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6권 - 북벌의 시작. -- >11. 자비 령을 내어주고.용호군과 응양군이 주축이 된 정벌군의 수는 사병혁파로 흡수된 사병들까지 해서 도합 10만에 육박했다. 고려가 이렇게 대병을 이끌고 북진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 분명할 거다.
“10만의 대병입니다. 황자저하!”
위위경 이의방이 감개가 무량한 듯 내게 말했다.
“신수군까지 하면 14만에 제 사병까지 하면 도합 15만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태조폐하 이후에 처음일 겁니다.”
위위경이 그렇게 말했지만 태조께서도 10만의 대병을 거느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니 고려황실이 열리고 나서 처음 있는 일이다. ‘도천밀군까지 더하면 20만입니다.’난 속으로 그리 뇌까렸다. 고려의 총인구수가 대략 500만이 안됐다. 그런데 20만의 대병을 거느리고 있다는 것이 놀라운 순간이었다.
“첫 전투가 가장 중요합니다.”
나와 이의방은 이렇게 마상에서 이동하며 말하고 있었다. 내 부친이신 의종황제께서는 어가에 올라계셨고 그저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이 다시 찾은 산천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황제의 위엄을 지키시지만 군사적 행동에 더는 개입하지 않으시겠다는 행동 같았다.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큰 병력의 손실을 입히지 않고 대령후만 참살 할지 걱정입니다.”
위위경 이의방은 정벌군 총사령관이다. 그래서 이리 내게 묻는 거였다. 어찌 되었던 모든 책임을 그에게 있으니 말이다.
“곧 올 겁니다.”
“예? 뭐가 말이옵니까?”
“대령후를 척살할 부대 말입니다. 장인어른.”
난 두경승과 편전부대를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또 부대가 있습니까?”
위위경 이의방이 놀라 나를 봤다. 내 장인인 위위경은 정말 내가 북벌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했구나 생각하며 새삼 놀라는 것 같았다.
“있지요. 저기 오는군요.”
10만에 육박하는 대병력이 행군하고 있는 오른편에서 2천 정도의 병사들이 말에 올라 이곳으로 향하고 있는 두경승과 함께 달려오고 있었다. 500의 병력들이 말을 타고 있었고 1500여명 정도가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내게 보였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활을 가지고 있다는 거였다.
그것도 짧은 단궁을 가지고 있는 거였다. 또한 두경승이 이끌고 온 부대에는 다른 부대와 다르게 고대 중국에서 쓰던 전차와 같은 2두 마차가 그들을 따르고 있었다. 총 50여대 정도였다.
‘저 2두 마차에 편전이 그득하겠지.’난 두경승이 편전을 같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는 2두 마차에 실었다는 생각을 했다. 전차는 도태장비라고 할 수 있다.
고대 중국에서 사용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기마병에 의해 밀리게 됐다. 그 원인은 간단하다.
기마병보다 느린 속도에 길이 아니면 움직일 수 없다는 단점 때문이다. 물론 고려 같은 산악지형이 많은 곳에서도 쓰기 불편했다.
허나 저렇게 짐을 들고 전투에 이용하기에는 효과적일 것이다. 산악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고 들판 전투라면 충분히 50대의 전차는 기마궁술이 부분적으로 부족한 것을 보안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한 두번은 쓸만하겠군.'딱 내가 생각하는 이두 전차는 거기까지였다.
“두경승 아닙니까?”
“이번에 장군이 되었으니 두장군이라고 불러야겠죠.”
고려의 섭정이었던 나는 문신과 무신들에 대한 인사권이 있었고 철저하게 그것을 이용했다. 내 사람 위주로 또 북벌을 위한 인물들로 등용하며 승진시키는 정책을 썼다. 그리고 늙어 뒷방이나 지켜야 할 노대신들은 모두 숙청이라는 이름으로 파직시켰다.
그 대표적인 예가 문하시중이었던 조영인이었다.그를 김보당의 난에 연류시키고 난 조용히 그를 따로 만나 조정에서 물러나는 것을 권고하고 일을 처리했다. 그리고 조영인은 끝내 낙향했다.
만약 그가 낙향하지 않고 개경 황도에 남아 있었다면 전 탐라 안문사들을 척살하듯 내 척살대가 움직였을 거다.'늙어도 상황판단은 있었어.'아마 내게는 또 고려에게는 조영인이라는 원로 대신은 계륵과 같은 존재일 거다. 옆에 두고 쓰기에게는 너무 보수적이지만 나라를 안정시키는 능력이 있으니 버릴 수도 없는 존재일 거다.
