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56화 (356/620)

< -- 간웅 17권 서경 대전투 -- >여인은 온몸이 불타는 상태에서 절규했다. 정신적 충격과 육체적 고통이 그녀를 절규하게 만든 걸 거다.

전쟁이라는 것은 이리 잔인하다.또한 힘을 가지지 말아야 할 것들이 힘을 가졌을 때 가장 고통 받는 것은 역시 힘이 없는 민초들일 것이다.

그저 이미 죽어있는 촌무지렁이 남편과 불타 절규하며 죽어가는 여인은 운이 없었던 걸 거다. 허나 힘없는 민초들은 이렇게 항상 거친 폭풍 같은 변란이 일어날 때마다 운이 없고 힘이 없어 당하고 또 당하고 뭐 하나 남기지 못하고 누구하나 그 한을 풀어주지 않고 잊히게 된다.

이것이 현실이고 변란의 고통이며 힘없는 민초의 아플 일 것이다. 누가 있어 이들을 기억해줄까?또 누가 있어 이들의 한을 풀어줄까?그저 그들은 죽고 또 죽어가는 순간에도 자신들의 힘없는 삶만을 원망했을 것이다.

이후 이 불타는 여인을 기억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 누구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이 참혹한 일이 그리고 또 잊힐 일이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었다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아아악!”

여인은 고통에 겨워 비명을 질렀다. 불에 활활 타고 있지만 죽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절망스러운 눈빛으로 봤다.

세상을 변화시킬 또 하나의 존재들!그들이 지금 민초들이 아무 죄도 없이 무너지고 죽어가는 모습을 마치 자신들의 죄인 것처럼 보고 있었다.

“이놈의 세상 다 망해버려라. 다! 다 망해 버려라! 아아악!”

여인의 절규에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검은 옷을 있고 있던 중년의 남자가 지그시 감았던 눈을 떴다.불타는 초가!또 불타는 여인!죽어 있는 시체와 개의 가죽이 벗겨진 모습까지. 그 주변에 누렁이의 살점을 뜯으며 입가에 개기름을 묻히고서는 자신의 등장에 놀라 멍해 있는 악귀 같은 병사들의 모습까지.그리고 자신을 노려보며 검을 뽑아든 무장의 모습까지 모두가 야차이고 지옥 같았다.

“현세가 무간지옥이로세.”

검은 옷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그리 중얼거리며 여인을 보다가 여전히 지옥의 늪에 빠진 것처럼 활활 불타는 여인에게 다가갔다.저벅! 저벅!검은 옷을 입은 사내의 걸음은 무거웠다. 꽉 다문 입술은 마치 자신이 저 여인을 불태운 것처럼 죄책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내가 그대 대신 무간지옥으로 가지요.”

그 순간 몽둥이로 위장한 검 집에서 검을 뽑아 여인의 심장을 힘껏 찔렸다.슈욱!

“크윽!”

몸에 불이 붙은 여인이 검에 찔려 쓰러지며 검은 옷을 입은 사내를 봤다. 자신을 검으로 찔렀다는 원망 따위는 없는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다. 측은히 보는 사내의 눈빛이 담은 뜻을 아니 말이다.

“극락왕생하시오. 아미타불!”

짧게 합장을 하고 눈에 불똥을 튀여 여전히 활활 타고 있는 초가를 노려봤다.

“악귀가 또 사람의 탈을 쓰고 있구나! 사람이 악귀인 것인가? 악귀가 사람인 것인가?”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나직이 중얼거렸다.그리고 불타는 초가를 향해 한 발자국 성금 걸어 나갔다.

“이곳이 지옥이로세! 네놈들은 사라져야 할 야차인 것이야!”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분노한 듯 소리쳤고 불타는 여자를 놓친 무장과 병사들이 소리친 검은 옷을 입은 사내를 봤다.

“웬 놈이냐?”

무장이 검을 뽑아든 상태에서 소리를 질렀다. 서경 반란군이 자비 령으로 향하는 행군을 멈추고 설치한 숙영지.급히 올린 군막 안에는 대령후가 착잡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었고 그 옆에 서경 무장들과 조위총이 대령후의 눈치를 보며 대령후가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하시중!”

대령후는 조위총을 문하시중이라 불렀다. 자신을 천종황제라 칭했으니 조위총이 문하시중이 되어 있는 거였다.

“예. 황제폐하!”

“군량이 그리 부족한가?”

“송구하옵니다. 황제폐하! 급히 거병하였기에 준비하지 못한 것들이 많사옵니다. 그래도 군사물자는 서경 성이 비축한 것이 상당하게 있으나 군량미를 확보하기에는 출병 전까지 시일이 너무 촉박했나이다.”

