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36화 (336/620)

< -- 간웅 16권 - 북벌의 시작. -- >7. 아비와 아들! 권력과 옥좌!황성이 보이는 광장을 관통하는 대로.저 멀리 웅장한 고려 황성이 보이고 의종황제를 태운 어가가 천천히 앞에 문극겸과 상성 최준을 앞세우고 들어서고 있었고 황궁 앞에 광장과 같은 넓은 터에 수천의 군사가 무장을 하고 창검을 들고 군기를 휘날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문극겸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어가에 근엄하게 앉아 있는 의종황제도 수천의 군사를 보고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짐의 처지가 어떤지 이리 여실히 보여주는군. 부마도위는 참으로 모질구나!”

의종황제는 나직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상선!”

“예. 황제폐하!”

“저것들이 저리 도열해 있는 것은 짐을 반기는 것인가? 아니면 짐을 옥죄고자 하는 것인가?”

“황, 황망하옵니다. 폐하!”

“백성들이 벽란도 포구부터 짐을 도열해 만세를 불렀다. 그리고 저리 창검을 든 군사들이 지금 짐의 눈에 보인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는가?”

“황실의 근엄함을 보이기 위함이라 사료되옵니다. 폐하!”

“그대는 짐의 사람이 아니라 이제 섭정의 사람이군.”

“아니옵니다. 황제폐하! 어찌 그리 황망한 말씀을 하시옵니까?”

“아니지. 그대 말고도 이 고려 조정에 섭정의 사람이 아닌 자가 없겠지. 아마 부마도위라면 이미 자신에게 반기를 들 신하들은 김보당을 숙청하며 다 정리를 했겠지.”

“폐, 폐하!”

“짐이 이럴 일이 있을 줄 예견하지 못한 것은 아니나 참으로 답답하구나. 그래 복위가 결정되는 날 스스로 섭정이 되었다고 했다. 물론 어마마마의 명에 의해 섭정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리 된 것이다. 내가 무엇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오직 섭정은 폐하를 위해 존재하는 신하이옵니다. 폐하!”

“아니지. 짐이 이제 섭정을 위해 존재하는 허수아비 황제이지.”

의종은 그리 말하며 다시 창검을 들고 깃발을 휘날리고 있는 6천의 군사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황, 황제폐하!”

상선 최준이 더는 말하지 못하고 몇 번이고 황제폐하라는 말만 반복했고 그런 최준을 보던 의종이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문극겸을 봤다.

“문극겸 그대는 어찌 생각을 하는가?”

“봄날이 오면 벚꽃이 피고 날이 지나면 그 벚꽃이 지옵니다. 아무리 화려한 벚꽃도 그 봄을 넘지 못하옵니다. 단지 벚꽃이 화려하여 세상을 다 뒤덮은 것처럼 보이나 그저 벚꽃은 봄날이 한철이옵니다. 소신은 그리 아옵니다.”

“봄날의 벚꽃은 한철이다?”

“그렇사옵니다. 불충한 말씀이오나 고려가 무너지고 사라지지 않는 이상 이 황실을 건재할 것이옵니다. 기다리시면 되옵니다. 제가 합하의 스승으로 바른 길로 이끌겠나이다.”

“그대가 회생을 감당할 그릇이 된다고 보는가?”

“종지로 어찌 바다를 담겠사옵니까? 허나 노력할 것이옵니다.”

“바다라? 바다! 그리고 봄날의 벚꽃이니 짐은 기다리라?”

“그렇사옵니다. 벚꽃이 싫다고 하여 기둥을 흔들어도 여전히 벚꽃은 만개해 있나이다. 그러니 기다리시는 것이옵니다. 봄은 반드시 지나가옵니다.”

“그렇지.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겠지. 기다리는 것 말이네.”

“망극하옵니다. 황제폐하!”

“저기 황제폐하의 어가가 보입니다. 합하!”

왕준명이 마상에 올라 있는 내게 보고를 했고 난 마상에서 내려 지금 무릎을 꿇고 의종황제를 기다리고 있는 중신들을 봤다."올 것이 왔군!"난 조용히 혼잣말을 중얼거렸다."제일 앞에 문하시중이 된 윤인첨이 문하시중의 관복을 입고 무릎을 꿇고 있었고 그 뒤로 각각 문신들이 그대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리고 문하시중인 윤인첨의 옆에는 위위경 이의방과 용호군 대장군인 이고가 갑주를 착용한 상태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또한 그의 뒤에는 고려 무장의 인장을 받은 장군급 이상의 무신이 모두 그리 준엄하게 무릎을 꿇고 있었다. 오직 고려의 섭정인 나만이 당당히 서 있는 거였다.

“폐하께서 오시는군.”

