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7권 서경 대전투 -- >2. 연주성 대전투!서경성 남쪽 성루.두두두! 두두두! 서경 성 남쪽 성문이 활짝 열리며 기마병이 주축이 된 선발대 5천이 선두에서 진군을 시작하며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소리가 북소리처럼 요동쳤고 그 뒤를 황금갑주를 차려 있고 황금투구를 쓴 스스로 천종황제라 칭한 대령후가 은빛 갑주를 입은 조위총의 호위를 받으며 개경 견룡 군과 똑같은 복장을 한 호위 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남진을 시작했다. 스스로 천종황제라 칭한 대령후는 자신이 진짜 고려황제라 되는 듯 이리 견룡군까지 갖춰놓고 있었다.
이것은 자격지심의 발동일 거다. 스스로 진정한 고려의 황제가 아닌 것을 알기에 자격지심에서 나온 행동일 거다. 그리고 뒤 따르르는 6만의 대병들은 오직 개경을 점령하기 위해 이동했다.
이제 그들에게 이 순간은 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은 거였다.이번 거병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역적이라는 불도장을 이마에 찍고 자자손손 후손들이 역도의 자손이라는 조롱을 받으면 인간이하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황제폐하 만세!”
“서경 혁명군 만세!”
성벽 위에서 남진을 하는 대령후를 황제라 칭하며 만세를 불렀고 그 순간 대령후가 멈춰 말머리를 돌려 성벽을 보며 자신에게 만세를 부르는 병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줬다.
“짐이 꼭 개경을 정벌할 것이다.”
대령후는 조위총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예. 그리되실 것이옵니다.”
“정말 아무런 반발이 없어 다행이네.”
대령후가 성벽 위에서 물끄러미 남진하는 대군을 보고 있는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을 보며 말했다.
“그렇사옵니다. 반발을 할 줄 알았는데 순순히 따르는 것을 보고 소신도 놀랐사옵니다.”
이 말의 뜻은 만약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이 반발을 하고 거부를 했다면 항명을 목을 베었을 거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했다.
“문하시중은 왜 그렇게 최창평을 경계하나?”
“서경 이북의 족속들은 거칠게 살아 오랑캐들과 다를 것이 없사옵니다.”
조위총이 나직이 말했다.
“오랑캐와 다르지 않다?”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털가죽 옷만 입혀 놓으면 말갈 놈과 다르지 않습니다. 거칠고 무식하고 무도한 놈들이 바로 서경 이북 놈들이옵니다.”
개경이 서경을 무시하듯 서경은 이북이라고 불리는 북변 근방이 사람들을 무시했다. 허나 그 무시 속에는 두려움이 잔존해 있을 것이다.개경 황도가 서경을 두려워해 핍박하는 것처럼 서경도 북변 근방의 담대함을 두려워해 이리 무시하고 폄하시키는 거였다. 이것이 고려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대는 북변사람들을 두려워하는군.”
역시 예리한 면을 보이는 대령후였다.
“소신이 말이옵니까?”
조위총이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래. 그럴 것이네.”
“아니옵니다.”
“개경은 서경을 두려워하지. 그래서 더 크지 못하도록 핍박을 하는 것이고 그렇게 본다면 다를 것이 없지.”
“아니옵니다. 황제폐하!”
“아니면 좋겠네. 허나 그대가 해준 말을 내 잘 유념하겠네.”
지금 누가 뭐라고 해도 서경 반란군의 주력은 조위총의 서경 군이라 대령후는 조위총의 눈치를 보는 듯 말했다.
“감사하옵니다. 황제폐하!”
“이번 거병이 성공을 하면 짐은 그대에게 왕 씨의 성을 내리고 대전벽상 공신으로 정할 것이네. 개경공 어떤가?”
대령후의 말에 조위총이 놀라 대령후를 다시 봤다.
“개, 개경공이라 하셨습니까?”
고려는 중국의 5등작제인 공(公) ·후(侯) ·백(伯) ·자(子) ·남(男)을 근본으로 해서 이들 특유의 명칭에다 8등작제를 확대해서 사용했다. 즉, 공 ·후 ·국공(國公) ·군공(郡公) ·현후(縣侯) ·현백(縣伯) ·개국자(開國子) ·현남(縣男)이라 해서 모두 중국 5등작제의 명칭을 땄으나, 후(侯)와 백(伯) 사이에 국공 ·군공 ·현후 동 행정구역의 명칭이 따른 세 작위가 낀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거였다.
