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61화 (361/620)

< -- 간웅 17권 서경 대전투 -- >

“이게 말이다.”

“예. 나리!”

“너희들에게 나눠주는 이 쌀은 구휼미가 아니라 우리의 군량미라는 것만 알고 먹어라.”

무장의 외침에 이 자리에 모인 백성들이 놀라 멍해졌다. 전쟁이 나면 징발이라는 명령으로 거둬가기만 했지 이렇게 군량미를 내주는 경우는 이 자리에 모인 백성들 모두 머리털이 나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놀라는 것을 넘어 멍해진 거였다.

“이게 군, 군량미란 말입니까? 그 귀한 것을,,,,,,,,.”

“그래. 귀한 군량미다. 병사들 먹을 것을 반으로 줄여서 굶주린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알겠느냐? 이 모든 것이 회생 저하와 황제폐하께서 굶주린 백성을 아끼고 가엽게 여기시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에 의종황제가 뒤로 가고 회생의 이름이 앞으로 나왔다. 이것만 봐도 지금 군량미를 나눠주고 있는 무장은 회생의 사람이 분명했다. 또한 이 역시 치밀한 회생이 미리 무장을 불러 알려준 것을 무장은 앵무새처럼 쫑알거리는 거였다.

“예. 알겠습니다. 황제폐하 만세입니다. 황제폐하! 만세입니다. 황자마마 만만세입니다. 왕 회생 전하 만세입니다.”

회생이 황자라는 것도 모르고 다른 사람인 줄 알고 그렇게 만세를 부르는 백성들이었다. 그런데 그때 백성들 속에서 한 남자가 크게 소리쳤다.

“미륵이시다. 미륵! 왕회생 저하는 생불이시다.”

시대가 어려워지면 나타나는 것이 미륵이다. 그리고 그걸 이용해 혹세무민하는 자들이 많았다. 그리고 또 이 순간 회생이 그 미륵을 이용하고 있었다.선동의 대가인 회생이니 이리 하는 것은 당연할 일인지도 몰랐다.

“미륵이시다. 회생 저하는 미륵이시다. 만세! 회생 저하 만세. 미륵 대왕 만세!”

며칠을 굶은 가여운 백성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우렁차게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그리고 이 순간 회생은 황자저하에서 미륵 대왕이 되어 있었다.

물론 이렇게 선동하는 것은 처음은 미약할 것이나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거짓 같은 것이 현실이 되고 또 사실이 된다는 것을 회생은 잘 알고 있었다.물론 이 모든 것은 미래의 기억이 있는 회생이 그 시대의 권력자들이 언론조작을 하는 것을 보고 자신에게 맞게 적용하고 있는 거였다. 또한 후일을 위한 명분과 명성을 회생은 얻고자 했다.

“암 그렇고말고! 미륵이시지. 미륵!”

“이게 다 회생저하의 사택에서 나온 쌀섬이라네.”

마치 선동을 하듯 몇 명이 소리쳤다. 아니 그들은 은밀히 허름한 평복으로 갈아입고 가난한 백성들의 틈에 끼어든 선동꾼들이었다. 물론 그것을 지시한 사람은 회생이었다.

“회생 저하 만세!”

“황자마마 만세.”

“회생저하 만만세!”

이제는 의종황제에게 만세를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이 쌀을 주는 사람은 이제 황자인 회생이고 그는 미륵대왕이 되어 있는 거였다. 물론 이 역시 교묘하게 회생이 조작하는 거였다. 참으로 치밀하게 모든 것을 준비하는 회생이었다.

“미륵 대왕 회생저하 만만세!”

그런 백성들의 만세소리를 듣던 무장이 백성들을 봤다.

“만세 부르다가 날 저물겠다. 어서어서 줄을 서서 구휼미를 받아.”

“예. 나리!”

“그리고 너!”

무장이 제일 먼저 곡식을 받은 남자를 봤다.

“저 말이옵니까?”

“그래. 황제폐하의 어명을 의심했으니 곤장 1대는 맞고 가야 할 것이다.”

