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41화 (341/620)

< -- 간웅 16권 - 북벌의 시작. -- >나팔수 김광정이 나섰고 나도 김광정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옳소. 짐도 그리 생각하오.”

“예.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그래서 짐이 상국에게 황제의 검을 내렸소.”

의종황제의 말에 대전 중신들이 모두 조용해졌다. 이건 다시 말해 황제의 검이 그 이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중신들도 알고 있다는 거였다.

“짐은 그래서 결심을 했소.”

의종황제께서 대전을 쭉 둘러봤다.

“김돈중 대부!”

“예. 황제폐하!”

“그대가 보고 온 그 참담한 것을 조정신료들에게 알리라.”

의종황제께서는 그리 말하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예. 황제폐하!”

김돈중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왔다.

“저는 합하의 명을 받고 진도로 유배된 태자마마를 모시러 갔었소.”

태자가 복위된다는 말에 중신들이 놀라워하는 눈빛을 보였다. 태자였던 폐서인이 누구인가? 이의방을 참살하기 위해 계략을 꾸민 바로 그 장본인이었다. 그런데 그가 다시 태자로 복위가 된다는 것에 놀라워하고 있는 거였다. 무신들은 인상을 찡그렸고 문신들은 무신들의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는 듯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진정 참담함을 느껴야 했소.”

“무엇입니까? 김대부가 느낀 그 참담함이?”

기탁성 대장군이 살짝 언성을 높이며 물었다.

“남변은 예전부터 황제폐하의 성총이 미치지 못하던 곳이라 크고 작은 도적이 들끓었소. 그런데 참으로 참담한 것은 관군에게 쫓기던 큰 도적이 진도로 몸을 피했다가 그곳에 계신 태자마마를 시해하는 참담한 짓을 저질렀소.”

김돈중의 말에 모두 다 놀라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게 사실이요?”

“믿어지지 않으나 그렇소.”

그때 의종황제께서 지그시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상국!”

“예. 황제폐하!”

“짐의 태자가 변을 당했다. 어찌 해야 하겠는가?”

“그 참담함에 관련되어 있는 모든 것을 색출해 9족을 멸할 것이옵니다.”

난 다부지게 말했다.

“그리하라.”

“병사 1천을 남변으로 내려 보내겠나이다. 그리고 도적들을 모두 잡아내어 목을 베겠나이다. 윤허해 주시옵소서.”

“짐이 윤허한다.”

지금 나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절규했던 의종황제께서 나를 위해 구색을 맞춰주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

“짐은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짐이 가졌던 검을 상국에게 내렸다.”

순간 대전이 조용하다 못해 얼어붙었다.

“짐은 상국 이 회생에게 황족의 성인 왕 씨를 하사할 것이다.”

“황공하옵니다. 황제폐하!”

드디어 내가 왕 씨가 됐다. 하지만 이것이 절대 끝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끝이라면 절대 태조 때부터 이어지던 황제의 검을 내게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짐은 황족이 된 왕 회생을 짐의 양자로 입적시킬 것이다.”

“폐, 폐하!”

“비록 양자이기는 하나 태자가 그리 황망하게 간 이상 이 고려에서 짐의 유일한 아들이 바로 왕 회생이 될 것이다. 문무백관들은 그리 알라.”

이것이 의종황제가 말한 기회를 봐서라는 말의 결과였다. 나는 드디어 의종황제의 양자의 신분으로 황자가 됐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 말고는 의종황제의 아들이 없다는 거였다. 그 사실을 고려의 문무백관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경하 드리옵니다. 황자마마!”

신하들이 내게 머리를 조아렸다.

“황제폐하!”

난 의종황제를 봤다.

“아바마마라 부르라. 이제는 부자지간이다.”

“예 아바마마!”

“그래. 왜 그러는가? 황자!”

자연스럽다. 이렇게 난 자연스럽게 고려 황자가 된 것이다.

“태자마마는 아직 폐서인이옵니다. 그것을 공식적으로 복위시켜야 할 것 같사옵니다.”

“옳다.”

“태자마마께서는 효성이 깊은 태자라고 백성들이 알고 있사옵니다. 하여 효령 태자로 추증해야 할 것이옵니다.”

“효령 태자?”

“그렇사옵니다. 아바마마! 이제는 제 형님이 되시옵니다. 제가 매년 아우 된 신분으로 제를 올릴 것이옵니다.”

내 말에 의종황제가 찰나의 순간이지만 나를 노려봤다.

“그리 하라!”

“예. 황제폐하! 또한 효령 태자마마를 끝까지 모신 상궁이 있다고 들었나이다.”

