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55화 (355/620)

< -- 간웅 17권 서경 대전투 -- >4. 그들이 혁명군이라고 하기에는 악행이 크고.대령후의 7만에 육박하는 반란군은 서경을 떠날 때 열혈한 환호를 받으며 남진을 시작했다. 허나 서경을 벗어나고 개경 황도로 접근할수록 그들을 반기는 환호는 원성과 처절한 절규로 번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들에 의해 계획된 거병이라기보다 회생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일어난 군대였기에 반란의 준비가 부족했고 또한 군량까지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서경 반란군은 이동을 하며 군량과 물자들을 현지조달이라는 명목아래 백성들에게 강탈했다.

소문은 바람을 타고 악취를 내 뿜으며 천리를 간다고 했다. 처음 서경 반란군을 환호했던 개경 이북과 자비 령 이북 지역의 백성들은 그들의 행동을 듣고 서서히 그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또 그것을 느끼는 순간 수억 마리의 메뚜기 떼처럼 몰려와 모든 것을 다 빼앗아갔다.

백성의 창고에 곡식이 있으면 징집이라는 말로 착취해갔고 말이 있으면 말을 끌고 갔다. 또 소나 돼지는 끌고 가서 잡아먹기 일 수였다. 그러니 누가 서경 반란군들을 반기겠는가?그리고 그들이 그런 만행을 저지르고 나서 백성들에게 주는 것은 알량한 종잇조각 하나였다. 물론 내용은 거병이 성공한 후에 고려 황실에서 몇 배로 갚아주겠다는 증서였다.

허나 그 증서가 굶주린 백성들의 배를 채워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게 뭐, 뭐래요?”

내년에 파종할 씨앗까지 빼앗긴 촌무지렁이 하나가 잔뜩 겁먹은 눈으로 위협적으로 창검을 들고 있는 무장과 반란군 병사를 보며 물었다.

“증서다.”

“그게 뭐래요?”

증서가 뭔지도 모르는 촌무지렁이였다.

“지금은 거병중이라 곡식을 차출해가지만 거병이 성공한 후에 고려황실이 10배로 갚아주겠다는 약조를 적은 조이다.”

무장이 거만하게 말했다.

“10배로 주시겠다는 말입니까?”

“그렇다. 지금은 모두가 어렵다. 그러니 충심을 다해 곡식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그 볍씨는 내년에 파종할 씨앗입니다. 쇤네와 쇤네의 자식 놈들도 아무리 배를 곯아도 먹지 못했던 겁니다.”

촌무지렁이가 통 사정을 하자 무장이 그를 노려봤다.

“지금 그래서 어쩌자는 것이냐?”

“살, 살려달라는 겁니다. 그것까지 가지고 가면 저희는 다 죽습니다. 벌써 삭풍이 부는 동짓달입니다. 이리 다 가져가시면 저희는 굶어죽습니다.”

“어쩔 수 없다. 거병을 위해 혁명을 위해서는 백성들도 희생해야 한다.”

피죽 한 번 제대로 먹어보지 못한 몰골을 한 촌무지렁이에게 너무나 잘 먹어 얼굴에 기름까지 흐르는 반란군 무장이 희생을 말하고 있었다.

“쇤네는 그런 거 모릅니다. 살, 살려주십시오. 그것만은 가져가시면 안 됩니다. 저희는 다 죽습니다.”

촌무지렁이가 무장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애원했다.

“놔라! 지금 천종폐하께 반역을 하겠다는 것이냐?”

촌무지렁이가 자신의 바지를 잡고 늘어지자 한발로 그의 어깨를 내려찍어버리는 반란군 무장이었다.퍼억!

“어억!”

“대의를 위한 거병이라고 했다. 고려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러니 희생은 필요한 것이다.”

무장은 그렇게 겁박하고 고개를 돌렸다.

“뭘 하는 것이냐? 저기 큰 누렁이도 살이 잘 올랐다. 징집해라.”

“예. 나리!”

비열한 눈빛을 보이며 병사 둘이 꽤나 커 보이는 개 한 마리를 끌고 가기 위해 목줄을 잡았다.

“크르릉!”

개가 미물이지만 지금 끌려가면 죽는 줄 알기에 으르렁거렸다. 물지도 못하고 그리 겁을 먹고 으르렁거리기만 하는 거였다.

“개까지 끌고 가면 어쩝니까?”

촌무지렁이가 발악을 하듯 소리쳤다.

“쇤네는 대의도 모르고 혁명도 모릅니다. 그냥 맘 편히 먹고 살게 해 주십시오.”

“뭐라?”

무장이 순간 화가나 검을 뽑았고 번뜩이는 검을 보고 촌무지렁이가 기겁했다.

