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7권 서경 대전투 -- >8. 평지 전투의 시작.회생의 작전 지휘 군막.둥둥~ 둥둥~ 둥둥~뿌우웅~서경 반란군들이 자비 령을 버리고 아래 평지까지 내려왔다는 것을 알리는 북소리와 뿔 나팔 소리가 작전 회의를 하고 있는 내 군막까지 들렸다. 이미 서경 반란군들은 내 예상과 의도대로 자비 령을 버리고 자비 령 아래 평지로 이동하고 있었다.
내가 의도하고 꾸민 일이지만 서경 반란군의 입장에서 본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자비 령 아래로 내려와야 했을 것이다.
이미 겨울이다. 12월이니 삭풍이 불고 이제는 적보다 더 무서운 것은 혹한일 것이다. 또한 그들은 식량 및 군수물자가 부족할 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개경 중앙군이 아니라 서경의 반란군인 거다.
‘군수물자가 부족한 것은 사람을 초조하게 만들지.’이미 그 초조함이 약탈이라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불안감이 그들을 그렇게 약탈자로 만들었고 소문은 빠르게 펴져 이제는 누구도 그들을 향해 만세를 불러주지 않을 것이다. 또한 내 사악한 계략에 의해 이미 지방 호족들은 그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같은 편을 만들어야 할 상황에서 적으로 지방 호족들을 돌렸으니 당연히 그들에게 향하던 일정부분의 군량미와 군수물자들은 개경 중앙군으로 향하는 것은 당연할 거다.또 그것이 현실화 되고 있었다.
이곳에 도착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첫 도착 후 지속적으로 개경에서 군수물자들이 도착했으나 지방호족들이 상납(?)하는 군수물자는 없었다. 그런데 3일이 지나고 조금씩 이제는 어느 편에라도 서야 하는 지방 호족들이 서경 반란군이 아닌 개경 중앙군에게 군수물자를 보내왔다.
물론 그들이 하는 이 행동은 서경 반란군이 진압된 후를 염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난 그 군수물자들을 이용해 이 겨울에 굶주리고 있는 백성들에게 나눠줬다. 둥둥! 둥둥~ 두우웅~뿌우우웅~다시 북소리가 크게 울렸다.
서경 반란군이 진을 구축했으니 더욱 경계를 강화하라고 알리는 북소리다. 이제 드디어 시작인 것이다.
“서경 반란군들이 드디어 어리석게 자비 령을 버리는 것 같사옵니다.”
서경 정벌군 총사령인 이의방이 내게 조심히 말했다.
“예. 왔습니다.”
난 이미 대령후의 서경 반란군들이 자비 령에 도착했다는 것을 자비 령에 은거해 정탐활동을 하고 있는 별초들에게 보고를 받은 상태였다.
“그렇습니다. 황자마마! 서경 반란군들이 자비 령을 정말 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자비 령을 틀어막고 고려를 남북으로 양단해 나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을 것을 어리석은 짓을 저질러 버렸습니다.”
대장군 한 섬이 놀라운 눈이 되어 내게 말했다.
“옳소. 그런 방법도 있었군.”
대장군 한 섬이 말한 것처럼 자비 령을 틀어막고 고려의 허리를 잘라 전선을 구축했다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내가 알고 있는 기억에서는 혹한과 서경 군이 거병에 의해 1년 가까이 반란은 지속됐다. 물론 그 대부분이 서경 성에서의 농성 이었지만 말이다.
“천지신명께서 도우셨습니다.”
정도전의 말처럼 내게 충심은 있으나 대장군이 갖춰야 할 지략까지는 가지지 못한 대장군 한 섬이었다. 물론 그 역시 머리는 비상했다. 정중부가 권력을 잡는 듯 한 상황에서 정중부을 버리고 내게 왔으니 말이다.
“천지신명이 도운 것이 아닙니다. 내가 그리 하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내 말에 대장군 한 섬이 날 보며 더욱 놀라 눈이 커졌다.
“정말이십니까?”
“적이 원하지 않는 곳에서 싸우는 것이 첫 번째 병법이라면 병법이지요.”
