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6권 - 북벌의 시작. -- >빼어난 미모를 가진 상궁 하나가 나를 보고 목례를 하며 대답하고 살짝 고개를 돌려 태후처소를 봤다.
“태후마마! 고려섭정께서 뵙기를 청하시옵니다.”
“들라하시오.”
“드시지요.”
상궁이 나를 보며 말하는 순간 스르륵 문이 열렸다. 서경 성 서경유수관.이곳은 이제는 또 하나의 고려(?)가 되어버린 대령후가 스스로 황제라 칭하고 임시황궁으로 삼는 곳이고 대전으로 쓰는 전각에는 대령후와 조위총 그리고 안북도호부의 수장인 최창평이 개경진격을 위한 마지막 회의를 하고 있었다.
“개경에 있는 무부들의 폭정에 대의가 폐하께 있사오나 군사적인 면에서는 열세인 것은 분명하옵니다.”
대령후가 황제에 올랐으니 이들의 입장에서는 이제 개경은 황도가 아니라 무부들이 폭정을 일삼는 개경에 불과한 거였다. 허나 지금 애써 무시하던 것을 최창평이 말했고 대령후도 그것을 알고 있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가?”
“예 폐하!”
최창평은 스스럼없이 대령후를 폐하라 칭했다.
“용호군과 응양군! 그리고 개경의 중신들의 사병을 합한다면 족히 7만은 될 것이옵니다.”
“그렇지. 그리 되겠지.”
“예. 폐하! 그에 반해 서경 군이 4만 이옵고 이북 40개성에서 차출 된 장병들의 수가 2만이옵니다.”
조위총은 3만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북 40개성을 각각 지킬 병사들을 남기고 왔기에 예상한 것보다 1만이 적었다. 거기다 대령후가 이끈다고 봐도 무방할 악비군이 1만이다. 허나 그 1만도 따지고 본다면 3천이 이 고려에 잠입해 있었고 나머지 7천은 등주에 집결해 있으니 도합 서경 반란군은 6만 3천이었다.
“지금 얼마나 도착을 했나?”
대령후는 이북 40개성에서 속속 도착하고 있는 병력의 수를 물었다.
“1만이옵니다.”
“아직 1만이 더 와야 한다는 건가?”
“그렇사옵니다.”
“결국 병력이 부족하다는 거군.”
“그렇사옵니다. 그렇기에 개경으로 진군하는 것이옵니다.”
조위총이 대령후를 보며 말했다.
“만약 남변의 성들이 개경을 돕는다면 병력적인 측면에서는 불리하옵니다.”
최창평의 말에 지그시 입술을 깨무는 대령후였다. 이런 불리한 측면이 있기에 개경으로 먼저 진격을 감행하자는 전략을 꾸민 거였다. 또한 송황실이나 금에게 구원병을 청하려는 거였다.
“내 곧 송 황실에 구원병을 청할 것이야!”
“허나 송 황실의 명을 받은 남송군이 바다를 건너기 위해서는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이옵니다.”
꼭꼭 핵심만 집어내고 있는 최창평이었다.
“그렇기도 하지.”
짜증을 부릴 만도 한데 대령후는 작금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대처하는 듯 보였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옵니다.”
“다른 방법도 있지.”
순간 대령후가 차갑게 웃었다.
“요동에 대타발이라는 발해유민 출신의 대한무극이 있지. 그 자가 거느린 병사의 수가 15만이야.”
“그렇사옵니까?”
순간 놀라는 조위총과 최창평이었다.
“그래. 그가 요동을 호령한다고 보면 되지. 자네는 15만의 병력이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대령후의 물음에 조위총은 잠시 고민을 하다 놀라 표정이 굳어졌다.
“그래. 그대가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이야! 자신이 새로운 나라를 열고 싶어 하지. 대 씨야! 대 씨! 발해의 왕족이지. 내가 진정한 고려의 황제가 된다면 요동에서 일어날 후발해를 지원해주겠다고 약조를 한다면 그의 병력 5만 정도는 남진을 시킬 수 있을 것이야!”
예리한 판단이 분명할 거다. 또한 회생이 생각하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만약 이 고려에 회생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또 무신정변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대령후의 난이 일어나 황제가 되기 충분한 인물이 대령후 일거다.허나 하늘이 무심하여 대령후를 내고 다시 회생을 냈으니 그는 분명 역신으로 죽게 될 것이다.
“참으로 놀라우신 생각이시옵니다.”
“그렇지. 당장! 요동으로 원군을 청하는 무장을 보내시게. 내 친히 친서를 써주지.”
드디어 외세라고 할 수는 없으나 외부의 세력을 끌어 드리는 것을 실행에 옮기는 대령후였다.