이는 작위에 따라 지급하기로 되어 있던 식읍의 규모와 관련이 있다. 그 예로는 최씨 무신정권을 개창한 최충헌(崔忠獻)이 후작에 봉해지고 진강군이 그의 식읍으로 내려졌다.
진강군에서 징수된 전조(田租)와 공부(貢賦)는 모두 진강후인 최충헌의 것이 되는 거였다.다시 말해 고려를 손에 진 최충헌도 진강후였다는 거다.
물론 조위총이 최충헌을 알 턱이 없겠지만 자신에게 고려최고의 작위인 공(公)을 내리겠다는 대령후의 말에 놀라는 거였다. 사실 고려에서 공에 봉해진 인물은 몇 되지 않았다.
더욱이 왕 씨의 성이 아닌 자가 공이 된 것은 경순왕이었던 정승공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만약 거병에 성공한다면 조위총이 공이 대는 것이다. 개경공이 되는 거였다.
신라를 통째로 들어 태조께 받친 경순왕은 정승공이 되어 낙랑공주와 결혼했고 유화궁을 하사받으며 정승공이 되어 식읍으로 경주를 받아 경주 사심관이 됐다. 이건 다시 말해 조위총이 개경 사심관이 된다는 말이었다.
“정승공이 경주를 식읍으로 받았으니 내 그대에게는 개경을 식읍으로 주지.”
이미 대령후는 서경천도를 천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개경을 조위총에게 식읍으로 내리겠다고 말했다.식읍!식읍은 국가에서 왕족·공신·봉작자 등에게 지급하던 일정한 지역을 말한다.
삼국시대부터 조선 초기까지 존속했으나 시기에 따라 그 성격에 차이가 존재했다. 식읍은 본래 고대국가가 주변 소국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피정복지역을 민호수를 헤아려서 공로자에게 주는 제도였다.
이것은 통치권 자체를 준 것은 아니나 그곳의 조세뿐 아니라 요역의 징발권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그 지역 민호에 대한 적지 않은 지배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식읍을 받은 자들은 자신의 특권을 이용하여 많은 토지와 노비를 차지하게 되었으며 해당 지역에 자신의 지반을 닦고 세력을 뻗쳤다.
이런 것들 때문에 조위총이 놀라고 있는 거였다.아무리 거병이 성공한 후에 서경으로 천도를 해도 고려 경제의 중심은 개경일 것이다. 그래서 놀라는 조위총이었다.
“개, 개경을 말이옵니까?”
“그래. 그대가 짐에게 이 고려를 받치는데 짐은 당연히 개경을 줘야지. 안 그런가? 개경공!”
생각이상으로 조위총을 위하고 있는 대령후였다. 과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다. 또한 밝은 웃음 뒤에 숨겨진 것은 언제나 밝지 않은 것들이 많은 법이다.
“황제페하! 황공하옵니다.”
“짐의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네.”
“황공하옵니다. 황제폐하!”
“가세. 자비 령을 취해야 고려가 보이네.”
대령후가 다시 말머리를 돌렸다.대령후가 남진하는 모습을 남쪽 성루에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이 보고 있었다.
“도독 이것은 너무한 처사이옵니다.”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의 부관이 아무 말도 없이 찬찬히 대령후의 남진을 지켜보고 있는 최창평에게 말했다.
“뭐가 말인가?”
“이북 40개성이 누구를 따른 것이옵니까?”
“당연히 대령후시지.”
“그리 생각하십니까? 소장은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북 40개성은 개경의 멸시와 천대를 벗어나기 위해 도독을 따른 것이옵니다. 그런데 도독을 이 서경 성에 남겨두고 남진을 하다니요. 이건 말이 안 되옵니다.”
“세상에 말이 되는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 말이 안 되는 일이 일어나니 세상사인 거지.”
“억울하지도 않사옵니까? 거병이 성공하면 모든 공은 난신적자 조위총의 가져갈 것이옵니다.”
“거병이 실패하면 다 같이 죽겠지.”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이리 성을 지키고만 있으라니요. 조위총은 문신입니다. 병법도 모르는 자이옵니다. 그에 반해 도독께서는 대장군이십니다. 또한 안북도호부의 수장이시옵니다. 어찌 폐하께서 도독을 멀리하시는 것이옵니까?”
“대령후께서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
최창평 도독의 부관이 지금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북도호부 최창평이 이 성루에 올라온 후에 단 한 번도 스스로 천종황제라 칭한 대령후를 폐하라 하지 않고 있다는 거였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옵니다. 2만의 병력이옵니다. 지금 도독께서는 그 병력을 조위총에게 다 빼앗기신 것이옵니다.”
“어쩔 수 없었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다 어쩔 수 없는 일이네.”
