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58화 (358/620)

< -- 간웅 17권 서경 대전투 -- >

“진정 개경이십니까?”

“다시 속세를 버릴 수는 없지 않나.”

“그렇사옵니다.”

“허나 나는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확인해 볼 것이다. 그들을 보고 조의들이 도울지 말지를 정해야겠어. 누구든 이 혼탁하고 위태로운 세상을 바로 세워야 하니 우리가 도와야 할 위인이라면 돕겠어.”

서경 반란군을 응징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회생이었다. 지금 이 순간 별초를 능가하는 5천의 조의의 총수인 조의대두형이 회생에게로 가겠다고 결심한 순간이었다.

이것은 서경 반란군들에게는 치명적인 일이고 회생에게는 천군만마보다 더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했다.회생이 이끌고 있는 별초들의 수가 500명이다. 그리고 그들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는 능력을 보이며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별초들을 능가하는 조의들이 5천이니 만약 조의대두령이 충심으로 회생을 따른다면 회생에게는 이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황도의 중앙군을 돕겠다는 말씀이오리까?”

머리카락이 긴 조의가 물었다.

“그렇다면 황도의 중앙군을 돕겠다는 말씀이오리까?”

머리카락이 긴 조의가 물었다.

“왜 그러는가? 남제!”

머리카락이 긴 조의의 이름이 남제인 모양이다. 남제라는 자는 조의대두령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제가 듣기로는 개경에는 왕권이 무너지고 난신적자들이 들끓고 있으면 무부들이 권력을 쥐고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하옵니다.”

“이 작은 고려에서 아니 그런 적이 있었나?”

“그렇기는 하오나 지금은 더하다고 하옵니다. 그리고 개경에는 간웅의 탈을 쓰고 있는 이무기가 있다고 하옵니다.”

“간웅의 탈을 쓴 이무기?”

조의대의형이 남제를 봤다.

“그렇습니다. 사악하고 교활한 것이 따를 자가 없다고 합니다.”

남제는 회생을 말하는 것 같았다.

“간웅의 탈을 쓴 이무기라? 간웅이 때를 만나면 영웅이 되고 이무기가 큰 폭포를 만나면 황룡이 되니 지금이 그 때인 모양이구나.”

“사악한 자라 하옵니다. 소인이 얼마 전까지 원국과 같이 지냈사옵니다. 원국이 제게 그리 말했사옵니다.”

“원국?”

“예. 조의대두령!”

“원국이라면 반은 중이고 반은 고려 황자인 그 중놈 말이냐?”

“그렇사옵니다.”

남제는 회생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다.

남제에게 회생에 대해 이야기 해준 사람은 원국군사였고 그는 회생을 사악하고 간사한 자라고 입이 닳도록 말했다. 원국국사의 입장에서는 작금의 고려황실이 무너진 것은 무도 무부들을 조종하는 회생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회생에 대해 부정적인 면만 남제에게 말해준 거였다.

“나 연후는 이제 본 것만 믿기로 했네. 서경에 웅지가 남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보니 아니군. 그러니 난 이제 본 것만 믿을 것이네.”

조의대두형의 성이 연이고 이름이 후였다. 연 씨의 성을 가진 사람을 떠올려본다면 연개소문이 바로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조의대두형의 성도 연 씨였다. 조의대두형은 죽어 있는 서경 반란군들을 노려봤다.

“예. 알겠습니다.”

남제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분명 개경으로 조의대두령이 간다면 또 한 번 실망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발걸음을 돌려 개경으로 가자. 가장 빠른 길이 어딘가?”

“자비 령을 넘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가세. 자비 령으로. 내 그 이무기라는 자를 만나봐야겠어.”

자비 령 남쪽 평지에는 남제가 말한 간웅의 탈을 쓴 이무기 회생이 진영을 꾸리고 있었다. 이것은 또 한 번의 운명적 만남을 예고하고 있었다.

북벌을 꿈꾸는 회생과 조의대두형 연후의 만남!이것이야 말로 운명적 만남일 거다.자비 령 이북 어느 작은 지방 호족의 사택의 앞.서경 반란군의 복장을 한 무장 몇과 병사 수십이 지방 호족의 사택을 노려보고 있었다.

“실수 없어야 할 것이다.”

무장의 말에 수십의 병사들이 인상을 찡그렸다. 상명하복인 군대에서 이런 표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분명했다.

“하오나 이런 일까지 해야 하옵니까?”

“네 너에게 언제부터 생각이라는 것을 하라고 했지?”

무장이 무섭게 자신에게 말한 다른 무장을 노려봤다.

“송구하옵니다. 조장!”