무덕을 말하는 거다.

“상궁?”

“그렇사옵니다. 허나 태자마마께서 생각하심에 있어 비와 다르지 않다고 들었나이다.”

“그런가?”

의종황제가 나를 봤다. 그리고 내가 말하는 상궁이 무덕이라는 것을 떠올리는 것 같다.

“그렇사옵니다. 아바마마! 같이 변을 당했사옵니다. 충비로 추중하시는 것이 어떨까 하옵니다.”

내가 지키지 못한 약속을 난 이렇게 갚으려 했다.

“충비?”

“그렇사옵니다.”

“윤허한다.”

“예. 아바마마!”

“짐은 이제 모든 참담함을 잊을 것이다. 그리고 황자에게 서경정벌을 명한다.”

“소자가 반드시 서경을 평정하겠나이다.”

“황자는 서경으로 진격하라.”

“예. 아바마마!”

난 이렇게 황자가 됐다. 그리고 드디어 서경으로 향할 수 있게 됐다.'피를 머금은 붉은 벚꽃이 이제야 핀다!'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서경 성 북문.이미 개경황도를 정벌하겠다는 거병이 공포된 순간이라 서경 성 북문의 경계는 삼엄했다.

수십 명의 병졸들이 서경 성을 드나드는 백성들의 검색을 강화하고 있는 거였다.

“멈춰라! 어디서 오는 수레인가?”

그때 서경 성 북문으로 들어서는 수레를 끌고 들어서는 사람들을 북문 수문장이 멈춰 세웠다.

“안북도호부에서 오는 수레이옵니다. 수문장 나리.”

“안북도호부?”

“그렇사옵니다. 최창평 도독께 가는 수레이옵니다.”

“무엇이 들어 있나?”

“산비둘기들이옵니다.”

“산비둘기?”

북문 수문장이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그렇사옵니다. 최창평 도독께서 산비둘기 고기를 즐기시어 안북도호부에서 챙겨 보내는 것이옵니다.”

“최도독께서 산비둘기 고기를 즐기신다는 말이 사실인 모양이군.”

“그렇사옵니다. 도호부에서는 산비둘기만 잡는 사냥꾼들이 30여명이나 되옵니다. 드시기 전에 잡아야 그 살이 연하다고 하셔서 새끼를 잡아 키우기까지 하옵니다.”

“안북도호부에서 그 권세가 대단하신 모양이군.”

수문장의 말에 수레를 끌고 왔던 사람들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이 순간 이들의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이 흐르는 것 같았다.개경 황도에서 서경 사람들을 무시하듯 서경의 사람들은 서경 이북의 사람들을 무시하고 있었다. 그것을 수레를 끄는 사람들도 알고 있는 거였다.

“가도 되겠습니까?”

“개경 정벌이 코앞인데 식탐을 버리지 못하시다니 쯔쯔쯔.”

수문장이 혀까지 차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 순간 수문장이 뭔가 떠올랐는지 수레를 끄는 사람을 노려봤다.‘산비둘기가 전서구가 될 수도 있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이런 것을 생각해 낼 수 있는 무장이라면 그 능력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수레의 천을 벗겨라.”

“왜 그러십니까? 나리!”

“확인해 볼 것이 있다.”

“확인이라니요? 이 산비둘기들은 안독도호부 최창평 도독께 가슨 수레입니다.”

“어서 열어!”

순간 수문장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어서 벗기지 못하겠나?”

수문장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검을 뽑았고 수레를 끄는 사람들이 마지못해 수레에 덮어놨던 천을 벗기려 했다.다다닥! 다다닥!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가 소나기가 내리듯 수문장의 귀에 들렸고 그와 동시에 성루 위에 잇던 병종 하나가 급히 아래에 있는 수문장에게 소리쳤다.

“수문장 나리! 이북의 증원군들이 도착했사옵니다.”

“증원군들이?”

“그렇사옵니다. 대병이옵니다. 2만은 족히 되는 것 같사옵니다.”

성루 위의 병사의 말에 무장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곧 성문을 통과할 것 같사옵니다. 수문장 나리.”

“알았다.”

수문장이 산비둘기를 실은 수레를 봤다.

“어서 수레를 옆으로 빼라! 어서!”

수레를 막았던 수문장이 급히 소리쳤다. 그의 의심도 2만에 육박하는 이북의 증원군들을 통과시키기 위해 사라져버린 거였다.

“예. 나리! 알겠습니다.”