허나 한 번 계륵이라 정해진 사람들은 빠르게 정리해야 한다.물이 고이면 썩는 것이 이치고 너무 오래 조정에서 일했기에 쉴 때도 되었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예. 황자저하! 두경승 장군이 대령후를 척살할 부대의 수장입니까?”
“하하하! 곧 놀라게 되실 겁니다.”
그때 두경승이 말을 몰아 내게로 왔다. 그의 옆에는 10여명의 호위무장들이 그를 따르고 있었다.
“합하를 뵈옵니다.”
두경승이 마상에서 내게 군례를 올렸다.
“틀리셨네.”
위위경 이의방이 두경승을 보며 말했다.
“무슨 말씀입니까?”
“이제는 황자저하시네.”
“예?”
“예?”
두경승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나와 위위경 이의방을 번갈아 봤다.
“황제폐하께서 합하를 양자로 봉하셨네. 이제는 당당히 황족이시고 또한 황자저하시네.”
위위경 이의방의 말에 두경승이 잠시 놀라 날 봤다.
“경하 드리옵니다. 황자저하!”
“고맙네. 그런데 내가 지시한 것은 어찌 되었지.”
“뼈를 깎고 피를 말려 목표치를 달성했사옵니다.”
“몇이나?”
“1천이옵니다. 황자저하!”
“그런데 병력이 늘었군.”
“예. 1천의 궁수들을 늘렸습니다.”
두경승의 말에 위위경 이의방이 두경승을 봤다.
“그럼 저 전마에 타고 있는 자들이 모두 기마궁수라는 건가?”
“그리 볼 수도 있사오나 아직 그 정도의 실력은 아니옵니다.”
말을 타고 활을 쏜다고 모두 기마궁병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금나라의 기마궁병이 두려운 이유 중 하나가 마상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고 누구보다 말을 잘 몰기 때문이다.
달리는 말에서 활을 쏠 수 있다고 모두가 기마궁병은 아닌 것이다.사실 금나라 기마궁병의 무서운 점은 말을 달리며 빠르게 이동해서 원거리에서 적을 쏴서 무력화시키고 대병력의 한축을 괴멸시키는데 있다.
적의 기병들이 기마궁병을 쫒는 순간 금나라 기마궁병은 빠르게 후퇴를 하면서 몸을 돌려 활을 쏠 수 있으니 추적을 하면서도 피해를 입는 것은 쫒는 쪽이고 그래서 두려운 거다.그런 능력을 아직 두경승의 궁수부대는 터득하지 못했을 거다.
“전마를 늘린 것은 기동력을 높이기 위함인가?”
“그렇사옵니다. 황자저하!”
“그래도 대단하네.”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미 만들어진 것이라 핀잔을 주는 것보다 격려가 좋을 것 같았다. '이두 전차보다는 파괴적인 면으로 따진다면 안남국의 코끼리 부대나 그리스의 코끼리 부대지.'역사적으로 맹수들을 전투에 활용한 경우는 많다.
그중 가장 파괴력이 있는 것이 바로 코끼리 부대다.그 대표적인 것이 그리스인이 코끼리를 전쟁에 투입한 것이다.
코끼리 부대를 떠올리면 한니발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히다스페스 강 전투에서 포루스군의 코끼리 부대을 떠올린다. 정말 한니발 이후 가장 인상적인 전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초기 코끼리 부대는 단순히 코끼리를 부리는 자와 전투병이 함께 코끼리 등에 타는 것이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코끼리 등에 상자를 올리고 전투병이 그 속에 들어가 싸우게 되었다. 5미터 이상의 장창과 투창 그리고 활로 코끼리 아래에 있는 적을 제압하는 것이다.
처음 코끼리를 본 사람들이라면 그 크기에 놀랄 것이고 또 그 파괴력에 놀랄 것이다.기병 하나가 10명의 보병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이 보편적인 전투이론이다.
코끼리를 탄 전투병은 거의 100명 이상의 보병을 상대할 수 있다. 또한 한 두마리가 아닌 수십 마리의 코끼리부대라면 그 파괴력은 상상 이상일 거다. 전투에서는 그렇다는 거다. 그러나 애초에 코끼리는 병기로 쓰기에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동물인 거다.
