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7권 서경 대전투 -- >
“석포를 준비하라! 내 오늘 김경희 저놈의 목을 벨 것이다. 도도한 놈! 홀로 독야청청 해 봐라.”
“장군 고정하시옵소서!”
오완용 장군의 부관이 말했다.
“배알도 없는 놈! 그리 개경 놈들에게 무시를 당해놓고 개경의 개들을 위해 저리 충성을 한단 말이냐? 성의 백성들을 다 죽이면서 말이야! 평생 개경의 개로 살 놈이다. 뭘 하는 것이냐? 석포를 준비해라.”
“예. 장군! 알겠사옵니다.”
부장이 고개를 돌렸다.
“석포를 준비해라! 연주성을 공격할 것이다. 석포를 준비해라.”
“예. 알겠사옵니다.”
오완용 장군의 부장의 말을 들은 무장들이 석포를 쏘아 올리는 병사들을 다그치기 위해 돌아섰다.
“빨리 장전해! 시간이 없다. 어서 준비를 해라.”
“예, 알겠습니다. 교위나리!”
“이챠!”
“이야챠! 당겨!”
쫘아악!
“어서 당겨!”
“석포 장전이 끝났습니다.”
석포의 옆에 서 있던 병사가 소리쳤다.
“준비해!”
그와 동시에 짧게 명령을 내리고 지그시 입술을 깨무는 오완용 장군이었다.
“예.”
“쏴라!”
연주성 지휘 성루에는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은 김경희 장군이 멀리서 석포를 준비하고 있는 반란군들을 노려봤다.
“석포 공격을 할 것이다.”
“예. 알겠사옵니다.”
부장의 대답에 김경희 장군이 부장을 잠시 봤다.
“오늘 네가 살아남으면 내일 너와 다시 술잔을 기우리고 적과 싸울 것이다.”
“알겠사옵니다. 장군!”
“내 고집이 이 연주성 병사들과 백성들을 모두 죽이는구나.”
“무장이라면 당연히 그러셔야 했사옵니다. 저희는 따를 것이옵니다.”
“고맙다.”
“석포가 날아듭니다.”
그때 성벽에 서 있던 병사들이 절규를 하듯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지휘 성루에 서 있는 김경손 장군의 눈에도 거대한 돌덩이들이 날아드는 것이 보였다.
“젠장! 날아든다.”
“석포 공격이다. 반란군 놈들이 석포를,,,,,,.”
콰콰쾅! 콰쾅쾅!날아드는 석포 공격에 성벽에 서 있던 병사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고 한쪽 성벽은 석포에 맞아 무너져 내렸다. 우르릉! 쾅쾅!
“아아악!”
“아악! 큭! 아이고 오마니 나 죽소.”
“아아아악 으윽! 석, 석포다.”
겁에 질리고 절규하고 고통에 겨워하는 병사들의 모습이 가슴 아프기만 한 김경손 장군이었다. 쉬우우웅!
“다시 공격이다!”
거친 비명과 함께 다시 하늘에서 수십 개의 돌들이 떨어졌다.씨이이잉!
“하늘에서 돌덩이들이 떨어진다. 피해!”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누군가가 머리를 처박으며 외쳤다.콰콰쾅! 콰앙!
“아악!”
성벽에 작렬하는 바윗덩이들은 위에 올라서 있는 궁수들을 바닥으로 내동댕이쳐 버렸다. 결국 반란군의 석포 공격은 성벽 위의 궁수들을 노린 거였다.바윗덩이에 직격을 당해 짓이겨진 궁수들의 살점이 난잡하게 흩어져 있었다.
“장군! 명령을!”
부장이 소리쳤다. 사실 지금 명령 같은 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우리도 석포로 공격이다.
“예. 장군!”
부장이 크게 돌아섰다.
“석포를 준비해라! 우리도 갚아주자. 다 죽여주자.”
그때 병사들이 난처한 표정으로 부장을 봤다.
“돌, 돌이 없습니다.”
그 말에 부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날아든 돌을 다시 쏘면 되지 않느냐?”
“알, 알겠사옵니다.”
“투석기는 준비가 끝났나?”
김경희 장군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예!”
“그럼 석포를 쏘아 올려라! 나는 역도를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이 연주성과 산화할 것이다.”
굳은 결의가 가득한 외침이었다.
“젠장! 피해! 다시 날아온다.”
병사 하나가 절규하듯 소리쳤다.콰콰콰쾅!날아든 바위들은 여기저기 연주성 내부를 두들겨 댔다.
