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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웅-353화 (353/620)

< -- 간웅 17권 서경 대전투 -- >

“예. 알겠사옵니다.”

그렇게 몇 번의 화살공격이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연주성에서는 더는 화살을 쏘는 궁수가 없었다. 모든 화살이 떨어진 거였다.

“적이 화살이 떨어진 것이다. 공격하라!”

그 말을 들은 반란군 병사들은 연주성을 노려봤다.

“돌격하라!”

와와 와와! 와와와!그 순간 일제히 반란군 병사들이 연주성 성벽으로 뛰었다.

“화살이 떨어졌사옵니다. 장군!”

연주성 무장이 절망적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외침에 김경희 장군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이빨이 없다면 잇몸으로 씹어야지. 물을 끓여라. 끊는 기름도 준비하라.”

“예. 장군!”

정말 김경희 장군은 이 연주성에서 모든 병사들과 옥쇄할 마음이 분명했다.‘내 오늘 여기서 죽는다.

’김경희 장군은 밀려드는 적을 노려보며 그리 다짐했다. 살고자 하는 다짐이 아니라 죽고자 하는 다짐이라 더욱 비장했다.

그리고 끝내 반란군 병사들이 성벽에 붙었다. 사다리를 걸고 충차로 성문을 공격했다.

구루루룽 끼익 꾸루룽!콰쾅! 쾅쾅!바퀴달린 충차가 연주성 성문을 충격했고 연주성 성문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계속 두드려라!”

“예. 교위나리!”

콰쾅! 콰쾅!충차가 계속 성문을 때렸다. 어쩌면 연주성 성문이 지금까지 버틴 것도 김경희 장군의 비장함 때문일 것이다. 이미 성문은 누더기가 되어 있으니 말이다. 티팅! 팅! 쾅쾅!

“다시 한 번 더 부딪쳐라!”

“예. 알겠습니다.”

연주성 궁수들에게 화살이 있었다면 충차를 끌고 밀고 있는 반란군들에게 화살을 먹였을 것이다. 허나 지금 쏠 화살이 없기에 속수무책으로 보고 있었다.

“젠장! 망할! 이래서는 아니되지비!”

건장하게 생긴 병사 하나가 옆에 놓인 돌덩이를 힘껏 들어 충차 아래로 굴렸다.그가 이리 성벽 아래로 돌덩이를 굴릴 수 있었던 것은 성벽이 거의 부서져서 난간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콰콰쾅!

“아아악!”

위에서 거대한 돌이 떨어졌고 그 돌에 깔린 병사는 비명을 지르며 피 떡이 됐다. 하지만 누구도 충차를 놓지 않았다. 두려움에 충차를 놓는 순간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무장들의 검이 적이 아닌 자신에게 휘둘려질 것을 반란군 병사들은 잘 알고 있었다.

“밀어라!”

“으차아아!”

“밀어라! 부셔라!”

“이차!”

콰콰쾅!그와 동시에 누더기가 되어있던 문이 버티지를 못하고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콰콰쾅!뻐쩍!

“문이 갈라진다.”

충차를 밀던 병사가 환호성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충차를 밀어붙이는 병사에게 기쁨 섞인 목소리로 독려를 하던 목소리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아악! 뜨거워!”

순간 성벽에서 뜨거운 물과 기름이 부어진 것이다.

“아악! 눈에 기, 기름이,,,,,,,.”

반란군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다시 울렸다. 그리고 그런 비명을 보며 연주성 무장 하나가 옆에 놓여 있던 횃불을 들었다.

“이미 부셔진 성문! 네놈들과 같이 태워주마!”

무장은 그리 중얼거리며 기름이 부어진 충차로 횃불을 던졌다.화화와! 화화화!

“아아악! 몸에 불이 붙었다.”

화화화! 화화화!순간 충차에 불이 붙고 불이 붙은 충차가 성문을 지켜주는 불타는 지물로 변했다.

“크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인간의 살이 타는 냄새가 순식간에 전장으로 풍겨나갔다.또한 문을 뚫기 위한 충차는 반대로 반란군의 성문 진입을 막는 장애가 되어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활활!잠시나마 이렇게 성문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이미 성벽을 기어오르고 성벽에서 전투를 버리는 반란군의 수가 꽤나 늘어났다.

정말 마지막 순간이 오고 있는 거였다.성벽의 한축이 무너졌다.

그와 동시에 일제히 반란군들이 성벽위로 난입했고 수적으로 완벽하게 밀리고 있는 연주성 병사들은 활을 버리고 검을 뽑아들어 막으려 했다. 허나 반란군들의 수는 김경희 장군의 연주성 병사들보다 다섯 배는 많았기에 뒤로 자꾸 밀리고 있었다.