“어서 빼라! 어서! 드디어 이북의 증원군들이 왔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최창평 도독이 즐겨 먹는 산비둘기가 가득 실린 수레가 서경 북문을 통과했다. 그때 저 멀리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서경 이북 40개성에서 동원된 2만에 육박하는 반란군들이 드디어 도착했고 그 순간 산비둘기를 가득 실은 수레를 끄는 사람들의 눈빛이 찰나의 순간이지만 사납게 변했다.

다다닥! 다닥!전마의 말발굽 소리가 지축을 울렸고 뒤를 따르는 병사들의 이동소리가 수레 안에 있는 산비둘기들이 놀라게 할 만큼 우렁찼다. 드디어 서경을 도울 40개성의 증원군들이 도착을 한 거다.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수문장이 이북 증원군의 선두에 선 무장에게 소리쳤다.

“급히 오느라 병력들이 지쳤소. 물과 먹을 것을 준비해 주시오.”

“문하시중께서 증원군이 도착하면 바로 중앙 광장으로 집결하라는 명을 내렸소이다.”

“문하시중?”

“그렇습니다. 황제폐하의 명으로 서경유수 조위총 대감께서 문하시중이 되셨습니다.”

수문장의 말에 이북 증원군의 선두에 선 무장이 피식 웃었다.

“굿도 하기 전에 떡부터 챙기셨군.”

“뭐라고 하셨습니까?”

수문장이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몰라도 된다.”

“저는 알아야겠소.”

수문장이 말에 선두에 선 무장의 표정이 사납게 변했다.

“겨우 북문을 지키는 수문장 따위가 중랑장인 내게 항명을 하겠다는 것이냐?”

무장의 직급이 중랑장인 모양이다.

“그, 그것이 아니라,,,,,,,.”

“중앙광장이 어디더냐?”

“이 대로로 쭉 가시면 있습니다.”

직급으로 밀어붙이니 더는 말하지 못하는 수문장이었다.

“오라면 가야지. 문하시중? 하하하! 문하시중.”

중랑장이 고개를 돌렸고 수문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중앙광장으로 이동한다.”

“예. 알겠사옵니다.”

“너희들은 안북도호부 최창평 도독께 우리가 도착했다는 것을 알리라.”

“예, 중랑장!”

말을 탄 다섯의 무장이 앞으로 달렸고 그 모습을 본 수문장이 급히 몸을 피했다.

“이동한다.”

이렇게 서경군과 이북40개성의 중원군들은 미묘한 감정이 분명 흐르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서경 반란군의 약점 중 하나일 거다. 지휘통제가 원활하지 않다는 것.전투 중 최대의 약점이 분명했다.최창평 도독의 집무실.

“이북 40개성의 증원군들이 도착했다고?”

“그렇사옵니다. 도독! 중앙광장으로 이동 중에 있사옵니다.”

무릎을 꿇은 무장이 공손히 대답했다.

“따지고 본다면 서경이나 황도나 우리를 무시하는 것은 다를 것이 없다.”

최창평의 말에 무릎을 꿇은 무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사옵니다. 도독!”

“더 이상 그런 무시를 받지 않으려면 이번 거병에 우리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나는 바로 황제께 출정을 주청할 것이다. 지치고 힘이 들어도 참아야 할 것이다.”

“예. 알겠사옵니다.”

“자비 령을 점령하는 공을 서경 것들에게 내어준다면 우리는 다시 거병이 성공해도 서경 것들에게 무시를 당할 것이다.”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니 쉴 틈이 없는 것이다.”

“예. 도독!”

“증원군들이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독려를 해라.”

“예. 알겠사옵니다.”

“이제 바로 출정이다. 출정!”

“예. 알겠사옵니다. 도독!”

“물러가라. 나는 바로 폐하를 알현할 것이다.”

“예.”

무릎을 꿇었던 무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군례를 올리고 밖으로 나갔고 그와 동시에 산비둘기를 가득 실은 수레를 끌고 왔던 남자가 조심히 들어섰다.

“도독을 뵈옵니다.”

“가지고 왔나?”

“예. 사이사이에 잘 숨겨 왔습니다.”

남자의 말에 최창평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에게 한 약조 잊지 말라고 전해 주시게.”

“알겠나이다. 그리 하겠습니다.”

“우리는 한이 많은 사람들이야! 그것만 명심하면 되네.”

“예. 알겠사옵니다.”

“그건 그렇고 그대들은 어찌 할 건가?”

“도독을 따르라 하셨습니다.”

“나를 절대적으로 따른다는 건가?”

“그렇사옵니다. 도독!”

“알았네. 내 휘하에 들어와 있게.”

“예. 도독!”

“이제 곧 황도로 진격을 하겠군.”

최창평 도독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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