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6권 - 북벌의 시작. -- >그때 의종황제가 천천히 옥좌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의 손에 보검이 들려 있는 것이 내 눈에 보였다.‘나를 베실 수도 있다.
’광인으로 불린 분이다. 그리고 지금 아끼는 장자인 효령 태자의 죽음을 들은 상태이니 분노해 있는 상태가 분명했다. 나를 베는 순간 이 고려도 베어 진다.
‘아실 것이야!’난 조심이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짐의 아들이냐고 물었다! 아니 너에게 짐의 아들이고 싶으냐고 묻겠다.”
“신은,,,, 그 위급한 순간에도 옥좌와 어리석은 아들의 목숨을 바꾼 아비의 아들이고 싶습니다. 또한 강화에 계실 때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분의 아들이고 싶습니다. 그리 되었으면 좋겠사옵니다.”
“그런 자의 아들이 어찌 그리 모질게 형을 죽였느냐! 이 옥좌가 그리도 탐이 나더냐!”
의종이 내게 버럭 소리치며 들고 있던 보검을 뽑았다. 순간 의종황제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스르릉!검이 우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검은 내 목에 겨눠졌다.
“아비가 아들을 베면 죄가 되겠지. 또한 아들이 아비를 벤다면 그 역시 죄가 되겠지. 너와 짐은 어떻게든 죄를 짓게 될 것이다.”
“이 고려가 위태롭기 때문이옵니다. 그래서 그랬나이다. 또한 옥좌가 탐이 났나이다. 서럽게 산 세월을 보상받고 싶었나이다. 개로 취급 받고 순간순간마다 목숨을 걸어야 했던 세월에 대해 보상받고 싶었나이다.”
“뭐라?”
“아니 되는 것이옵니까?”
난 처음으로 언성을 높였다.
“네놈이 이리 솔직할 줄은 몰랐다.”
“제가 솔직하시기를 원하시지 않사옵니까.”
“네, 네 이놈! 네놈은 아니라고 했어야 했다.”
“아니라고 말씀 올리면 품어 주실 참이셨습니까?”
“모질고 독한 놈!”
살짝 의종황제가 들고 있던 검에 힘을 줬고 내 목에 데여 있는 검이 내 목에 얇은 상처를 냈다. 주르륵 흐르는 몇 방울의 피가 차갑고 비정한 검의 날을 타고 들어 대전 바닥에 똑똑 떨어졌다.
“독해지지 않고서는 한 순간도 살 수 없었던 세월입니다.”
내가 처음 이 고려로 영혼이 이동될 때 이 몸의 주인은 번개를 받고 죽었다. 그로 인해 이 현상이 일어나 난 고스란히 이 몸의 주인이 가지고 있던 기억을 가지게 됐다. 이 순간 나이면서 이 몸의 주인공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게 전부더냐?”
“또 고려가 위태로워질 것이기 때문이옵니다. 무신들이 권력을 쥐었습니다. 단 한명의 황제가 실정을 하게 된다면 이 고려는 황제의 나라가 아닌 무신의 나라가 될 것이옵니다. 그래서 그랬사옵니다. 구차하지만 그랬나이다.”
100년간 무신들이 정권을 잡고 황실과 황제를 그냥 궁 안에 피어 있는 꽃처럼 누군가가 보라고 그렇게 만들어 놨다. 내가 황제가 되지 못한다면 분명 그리 될 것이 분명했다.난 이고외숙을 은밀히 보내 태자를 죽이고 그것을 누구도 알지 못하게 숨겼으나 의종황제에게는 숨김없이 말했다.
“형이 어리석다하여 아우가 형을 핍박하고 죽이는 집안은 없다.”
“그 집안이 황실이라면 형은 절대 어리석지 않아야 하옵니다. 아우보다 뛰어나고 또 신하들을 압도해야 하옵니다. 국본이 어리석은 나라는 그 나라가 망하게 되어 있는 것이옵니다. 왜 국본이라 하옵니까? 국가의 근본이라 태자를 국본이라 부르는 것이옵니다. 그래서 고려의 근본을 바로 잡기 위해 그랬사옵니다.”
“너는 짐이 낳은 괴물이다. 그러니 짐이 거둘 것이다.”
순간 의종황제가 검을 치켜들고 나를 노려봤다. 예리한 보검이 번뜩였고 그 섬뜩한 검 날에는 살기가 담겨 있었다. 벤다면 베여질 수밖에 없다.그때 급히 대전 문을 열고 무장 몇이 대전 안으로 뛰어 들었다. 이것만 봐도 이 고려의 무너지고 있는 거였다.
“합하! 괜찮으시옵니까?”