서걱!

“아악!”

연주성 병사 하나가 반란군 병사의 검을 맞고 쓰러졌다. 여기저기서 쓰러지는 병사들이 늘어났다.

“물러서지 마라! 우리는 여기서 죽을 것이다.”

장검을 뽑아든 김경희 장군이 적을 향해 검을 찌르며 소리를 질렀다. 허나 반란군에 의해 밀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그리고 끝내 연주성 병사들의 저항의지는 꺾여가고 있었다.

“물러서지 마라! 역도들에게 연주성을 내어주지 마라.”

연주성 무장들도 피를 토하듯 소리를 질렀다.

“죽어라! 천종폐하의 명을 따르지 않는 네놈들이 역도다.”

반란군 무장이 검을 휘둘렀고 그와 동시에 연주성 병사의 목이 떨어졌다.성벽 한축이 완벽하게 뚫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완벽하게 뚫린 곳으로 김경희 장군이 혈혈단신으로 뛰어들었다.

“연주성 병사들이여! 그대들은 황제폐하의 충군이다. 싸우자! 연주성을 지키자.”

김경희 장군은 그렇게 소리를 질렀지만 이제 자신에게 죽음이 닥쳐오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황제폐하를 위해!”

김경희 장군이 우렁차게 소리를 지르며 반란군 무장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서걱!그와 동시에 반란군 무장의 목이 떨어졌다.

“저기 역적! 김경희가 있다.”

이제는 김경희 장군이 역적이 되는 순간이었다.

“역적 김경희의 목을 베는 자는 크게 상을 내릴 것이다.”

반란군 무장의 말에 상금에 눈이 먼 반란군 병사들이 장창을 힘껏 쥐고 김경희 장군에게 달려들었다.

“죽어라!”

김경희 장군에게 장창이 찔러졌다. 그 순간 김경희 장군은 옆으로 살짝 몸을 피하고 자신에게 장창을 찌른 병사를 향해 검을 힘껏 찔렀다.슈욱!

“으윽!”

쿨럭!병사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

“뭐하는 것이냐? 장군님께서 홀로 싸우고 계신다. 부끄럽지 않는가? 연주성 병사들이여!”

무장 하나가 절규하듯 소리쳤고 그와 동시에 뒤로 밀리던 연주성 병사들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시팔! 어디 한번 죽지 두 번 죽나!”

병사 하나가 장검을 힘껏 쥐고 수많은 적들에게 뛰어들었고 그것을 신호로 일제히 200여명의 연주성 병사들이 수천에 달하는 반란군들에게 돌격을 감행했다.

“여기서 죽지 뭐! 젠장!”

이 순간 이 연주성 병사들 중에 살길을 도모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죽어라!”

푸우욱!

“끄윽!”

힘을 얻었는지 연주성 병사의 창이 섬광처럼 빠르게 반란군 병사의 심장을 꿰뚫었다.이 순간 가장 용맹을 보이고 있는 것은 김경희 장군이었다.

그는 상처 입은 맹호처럼 사나웠고 그 무위는 가공했다. 김경희 장군의 앞에 있는 반란군들은 목이 떨어져나갔고 그 목에서 뿜어지는 피 때문에 김경희 장군은 이미 온몸에 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허나 그것도 잠시 인간은 지치는 법이고 지친 김경희 장군을 향해 반란군의 장창이 그의 옆구리로 파고들었다.수욱!

“으윽!”

신음을 하는 김경희 장군이었고 그 모습을 본 무장 둘이 급히 달려가 장창으로 찌르고 있는 적의 목을 베었다.

“장군! 괜찮사옵니까?”

“나, 나는 괜찮다. 적을 죽여라! 병사들을 독려해라. 이 성벽이 밀리면 정말 끝이다.”

“예. 장군!”

무장 둘이 짧게 대답을 하며 돌아섰다. 그 순간 김경희 장군은 더는 참지 못하고 비틀거리다가 성벽에 기대듯 쓰러졌다.

“으윽! 내 오늘 여기서 죽겠구나! 하하하!”

분명 고통에 겨울 것이나 김경희 장군은 호통하게 웃었다. 허나 분명한 것은 연주성은 이미 함락되고 있다는 거였다.

15일간 버틴 것만으로도 대단한 기적이 분명했다.3. 용장 타이모와 기마궁병의 대단한 위력!불타는 연주성이 내려다보이는 둔덕.다다닥! 다다닥!거친 소나기처럼 타이모 족장의 일천 속말말갈족 기마궁수들이 둔덕으로 급히 말을 달려 도착했다.

“멈춰라! 워워워!”

