고자 했다.

“어찌 말이옵니까?”

총사령 이의방이 내게 따지듯 물었다.

“말이 못 달리면 되는 것 아닙니까?”

“어찌,,,,,,,.”

“준비를 하고 있으니 기다려 보십시오.”

“준비라 하셨습니까?”

“물론이지요.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곧 좌우측에 배치된 병사들에게 또 본진 앞에 배치될 용호군에게 지급이 될 것입니다.”

그때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던 정도전이 날 봤다. 마치 그의 눈빛은 자신이 몇 마디 해도 되겠냐는 눈빛이었다.

“정도전!”

“예. 황자마마!”

내가 정도전을 부르자 이 자리에 모인 무장들이 모두 정도전을 봤다. 사실 처음부터 어리게 보이는 정도전이 왜 이 자리에 와 있는지 궁금한 눈빛으로 힐끔거리는 무장들이 많았다.

“할 말이 있는가?”

“황자마마! 그런데 저 아이는 누구이옵니까?”

총사령 이의방이 내게 물었다. 정도전이 이 군막으로 들어섰을 때부터 유심히 보던 서경 정벌군 총사령 이의방이었다.

“나의 책사입니다. 이번 작전도 그의 머리에 나왔습니다. 비록 어리게 보이나 가진 지략은 하늘의 이치를 압니다.”

“저 어린 것이 책사라 하셨습니까?”

총사령 이의방이 놀라 다시 나와 정도전을 번갈아 다시 봤다. 믿어지지 않는 눈빛이 분명했다.

“촉의 유비가 삼고초려로 공명을 얻은 것보다 제가 더 어렵게 얻은 책사입니다. 그것만 아시면 됩니다.”

“정말이시옵니까?”

“예. 유비는 공명을 얻기 위해 3번을 초가에 3번을 찾아가는 번거로움을 감수했지만 저는 저기 앉아 있는 정도전 책사를 얻기 위해 제 목숨을 3번 걸었습니다.”

내 말에 다시 고려 제장들은 놀라 멍해졌다. 저 어리게 보이는 정도전을 얻기 위해 고려 황자인 내가 목숨을 세 번이나 걸었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은 것 같았다.

물론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 순간 내가 한 말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도전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내가 하는 말은 모두 이제는 정의가 되고 진실이 되니 말이다.

그저 정도전이 나를 보며 씩 웃을 뿐이었다. 너무 그리 자신을 위해 수고할 필요가 없다는 미소처럼 느껴졌다.

“정말이시옵니까? 황자저하!”

“제가 틀린 말을 한 적이 있습니까?”

“송구하옵니다. 그런 적이 없사옵니다. 허나 저 어리게 보이는,,, 이를 위해 목숨을 그것도 3번이나 거셨다는 말씀에 놀라워서 그러는 것이옵니다.”

총사령 이의방이 빠트린 말은 책사라는 단어일 거다. 그는 여전히 어리게만 보이는 정도전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책사라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요직일 것이다. 이제는 저 고려 제장들의 주군이 되어 있는 나의 최측근이 책사이니 말이다. 또한 한 부대의 책사는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무장들이 가지지 못한 지략을 가졌으니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고 전시에 책사가 평시에는 신하들의 수장이 되는 것이 보통이니 이의방은 믿어지지 않으면서도 경계를 하는 거였다.

“세월의 연륜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곳이 전장이기도 하옵니다. 황자저하!”

“어리다고 지략이 없고 늙었다고 해서 산 세월만큼 지략이 있는 건 아니지요.”

총사령 이의방의 눈빛이 불쾌하다는 듯 정도전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 말이 틀리지는 않네. 그런데 이번 전략을 네가 짰다면 자세하게 설명을 해 봐야 할 것이다.”

그 순간 정도전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어느 열국의 군대에서 주군의 책사에게 장수가 하대를 한단 말입니까? 제가 어리게 보이기는 하나 분명 황자저하께서 황자저하의 책사라고 장수들께 저를 알리셨습니다. 제가 보니 이 꼴이 꼭 삼고초려에 의해 유비의 군사가 된 공명이 장비와 관우들을 비롯한 제장들에게 무시를 당하는 꼴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때도 공명이 능력을 보였고 그 후 장수들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제가 능력을 보이면 되겠소이까?”

정도전의 말에 난 속으로 피식 웃었다. ‘정면 돌파군!’참으로 영특하다 못해 사악할 정도로 뛰어난 머리를 가진 정도전이었다.이 순간 정도전은 옛 고사에서 나오는 장면을 자신과 비견해 스스로 공명의 지략이 있다는 것처럼 말했고 자신을 높이고 있었다. 또한 누구도 자신을 무시하지 못하게 만들려 하고 있었다.