“네 이놈! 위대한 서경의 거병을 조롱하는 것이냐? 네놈이 그러고도 살기를 바라는 것이냐?”

버럭 소리를 지르던 무장이 촌무지렁이의 목에 검을 가져다뎄다.

“나, 나리,,,,,,,.”

“죽고 싶은 것이냐?”

그때 허름한 부엌에 숨어 있던 촌무지렁이의 아내가 놀라 자신의 남편에게로 달려와 무장에게 싹싹 빌었다.

“살, 살려주십시오. 나리! 다 가져가십시오. 나리! 저희들의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바닥에 납작 엎드린 촌무지렁이의 아내가 애원을 하듯 눈물까지 흘리며 검을 겨누고 있는 무장에게 빌고 또 빌었다. 허나 그게 실수였다.힘없는 촌무지렁이가 데리고 살기에는 그의 아내가 꽤나 잘난 계집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살려줄까?”

순간 반란군 무장의 눈빛이 야릇하게 변했다.

“예. 살려주십시오. 나리! 뭐든 시키는 대로 할게요. 살려주십시오.”

“다 한단 말이지.”

“예. 다 하겠습니다.”

여자의 말에 다시 무장이 야릇한 미소를 보였다가 촌무지렁이를 봤다.

“우리가 이곳까지 오느라 객고가 많이 쌓였구나! 그 객고를 네년이 한 번 풀어주는 것은 어떠냐?”

반란군 무장의 말에 계집이 순간 파르르 떨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무장을 비롯해 10여명의 병사들이 자신을 야릇하게 보고 있었다.

“나, 나리,,,,,,,.”

“왜 그러느냐?”

“나, 나리 살, 살려주십시오.”

이제는 촌무지렁이가 앞으로 급히 나가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누가 죽인다고 하더냐? 그저 조금만 빌리자는 것이다. 싫으냐?”

무장이 촌무지렁이를 노려봤다.

“보시 중에서 가장 큰 보시가 몸 보시라고 들었다.”

무장이 그리 말하고 들고 있던 검을 힘껏 휘둘렀다.쉬웅!서어억!개경을 어지럽히고 황실을 기망한다던 무부들을 척살하고 응징하기 위해 힘껏 들고 일어선 검이 그것을 시작도 하기 전에 힘없는 백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순간 서경 반란군들의 만행은 은밀히 지켜보고 있는 자들이 있었다.

서경에서 7만에 육박하는 반란군이 남진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 지켜보고 있는 자들이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별초였다.

50여명의 별초들이 각각 5명씩 한 조가 되어 서경 반란군들의 남진을 염탐하고 있었던 거였다.

“저것들이 과연 고려의 무장입니까?”

몸을 숨기고 지켜보고 있던 별초 하나가 낮은 목소리지만 울분이 가득한 목소리로 자신의 조장에게 물었다.

“야차지.”

“저들이 저러고도 자신들의 거병이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지금은 12월이다. 갑작스러운 거병에 군량미가 부족할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저러는 것이지. 허나 저리해서는 안 되지.”

별초 조장도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저런 만행을 계속 저지른다면 주군께는 이로운 일이다.”

“그냥 두고 보고 계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어쩔 수 없다. 우리의 임무는 저들의 동태를 살피고 움직임을 파악해서 보고하는 것이다. 이런 만행에 분노해 검을 뽑는다면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지금 나선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저 부부를 구할 수는 있다고 해도 이런 일이 많은 곳에서 일어날 것이다. 그러니 나서면 안 되는 것이다. 이리 고통 받는 백성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주군께서 황제가 되시는 것이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사옵니다.”

“여기까지면 됐다. 물러나자.”

별초조장이 조심히 물러났고 나머지 4명의 별초들도 몸을 숨긴 체 그 만행이 일어나는 자리를 피했다.

“아아악!”

촌무지렁이가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졌고 그 모습에 여자가 기겁해 죽어버린 자신의 남편을 멍하니 봤다.그 순간 무장은 여자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허름한 초가로 개처럼 질질 끌고 갔다. 이 정도라면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분명 아닐 것 같았다.

“놔라! 놔라! 이 악귀 같은 놈들아! 놔라!”

번뜩 정신을 차린 여인이 비명을 지르듯 절규하듯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허나 사내의 힘에 끌려가는 것은 어찌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놔라! 놔라! 이 야차 같은 놈들아!”

발악을 하듯 질질 끌려가며 몸부림을 쳤기에 여자의 얇은 옷은 벗겨지듯 찢어졌고 그 모습을 음흉한 눈빛으로 보고 있는 병사들은 그저 킥킥거리며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그렇게 무장에 의해 여자가 초가 안으로 끌려 들어갔고 그 초가 안에서는 겁탈에 반항하는 여자의 몸부림과 절규와 그 여자를 고분구분하게 만들기 위한 매질하는 소리가 초가를 넘어 그 죽은 무지렁이의 집 담을 타고 사방으로 퍼졌다.