하지만 첫 공세에서 어느 정도 경각심을 가진 덕인지 처음과는 달리 피해가 적은 듯했다.콰쾅!한쪽 건물에 직격으로 날아든 바윗덩어리에 몸을 사리던 병사가 미친 사람처럼 외쳐 댔고 거대한 돌덩이를 맞은 성루 지붕은 구멍이 뻥 뚫려 무너졌다.
쉬이이잉!반란군들은 지겹게 석포 공격을 계속했다.
“다시 온다!”
날아드는 돌덩이를 보며 누군가 피를 토하듯 절규하며 머리를 처박으며 외쳤다. 허나 굳이 누군가 석포가 날아든다는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늘에서는 거대한 돌들이 마구 떨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콰과쾅! 콰앙!
“아악!”
연주성 성벽에 작렬하는 바윗덩이들은 위에 올라서 있는 궁수들을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버렸다. 연주성에서도 석포 공격을 준비했으나 워낙 많은 양의 돌덩이들이 떨어졌기에 파괴된 석포가 대부분이었다.
“장, 장군!”
“왜 그러는가?”
“석포가 모두 파괴되었습니다.”
“젠장!”
김경희 장군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망할! 하늘이 나를 버리시는 것인가?”
김경희 장군은 나직이 말했다. 허나 여기서 포기할 김경희 장군이었다면 처음부터 반란군들에게 대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궁수들은 정신을 차려라! 우리는 용맹한 연주성 무인들이다.”
김경희 장군은 일개 병사까지 무인이라고 했다.
“내 오늘 저 연주성을 함락하고 오만불손한 김경희의 목을 벨 것이다.”
오완용 장군이 소리쳤다.
“불을 붙여라!”
순간 오완용 장군의 입가에는 사악한 미소가 머금어졌다.
“다 태워 죽일 것이다. 나를 조롱해? 나를!”
오완용 장군은 김경희 장군의 얼굴을 떠올렸다.
“예. 알겠사옵니다.”
“불을 붙어서 쏴라.”
다시금 들려온 명령에 병사들은 헝겊에 불을 붙였다. 통나무에 기름을 먹어서 인지 순식간에 불이 옮겨갔다.
“끊어!”
석포 앞에 섰던 반란군 무장이 크게 소리쳤다.
“예. 알겠습니다.”
탕!그 순간 힘껏 도끼로 팽팽한 밧줄을 끊었다.화아아악! 화악!슈슈슉! 슈육!이제 노을이 피어나는 저녁으로 향하고 있었고 석포에서 쏘아 올려 진 통나무 불덩이는 마치 죽음의 유성 같았다. 그리고 하늘에서 날아드는 수십 개의 불덩이를 보고 연주성 병사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망할! 종간나 새끼!”
병사 하나가 욕을 했다. 그와 동시에 수십 개의 불덩이가 성벽으로 떨어졌다.
이런 공격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굳건히 잘 버티고 있었으나 김경희 장군도 이 연주성을 지키는 병사들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파파팍 파아아앙!허공에서 날아오던 불덩어리들이 성벽에 맞아 부서지며 사방으로 비산했고 그것은 연주성 병사들에게 더욱 큰 두려움이었다.
“아악!”
“불 좀 꺼줘!”
그렇게 연주성 병사들은 성벽에서 돌에 맞아 죽고 불덩이에 맞아 몸에 불이 붙어 죽었지만 누구하나 성벽 아래로 도망치는 자들은 없었다. 허나 이 순간 분명한 것은 오늘이 자신들에게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반란군 진영.오완용 장군은 연주성 성벽이 무너지고 성루가 불바다가 되는 것을 보며 화통하게 웃었다.
“이제 됐다. 이제 놈들의 기가 꺾였다. 진군시켜!”
드디어 성벽을 둔 근접전투가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예. 장군!”
“하여튼 독한 놈들이 분명하다. 내 여기서 보름을 허비하다니 다른 장군들은 벌써 공을 세웠을 것이다.”
“그럴 것이옵니다. 장군!”
“진격시켜! 오늘 끝을 내고 본대와 합류할 것이다.”
“예. 알겠사옵니다.”
부장이 오완용 장군에게 짧게 대답하고 돌아서서 뿔 나팔을 든 병사를 봤다.
“진군을 알리는 나팔을 불어라.”
“예. 부장나리!”
“북을 쳐라! 진격이다.”
뿌우우웅~ 둥둥! 둥둥~ 둥둥~드디어 진격 명령이 떨어졌다.그와 동시에 5천에 가까운 반란군들이 연주성을 향해 진격을 감행했다.척척척! 척척척!