무장 하나가 다급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무얼 하는 짓이냐? 황제께서 계신 대전이다. 어디 감히 검을 차고 들어서는 것이냐? 네놈이 진정 무부란 말이냐? 물러가라!”
“합, 합하!”
“내 친히 네놈들의 목을 베어야하겠느냐?”
“송구하옵니다.”
“물러가라. 황실은 아직 건재하다. 네놈들이 이리 황실을 능멸하고 살아남을 성 싶으냐!”
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것이 고려군! 이리 된 것이 고려였어.”
의종황제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말했다. 그리고 무장들이 조심히 뒤로 물러났다.
“밖에 왕준명 있는가?”
“예. 합하!”
왕준명이 조심히 들어섰다.
“네놈은 무엇을 한 것이냐?”
“송구하옵니다.”
“검을 들고 난입한 무부들을 모두 목을 베라!”
“예. 합하! 소장 물러가겠나이다.”
왕준명이 군례를 하며 조심이 대전에서 나갔다.
“네놈의 권력이 짐을 능가하고 있구나!”
“황제폐하! 주저 말고 베십시오. 뼈와 살이 황제폐하께서 주신 것이니 베십시오. 허나 그리 된다면 고려는 저와 같은 운명이 될 것이옵니다.”
“이놈! 짐이 못 벨 것 같으냐?”
“저를 낳으셨다고 하셨으니 저를 인정하신 것이니 기쁘게 죽겠습니다.”
이건 모험이 분명했다.
“너는 참으로 괴물이다.”
“폐하께서 낳으신 괴물이옵니다.”
“너는 참으로 죄가 크다.”
“알고 있사옵니다. 폐하!”
“짐은 형을 모질게 참살한 네놈을 절대 용서치 않을 것이다.”
“예. 폐하! 명심하겠사옵니다.”
내 대답에 의종황제가 검을 든 채로 나를 물끄러미 봤다.
“허나 짐은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나 황자로는 인정하겠노라. 너는 스스로 너의 죄를 씻으려면 성군이 되어야 할 것이다.”
쿵쾅!순간 내 심장이 요동쳤다.나를 인정하고 내게 성군이 되기를 요구하는 내 부친 의종황제였다.
사실 내 부친인 의종황제에게는 나 말고는 대안이 없을 것이다. 이미 태자가 죽었으니 말이다. 또한 내가 이리 능력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가까운 아우보다 미운 아들에게 옥좌를 물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일 거다.미워도 자식은 자식이니 말이다.
‘그래서 이렇기에 모질게 움직인 것입니다.’의종황제를 보며 속으로 그리 생각했다.
“그리 될 것이옵니다.”
“받아라!”
내 부친 의종이 들고 있던 보검을 내게 내밀었다.
“이 검은 황제의 검이다. 짐은 너의 목을 베려고 뽑았으나 너는 이 검을 받고 이 검으로 네가 모질게 지은 죄를 모두 씻어내라. 그 죄를 씻는 것은 이 고려를 반석위에 올려놓고 황실의 권위를 드높이는 것이다.”
“예. 폐하!”
난 조심히 내 부친인 의종황제가 주신 황제의 검을 받았다.
“아비라 불러라.”
“예. 아바마마!”
“허나 나는 절대 너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인정을 하겠으나 용서를 하지 않겠다는 의종황제인 거다. 정말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의종황제와 나의 관계는 이렇게 여전히 복잡하고 미묘했다. 부자지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그 정이 멀고 정적이라고 하기에는 서로에게 어쩔 수 없는 존재였다.
“예. 아바마마!”
“이제 어찌 할 것이냐? 네가 원하는 것을 모두 가졌으니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
“서경을 정벌하고 북진할 것이옵니다.”
내 말에 의종황제가 놀라 나를 봤다.
“북진?”
“그렇사옵니다. 금을 쳐서 북벌을 이룰 것이옵니다. 옛 고토를 모두 수복하고 더 많이 정벌할 것이옵니다. 소자가 정복한 땅들은 후손들이 자랑스러운 고토라 할 수 있게 할 것이옵니다. 그걸 이루기 전에는 제가 원하는 것을 얻은 것은 하나도 없사옵니다.”
“네놈이 원하던 것이 옥좌가 아니더냐?”
잠시 놀라는 의종황제였다.
“지금까지 황제라 불린 이는 너무나 많았나이다. 후대를 위해 또 이 고려를 위해 긍지를 가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원하는 것이옵니다.”
“그게 가능하다고 보느냐?”
“저는 아바마마께서 낳으신 괴물이지 않사옵니까.”
한 동안 의종황제는 아무 말도 없이 나를 봤다.
“진심이더냐?”
“그렇사옵니다.”
“그것이 진심이라고 해도 네놈은 형을 죽인 패악무도한 놈이다.”