“곤장이라 굽쇼?”

“그래. 마음 같아서는 10대라도 때리고 싶으나 이 혹한에 10대를 맞으면 살이 터져서 죽을 것이니 그리 맞고 가라. 죄는 죄인 것이다.”

무장의 말에 남자가 잠시 무장을 봤다.

“10대가 아니라 100대라도 맞겠습니다. 굶주려 죽는 판에 여편네도 팔아먹고 딸년도 팔아먹는 이 동짓달에 곤장 한 대 맞고 한 말이 넘는 쌀을 주시는데 황제폐하는 부처이십니다.”

이것이 고려의 현실이고 추운 겨울날의 현실이었다.그리고 가난한자들에게 겨울은 그 어떤 계절보다 더 혹독한 법이다.

허나 이것도 회생이 숨겨놓은 조작이었다.누구도 황실과 황제 그리고 회생을 비망하면 벌을 받는다는 것을 은근히 백성들에게 알려주고 또 그것을 황실과 회생은 너그럽게 용서해 준다는 것을 백성들에게 각인시키고 있었다.

물론 처음의 성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이 반복되면 모든 고려 백성이 회생에게 세뇌를 당하게 되고 또 회생은 절대적 정의가 된다는 것을 회생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그런 모습을 멀리서 의종황제가 회생과 함께 지켜보고 있었다.

‘혹부리 영감도 이랬지.’회생은 멀리서 백성들이 환호하는 소리를 들으면 그리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회생에게 가장 큰 장점과 무기는 타산지석의 교훈을 너무나 잘 정확하게 적절하게 활용하다는 거였다.

“무슨 의도에서 이러는 것이냐? 군량은 병사만큼 중요한 것이다.”

나와 같이 백성들에게 군량미를 풀어 구휼미로 나눠주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던 의종황제께서 내게 물었다.

“자비 령까지 올 때 각 고을마다 굶주린 백성이 많다는 것을 알았사옵니다.”

“그래서?”

“군량은 넉넉하옵니다. 가여운 백성들이 이 혹한에 굶어죽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군량미를 조금 내어 구휼미로 쓰는 것이지 의도 따위는 없습니다.”

“없다?”

“그렇사옵니다.”

“회생! 네가 하는 행동 중에 의도하지 않은 것이 있더냐? 짐은 단 한 순간도 그런 일은 네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너는 숨 쉬는 것도 다 이유가 있고 숨겨진 의도가 있지 않느냐?”

물론 이렇게 군량미를 굶주린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이유는 있다. 우선은 군량미와 군수물자들이 넉넉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지금 나눠주고 있던 군량미는 야율강이 죽기 전 결정되었던 금으로 보낼 군량미의 일부였다. 금은 고려에 20만 가마 이상의 군량미를 요구했다. 그리고 죽은 폐주는 알았노라고 했다.

물론 내가 그 뒷돈을 냈으니 죽은 폐주에게는 손해 보는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금은 고려에서 파병된 군사 3만 명의 군량도 직접 챙겨오라고 했다. 그러니 군량미는 차고 넘치는 거였다. 안남국의 쌀부터 참파의 쌀까지 이 고려에 들여온 거였다. 또한 난 벽란도를 통해 지속적으로 군량미를 확보할 수 있었다.

본의 아니가 신라방 총방주 김승주는 고려 중앙군의 군상까지 겸하고 있는 거였다. 그러니 서경과 다르게 군량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거였다.‘어쩔 수 없이 일어난 반란이니 병력은 어찌어찌해서 모운다고 해도 군량미는 한계가 있지.’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군량미가 부족하다면 그리고 구입할 자금과 통로가 없다면 백성들에게 징집할 수밖에 없다.’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대 추측에 의하면 대령후의 반란군들은 곧 민심을 잃을 것이다. 그리고 또 내가 이 자비 령에 도착할 동안 한 달이나 소비한 것은 이 많은 군량을 가지고 오기 위함도 이유 중 하나였다. 두두 두두! 두두 두두!그때 목책 밖에서 한 무리의 기마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야 도착은 한 모양이군!'다다닥! 다다닥!달려오는 기마대들의 뒤에는 병사들이 뛰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난 다시 내 부친이신 의종황제를 봤다. 의종황제의 말에는 여전히 아픈 뼈가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그 아픈 뼈도 삭아 없어질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보이십니까?”

