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49화 (349/620)

< -- 간웅 17권 서경 대전투 -- >자비 령에 긴급히 진을 설치한 악비군 장수 왕평달은 3천의 군사를 이용해 충분히 몇 만의 군사를 막을 수 있는 협곡과 목에 병력을 배치했다.

지금 진을 치고 길목을 잡은 상태라면 10만 이상의 병력을 막을 수 있는 형국이었다.

“목을 잘 잡아도 충분히 대군을 막아낼 수 있지.”

왕평달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수색을 나간 악비군 정찰조를 기다렸다.

“진군이 늦어진 것인가? 아니면 이 자비 령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인가?”

고려 중앙군들이 왜 이 자비 령에 진을 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왕평달이었다. 차실 처음 이 자비령 일대에 고려 중앙군이 없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갸우뚱거린 왕평달이었다.병법을 조금이라도 아는 자라면 이곳을 버리지 않았을 것인데 말이다.

“배수의 진을 친 것도 아니고 만약 배수의 진을 쳤다면 자비 령을 넘어 앞쪽 평야에 진을 쳤을 것이다.”

왕평달은 지금 적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었다. 허나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니 절대 왕평달은 회생이 생각하는 것을 생각해 낼 수가 없었다. 누가 자비 령을 그냥 넘겨줄 생각을 할 수 있겠나. 또한 금적금왕의 계략이 만약에 실패를 한다면 이 자리령 전태를 활활 태울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단 말이야!”

적의 행동이 파악되지 않는 것만큼 답답한 것은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전방으로 정밀 수색을 나간 악비군 정찰조들이 돌아왔다.

“다녀왔습니다. 장군!”

악비군 정찰조들이 왕평달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적은 어디에 있느냐?”

“적은 자비 령 앞 평지에서 진을 구축했습니다. 우선 방어를 할 생각인 것 같사옵니다.”

악비군 정찰대의 말에 순간 어이가 없어진 왕평달이었다.

“뭐라? 자비 령 앞 평지에 진을 구축했다고?”

“그렇사옵니다. 급조된 방어진이기는 하나 꽤나 세밀하게 방어를 준비하고 있사옵니다. 서경과 이북의 기마병들을 막기 위한 방어진 같아 보였사옵니다.”

“어리석은 것인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인가?”

“아무리 봐도 서경을 공격할 의사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악비군 정찰대 무장이 조심히 왕평달에게 말했다.

“공격할 의사가 없다?”

“그렇사옵니다. 곧 겨울입니다. 삭풍이 몰아치는 상태에서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경으로 공격한다면 추운 날씨 때문에 후퇴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 같습니다. 1차적으로 자비 령 아래에서 막고 후일을 기약하는 것 같사옵니다.”

“후일을 기약한다?”

“그렇사옵니다. 저희도 개경에 간자들이 있든 그들도 서경에 간자들이 있을 것이옵니다. 서경에서 일어난 거병이 바로 개경으로 공격한다는 것을 알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선은 막는다?”

“그렇습니다. 소인의 눈에는 그리 보였습니다.”

“날씨 때문이다? 혹한이 두렵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장기전으로 돌입하면 그들이 유리하니까.”

왕평달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들이 유리하다니요?”

“그들은 그리 생각을 하는 것이다. 등주에 주둔해 있는 악비군의 존재를 모르고 또한 대령후가 요동에 원병을 청할 거라는 것을 모르고 있으니 시간을 벌어 장기전으로 간다면 자신들이 유리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삭풍이 몰아치는 이 12월에 더는 공격할 생각이 없는 거다.”

왕평달은 그리 결론을 내렸다.

“그럴 것이옵니다.”

“허나 그들은 오판을 하고 있다. 장기전으로 돌입하면 대령후가 유리하다.

등주에 7천의 악비군이 곧 전령선의 공격명령을 받고 벽란도로 진군해 개경과 이곳의 허리를 끊을 것이고 7만에 육박하는 대군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들 것이다. 또한 북변 정도를 내주겠다고 약조를 한다면 요동의 금나라 기마궁병을 이끌고 대한무극이 남진을 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없어.”

“그럴 것 같사옵니다. 그런데 장군!”

순간 악비군 정찰대의 눈빛이 반짝였다.

“왜 그러느냐?”

“이곳에 10만의 대병이 방어진을 구축했습니다.”

“그래서?”

“그렇다면 개경은 비어 있을 것이옵니다.”

악비군 정찰 무장의 말에 왕평달도 고개를 끄덕였다.

“무주공산이옵니다. 자비 령을 우회하여 공격한다면 충분히 큰 전공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 그것도 하나의 수가 되지.”