난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문하시중 윤인첨과 위위경의 앞에 가 당당히 무릎을 꿇었다. 이 순간 무릎을 꿇는 것은 나였으나 진심으로 내게 자신을 의탁해야 할 것은 내 부친인 의종황제일 것이다.

“섭정까지 무릎을 꿇으실 필요는 없사옵니다.”

나의 외숙인 이고가 말했다. 섭정은 황제가 보위에 오르기 전까지 황제를 대신해 황제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의미했다. 또한 의종께서는 아직 복위식을 하지 않았기에 외숙이 저리 말하는 거였다.

“나는 윤인첨 대감과 함께 만인지상 일인지하인 사람입니다. 당연히 폐하를 알현할 때 무릎을 꿇어야 할 것이옵니다. 이제 누구도 고려 황실을 함부로 여기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예. 섭정저하!”

말은 이렇게 하고 있어도 나는 의종황제를 압도하기 위해 6천의 군사를 이리 집결시켜 놓은 거였다.그때 내 앞에 황제의 어가가 당도해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의종황제께서 어가에서 내렸다.

“황제폐하의 복위를 신 이회생이 경하 드리옵니다.”

내가 크게 외치며 내 앞에 서 있는 초라한 내 부친 의종황제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자 양 옆으로 서 있는 6천의 장졸들이 일제히 우렁차게 내 말을 따라 했다.

“황제폐하의 복위를 경하 드리옵니다.”

산을 무너트리고 바다를 가를 정도의 강함이 느껴지며 위협감이 느껴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 순간 의종황제는 당당했다.

“섭정!”

“예. 황제폐하!”

“일어나시게.”

“아니옵니다. 폐하!”

“섭정이 짐의 복위에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은 짐이 문극겸에게 들어 알고 있어. 일어나시게.”

다시 일어나라고 하니 못 이기는 척 하며 나는 일어섰다. 이제 나와 내 부친인 의종황제가 당당히 마주보고 섰다. 이 순간부터는 아주 묘한 신경전이 펼쳐질 것이 분명할 거다. 내 부친인 의종폐하는 부러질지언정 휘어질 그런 분은 아니니 말이다. 허나 지금은 부러지지도 휘어지지도 못할 상황이 분명할 거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짐이 다시 그대의 도움을 받아 어지러운 고려를 바로새우기 위해 황제가 되었네.”

“예. 황제폐하!”

“그대는 공적으로는 섭정이기도 하나 사적으로는 내 매부가 되네.”

“그렇사옵니다. 폐하!”

난 그렇게 말을 했지만 속으로는 아바마마라고 부르고 싶었다. 참이 이래서 사람은 감정이입이 잘되는 존재일 거다.내가 가지고 있는 몸이 의종의 숨겨진 황자이기는 하나 내 정신은 여전히 현대인인데도 나는 스스로 의종황제의 아들이라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짐을 도와 이 어려운 국란을 극복해야 할 것이네.”

“예. 황제폐하! 소장! 고려의 섭정이기 전에 신수군 상장군으로 주청을 드릴 것이 있사옵니다.”

“말하시게.”

“서경에서 변란이 일어났사옵니다. 아우님이신 대령후가 스스로 황제라 칭하고 서경을 황도로 부르며 군사를 모으고 있사옵니다. 곧 서경에서 군사가 몰려 올 것이옵니다. 황도에서 반란군을 기다린다면 크게 피해를 입게 될 것이옵니다. 그러니 소장과 고려의 무신들에게 서경 정벌을 명해 주시옵소서.”

“서경정벌?”

“그렇사옵니다. 황제폐하!”

“그저 반란도당을 토벌하는 것인데 정벌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가 뭔가?”

예리하다. 역시 내 부친 의종이었다.

“서경은 예전부터 고려의 영토이었사옵니다. 허나 그 예전부터 온전히 고려의 영토인 적이 없기도 하옵니다.”

“섭정이 짐에게 괘변을 늘어놓는군.”

“불과 50년 전에 대위국이라고 반란이 일어났던 곳이 바로 서경이옵니다. 그 전에는 또 어땠습니까? 서경을 천시하고 또 핍박했사옵니다. 그러기에 서경의 백성들은 스스로도 고려의 백성이라 생각하지 않고 있사옵니다. 그러니 정벌이옵니다.

고려가 큰 제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서경을 완벽하게 정벌하여 하나 되는 고려를 만들어야 하옵니다.”

“그런 것인가?”

“그렇사옵니다. 폐하! 하오니 서경정벌을 명해 주십시오.”

“섭정이 그리하겠다면 그리 하시게.”

“망극하옵니다. 황제폐하!”

“망극까지 섭정이 다 고려를 위해 하는 일인데.”

말에 뼈가 분명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공하옵니다. 황제폐하! 서경정벌군 총사령으로 위위경 이의방을 임명하겠나이다.”

“그러시게.”