“예?”
“저들의 남진이 성공할 것이라고 보는가?”
순간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최창평 도독이었고 그 말에 그의 부관이 놀라 주위를 살폈다.
“도독!”
“누가 들을까 겁이 나는가?”
“그렇사옵니다. 도독!”
“저들의 남진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야!”
최창평 도독이 그리 말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예?”
“서경의 군대와 이북 40개성에서 증원된 병사들이 용맹하다고는 하나 한주먹이 열 주먹을 이기지 못하는 법이지. 서경의 군사는 저들이 다 라는 거네. 쥐어짜고 나온 전부지. 그에 반해 남변을 비롯한 황도 및 교주도에는 병사로 쓸 인력이 많지. 급하면 노비들에게 검을 줘서 노군이라고 하면 되니 이길 수 없는 전쟁이네.”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의 말에 부관이 기겁한 눈빛으로 다시 봤다.
“그, 그 사실을 아시면서 어찌 이 폐하의 거병에 동참하신 것이옵니까?”
“아니 하면 어찌 되겠는가?”
그의 말에 부관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연, 연주성처럼 될 것이옵니다.”
“그래. 내가 비록 겨우 도독이나 나를 따르는 안북도호부 백성들을 사지로 몰수는 없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동참한 것이네. 그래서 내가 말하지 않았는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 세상사라고.”
다시 한 번 최창평 도독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알, 알겠사옵니다. 그런데 이제 어찌하옵니까?”
“각자도생!”
“예?”
“각자 살길을 찾아야겠지.”
최창평은 의미심장한 말을 하면 자비 령으로 향하며 멀어지는 황금투구를 쓴 대령후를 보며 다시 한 번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었다.‘하늘의 뜻이 그대에게 없는 듯 합니다.’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6만 5천의 반란군들이 모두 서경 성을 빠져 나갔다.
“이제 성문을 닫아라! 나 안북도호부 도독 최창평이 이곳을 지킬 것이다.”
“예. 도독!”
남진을 하고 있는 대령후의 군단.그들이 가는 고을마다 백성들이 나와 천종황제라 스스로 칭한 대령후을 보며 만세를 불렀다.
“천종황제폐하! 만세!”
“천종황제 폐하! 만만세!”
“황제폐하! 부디 무도한 개경을 정벌해 주소서.”
“무부들을 죽여주시옵소서.”
“서경을 무시한 놈들을 다 죽여주시옵소서. 천종페하!”
동원된 백성들이라고 하기에는 그들의 외침이 간절한 것 같았다. 이건 다시 말해 황도에서 얼마나 모질게 서경과 서경 이북의 백성들을 멸치하고 천대했는지 잘 보여주는 증거였다.
“천종폐하 만세!”
백성들의 만세 소리에 대령후는 고무된 상태였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 했사옵니다.”
조위총이 대령후의 옆에서 말을 몰며 아첨을 하듯 말했다.
“그렇지. 민심이 천심이지. 이것만 봐도 개경의 위정자들이 얼마나 실정을 했는지 잘 알 수 있다. 또한 무부들에게 놀아나서 허수아비가 된 황실이 얼마나 무능한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사옵니다. 폐하!”
“짐이 이제 곧 자비 령을 점령하고 개경으로 남진하여 패악 무도한 무부들을 응징하며 하늘의 저버린 황제를 폐위시킬 것이다. 그리고 무너진 황실과 황권을 바로 잡을 것이다.”
“예. 황제폐하! 소신이 황제폐하의 크신 대의를 이루는 길에 밑거름이 되겠나이다.”
“짐은 그대를 믿을 것이다.”
“예. 믿으셔도 될 것이옵니다. 서경 군의 주축은 기마병이옵니다.
비록 서경의 군대와 이북 증원군이 개경의 무부들의 잡졸들에 비해 몇 만이 적다하나 1천의 기병이 능히 1만을 상대할 수 있다고 하옵니다. 서경이 거느린 기병이 도합 5천이니 5만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러니 충분히 개경 무부들의 잡졸들을 괴멸시킬 수 있을 것이옵니다.
”
“옳다. 그래야 할 것이다.”
“그렇사옵니다. 또한 개경에 대해 예전부터 서경과 이북의 성민들은 원한이 많사옵니다. 악밖에 안 남았기에 죽기로 각오하고 싸울 것이옵니다.”
“짐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다면 짐이 대의를 이루고 서경으로 천도를 할 것이다. 그리 된다면 고려의 중심이 서경이 되는 것이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가자! 남진이다. 이제 자비 령을 넘고 황도로 짐이 진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