말은 그렇게 해도 왕평달은 악비군 정찰 무장의 말을 들어주지 않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허나 그건 우리 악비군의 피해도 상당하게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곧 벽란도로 진격을 해 올 것이다. 우리는 겨우 3천이다. 이 자비 령을 버리고 우회해서 공격할 필요가 없다.”

“하오나!”

“이것이 우리의 전장이라면 나는 어떠한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우회하여 적의 심장을 노릴 것이다. 허나 이 전쟁은 대령후와 고려의 전쟁이다. 우리는 그저 대령후를 지원하는 것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대령후는 황실에서 많고 많은 부마도위 중 하나일 뿐이다.”

왕평달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예. 장군!”

“또한 고려군이 마음을 바꿔 이 자비 령을 우리가 비운 상태에서 점령하게 된다면 뒤에서 진격해 올 대령후의 본진이 더는 진격하지 못하고 발목이 잡히는 것이다. 네가 제안한 계책은 상책 중에 상책이나 이 상황에서는 중책에 불과하다.

우린 이 자빌 령을 지킨다. 그렇게 지키면 곧 등주에서 7천의 악비군이 벽란도로 진격할 것이다.”

“알겠사옵니다. 장군!”

“요소요소에 진을 구축하라. 이 자비 령을 지킬 것이다.”

“예. 장군!”

악비군 정찰 무장이 군례를 올리고 사라졌다.

“고려 중앙군에는 책사가 없고 병법을 아는 자가 없군. 이리 안일하게 대처를 하다니 진정 하늘의 뜻이 대령후에게 있단 말인가?”

대령후가 고려의 황제가 된다면 악비군은 이 고려에서 힘을 비축하여 다시 남송으로 세를 넓힐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송의 대장군 악비는 송을 호령하는 대군벌(大軍閥)이었으나 무능한 고종과 난신적자의 표상인 재상 진회에 의해 살해된 후 악비군은 쫒기는 신세가 됐다. 그리고 이리 비밀결사조직이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힘을 비축할 곳이 필요했고 그리고 선택한 것이 바로 고려였다.

그들에게 고려는 그 이상의 이하의 존재도 아닌 거였다.

“대령후도 우리를 완벽하게 동지로 생각하고 있지 않지. 그러니 요동에 원병을 청한 걸 거고.”

왕평달은 인상을 찡그렸다. 이것이 바로 대령후의 최대 약점일 거다.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집단을 모아놓은 것이 바로 대령후의 군대이니 말이다.북변 갑산 인근. 요동으로 원병을 청하기 위해 말을 달렸던 서경 반란군 무장들이 쉬고 있었고 그들의 위치를 파악한 북변 갑산군들은 별초조장의 명령을 받고 그 야산을 포위해 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모닥불을 피우며 추위를 견디고 있는 그들을 어둠속에서 노려보며 별초들과 회생의 북변 갑산군들이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건 한 마디로 맹호가 토끼를 잡을 때도 이리 신중하게 잡는 것처럼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있는 거였다. 그도 그럴 것이다.

만약 저들 중 하나라도 놓친다면 요동으로 달려갈 것이고 그것은 곧 15만이나 되는 요동의 기마궁병이 남진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부스럭! 부스럭!작은 소리도 크게 들리는 고요한 순간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별초조장은 인상을 찡그리며 쉬고 있는 서경 반란군들을 살폈다. 그래도 다행히 저들은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다녀왔습니다.”

회생의 북변갑산군 무장 하나가 조심히 몸을 숙이며 말했다.

“일을 망칠 생각이냐?”

“예?”

“저것들이 긴장을 풀고 있기에 망정이지. 긴장을 하고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면 네놈이 낸 소리에 바로 주위를 살폈을 것이다.”

“죄송하옵니다.”

“어찌 되었나?”

“이 야산을 모두 포위했사옵니다. 그리고 제가 이끌고 온 병력이 100여명 정도 되옵니다.”

“별초와 합하면 충분하겠군.”

“그렇사옵니다.”

“좋다! 시작한다.”

별초조장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에 단검 두 자루를 물고 짐승처럼 네발로 기어 앞으로 이동했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도 별초들이 그렇게 한 마리의 토끼를 쫒은 호랑이처럼 앞으로 이동했고 그 모습을 본 회생의 북변 갑산군은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적들의 도주를 1차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주변을 포위하며 앞으로 이동해 들어섰다.

“역시 이놈의 북변 땅은 사람 살 곳이 아니야.”

“맞아! 이런 곳에는 오랑캐나 사는 곳이지.”