“그래. 그렇다. 전투를 치르기도 전에 백성들에게 군량미까지 나눠줄 수 있는 정도의 군량을 이리 미리 챙겨놨다는 것은 마치 네가 서경에서 반란이 일어날 줄 알고 준비한 것 같구나.”

여전히 예리함을 잃지 않은 의종황제였다.

“그렇지는 않사옵니다. 소자도 우연하게 알게 된 것이옵니다. 만약 금나라 순문사 야율강이 죽지 않았다면 서경반란에 동참한 이소응을 잡아드리지 못했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큰 일이 일어났을 것이옵니다. 하늘이 아바마마를 돕고 있는 것이옵니다.”

“하늘이 나를 돕는다?”

“그렇사옵니다. 아바마마!”

“회생 너는 너의 목적을 위해서는 하늘까지 조작할 위인이다. 아니 그러냐?”

“소자는 그리 대단한 존재는 아니옵니다. 그저 아바마마의 장자일 뿐이옵니다.”

나는 다시 한 번 슬쩍 자신이 의종황제에게는 유일하게 남은 황자이며 장자가 되었다고 흘려 말했고 의종은 그 순간 회생을 보는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여전히 미워하시고 계시군.’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런 말을 계속 할 거라고 다짐했다.

듣다보면 현실이 되고 사실이 되고 받아드려지는 것이 인간이니 말이다. 그리고 조금씩 자신에 대한 미움을 그런 방식으로 희석시키고자하는 했다.

“짐의 장자는 가엽고 억울하게 죽었다. 회생 너는!”

순간 의종황제가 나를 노려봤다.

“너는 짐이 생산한 황자 중 하나다.”

“알겠사옵니다. 아바마마!”

난 담담히 대답했다.‘그래도 제가 유일한 황자입니다.’나는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의종황제를 봤다. 참으로 복잡 미묘한 둘의 관계가 분명했다. 그리고 다시 의종황제께서 나를 봤다.

“그런데 군량미는 어디에서 난 것이냐?”

“인삼을 증포해 홍삼이라는 것을 만들었사옵니다. 송에 팔고 또 금에 팔아서 막대한 재물이 모였습니다. 아바마마!”

“수삼을 증포해서 홍삼을 만들었다고?”

의종황제는 이해가 안 되다는 듯 되물었다.

“차후에 보여드리겠나이다.”

“너는 항상 짐을 놀라게 하는구나!”

“송구하옵니다. 아바마마! 소자에게 상재가 조금 있어서 재물이 모였을 뿐입니다. 이 모든 것이 아바마마께서 걱정해주신 것 때문에 이룬 것이옵니다.”

“그런가?”

의종황제가 되묻으며 피식 웃었다.

“예. 아바마마!”

“전쟁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군수물자지. 그런데 너의 군대는 그것이 차고 넘치는구나. 그래서 이 아비를 미륵까지 만들어놓는구나! 그리고 끝내 네가 미륵대왕이 되었구나! 이리 민심을 조작해서 무엇을 얻으려는 것이냐?”

“천심입니다.”

“천심?”

“너를 위한 천심?”

예리하게 핵심을 파고드는 질문이었다.

“송구하옵니다. 아바마마!”

“선동꾼들을 심어놓은 것을 실토한다는 것이냐?”

“민심은 천심이라 했사옵니다. 허나 그 민심을 조작하기는 너무나 쉽지 않사옵니까.”

“짐은 너를 볼 때마다 간웅이라는 생각만 든다. 너는 참으로 간사한 것이 짐은 두렵기까지 하구나.”

“듣기 황망하옵니다. 아바마마! 소자는 아마마마의 뼈와 살을 받은 황자이옵니다.”