“모두 진격하라!”
연주성 위에서 본다면 이 순간이야 말로 절망적인 순간일 거다.
“화살이 얼마나 남았나?”
김경희 장군이 소리쳤다.
“1000여발 남았습니다.”
이제 연주성은 화살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1000여발?”
“그렇사옵니다.”
“최대한 화살을 아껴야 한다.”
“예. 장군!”
“궁수들은 성벽에 붙어라!”
김경희 장군이 수성을 위해 드디어 명령을 내렸고 그와 동시에 200여명의 궁수들이 성벽에 붙어 적들을 노려봤다. 그들의 눈빛은 이 마지막 순간 반란군을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죽겠다는 그런 눈빛이었다.
“화살을 아껴야 한다.”
“예. 장군!”
궁수들의 조장들이 짧게 대답했다. 허나 그들에게는 아낄 화살도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화살 통이 거의 텅텅 비어 있으니 말이다.
“궁수 준비!”
구름처럼 몰려드는 반란군의 대군을 보며 김경희 장군은 장검을 허공으로 들어 올려졌다. 장검이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일제히 화살을 쏘라는 거였다. 그리고 궁수들의 옆에 있던 무장들도 모두 김경희 장군처럼 장검을 들어올렸다.
번뜩이는 장검들이 비장함이 감돌았다.진정한 용장 아래 그와 같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이 영광처럼 번뜩이는 장검이었다.
“장군!”
무장 하나가 김경희 장군을 불렀다.
“왜 그러느냐?”
“그동안 모셔서 영광이옵니다.”
“나 역시 그대들과 같이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김경희 장군은 마치 유언을 남기듯 말했고 무장들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고 궁수들은 모두 힘껏 활이 보름달이 되도록 시위를 당겼다. 또한 단 한발이라도 헛되게 명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구름처럼 달려드는 반란군들을 노려봤다.반란군들은 연주성 성벽에 가까워지자 군진이 흩어진 채로 달려왔고 성벽 위의 궁수들은 그들을 죽이고자 노려봤다.
꿀꺽!어디선가 두려움과 긴장감 때문에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 만큼 성벽 위는 고요하며 비장했다.
반란군 병사들을 겨누며 궁수들의 시위가 뒤로 팽팽히 당겨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쿵광! 쿵쾅!김경희 장군의 귓가에 자신의 뛰는 심장소리가 들렸다.
“기다려라! 아직 이다.”
김경희 장군은 궁수들에게 기다리라고 말했다. 진격하는 반란군과 성벽의 거리는 300보 정도로 가까워졌다.
“더 기다려라! 아직 아니다.”
그리고 김경희 장군이 기다리라고 외칠 때마다 궁수들은 더욱 힘껏 활의 시위를 당겼다.
“200보다.”
김경희 장군은 거리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눈빛은 먹잇감을 쫒는 맹수와 같아 보였다. 반란군의 병사들은 성벽으로 점점 가까워져 오면서 김경희 장군의 눈에는 광기마저 감돌았다.
“150보다.”
150보는 활의 지근거리였다. 그 순간 김경희 장군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지금이다. 쏴라!”
그와 동시에 허공에 들려있던 장검이 반란군을 향해 겨눠졌다. 번뜩이는 장검의 검 날이 적의 심장을 찌르듯 힘껏 그렇게 앞에 적이 있는 찔려진 것이다.
“쏴라!”
일제히 무장들이 소리를 질렀다.
“쏴라! 반란군을 죽여라!”
티팅! 티티티팅!슈욱! 슈슈슈슉! 슈슉!순간 허공을 매운 화살이 반란군 병사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퍼퍽!
“아악!”
히히이잉!병사들의 비명소리와 말울음 소리가 사방으로 퍼졌다.
“아아악!퍼억!철퍼덕!일제히 쏟아진 화살은 적을 향해 날아들었고 꽤나 많은 피해를 입혔다. 방패를 든 반란군 병사들은 방패로 막는 자들도 있었으나 방패가 없는 병사들은 화살 공격을 그대로 몸으로 맞아야 했다.
“아아악!”
“화살 공격이다.”
반란군 병사 하나가 크게 소리치며 진군을 멈췄다.
“멈추지 마라! 진격하라.”
“멈추지 말라고 했다. 만약 멈추는 자는 목을 벨 것이다.”
말을 탄 무장들이 진격을 독려하기 위해 소리쳤다.============================ 작품 후기 ============================댓글 주세요. 추천 주세요. 쿠폰도 주시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