“그래서 어찌 하겠다는 건가?”

사실 이 자리는 이미 대령후 몰래 시행하고 있는 군량미 징발에 대한 것을 보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였다. 그런데 이 자리의 성질이 참으로 모호했다.군량미 징발에 대한 대령후의 허락을 득하는 자리라기보다는 통보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렇기에 이리도 많은 서경출신 무장들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거였다.

‘개경과 다를 것이 없어.’대령후는 자신의 앞에 모여 있는 서경출신 무장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조위총을 봤다.

“우선은 충성스러운 지방 호족들에게 통문을 돌렸사옵니다. 그들이 황제폐하를 위해 많은 군량을 내놓을 것입니다. 그들 역시 무부들에 의해 국정을 농단하고 있는 개경에 대해 불만이 많사옵니다. 그러니 황제폐하의 대의에 동참할 것이옵니다.”

지방 호족들이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회생에 의해 누구도 하지 못한 사병혁파를 당한 지방호족들이었다. 또한 국법이 정한 것 이외의 추가적인 세금을 거두면 누구든 목을 벨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회생이었다. 또한 불법적으로 양민을 노비로 만든 지방 호족들을 색출해 노비가 된 양민들을 다시 양민으로 돌려놨고 그들의 죄를 증취한 회생이었다. 그러니 누리던 것을 다 잃게 된 지방 호족들은 중앙정부인 개경에 불만이 컸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을 주관한 회생에게 반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허나 대령후의 서경 반란군에게 군량을 내어준다는 것은 반역이라는 것을 모르는 지방 호족들도 없었다.

“그런가?”

대령후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그렇사옵니다.”

“내놓지 않겠다면?”

“그런 자들이 있다면 패악 무도한 개경의 무부들의 개이니 징벌할 것이옵니다.”

조위총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으음,,,,,,.”

“또한 백성들에게 군량미를 징발을 할 참이옵니다. 황제폐하!”

“징발?”

대령후가 바로 인상을 찡그렸다.

“예. 그리해야 할 것 같사옵니다. 징발한 만큼의 곡식대신에 증서를 줄 것이옵니다. 거병 후에 그 몇 배로 돌려줄 참이옵니다.”

“징발은 아니 되네. 그리했다가는 민심을 잃어. 민심을 잃는 것은 천심을 잃는 것이네.”

버럭 화를 내는 대령후였다.

“하오나 군량이 부족하여 어쩔 수 없사옵니다. 이미 겨울이옵니다. 남변에서 수확되는 곡물들은 개경에서 모두 통제할 것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백성들에게도 징발해야 합니다.”

“백성들이 내놓지 않는다면?”

대령후의 물음에 조위총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폐하의 지엄한 황명을 거부한다면 그건 개경 도당과 다를 것이 없사옵니다. 백성들은 폐하를 위해 이 거병을 위해 스스로 내놓을 것입니다.”

물론 이야기를 하는 조위총도 듣고 있는 서경 무장들도 그리고 대령후도 그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사옵니다. 폐하! 거병이 성공한 후에 폐하께서 진정한 고려의 황제가 되시면 10배 이상으로 갚아주면 되는 것입니다.”

무장 하나가 그리 소리쳤다.

“그대는 누군가?”

“황골대라 하옵니다.”

무장의 대답에 대령후가 조위총을 봤다.

“기마대를 지휘하는 장군입니다. 폐하!”

“그런가?”

“예. 폐하!”

조위총이 조심히 말했다.

“황골대 장군!”

“예. 폐하!”

“그대는 짐이 아직 진정한 황제가 아니라고 보는가?”

대령후의 말에 황골대가 자신이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고 기겁했다.

“황, 황제폐하 소장을 죽여주시옵소서. 소장이 어리석은 혀가 망발을 했나이다.”

“전장에서 적을 죽이고 죽으시게.”

그리고 다시 대령후는 조위총을 봤다.

“글도 모르는 백성들이 증서에 적힌 것을 알기나 할 것이라고 보시오?”

“모를 것이옵니다.”

“그런데 종잇조각 하나 주고 그들이 이 겨울에 식량을 내놓을 것 같소.”

“어쩔 수 없사옵니다. 황제폐하! 성심을 굳건하게 잡수시옵소서. 대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희생도 있는 법이옵니다.”

“그들이 식량을 빼앗기면 이 겨울을 버티지 못할 것이요. 아시오. 문하시중!”

“폐하께서 거병에 실패한다면 고려 역시 이 겨울을 버티지 못할 것이옵니다. 소신의 각고의 선택을 헤아려주시옵소서.”

