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43화 (343/620)

< -- 간웅 16권 - 북벌의 시작. -- >

“알겠사옵니다.”

“외숙!”

“예. 황자저하!”

“그리고 장인!”

“예. 황자저하!”

“이제 시작입니다.”

“알고 있사옵니다. 황자저하!”

“일어납시다. 이제야 북진입니다.”

난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드디어 오랫동안 준비되었던 일이 시작이 되는 순간이었다.

“예. 황자저하!”

“저는 황제폐하를 모시러 대전으로 갈 것입니다.”

“알겠사옵니다. 황자저하!”

대전전각 의종황제의 처소.다급히 들어서는 공예태후가 대전 전각 의종황제의 처소에 들어섰고 황금 갑주를 차려 입는 의종을 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황상 어찌 황상께서 직접 출정을 하시겠다는 겁니까? 뜻을 거두어주세요.”

“제가 가야 하옵니다. 어마마마!”

“허나 위험한 전장이옵니다. 황상!”

“그러니 가야하옵니다. 서경에서는 대령후가 이미 천종황제라 칭하고 거병하였다고 합니다. 황제란 무엇이옵니까? 100만대군보다 더 위엄이 있고 무게가 있는 것이옵니다. 회생에게만 맡겨 둘 수가 없습니다.”

“허나 위험합니다.”

“제가 나서지 않는다면 중신들이 더욱 회생만 따르게 될 것입니다.”

의종황제의 말에 공예태후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왜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시는 것입니까? 황상!”

“어마마마! 미련이라니요? 소자가 무슨 미련이 남았다는 것이옵니까?”

“회생은 황상의 아들입니다.”

“그렇습니다. 소자 역시 알고 있습니다. 허나,,,,,,,.”

순간 의종황제의 눈빛이 무거워졌다.

“허나 만약 회생이 전장에서 죽게 된다면 그들 따르던 무신들은 모두 다 회생처럼 되고자 할 것입니다. 그것을 막을 참입니다.”

“황상!”

“예. 어마마마! 이 소자는 다시 복위된 황제로 황제의 소임을 다할 것입니다. 지금 고려의 군사들은 모두 회생을 따르고 있사옵니다. 소자가 황제로 전장에 나서지 않는다면 만약의 사태에 큰 일이 일어날 것이옵니다.”

이것이 명종황제와 의종황제가 다른 점이었다.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황상!”

“그런 일이 없을 일이 너무 많이도 생긴 고려입니다. 소자는 모든 것에 대비할 것입니다. 또한 회생이 다시 숙부를 죽이는 일을 두고 보지 않을 것입니다.”

의종황제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황, 황상!”

“이미 소자에게는 회생 말고는 대안이 없습니다. 차대의 황제가 될 황자가 손에 피를 묻히다니요. 그렇게 둘 수는 없습니다.”

마음으로는 미워하지만 고려 황실을 위해 회생을 선택한 의종이었다.

“알았소. 이 어미는 막지 않겠소.”

그때 처소 앞에서 인기척이 들렸다가 조심히 견룡군 무장 둘이 안으로 들어섰다.

“황제폐하! 출정식 준비가 모두 끝이 났사옵니다.”

“황자는?”

의종황제가 말한 황자는 회생이었다.

“황자저하께서는 전각 밖에서 기다리고 계시옵니다.”

무장의 말에 의종황제가 피식 웃었다.

“알았다. 가자.”

의종황제는 검대에 놓여 있는 보검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대전 전각 앞.

“황제폐하를 뵈옵니다.”

난 황금 갑주를 차려입은 의종황제를 보며 군례를 올렸다. 내 부친 황제께서는 근엄하게 황금 갑주로 무장하고 내 앞에 당당히 서 있었다.

진정 저런 모습이 고려 황제의 모습일 거다. 자신을 따르는 단 한 명의 군사도 없는 황제이시나 그 위엄은 족히 천만 대군을 호령하는 황제와 같아 보였다.

만약 내 부친에게 나를 따르는 가신들이 있었다면 내가 북벌을 계획하고 이렇게 움직이기 전에 북벌은 이미 이뤄졌을 것 같았다.

“준비는 다 되었는가? 황자!”

이제 나는 의종황제의 양자의 신분으로 황자라 불렸다.

“그렇사옵니다. 아바마마!”

“짐이 서경정벌에 친정을 할 것이다.”