제일 앞에 선 타이모 족장이 우렁차게 소리를 지르며 왼손을 높이 들었고 그 순간 1천의 말갈 기마궁수들이 구름처럼 달려와 바위처럼 멈췄다.

“거의 함락 직전이옵니다. 족장!”

“다행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속말말갈 전사는 거의 함락되었다고 말을 했지만 타이모 족장은 반전의 기회가 있다는 듯 말했다.

“성 밖에 3천 정도가 있고 성벽 위에 1천 정도가 있다. 3천을 도륙한다면 연주성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어려운 것을 너무나 쉽게 말하는 타이모 족장이었다.그리고 타이모 족장은 말머리를 돌려 자신만을 보고 있는 1천의 속말말갈 전사를 봤다.

“내가 보이는가? 만주의 들개들이여!”

타이모 족장은 스스로 들개라 칭했다. 한없이 떠돌았으니 그리 스스로 부르는 것도 당연할 거다.

“예. 족장!”

“우리가 들개인 것은 떠돌기 때문이다. 나라가 없기 때문이고 지킬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떠돌고 들개가 되었고 오랑캐가 됐다. 허나 이제 우리는 지킬 것이 생겼다.”

타이모 족장의 말에 모두 다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예. 그렇습니다."

“지금은 다르다. 우리의 자식들에게 줄 수 있는 나라가 있다.”

“그렇습니다. 족장!”

“고려! 그 고려는 우리 자식들의 나라가 될 것이다.”

“와와와와! 와와와와!”

“우리가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를 알겠는가? 만주의 들개들이여!”

“예. 족장!”

“우리 어버이의 나라! 고려를 위해! 우리 자식들을 위해 검을 들어라!”

타이모 족장이 검을 치켜들었다.

“전구우우우운!”

순간 스스로 들개라 여기는 타이모 족장의 반란군이 승기를 잡은 전장을 향해 외쳐졌다.

“전속으로오오오오!”

그 순간 속말말갈족 1천의 전사들은 들고 있던 검을 모두 검집에 집어넣고 말 옆구리에 걸어둔 단궁을 꺼내 왼손에 들고 나머지 한 손으로 고삐를 잡았다.이것이 바로 기마궁병의 무서움일 거다.

“우리는 예맥이다. 돌격 앞으로오오오!”

스스로 예맥족 임을 자랑스러워한 타이모 족장의 돌격명령이 떨어졌다.

“으와아아아!”

“와와와 이랴!”

“이랴!”

속말말갈족 1천의 기마궁병이 일제히 함성을 높이며 달려 들어갔다.먹구름과 같은 질주였다. 당장이라도 죽음이라는 비를 뿌릴 것 같았다.

“뭐야 저건? 어디서 오는 기병들이야?”

오완용 장군이 후방에서 질주해 오는 1천의 속말말갈족 기마궁병을 보고 기겁해 소리쳤다.

“모, 모르겠습니다. 허나 달려오는 기세가 분명,,,,,,,,.”

부장이 놀라 말까지 더듬었다.

“적, 적이옵니다.”

오완용 장군이 인상을 찡그렸다. 허나 오완용 장군은 달려드는 적이 그리 두렵지는 않았다. 제대로 갑주를 차려 입은 놈이 없는 것부터 검 하나 휘두르지 않고 달려드는 모습이 가소롭기까지 했다.

“말갈의 오랑캐이군! 뭔가 주워 먹기 위해 어부지리를 승냥이처럼 달려왔군.”

“예?”

“썩은 고기를 먹는 승냥이 같은 놈이다. 막아! 크게 한 번 돌격을 하면 지레 겁을 먹고 도망칠 것이다.”

역시 자신만만한 오완용 장군이었다.

“예. 장군!”

“기마병을 보내!”

“예. 알겠습니다.”

공성전이라 놀고 있던 기마병들에게 공격을 명하는 오완용 장군이었다.두두두 두두두!제일 앞에서 말을 달리는 속말말갈족 전사는 놀랍게도 타이모족장이었다. 그리고 그만 기마병용 반달형태의 검을 치켜들고 달리고 있었다.

“조주우우운!”

거친 타이모 장군의 외침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자신들을 발견하고 달려드는 반란군 기마병들을 노려봤다.두두두두! 두두두!서로를 향해 달려들고 있으니 그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다.

“적이다. 시위를 걸어라!”

그와 동시에 일제히 말을 달리는 속말말갈족 기마궁병들은 달리는 상태에서 말고삐를 놓고 시위를 당겼다. 이것이 바로 기마궁병의 놀라움이었다.

“쏴라!”

타이모 족장의 명령과 동시에 일제히 1천발의 화살이 반란군 기마대를 향해 날아갔다. 검은 하늘에 그보다 더 검은 죽음이 수 놓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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