이 고려로 내가 왔을 때 처음 나는 그저 안빈낙도(?)를 꿈꾸며 사특한 계략 몇 개를 내놓았다. 그 시기에는 병법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저 내가 알고 있는 기억을 가지고 이의방에게 사태를 분석해주고 대책을 마련해주면 되니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알고 있는 역사라는 것이 틀어졌다. 그리고 또 내가 더 많은 것을 알고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날 이후 나는 각종 병법서를 탐독했고 그 병법서와 현대적인 지식을 동원해 나 나름대로의 병법을 터득해냈다.
물론 내 병법의 기본이 되는 것은 36계다.그 36계만 잘 활용하고 또 내 미래적 지식만 잘 적용한다면 충분히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황자마마!”
차분하게 앉아 있던 정벌군 총사령인 이의방이 나를 보며 말했다. 허나 그의 표정을 그리 밝지 않았다.
“왜 그리 표정이 어두우신 겁니까?”
“송구하옵니다. 황자마마!”
“염려 되시는 것이 있다면 말해 보십시오.”
“황자마마의 뛰어난 책략으로 자비 령을 내줬고 뒤를 곧 틀어막을 것이지만 평지 전투가 소장은 걱정되옵니다.”
난 정벌군 총사령인 이의방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5천의 뛰어난 서경 기마대일 거다. 그리고 사실 난 그 기마대를 막기 위해 지금까지 많은 준비를 해 왔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총사령! 서경의 5천 기마대는 무서운 존재지요.”
“송구하옵니다. 황자마마!”
“걱정이 되시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이리 회의를 소집한 것입니다.”
내 말에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무장들이 나를 더욱 주목했다.
“계책이 있사옵니까?”
“대령후를 잡을 금적금왕의 계략을 쓰기 전에 우선 1차적으로 밀려올 서경 반란군들의 5천기마대를 막아야 할 것입니다. 아마 그 전투는 적과 아군이 일전일퇴가 되는 치열한 전투가 될 것입니다.”
서경 반란군에서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5천 기마대다. 그들을 초전에 무력화시키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이 나와 저기 차분히 앉아 있는 정도전의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정도전일 것이다.
‘평범하지 않아서 내 편이 된 것이다. 만약,,,,,,,,,.’난 차분히 앉아 있는 정도전을 봤다.
그가 평범한 신체를 가졌다면 반드시 내 적이 되었을 것이고 또 내게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죽임을 당하던가.
‘어찌 해쳐나가는지 보자.’난 이번 참에 정도전을 책사로 지명할 것이다. 그럼 고려의 제장들은 많은 반발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어리게 보이니 무시를 할 것이고 그것을 정도전이 어찌 극복할지 난 궁금했다.‘아마도 단숨에 기를 꺾겠지.’난 내가 알고 있는 정도전이면 그리할 것 같았다.
“그렇사옵니다. 이 들판에서 기마대의 위력은 가공할 것이옵니다.”
이고 외숙이 이의방처럼 서경 반란군의 기마대가 걱정된다는 듯 내게 말했다.
“그래서 말입니다.”
난 차가운 목소리로 이 자리에 모인 무장들을 봤다.
“예. 하명하십시오. 황자마마!”
“사병들로 구성된 4만을 중앙에 배치하세요.”
내 말에 이 자리에 모여 있는 무장들이 모두 놀라 나를 봤다. 차마 그리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못할 뿐 처음으로 내가 실수를 하고 있다는 눈빛을 보였다.
보통의 방어적 진영을 편성할 때 가장 강한 군대를 중앙에 배치하는 것이 보통이고 그것이 병법의 상식이다. 나는 지금 그걸 깨고 있는 거였다.
물론 내가 이렇게 전략을 짜고 공표하는 것은 내가 가진 미래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황, 황자저하!”
처음으로 정벌군 총사령 이의방이 떨리는 목소리로 날 불렀다.
“왜 그러십니까? 이총사령!”
“소장의 생각으로는 사병으로 구성된 4만을 중앙에 배치한다면 단번에 서경 반란군에 의해중앙이 뚫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 된다면 황자마마와 황제폐하께서 계시는 본진이옵니다.
참으로 크게 위험하옵니다. 지금까지 황자저하의 탁월하신 책략으로 저들을 궁지에 몰아넣었습니다.