난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라 놀라지 않았다.

“예. 알겠나이다. 아바마마께서 친정해 주신다면 정벌군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을 것이옵니다.”

내 말에 의종황제는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대안이 나밖에는 없는 순간이지만 여전히 미운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황자는 짐을 도와 서경의 반란을 진압하라.”

“예. 아바마마!”

“가자! 짐의 충성스러운 병사들이 짐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부친이신 의종황제께서 말씀하신 충성스러운 병사들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허나 의종황제께서는 나를 앞세워서 황제이지만 호가호위를 하고자 했다.

“예. 아바마마!”

“가자! 서경을 정벌할 것이다.”

황해 앞바다 금의 수역을 벗어나 남송과 고려의 해안 경계가 되는 바다 위.상선 한척이 역풍에도 급히 노를 젓고 있었고 뱃머리에는 다급한 표정으로 검을 찬 무장 하나가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 아래에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고 있는 무장이 긴장된 모습으로 찬찬히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이 바로 대령후의 명을 받고 남송 포구에 대기하고 있는 악비군을 이끌고 올 전령선인 거였다.

“이곳만 자니면 남송의 영역입니다.”

뱃머리에서 주변을 살피던 무장이 급히 내려와 지그시 입술을 깨물고 있는 무장에게 보고했다.

“그대로 다행이군! 개경에서 해상 봉쇄를 하지 않아서.”

“그렇사옵니다. 누가 감히 대령후가 송의 악비군을 끌어드릴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사옵니까?”

“그렇지.”

보고를 받고 있는 무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송에서는 우리의 힘이 약해지고 있다. 송의 황실과 조정은 이제 썩을 대로 썩은 상태라 주전론이 뒤로 밀리고 금과 오직 화평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예.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니 우리는 후일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후일이라 하셨습니까?”

“우리 악비군은 고려에 뿌리를 내리고 후일을 준비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령후를 도와야 하는 것이다.”

“예. 알겠사옵니다.”

“허나!”

순간 무장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예. 말씀하십시오.”

“허나 전세가 불리해지면 악비군은 대령후를 버릴 것이다. 우리가 섬겨야 할 조국은 고려가 아니라 송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저 대령후는 송황실의 수많은 부마도위 중 하나일 뿐이다.”

“예. 알겠사옵니다.”

그때 병사 셋이 다급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두 무장에게 달려왔다.

“수상한 선단이 보입니다.”

“수상한 선단?”

“그렇사옵니다. 수상하옵니다.”

“어디냐?”

“저쪽이옵니다.”

병사가 손가락으로 자신들의 배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는 세척의 배를 가리켰고 그 가리킨 곳을 보고 두 명의 무장이 기겁했다.

“해적선이다.”

“예?”

“해적선이다. 어서 뱃머리를 돌려라!”

무장이 다급하게 소리를 치며 뱃머리를 돌릴 곳을 봤다. 그런데 그곳에서도 서너 척이나 되는 배들이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설, 설마!”

순간 무장은 저들이 고려의 해상 봉쇄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쉬웅!그와 동시에 불화살이 날아들었다.

“불화살이옵니다.”

“해, 해적이 아니다.”

“예?”

“해적이라면 불화살을 쏠 이유가 없다. 해적이라면 약탈을 하는 것이 목적일 것인데 왜 불화살을 쏘겠느냐? 모두 전투준비를 해라!”

“예. 장군!”

허나 싸운다고 해서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았다.악비군 전령 선은 겨우 1척인데 그들을 향해 접근하는 배는 모두 6척이니 말이다.쉬웅!파파팟! 파파팟!잔뜩 기름이 먹여진 화살이 다시 전령 선에 박히자 바로 불이 붙었다.

“불을 꺼라!"쉬웅! 쉬우웅!쨍그랑! 쨍그랑!화화와~ 화화와~순간 하늘에서 날아든 항아리가 깨지며 사방으로 기름이 튀고 그 기름에 불이 붙으니 삽시간에 악비군 전령 선은 불바다가 됐다.

“이런 젠장! 다 태워죽일 참이다.”

“그런데 어찌,,, 어찌 저런 것을 날릴 수가 있습니까?”

무장 하나가 하늘에서 날아드는 항아리를 보며 경악해 물었다.

“내 어찌 안단 말이냐!”