“예. 알겠사옵니다. 폐하!”
“또 전쟁은 병력의 수보다 우선시 되는 것이 전략과 전술이지 자비 령만 넘는다면 곧 개경이니 6만의 병력이면 충분하네. 또 남변에서 군사를 이끌고 온다고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야! 우리는 1만의 군사만 도착한다면 바로 자비 령으로 향할 것이네.”
“예. 폐하!”
“이북의 각 성에서 올 1만의 군사들을 제외하고는 출정준비가 끝났사옵니다.”
“도착을 하면 바로 출정을 할 것이네.”
“예. 폐하!”
그렇게 마지막 작전회의가 진행이 됐고 대령후의 명을 받은 무장들이 요동으로 향하기 위해 급히 서경 북문을 빠져나갔다.묘향산 깊은 곳 어느 이름 모를 천연동굴.회생의 명을 받은 박현준과 3천의 북변 갑산군들과 속말말갈족 족장 타이모가 이끄는 일천의 말갈기마대가 묘향산 깊은 곳에 은거해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 은거하고 있기에 말이 울지 못하게 말의 주둥이에 재갈을 물리고 있었고 밥을 할 때 피어나는 연기를 보이지 않기 위해 밥을 하는 자체를 하지 않고 있었다. 오직 갑산에서 가지고 온 육포와 꿀을 이용해 허기를 채우며 그렇게 회생의 명과 서경 반란군들이 황도로 진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찌 되었나?”
동굴 안 공터 작은 바위에 앉아 있는 박현준이 정찰을 다녀온 별초조장에게 물었다.
“속속 이북의 반역 도당들의 군대가 도착하고 있사옵니다.”
별초조장의 말에 박현준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다면 곧 황도로 진격이겠군.”
“그렇사옵니다. 장군.”
별초는 박현준을 장군이라고 불렀다.
“타이모 족장님! 전마들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보름은 너끈히 버틸 마른 건초가 있네.”
속말말갈 족장 타이모는 호랑이 가죽으로 된 옷을 입고 박현준 옆에 앉아 있었다.
“곧 저희들도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난 아직도 내 선택이 참으로 잘한 거라는 생각을 하네.”
타이모 족장은 귀부를 요청하고도 몇 달을 기다렸을 때를 떠올리는 것 같았다.아마 그가 조금만 인내심이 없었다면 그는 회생의 가시이 되지 못했을 것이고 이런 대전투에도 참여하지 못했을 거였다.
“저도 그때를 생각하면 대단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총 4천의 병력으로 난공불락이라고 불리는 서경 성을 점령할 수 있냐는 거네. 아주 옛날의 일을 떠올릴 것도 없이 묘청이라는 자가 서경 성에서 1년을 농성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네.”
타이모가 말하는 것은 묘청과 김부식이 대결을 벌렸던 1135년에 시작된 서경성 전투를 말하는 거였다. 묘청대사는 금국정벌론과 서경천도론을 주창했어나 개경 귀족들의 방해로 무산되고 반역수괴로 몰리자 서경에서 국호를 대위, 연호를 천개, 군호를 천견충의군이라 하여 대위국을 선언했다.
이것은 분명 개경 측에서 본다면 반란일 거다.그렇게 묘청의 대위국은 김부식이 지휘하는 진압군의 공격을 받고 내부 분열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1년간 치열하게 서경 성에서 농성을 하며 지속됐다.
그걸 지금 속말말갈족 족장 타이모가 박현준에게 상기시켜주고 있는 거였다.
“어찌 아셨습니까?”
놀랍기만 한 박현준이었다.
“서경을 치는데 어찌 서경에서 일어난 일을 모르고 서경을 치겠는가?”
오랑캐라 불리기에는 타이모는 지략이 뛰어난 자가 분명했다.
“놀랍습니다.”
처음 회생에게 충분히 타이모는 존경받을만한 족장이라고 말한 박현준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고 있는 타이모였다.
“허나 크게 걱정하실 것은 없사옵니다.”
“걱정할 것이 없다?”
“그렇사옵니다. 이미 서경 성안에 100명 정도의 북변 갑산군이 별초의 지휘를 받으며 잠입해 있사옵니다. 안에서 내응을 하고 밖에서 거세게 몰아붙인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옵니다.”
“좋네. 함락을 한 후에는 어찌 할 건가?”
“예?”
“주군의 계획대로 된다면 그들은 급히 서경성으로 철수를 할 것이네. 첫 전투에서 패한다고 해도 5만 이상의 대병이네. 그 대병을 우리가 상대해야 한다는 거네.”
타이모 족장의 말에 박현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사옵니다. 쉬운 일은 아니옵니다.”