조장?이들은 서경 반란군이 아니었다.

“별초는 오직 주군의 명을 따른다. 그 주군께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명을 내렸다고 해도 그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또한 나는 단 한 번도 주군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항상 옳으셨다. 비록 그 지시가 간혹 참담한 것들도 있었으나 결론적으로는 옳으신 일이셨다.”

“예. 알겠사옵니다.”

“또한 개경 이북의 지방 호족들이 서경 반란군에게 동조한다면 고려의 무장들과 백성들이 더 많이 희생되어야 한다. 주군께서는 그것을 막고자 하시는 것이다. 또한 저 사택 안에 있는 놈은 주군의 사병혁파를 거부한 놈이다. 이미 베어졌어야 할 놈이라는 거다.”

“예. 알겠사옵니다.”

“우리는 황자마마이신 주군의 검! 검은 생각 따위를 해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예. 조장! 소장이 어리석었습니다.”

“분명 이런 일을 지시하신 주군께서도 가슴이 아프실 것이다. 그러니 주군의 명을 거부한 놈과 그 사병만 베야 할 것이다. 이것이 주군의 추가적인 명이시다.”

“예. 알겠사옵니다. 조장!”

“노비도 백성이라 하셨다. 죄 없는 자는 최대한 베지 말라 하셨다.”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는 무장과 병사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회생의 밀명을 받은 별초들이었다.

“들어가자!”

그 순간 서경 반란군 무장으로 위장한 별초조장이 지방 호족의 사택을 노려봤다.

“예. 조장!”

콰쾅! 쾅쾅!그와 동시에 반란군 병사로 위장한 별초들이 사택의 대문을 부셨고 그 소리에 사택을 지키고 있던 호족의 사병들이 급히 검을 뽑아들고 튀어 나왔다.

“네놈들은 누구냐?”

버럭 소리를 질렀다가 서경 반란군의 갑주를 입은 무장을 보고 살짝 인상을 찡그렸지만 뽑았던 검을 다시 집어넣었다.

“무슨 일이시오?”

“이 사택의 주인이 내놓은 군량으로는 부족하네.”

서경 반란군 무장으로 위장한 별초조장의 말에 지방 호족의 사병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이 엄동설한에 군량미 100석이면 절대 적은 양이 아니요. 네 주군께서 난신적자 회생 놈을 철천지원수로 생각하시에 창고에 있는 쌀섬을 모두 내놓은 것이요.”

순간 사병장의 말에 서경 반란군 무장으로 위장한 별초조장이 눈썹을 씰룩거렸다.

“안 내놓겠다는 건가?”

“안 내놓는 것이 아니라 없는 거요.”

호족의 사병장도 인상을 찡그렸다.

“내놓지 않겠다면 찾아 징발할 수밖에.”

서경 반란군으로 위장한 별초조장이 앞으로 나섰고 그 순간 호족의 사병장이 앞을 막았다.

“멈추시오. 아무리 서경 혁명군이나 이는 너무하는 처사입니다.”

“뭐라? 지금 서경 혁명군에게 반기를 들겠다는 것인가?”

생트집이 분명했다.

“그, 그것이 아니지 않소.”

“분명 네놈들이 개경과 내통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뭐라 하셨소?”

지방 호족의 사병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니 내놓지 않는 것이지.”

그와 동시에 서경 반란군으로 위장한 별초조장이 급히 검을 뽑아 앞에 서 있는 사병장의 목을 벴다.서걱!

“커억!”

쿵!그 순간 지방 호족의 사병장이 앞으로 쓰러져 죽고 뒤에 있던 100여명의 사병들이 기겁해 검을 뽑았다. 허나 검을 들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무인이고 무사는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백성들을 핍박하며 검을 차며 허세만 부리던 사병들이라 힘없는 백성들에게는 가혹하나 실력 따위는 없는 것들이었다.

“조용히 한 몫 챙기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뒤져라!”

마치 누군가가 들으라는 듯 서경 반란군으로 위장한 별초조장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이 순간 이 지방 호족의 사택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는 어쩔 수 없이 노비로 살 수밖에 없는 힘없는 백성들일 거다.

“뭐라고 한 것이요?”

“모두 죽이고 창고를 뒤져라!”

서경 반란군으로 위장한 별초낭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와 동시에 별초조장의 뒤에 있던 서경 병사로 위장한 자들이 검을 뽑아들고 앞으로 튀어 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아아악!”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허세만 부리던 사병들의 거친 비명이었다. 이 광경을 누가 보고 듣는다면 군량미가 부족한 서경 반란군들이 군량미를 징집한 후에 사사로이 욕심이 나 지방 호족의 사택을 약탈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회생은 그걸 노리고 있었다.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회생 자신이 펼친 사병혁파에 의해 등을 돌렸던 지방 호족들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서경 반란군들에게는 등을 돌릴 거라는 것이라는 판단에 의해 행해지고 있는 일이었다.