쉬웅! 쉬웅~쨍그랑~ 화화화~ 화화화~

“아아악! 몸에 불이 붙었어.”

몸에 불이 붙은 악비군 하나가 미친 듯 날 뛰다가 참지 못하고 바다로 뛰어들었다.풍덩!하지만 이 순간 불에 타 죽던 물에 빠져 수장을 당하던 죽는 것은 매 한가지였다. 그리고 악비군의 전령선이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순간 6척의 배가 지근거리까지 접근했다.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비열하게 남송의 오랑캐를 끌어드리려는 서경 놈들을 살려두지 마라.”

“예. 장군!”

“활을 쏴라! 불화살을 날려라.”

“예. 알겠사옵니다.”

그렇게 대령후의 명을 받은 악비군 전령은 바다에 빠져죽고 불아 타 죽고 배는 완파되어 죽은 자들과 함께 수장됐다. 대령후의 첫 번째 계략이 회생의 선견지명에 의해 막히는 순간이었다.

“더는 떠오르는 놈들이 없습니다.”

이미 전령선을 모두 불타 바다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였고 6척의 해적선으로 가장한 봉쇄선들은 그 바다주변에서 살아 떠오르는 놈들을 살피며 떠오르는 놈들을 모두 활로 쏴 죽이고 있었다.

“1척은 남겨 계속 수색을 하고 다른 배들은 이 주변을 살펴라. 다른 전령선이 있을지 모른다.”

“예. 알겠습니다.”

“합하께 전서구를 띄워라! 서경에서 남송으로 향하는 전령선을 바다에 수장시켰다고.”

“예. 알겠사옵니다. 전서구를 띄우겠습니다.”

“서경의 반란군들은 참으로 고얀 놈들이다. 아무리 급하다고 송나라 오랑캐를 끓어드릴 생각을 하다니.”

“그렇사옵니다. 도독!”

“합하의 말씀대로 대령후는 고려를 망칠 위인이다.”

"그런데 저 화포의 위력은 대단하옵니다."병사 하나가 배 중앙에 설치되어 있는 투석기 형태의 화포라 불리는 것을 보며 감탄했다."공성전에 쓰이는 작은 투석기지."

"그렇습니다. 무거운 돌을 날리는 것이 아니라 기름이 든 항아리를 적선에 날리고 불화살을 쏘니 그 위력이 배가 되옵니다."

"그래. 당분간 우리 선단을 꺾을 선단을 없을 것이다. 정말 합하께서는 대단하시다."

"그렇습니다. 도독!"지금 이들을 이끄는 자는 황해수군 도독이었다. "대단한 분이시다."황해수군 도독은 그렇게 말하며 회생을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부마도위 무슨 말씀이시오?”

황해수군 도독이 회생을 만났을 때는 회생은 그저 부마도위였다. 허나 그의 장인이 위위경 이의방이니 쉽게 대하지 못하는 황해수군 도독이었다.

“말씀 드린 그대로입니다.”

“어떻게 석포를 군선에 설치하라는 말입니까? 말이 안 됩니다.”

“석포라고 생각을 하시면 말이 안 되죠.”

“그럼.”

“이걸 보십시오.”

회생이 품에서 작은 자기로 된 호리병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쨍그랑!그와 동시에 호리병 안에 든 기름이 깨지며 사방으로 튀었다.

"왜 이러십니까? 부마도위!"그리고 바로 회생은 부싯돌을 꺼내 작은 솜에 불을 붙여 깨진 호리병에 던졌다.화화화! 화화!순간 작지만 강렬한 불이 피어올랐고 그 모습에 황해해군 도독이 기겁했다.

“왜 이러십니까? 부마도위!”

“해상전투에서 제일 두려운 것이 무엇입니까?”

“그야 적의 불화살 공격입니다.”

“수백 대의 불화살 보다 이것이 더 섬뜩하지 않겠습니까? 돌을 날리는 석포가 아니라 이 기름 항아리를 날리는 화포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 무겁지 않으니 석포의 반 정도로 만들어도 그 위력은 대단할 것입니다.”

회생의 말에 황해수군 도독이 기겁했다.

“그렇기는 합니다.”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런 발상의 전환을 하시다니 부마도위께서는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위위경의 생각이십니다. 수군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

회생의 말에 황해수군 도독이 놀라 눈이 커졌다.

“위위경께서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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