“그래. 쉽지 않지. 시간과의 싸움이네. 서경 군이 패퇴하여 서경 성 앞에 도착한 후 우리는 3일을 막아내야 할 거네. 그리 된다면 주군의 뜻대로 되는 것이지.”
“예. 그렇습니다. 족장님!”
“나와 우리 부족은 주군께 운명을 맡겼네. 그래서 이리 말해 주는 것이네.”
“알고 있습니다. 족장님!”
“정말 시간과의 싸움이네.”
타이모 족장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또 주군께서 말하신 대로 요동으로 향하는 서경 놈들을 한 놈도 놓여서는 안 되네.”
타이모는 박현준에게 말하며 인상까지 찡그렸다. 어쩌면 이일이 가장 크게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일이 분명했다.
“이미 길목마다 별초들을 배치해 두었습니다. 서경의 반란군들이 요동으로 구원병을 청하는 파발을 띄우다면 갑산과 길주를 여하는 길목에서 모두 목이 베이게 될 것입니다.”
“그래. 길목을 지키며 되지. 허나 방심을 해서는 안 되네. 주군의 큰 대업을 우리가 망칠 수는 없어.”
“예. 족장님!”
사실 회생의 북변 갑산군은 6천에 육박했다. 속말말갈족의 기마대까지 포함되어 있고 또 북변에 흩어져 있는 거란의 작은 부족부터 각각의 부족까지 모두 통합해 그리 병력의 수가 늘어난 거였다.
물론 그 핵심 병력은 김돈중의 2천 사병들이지만 말이다. 다시 말해 2천이나 되는 병력들이 오직 요동으로 향하는 파발 무장들을 잡아 목을 베기 위해 각 길목마다 2중 3중으로 진을 치고 있는 거였다.
또한 송나라로 향할 배편을 막기 위해 벽란도 일대와 지금의 연평도등 작은 섬들을 거점으로 해서 해적선들을 포섭해 해상을 지키고 있었다.
“또 다른 준비도 해 두었으니 크게 걱정하실 것이 없습니다.”
“다른 준비?”
“예. 합하께서 오래 전부터 이런 변란을 예상하시고 사전에 제가 지시한 일이 있습니다.”
박현준은 타이모에게 그렇게 말하며 옛날 회생이 자신을 은밀히 불렀을 때를 떠올리며 회상에 빠졌다.
“박낭장!”
“예. 주군!”
북변으로 가서 북변 갑산을 정리하고 착착 회생의 북변 이주를 준비하던 별초낭장 박현준을 회생이 은밀히 불렀다.
“5년 안에 서경에서 변란이 일어날 것이네.”
“예?”
별초낭장 박현준이 놀라 회생을 봤다.
“내가 그 안에 황도에 있던 북변 갑산에 있던 서경의 변란이 성공을 한다면 내게 큰 위협이 될 것이네. 아니 세상이 뒤집어지면 그 뒤집은 세상을 가진 자는 나를 향해 창검을 겨눌 것이야! 알다시피 나는 위위경의 사위고 또 태후마마의 부마이기도 하니 말이네.”
“진정 변란이 일어난다고 보시옵니까?”
“사실 크고 작은 변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자네도 알지 않나?”
“하오나 그런 것들은 그저 도적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이지 않습니까?”
“중원을 통일한 진이 망한 것도 크고 작은 변란들과 도적들이 들고 일어난 것 때문에 끝내 망한 거지. 최초의 농민 반란군인 진승이 결국 진을 망하게 한 것이네. 고려도 다를 것이 없어. 그리고 서경에서 반란을 일으킨다면 일이 아주 커지네.”
진승은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 말기의 농민 반란군의 수괴로 기원전 209년 진승·오광의 난을 일으켜 장초라는 나라를 건국했고 진승의 반란군이 위세를 떨칠 그때 유방, 전담, 항량, 항우 등의 군웅도 봉기했다.결국 진승은 농민 출신이기에 그 능력의 한계를 보이고 끝내 무너졌다.
후세의 사람들은 진이라는 마른 들판에 진성이 불씨를 던졌고 항우라는 장사가 그 불을 껐으나 끝내 유방이 그 터에 집을 지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소장을 부른 것이옵니까?”
“그래. 자네라면 반란을 일으키고 나서 무엇을 하겠나?”
“저라면 지금까지 홀대받던 자비 령 이북의 성주들과 그곳의 호족들을 규합할 것이옵니다.”
탁!회생이 정답이라는 듯 탁자를 손을 쳤다.
“그렇지. 그거야! 그렇게 할 것이야. 그러니 그것을 우리가 노려야지.”
“하오시면,,,,,,.”
“절대 변심하지 않을 이북 다섯 성의 성주를 포섭해 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