“각고의 선택이라,,,,,,,,.”

대령후는 인상을 찡그렸다. 사실 대령후에게도 다른 대안이 없었다. 전쟁은 물자와 식량을 잡아먹는 괴물이다. 병력의 수적으로도 부족한 상태에서 병사들이 굶기까지 한다면 사기는 땅에 떨어질 거라는 것을 대령후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좋소.”

대령후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허나 사사로이 군량미 징발을 빌미로 짐의 백성들을 약탈하여 자신의 배를 채우는 무장이나 병사가 있다면 짐이 직접 그 배를 갈라 엄단할 것이요.”

“알겠사옵니다. 황제폐하!”

“짐이 거병을 위해 저지른 이 많은 죄를 어찌 갚을꼬.”

대령후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서경과 이북증원군이 사사로이 백성들의 재물과 식량을 약탈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사옵니다. 황제폐하!”

“그래야 하오. 민심을 잃으면 천심을 잃고 대의는 무너지게 되어 있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을 짐도 느끼나 절대 백성들의 재물을 약탈하는 자는 없어야 하오.”

“예. 알겠사옵니다. 황제폐하!”

군막에 모인 모든 무장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허나 이미 일부 무장들과 병사들은 거침없이 고려의 백성을 죽이고 약탈을 일삼고 있으며 백성들의 아내와 딸을 겁탈하고 있었다.

이것은 조위총의 입장에서는 군량미 징발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숯을 만진 놈이 손에 재가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짐이 이번 출정을 승리로 이끌고 어쩔 수 없이 눈물을 흘린 백성들을 모두 품에 않을 것이요.”

“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폐하!”

일제히 서경출신 무장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웬 놈이냐?”

불타는 초가 입구에는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사내들이 서 있었다. 그 둘 중 몇은 스님처럼 머리를 깎고 있었고 또 몇은 장발로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었다.

“네놈들은 야차구나!”

담담하면서도 무겁게 한 사내가 말했다. 허나 야차라고 말한 사내의 눈에는 살기가 감돌았다. 40대 후반의 남자!조금 전 온몸에 불이부터 고통과 함께 활활 타고 있던 여인을 단칼에 찔러 고통을 잠재워준 바로 그 남자였다.

“뭐라? 네 이놈들이! 죽고 싶어서 환장을 한 것이냐?”

“네놈들의 죄를 어찌 씻을 수 있을꼬?”

“네놈들은 중놈이구나! 죽고 싶지 않다면 썩 물러가라. 중을 베면 무간지옥에 간다고 하더라. 그러니 봐줄 때 가라. 절간에서 사리 뽑고 성불해야지. 객사하면 되겠느냐?”

불교가 숭상되는 고려라 인면수심의 무장도 승려로 보이는 저들을 죽이고 싶지 않다는 듯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다. 승려를 죽이면 억만 겹의 시간동안 무간지옥에 떨어진다고 들었으니 말이다.

“부처님께서 네놈들을 인도하실 것이다.”

“뭐라고?”

“무간지옥으로 말이다.”

40대 후반의 남자의 말에 검을 든 무장이 성큼 앞으로 걸어 나섰다. 그는 이미 죽음으로 향하는 첫발을 뗀 거였다.

“뭐라? 나를 지옥으로 보내겠다고?”

“네놈들이 아니면 누가 지옥에 갈까?”

“어디 한 번 보내봐라. 어리석은 중놈들! 그냥 못 본 체 지나가면 절간에서 성불 할 것인데!”

무장이 들고 있던 검에도 더러운 살기가 감돌았다. 이 순간 두 종류의 살기가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허나 분명한 것은 40대 후반의 남자가 뿜어내는 살기는 범인들이 뿜어내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의 기운이 있다는 거였다.

“네놈들의 악행을 징벌해야겠다.”

============================ 작품 후기 ============================하루에 3편씩 올리니 힘이 드네요. 몸살 기운도 있고 ㅠㅠ이러다가 다시 아플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목, 금은 한 편씩만 올리겠습니다. 하루에 3편씩 연재하려면 제가 새벽 2시가 넘어서 자야하거든요. 그리고 다음날도 출근을 해야 해서 힘이 드네요. 우선 기운 좀 차리고 나서 주말에 폭풍 연재를 해 보겠습니다. 또 기운이 없고 피곤하니 글이 살짝 산으로 가는 것 같기도 해서 목, 금요일은 1편만 연재합니다.

오늘 글은 좀 마음에 안 드네요. 추천 부탁드린다고 말하기도 그러네요. ㅠㅠ토요일 오후부터는 폭풍 연재를 하겠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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