의종황제는 자신이 어찌 해야 할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모든 것을 포기한 그런 눈빛은 분명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래서 공예태후이신 할마마마께서 중요한 역할을 해 주셔야 하는 거였다.

“신! 위위경 이의방! 서경의 반역도당을 모두 발본색원하겠나이다.”

위위경 이의방이 무릎을 꿇은 상태로 우렁차게 대답했다.

“지금은 전시체제이니 모든 것은 섭정인 부마도위에게 짐이 일임할 것이네.”

“황공하옵니다. 황제폐하!”

“짐은 지금 태후마마를 뵈올 것이네. 그만 모두 다 일어나시게.”

의종황제가 일어나라고 해도 누구하나 일어나는 신하들이 없었다.

“무엇을 하십니까? 황제폐하의 명이 들리지 않습니까?”

내 말에 그제야 모두 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의종황제는 피식 웃어버렸다. 내 부친은 분명 알 것이다. 이 고려의 모든 것을 쥐고 있는 것은 나라는 것을.

“섭정!”

“예. 황제폐하!”

“난 이 순간 지록위마가 떠오르네. 그리고 그대가 조고처럼 보여.”

의종황제는 나 만 들을 수 있게 나직이 말했다. 물론 제일 앞에 서 있는 문하시중 윤인첨과 위위경 이의방은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의종황제의 말에 이의방이 눈썰을 살짝 씰룩거렸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내 부친 의종이 그만큼 배포가 크다는 걸 거다.

지록위마는 조고가 모반을 일으키려고 할 때 여러 신하들이 자신의 말을 따라줄지 아닐지를 확인하게 위해 한 행동에서 유례 된 말이다.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하는 조고와 아니라고 하는 황제사이에서 중신들은 누군가를 선택해야 했고 그 선택을 보고 조고는 죽일 자와 아닌 자를 결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난 조고보다 더한 지록위마를 보이고 있는 거였다.

이제는 이 고려가 사슴이든 말이든 상관없이 나를 따른다고 내 부친인 의종황제에게 보여주는 것이고 내 속내를 그대로 간파한 의종황제는 내게 나직이 일침을 가하는 거였다. 역시 죽은 내 숙부와는 분명 황제의 기품이 달랐다.

“소장은 충심을 다할 것이옵니다. 황제폐하!”

“그래 알겠네. 짐이 이 고려의 황제라는 것만 잊지 말게. 그건 그렇고 짐이 다시 황도로 돌아왔는데 여전히 섭정의 자리에 있을 것인가?”

“황실에서 고려를 보위하라고 내린 벼슬이옵니다. 폐하께서 당연히 거둘 수 있사옵니다.”

“그렇지. 짐이 황제지. 그렇지. 거둘수도 있지.”

“그렇사옵니다. 폐하!”

“섭정이라고 불리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아. 짐이 그대 때문에 다시 복위가 되었으니 은혜를 입었다면 입은 것이지. 그러니 앞으로 은문상국이라는 직위로 부르도록 하지.”

은문상국은 나라를 존재하게 하는 은인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를 높게 위해주는 것 같기는 하나 더는 역심을 품지 말라는 뼈가 담겨 있는 말이기도 했다. ‘내가 고려를 존재하게 했으니 더는 욕심내지 말라는 말씀이지요.’난 그리 생각하며 의종황제를 봤다.

“가당치도 않사옵니다. 황제폐하!”

사실 은문상국은 희종이 최충헌을 높여 부른 말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그리 불리게 된 것이다. 이것은 절대 나를 위함이 아니고 나를 경계한다는 의미였다.

“은문상국이라니요. 저는 이 고려의 부마도위이며 상장군에 불과하옵니다.”

그리고 모든 힘을 가진 권력자였다.

“짐이 곧 고려이니 짐의 복위에 큰 공이 있으니 그리 불려도 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의종황제 폐하가 곧 고려라는 것이다. 그러니 더는 그 이상을 넘보지 말라는 말이기도 했다. 6천의 병사들이 창검을 들고 있고 또 수십의 고려 무장들이 내 뒤에 서 있는 이 순간에도 의종황제는 스스로의 당당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내일쯤이면 나를 부르시겠지.’나를 경계하는 것은 모두 내일이면 정리가 될 거다.

“짐은 그대를 상국이라 부를 것이다.”

“폐, 폐하!”

“그래도 결국 합하라 불리겠군. 이상국!”

“예. 황제폐하!"

"서경정벌을 위해 할 일이 많을 것이네.”

“예. 황제폐하!”

“비상시국이니 그대가 일을 처리하시게. 짐은 태후마마를 뵐 것이네.”

“예. 폐하! 소신이 모시겠나이다.”

============================ 작품 후기 ============================추천 댓글 부탁 드립니다 지금은 회생도 의종도 그 감정이 미묘할 것 같습니다 그 미묘한 심리 묘사를 잘 표현해야 하는데 어렵네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