“으음,,,,,,,.”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대장군 한 섬이 불쾌하다는 듯 길게 헛기침을 했다. 그에 반해 이의방과 이고 외숙은 정도전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순간 자신이 정도전을 공명처럼 인정해주면 자신들은 관우가 되고 장비가 되는 것이니 말이다.

“능력을 보이신다고 하셨소?”

“그렇소이다. 제가 능력을 보이지요. 아니 이미 보였습니다. 저리 서경 반란군들이 자비령을 버리고 내려왔으니 능력을 보였다고 할 수 있지요.”

내가 낸 지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린 정도전이었다. 그리고 난 피식 웃었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정도전이 알고 있는 거였다.‘그래 어디 자리를 잡아 보시오.’난 그리 생각하며 정도전을 봤다.

“정말이시오?”

“그렇소이다. 보신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면 다시 능력을 보이지요.”

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능력일 것이다. 정도전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능력을 보인다면 따르지 말라고 해도 따르게 될 것이 분명했다.

“어찌 보이시려오?”

이고외숙이 정도전에게 물었다.

“황자마마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한 대장군께서 중앙을 맡아주시면 됩니다. 싸우다가 크게 병력을 손실을 보이지 마시고 몸을 숨기시면 사병들은 바로 와해가 됩니다.

그럼 황자마마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반란군 기마대는 본진을 노리기 위해 돌격할 것입니다. 허나 여기서 미끼로 쓰이실 황자마마와 황제폐하는 크게 적들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뭐요?”

대장군 한 섬이 총사령인 이의방까지 하대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존대를 하며 정도전에게 물었다.

“반드시 파괴하지 않으면 큰 화가 되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미친 듯 중앙을 와해시키고 그곳에서 전과를 확대하지 않고 본진으로 향할 겁니다.”

정도전은 중앙에 있는 4만이 와해되면서도 병력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비책을 지금 말하고 있었다.

“그게 뭡니까?”

“석포입니다.”

“책사!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이고 외숙이 정도전을 드디어 책사라 불렀다. 내가 정도전을 책사라 말했으니 어쩔 수 없이 책사로 부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인물이니 절대 맹탕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담겨 있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어리게 보이는 정도전을 깔보는 눈이 분명했다.

“왜 그러십니까? 용호군 대장군!”

“우린 급히 이곳으로 오느라 석포를 준비하지 못했소. 그건 아시오? 사실 석포를 준비하지 못한 것은 큰 과오가 분명할 거요. 그런데 없는 석포를 어떻게 이용한다는 말이요?”

무시다. 책사라 부르기는 했으나 무시를 하는 것이 분명했다.

석포도 준비하지 못한 것을 모르는 네가 어찌 책사라고 불리기를 바라는 거냐는 그런 말투였다. 역시 어리게 보이는 것은 이런 단점이 존재했다.

물론 이런 것은 정도전이 극복해야 할 부분일 거다. 내가 명을 내려 믿고 따르라고 하는 것보다 스스로 극복하고 저들에게 믿을 주는 것이 중요했다.

물론 그 믿음의 기본은 능력일 거다.촉한 공명처럼 말이다.

분명한 것은 내가 알고 있는 정도전은 촉한의 공명보다는 뛰어난 인물이 될 수 있다는 거였다. 촉한의 유비가 실패한 군주라면 난 아직 실패하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이고 정도전 역시 아직 자신을 뜻을 이루지 못하고 객사한 공명보다는 이룰 것이 많은 존재이니 말이다.

“누가 그럽니까? 용호군 대장군.”

“아니 그런가? 한 섬 대장군!”

이고 외숙이 정도전의 말을 무시하고 대장군 한 섬에게 물었다.

“그렇사옵니다. 준비한 석포가 없사옵니다. 그렇기에 서경 반란군도 저리 평지에서 진영을 구축한 것이옵니다. 중앙군이 만약 석포를 준비했다면 절대 저 서경 반란군들은 저런 평지에서 진영을 구축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물론 중앙군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맞는 말이다. 우리가 석포가 없게 보이는 것처럼 서경 반란군 역시 내 첩보에 의하면 석포 따위는 없다.

그저 한달음에 달려와 자비 령을 점령하고 그것을 발판으로 시간을 우선을 벌고 그 획득한 시간을 통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자 했던 대령후일 거다. 허나 내 사특한 계략으로 그들은 스스로의 계획을 틀어버렸다.

이것은 내 계략이 성공함을 의미할 거다. 내가 대령후에게 어리석게 보이무로 대령후는 더욱 대담해지고 안하무인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저런 여유를 부리는 것은 남송으로 악비군을 이끌고 올 전령 선이 도착해 악비군 대군을 이동시켰을 거라는 확신 때문이었다.‘대령후 네놈의 전령 선은 수장된 지 오래다.

’난 대령후를 떠올리며 사악하게 미소를 머금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내 지시를 받은 신라방 총방주가 움직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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