“알고 있사옵니다.”
“휴! 알았다. 당분간 상국으로 있으라.”
“예. 아바마마!”
“짐이 기, 기회를 봐서,,,,,,,.”
내 부친 의종황제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예. 아바마마!”
“짐이 정식으로 너를 인정하는 황명을 내릴 것이다. 네놈의 꿈을 한 번 이뤄봐라.”
“예. 알겠사옵니다.”
“내일 고려의 중신들을 대전에 소집하라. 짐이 하명할 것이 있다.”
“예. 아바마마!”
“너는 네 형에게 빚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거라.”
“잊지 않겠사옵니다.”
“꼴을 보기 싫으니 물러가라.”
난 대답 대신에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의종황제를 보고 크게 절했지만 의종황제는 내 절을 받지 않고 등을 돌렸다. 부르르 떨고 있는 것이 내 눈에 보였다.
“물러가겠나이다.”
“짐은 네 목소리도 듣기 싫다.”
“예. 아바마마!”
난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황자!”
“예. 아바마마!”
“너는 벚꽃이다. 화려하게 피었으니 추하게 질 것이다.”
의종황제의 이 말을 통해 부친이 나를 진정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소자가 추하게 진다면 고려를 위한 거름이 될 것이옵니다.”
“물러가라!”
“예. 아바마마!”
대전을 빠져나왔다. 드디어 내가 내 부친인 의종황제에게 인정을 받은 거였다. 허나 용서 받지는 못했다. 이것이 바로 옥좌와 권력일 거다. 누군가에게 물려줘야 하는 옥좌와 권력이라면 아들인 내게 물려줄 수밖에 없는 내 부친 의종황제인 거다. 그렇게 오래 공을 들인 것에 대한 결과가 이리 나온 거였다.
“경하 드리옵니다. 황자마마!”
상선 최준이 내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아직은 상국입니다.”
“북벌을 이루시면 곧 태마마마가 되실 것이옵니다.”
결국 나는 북벌을 향해 달려야 하는 운명이라는 거였다. 9. 회생! 드디어 황자가 되다.
의종황제의 명으로 다음날 고려의 모든 문무백관들이 대전에 모였다. 나는 무신들의 수장인 상장군이기에 무신들의 제일 앞에 섰고 문하시중인 윤인첨은 문신들의 제일 앞에 서서 의종황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순간 몇몇의 노장군들과 노 문신들이 나를 보며 놀라고 있었다. 아마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보고 저런 눈빛을 보이는 걸 거다."합하! 검이,,,,,,,."
"폐하께서 내리신 검입니다. 문하시중 대감."
"예. 그럴 것입니다. 지금 합하께서 차고 있으신 검은 황제의 검이니 말이옵니다."윤인첨이 내게 조심히 말했다."그렇습니까?"
"예. 태조대왕폐하 때부터 차시던 검입니다."윤인첨의 말에 난 놀랐다. 난 내 부친인 의종황제가 이 검은 황제의 검이라고 할 때 그냥 의종황제가 차고 있으니 황제의 검이라고 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태조 대왕 때부터 차던 검이라니 놀랍기만 했다.'아바마마께서 날 인정하신 거군.'난 그렇게 생각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인정은 하나 용서하지도 않겠다고 말하신 내 부친 의종황제였다."경하 드리옵니다. 합하!"이의방이 내게 말했다.
이의방의 말은 많은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예. 감사하오. 위위경!"
"그나저나 서경에서 진격해올 반역도당들은 어찌 막으실 생각이십니까?"윤인첨이 내게 물었다."막아 내야지요. 이 황제의 검으로 말입니다. 고려를 보위하라고 주신 황제의 검입니다. 제가 막을 것입니다."
"황제폐하 납시옵니다."환관의 목소리가 들렸고 환관이 대전으로 들어서고 그 뒤에 내 부친인 의종황제가 들어섰다.'상선이 바뀌었다.'난 환관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내 부친 의종은 상선 최준이 내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거였다.
의종황제가 들어서자 고려의 문무백관들이 모두 다 머리를 조아렸다."황제폐하를 뵈옵니다."당당히 의종황제께서 대전으로 들어서며 옥좌에 올랐다. 그리고 힐끗 나를 보다가 인상을 찡그렸다.
“짐이 다시 이 고려의 국난을 극복하고자 복위를 했소.”
의종황제의 복위는 오직 고려를 위함이라는 것을 먼저 운을 뗀 의종황제셨다.
“황공하옵니다. 황제폐하!”
“지금까지 짐이 없는 위급한 상황을 섭정이었던 상국이 잘 해쳐나가 줬소.”
“그렇사옵니다. 상국 합하가 아니 계셨다면 이 고려 조정은 난신적자로 들끓었을 것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