“그렇지. 그런 황자지.”

의종황제가 물끄러미 날 봤다.

“그리고 간웅도 영웅이라면 영웅이겠지.”

의종황제께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네가 짐에게 숨기고 후속으로 돌린 병사들이 너에게 오고 있구나.”

의종황제께서 조심히 다가오는 무장 몇과 병졸 수십을 봤다.

“소자에게 보고할 것이 있는 듯 합니다.”

“그렇겠지. 짐은 그만 군막으로 들어가 보겠다.”

의종황제께서는 의도적으로 자리를 피해주신 거였다. 그리고 바로 의종황제께서 군막으로 들어가시자 말자 다가오던 무장들과 수십 명의 병자들이 뛰어와 내게 무릎을 꿇었다.

“황자마마! 하명하신 일 모두 실시하고 왔나이다.”

무장하나가 나직이 내게 보고했다.

“반응은?”

난 차갑게 말했다.

“천심이 황자마마께 향할 것이옵니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민심 조작하기가 너무 쉬웠다. 사실 내가 이 조비 령으로 진격할 때 1달을 허비한 것은 모두 다 그 민심 때문이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내가 알고 있는 기억을 최대한 이용하며 이동을 한 것이다. ‘모택동은 1만 2천 킬로미터를 장개석의 국민당 군을 피해 도망치는 대장정에서도 사과부대를 만들어 활용했다.

’난 서경 쪽 하늘을 보며 차가운 미소를 머금었다.이건 중요한 부분이었다.

내가 지휘하는 중앙군이 모택동의 부대라고 가정한다면 서경의 대령군의 반란군은 장개석의 국민당군일 거다. 군량미가 부족한 서경 반란군들은 장개석의 국민당 군처럼 가는 곳마다 징집과 약탈을 일삼을 것이다. 그렇게 민심을 잃을 것이고 나는 내가 아는 미래의 기억을 토대로 그 반대로 향동하면 되는 거였다. 그래서 난 이 자비 령으로 향하는 진군을 늦추면서까지 백성들의 피해가 없게 진군해 온 거였다. 또한 가는 고을마다 병사들과 무장들을 남겨 중앙군의 행군 중에 의도하지 않은 피해가 있는지 없는지를 챙겼고 있다면 일일이 병사들을 이용해 사과를 시켰다.

이 고려시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을 내가 또 한 거였다. 그리고 또 장정들의 힘이 필요한 고을에는 병사를 남겨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돕게 했다. 그러니 민심이 나로 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또한 이곳을 오는 동안 선동 꾼을 이용해 대령후가 반란을 하는 이유를 내 입장에서 악의적으로 퍼트렸다.

선동 꾼의 이야기를 들은 백성이라면 형의 자리를 노린 천하잡배가 바로 대령후가 되는 거였다.

“수고했다.”

“황공하옵니다. 황자저하!”

“가서 쉬어라!”

“예. 황자저하!”

무장들이 내게 군례를 올리고 돌아서서 각자의 군막으로 갔고 난 그들을 잠시 보며 여전히 쌀섬을 나눠주고 있는 무장들과 그것을 총괄하고 있는 박위를 봤다.‘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고 하니 저럴 수밖에.’난 북벌도 해야 하고 또 고려를 빠르게 안정을 시켜야 했다.

만약 내가 군량미를 풀어 굶주린 백성에게 나눠주지 않는다면 이 겨울에 굶어죽고 얼어 죽는 백성의 수는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내 사택 창고는 이미 비었다는 거였다.

‘재물을 풀어 천심을 얻고 천하를 얻는 발판으로 삼을 것이다.’============================ 작품 후기 ============================추천 부탁드립니다.

쿠폰도 주시면 감사합니다. 오늘은 폭풍 연재를 할 생각입니다.

오늘 좀 쉬는 날이라 이렇게 연재를 합니다. 오늘 1~2연참을 더 할 생각입니다.

진도가 느리니 하루에 올리는 분량을 많이 해서 진도를 좀 높여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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