회생은 사병혁파만을 강요했지만 지금 보이는 그대로가 소문이 일마만파로 퍼진다면 지방 호족들의 입장에서는 서경 반란군들은 지방호족들의 재물과 목숨 그리고 터전까지 빼앗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모두 죽여 입막음을 해라!”

이런 일이 밖으로 퍼져나가면 안 되기에 사택으로 들어선 서경 반란군으로 위장한 별초조장은 노비들이 들으라는 듯 소리를 질렀고 그 순간 놀란 노비들은 살기위해 사택의 담을 넘어 도망쳤고 그들을 쫒는 별초들은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별초조장이 차가운 미소를 머금었다.

“예. 알겠사옵니다.”

“저기 도망치는 놈이 있다. 저놈부터 베라!”

“예. 낭장나리!”

허나 검을 버리고 사병이 도망을 치면 가차 없이 베는 서경 반란군으로 위장한 별초들이었다. 지금 죽는 사병들의 죄는 회생이 사병혁파로 사병을 해산시켰을 때 스스로 해산하지 않은 죄를 묻는 거였다.서어억!

“아아악!”

도망치던 지방 호족의 사병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다 죽여야 한다.”

“예. 낭장나리!”

“곡식 창고를 찾아라!”

“예. 알겠사옵니다.”

“한몫! 그게 잡아보자. 하하하!”

서경 반란군으로 위장한 별초조장이 도망치는 노비들이 들으라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이제 저들이 도망치면 이곳에서 일어난 일은 일파만파로 퍼질 것이 분명했다.

‘되었다.’별초조장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바로 서경병사로 위장한 별초를 이끌고 지방호족이 있는 안채로 난입했고 그 안채에서는 검을 뽑아든 지방 호족이 분노한 눈동자로 서경 반란군으로 위장한 별초들을 노려보고 서 있었다.

“네 이놈들! 네놈들이 대의를 위해 거병하신 천종폐하의 대의에 먹칠을 하는구나!”

지방 호족이 크게 꾸짖듯 소리를 질렀다.

“대의는 무슨 얼어 죽을 대의!”

“뭐, 뭐라 했느냐?”

“내가 그냥 혼자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약탈을 하는 것 같나?”

사병 반란군으로 위장한 별초조장은 안채에서 인기척을 느끼고 그들이 들으라는 듯 크게 말했다. 사실 안채에는 이 급습에 놀란 지방호족의 어린 아들이 숨어 있었다. 허나 지금 보고 들은 일을 다른 지방호족에게 정확하게 알릴 정도의 나이는 되는 듯 했다. 그리고 지금 그것을 노리고 별초조장이 말하는 거였다.

“뭐, 뭐라 했느냐?”

“군량미를 100석을 내놓았다고 들었소.”

“그래. 나 역시 천종폐하의 높으신 대의에 동참했다.”

“이 엄동설한에 군량미 100석이 있다는 것은 탈탈 털면 더 많은 군량미가 나온다고 했소.”

“누가 그리 망발을 하더냐?”

“누구겠소?”

“네, 네 이놈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지방 호족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군량미 100석은 절대 작은 양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렇게 협조를 했는데 더 많은 것이 있을 거라고 약탈을 하라고 지시를 받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눈치였다.

“날 원망하지 마시오. 다 폐하의 대의를 위함이니.”

“뭐, 뭐라,,,,,,,.”

“문하시중께서 큰 뜻을 위해 어쩔 수 없는 희생도 있다고 하셨소.”

서경 반란군 무장으로 위장한 별초조장의 말에 지방 호족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내 그리 대령후를 도왔는데 이리 돌아온단 말이냐?”

“많이 가진 것이 죄라면 죄요.”

============================ 작품 후기 ============================추천이 너무 떨어지네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이네요. 글이 부족한 점이 있다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대체 역사 판타지는 역시 어려움이 있는 것 같네요.같은 꿈을 꾸다! 님의 인삼국지가 성공했다는 것은 정말 이 조아라의 전설인 것 같네요. 저도 다시 읽고 있는데 참 좋은 글이네요. 그분의 필력이 부럽기도 하고,,,,,,,.대체 역사 퓨전 판타지는 한계의 벽을 넘는 것과 아닌 것의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간웅은 제 생각으로는 딱 벽 아래에 있는 것 같네요. 결론은 추천 구걸이네요.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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