서경 반란군 무장들이 북변 갑산의 추위에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사실 그들의 감각이 둔해진 것도 추위 때문일 거다. 또한 동상을 막기 위해 동물의 털로 귀마개를 하고 있기에 소리가 작게 들리는 거였다.

“조금만 더 쉬고 이동하자.”

서경 반란군 무장들 중 책임자 같은 무장이 나직이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압수다. 그곳만 넘으면 바로 요동이다. 절대 발각되거나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될 것이다.”

“예. 알고 켁!”

그 순간 대답을 하던 무장 하나가 날아든 비수가 목에 박혀 켁거리며 목을 부여잡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뭐야?”

“웬 놈이냐?”

서경 반란군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들었다. 쉬웅!퍼어억!

“으악!”

이번에는 가슴에 비수가 박혀 무장 하나가 쓰러졌다.

“적이다!”

그제야 서경 반란군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와 동시에 몸을 숨기고 있던 별초들이 급히 앞으로 검을 휘두르며 달려 나갔다.

“역도를 처단하라!”

별초조장의 말에 서경 반란군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젠장! 방심한 건가?”

밀명을 받은 무장들의 수장이 그렇게 말하고 달려드는 별초를 막을 생각을 하지 않고 바로 옆에 세워둔 말로 뛰었다.수우웅!그 순간 몇 개의 비수가 세워둔 말에게 날아들었다.퍽퍽! 퍼억!

“히이잉! 히이잉!”

순간 말들이 요동을 쳤다.다다닥! 다다다! 히이잉!쓰러지거나 급히 주인도 태우지 않고 어디론가 달려가 버렸다.

“젠장!”

밀명을 받은 무장들의 수장의 인상이 구겨졌다.

“한 놈들 놓치지 말고 모두 척살하라.”

다시 우레 같은 명령이 떨어졌다.

“불을 밝혀라! 사방에 불을 밝혀라!”

그와 동시에 일제히 밤이 낮처럼 환해지게 횃불이 밝혀졌다.

“어, 어떻게 된 겁니까?”

서경 무장 하나가 기겁해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보며 물었다.

“우리가 방심을 했다.”

“예?”

“우리가 온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젠장!”

바드득!어금니를 꽉 깨무는 그들이었다.

“어찌 합니까?”

“누구 하나라도 살아서 도망쳐야 한다.”

하지만 그게 결코 쉬워 보이지 않았다. 이미 몇 겹은 이들은 포위되었으니 말이다.

“검을 버려라!”

별초조장이 소리쳤다.

“이미 죽은 목숨 검을 버린다고 살겠나?”

순간 적이 별초조장을 노려봤다.

“그럼 할 수 없지.”

별초조장이 포위된 자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별초와 회생의 북변 갑산군들이 공격해 들어왔다.

챙챙! 챙챙챙!적도 무장출신이기에 처음에는 그럭저럭 막는 것 같았다. 허나 소수가 다수를 이길 수 없는 법이고 그 다수가 별초 출신의 뛰어난 무장이라면 곧 무너지게 되어 있었다.

서걱!

“아악!”

서경군 하나가 목이 잘려 죽었다. 그것이 시작으로 총 9명의 서경 군들이 죽고 겨우 숨을 헉헉거리며 검으로 자신을 겨우 지탱하고 있는 서경군의 우두머리가 별초들을 노려봤다.

“어, 어찌 알았느냐?”

“죽을 자이니 알려주지.”

별초조장에 차갑게 말했다.

“어찌 알았는데.”

“그걸 알려줄 자는 염왕이니 그 염왕에게 가서 여쭈어라. 그럼 자세하게 알려줄 것이다.”

그리고 별초조장이 검을 크게 휘둘렀다.쉬웅!

“으윽!”

쿵!그렇게 대령후의 두 번째 비책이라고 할 수 있는 요동에 원병을 요청하는 파발 무장들은 모두 북변 갑산에서 척살 당했다.

“밤 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지. 멍청한 놈!”

별초조장이 차가운 눈빛으로 죽은 자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급히 고개를 돌려 별초들을 봤다.

“혹시 모르니 심장을 다시 질러라!”

한 마디로 확인사살을 지시하는 별초조장이었다. 이렇게 마음가짐부터 행동까지 서경 군과 다른 회생의 군대였다.

“예 별초조장나리!”

“전서구를 띄워라. 주군께서 기뻐하실 것이다.”

“예. 알겠사옵니다.”

“그리고 이제 북변 갑산군들은 혹시 모를 요동군들의 남진을 경계하며 지역의 순찰을 강화할 것이다.”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는 북변 갑산군과 별초였다.

“예. 알겠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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