사실 코끼리 덕분에 이겼다는 전투는 별로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코끼리를 처음 접하울 때는 심리적으로 매우 유리하지만, 상대가 적절한 대응을 취하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아군에게 피해를 주는 거추장스러운 부대였다. 그래서 도태한 것이다.
전투는 상식이니 상식을 벗어나는 코끼리 부대는 사라진 거다.그런데 내가 코끼리 부대를 생각하는 것은 평지가 많은 중원에서는 충분히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물론 막대한 건초와 인력이 필요할 것이다. '코끼리 4마리가 끄는 석포라면,,,,,,,,.'모든 전투는 라면에서 시작하는 거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
“감사하옵니다. 황자저하!”
“그대가 할 일이 뭔지 알겠지.”
“예. 저하! 금적금왕이옵니다.”
나는 두경승의 궁수 대를 이용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자비 령을 내어준 것으로 나를 조롱할 대형후를 척살할 생각을 했다. 자비 령을 내어준 것도 사실 그가 나를 하찮게 보라고 한 행동 중 하나였다.
“그래. 옳다.”
“실망시키지 않겠사옵니다.”
“첫 전투가 가장 중요한 전투가 될 것이네.”
“알고 있습니다. 황자저하!”
두경승과 이의방이 나를 보며 동시에 대답했다.
“외숙께서는 저래 말씀이 없으시군.”
그러고 보니 전장에 나서는 순간부터 말수가 줄어든 이고 외숙이었다. 정말 저런 모습은 무장답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오직 행군을 독려하고 병사들을 살피는 모습이 위위경 이의방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고 대장군은 참으로 뛰어난 덕장입니다. 합하!”
위위경 이의방이 이고를 칭찬했다.
“그렇습니까?”
“예. 전 고려의 총사령관이 되어도 무방할 것입니다.”
“장인께서 계시는데 가당치 않습니다.”
내 말에 이의방이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저하! 저는 이제 외척이 되었습니다.”
물론 명종황제 때에도 이의방은 외척이었다.
“그렇게 됩니까? 하하하!”
물론 이의방이 내가 의종황제의 친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걸 두경승 앞에서 내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아는 것 같았다.
“그렇습니다. 외척은 외척다워야 합니다. 고려군의 총사령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렇기도 합니다.”
“저는 그저 차후에 모든 일이 마무리 되면 황손들께서 커 가시는 모습만 보면서 지낼까 합니다.”
위위경 이의방은 참으로 아주 먼 훗날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하하! 그러세요. 그런데 자비 령까지는 얼마나 걸립니까?”
“이제 곧 황주 목이옵니다. 황자저하!”
그러고 보니 벌써 개경 황도를 떠난 지도 일주일이 지난 상태였다.
“그럼 얼마나 더 걸립니까?”
“자비 령까지는 3일이면 되옵니다. 급히 움직였으니 서경 반란군들도 아직 자비 령을 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저희는 자비령을 점령하지 않습니다.”
내 말에 이의방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까지 도착하는데 한 달이 걸렸다. 빠르게 행군을 해서 왔지만 한 달이 걸린 거였다.
“알고 있습니다. 황자저하!”
“왜 말이옵니까?”
세부 작전계획을 모르는 두경승이 물었다.
“우린 황주 평야에서 서경 반란군을 막을 것이네.”
“그저 막는 것입니까?”
“우선은!”
순간 내 어투가 차갑게 변했다.
“황자마마의 깊은 뜻이 있으시네.”
“예. 알겠습니다. 위위경.”
“나는 이제 정벌 총사령관이네.”
“예. 알겠사옵니다. 총사령관 각하!”
두경승과 위위경 이의방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난 며칠 먼저 진격한 경대승이 이끄는 신수군을 떠올렸다.‘지금쯤이면 자비령 뒤편까지 도착해 은거하고 있겠지.’이번 작전의 핵심은 4만의 신수군들이 완벽하게 은거하는 것부터 시작인 거다.
“위위경!”
“예. 황자저하!”
“황주목 근처에 봉화대가 있소이까?”
“예. 있사옵니다. 황자저하!”
“그곳부터 점령을 해야겠어.”
난 경대승에게 내가 올리는 봉화를 기다리라고 했다.
“예. 부장 하나를 차출하여 봉화대로 급파하겠사옵니다.”
“그러세요. 봉화가 아주 요긴하게 쓰일 겁니다.”
“예. 알겠사옵니다. 황자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