그것을 단번에 풀어주는 꼴이 되옵니다. 방어진이 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가 없게 되옵니다.
황자저하!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십시오. 전장에서 한 번의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사옵니다.”
서경 정벌군 총사령 이의방이 이렇게 간곡하게 내 의지를 꺾으려고 한 적도 없을 것이다. 그 만큼 난 병법적이지 않은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 거였다.
허나 병법은 그 상황과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내가 쓰고자 하는 방어진은 저들의 생각으로는 하책 중에서도 하책일 것이다.
허나 내가 알고 있는 또 어떤 집단에서는 그런 하책을 써서 적을 유인하고 포위 섬멸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래를 모르니 저리 나오는 걸 거다.
“뚫리라고 그리 세우는 겁니다.”
내 말에 다시 한 번 놀라 날 봤다.
“황자저하!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고가 내게 물었다. 그 역시 내가 내놓은 병진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눈빛이었다.
“한 번 뚫리게 되면 끝장이옵니다. 5천의 기마대이옵니다. 그들은 거친 북방을 달린 용사들이옵니다. 서경 반란군에게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들이옵니다. 5천의 기마대의 수장인 지천수는 기마전술에 탁월한 자입니다.”
역시 내 작전을 간파한 고려 무장은 없었다. 상식의 벽을 깨지 못하니 저러는 걸 거다.
“단번에 중앙이 뚫리면 어찌 되겠습니까?”
내게 묻던 이고외숙에게 난 되물었다.
“그리된다면 본진이 위험해집니다. 황제폐하와 황자저하께서 위험해지옵니다.”
“그렇다면 본진에 100의 별초와 용호군 2만을 배치하세요.”
“뚫린 후에 막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뚫려주는 겁니다. 하하하!”
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예? 뚫려주다니요?”
“사병으로 구성된 4만이 중앙에 배치가 되면 적의 말발굽 소리에도 기겁해서 흔들릴 겁니다. 그럼 방어진은 완벽하게 와해되고 도망치기 바쁠 것입니다. 도망을 칠 것이니 아군의 피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적 기마대를 본진으로 향하게 할 겁니다.”
“어찌 말이옵니까?”
“사병들의 목을 베는 것보다 더 좋은 것으로 적 기마대의 수장을 홀릴 겁니다.”
“설마 미끼가 되시겠다는 것입니까?”
정벌군 총사령 이의방이 놀라 내게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반란군 기마대의 수장이라면 저와 황제 폐하게 있는 본진으로 몰아치려 할 것입니다. 이런 좋은 기회는 없을 거니까요. 황제폐하와 제가 미끼가 되어 볼 참입니다. 높이 망루를 세우고 전장을 관전하며 미끼가 될 것입니다.”
“아니 되옵니다. 황자저하! 위험하시옵니다.”
정벌군 총사령 이의방이 나를 말리려했다.
“이 전장에 아니 위험한 사람 있습니까? 황자든 장군이든 눈멀 화살에 죽을 수 있는 곳이 전장입니다. 그리고 각자의 쓰임이 있습니다. 지금 저와 황제폐하의 쓰임은 적 기마대를 끌어드리는 미끼입니다.”
내 말에 모든 제장들이 날 우러러 보는 것 같았다. 허나 그들의 눈에는 한없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
나를 중심으로 뭉친 고려 무장들이다. 만약 내가 변을 당한다면 그들은 구심점을 잃게 되는 것이고 그리된다면 지금까지 억눌렀던 권력에 대한 욕심을 누군가가 불태우게 될 것이니 자중자란이 일어나고 내분이 일어나 고려 중앙군은 무너질 거라는 것을 다들 잘 알고 있는 눈치였다.
“하오나,,,,,,,,,.”
“고려가 위급한데 제 안위만 걱정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친정을 한 황제와 황자는 많았다. 하지만 스스로 미끼가 되고 위험을 자초하는 황자나 황제는 없었다. 그렇기에 저리 나를 보는 거였다.
“저의 결단을 말리지 마세요. 저도 고려의 황자로 이 전투에 임할 것입니다.”
내 눈빛은 강한 의지를 뿜어냈고 모두 다 나를 우러러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