“킥킥킥! 오늘 또 회포 좀 풀겠구먼!”

“그런가?”

“그럼! 개경으로 가면 우리가 보지도 못한 절세미녀들이 차고 넘친다고 했어. 개경만 점령하면 몇 년이라도 풀을 수 있어.”

“그래? 그거 잘 됐군. 그거 참 잘 됐어.”

“우리 무장나리께서 검보다 그 짓(?)에서 더 용장이시니 꽤 시간이 걸릴 거야! 하하하!”

병사 하나가 초가를 봤다. 야릇한 그림자가 끝내 계집을 덮치는 것이 흐릿하게 보였고 바닥에 깔린 계집은 양팔과 양발로 발버둥을 치다가 모진 매질에 축 늘어졌다.

“킥킥킥! 그 짓(?)에 용장?”

“그래. 하하하!”

“그럼 꽤나 시간이 걸리겠군.”

“그래. 그럴 거야.”

“그렇다면 기다리는 것도 지루하니 솥단지나 거세.”

병사가 큰 개를 봤다.

“그것도 좋겠군.”

장창을 든 병사가 큰 누렁이에게로 다가가서 멍멍 짖고 있는 큰 누렁이의 배를 힘껏 찔렀다.수욱!

“깨앵!”

장창에 찔린 개는 크게 한 번 비명을 지르듯 짖고 푹 늘어졌다.

“하하하! 오늘 단 고기 맛 좀 보겠군.”

병사가 비열하게 웃으며 그리 말하고 이제는 축 늘어진 그림자를 한 없이 겁탈하는 무장의 그림자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아마 그 다음이 자신차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그리고 한참 후 초가의 문을 열고나서는 무장이 참으로 흉악한 미소를 보였다.

“너희들도 순번을 정해 회포를 풀어라.”

반쯤 열린 초가의 쪽문에는 피투성이가 된 계집이 죽은 듯 늘어져 있었다.

“예. 나리!”

“여기 단 고기가 익고 있습니다. 회포를 푸셨으니 드십시오. 역시 개는 황구입니다.”

“그래?”

“예. 푹 익힐 시간이 없어서 구웠습니다.”

“잘 했다. 그리고 일이 다 끝나면 알겠지.”

순간 무장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한두 번도 아닌데 걱정 마십시오.”

“그래. 알았다.”

그렇게 남편을 잃은 계집은 10여명의 반란군 병사들에게 온갖 겁탈을 당해야했다.

“네가 마지막이냐?”

“예. 제가 끝입니다.”

계집을 겁탈한 반란군 무장과 병사들은 죄책감 같은 것은 없는 듯 했다. 이렇게 전쟁은 사악한 법이다.

“그럼 입막음을 해라.”

“예. 나리!”

병사 하나가 개를 굽던 장작불 쪽으로 가서 잘 타고 있는 모닥불 하나를 들고 여전히 계집이 죽은 듯 겨우 숨이 붙어 있는 듯 쓰러져 있는 초가로 가 초가의 지붕에 잘 타는 장작 하나를 던졌다.지지지! 화화!그 순간 겨울이라 바짝 마른 초가지붕에 불이 붙었다. 그리고 다른 병사들도 모닥불을 초가에 던졌다.

능숙한 솜씨가 정말 이곳까지 오는 동안 수많은 악행을 저질러본 솜씨 같았다.

“잘 탑니다.”

역시 인면수심의 반란군 병사였다. 초가 안에 여자가 그대로 기절해 있는 상태인데도 저리 아무렇지 않게 말하니 말이다.

“그래. 잘 탄다.”

무장이 불타는 초가를 보며 순간 눈빛이 차가워졌다.

“입단속 잘 시켜야 할 것이다.”

“예. 무장 나리!”

“가자! 징집한 양곡을 받쳐야 한다.”

“예. 무장나리!”

병사들이 이제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그런 모습을 본 무장은 차갑게 웃었다.‘조금 더 내려가면 금붙이나 재물도 좀 수중에 넣을 수 있을 것이야.’그때 활활 불타던 초가에서 수도 없이 겁탈을 당했던 여인이 온몸에 불이 붙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왔다.

“아아악!”

무장이 순간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누구도 온몸에 불이 붙은 연인을 막지 못했다. 활활 타고 있는 불덩이가 되어 있으니 쉽게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여인은 불타는 몸으로 미친 듯 비명을 지르며 뛰다 초가 밖에서 어느 순간 지나가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 앞까지 푹하고 쓰러졌다.

“아아악! 지옥이다. 지옥! 이곳은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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