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6권 - 북벌의 시작. -- >
“감자라고 불리는 것과 옥수수라 부리는 것 그리고 고구마라고 불리는 것이네. 그걸 그대가 찾아내서 가지고 오면 이 고려에 굶어죽는 자는 없을 것이네. 부천님께서 내리신 곡물이지.”
“그런 것이 있사옵니까?”
“서쪽으로 200일쯤 배를 몰면 아무도 가보지 못한 땅이 있네.”
가는데 넉넉잡고 200이면 돌아오는데 그 작물들을 찾고 돌아오는데까지 500일이면 족할 것이다. 그것만 해도 근 2년의 시간일 거다.
아마 그 시간이면 난 이미 금을 정벌하고 송까지 정벌한 후가 될 것이다. 이 급박한 순간에서는 아주 오랜 시간이지만 내일 준비하는 것보다 오늘 준비하는 것이 하루를 앞당기는 것이니 마음을 먹었을 때 해야 한다.
“어, 어찌 아십니까? 그런 것들이 있다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사옵니다.”
내가 말한 곳이 아메리카라고 말해도 조동희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곳이 분명했다.
이제 어쩌면 그 신대륙은 아메리카라고 불리지 않을 수 도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아메리카가 그렇게 그 이름으로 불려지게 된 것은 피렌체 출신의 이탈리아 탐험가 아메리고 베스부치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그는 1499년에 남미 베네수엘라를 탐험했고 1501년에는 브라질을 탐험했었다. 독일의 지리학자 뮤러가 1507년에 출판한 세계지라는 책의 서론에서 신대륙을 아메리카로 부른 것이 정착된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달리 불려질 수도 있고 조동희가 발견했으니 조동이라고 불릴 수도 있을 것이다.
조씨가 찾은 동이라는 뜻으로 말이다. 그것이 역사가 바뀌는 것이고 미래가 바뀌는 것이다. 또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을수도 있는 것이다.
내 의지대로 일이 진행되어 탐라 안문사 조동희가 이끄는 대선단이 신대륙에 도착하면 그건 콜럼버스가 1492년에 아메리카가 인도인줄 찾아낸 것보다 무려 300년이나 앞써서 발견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 이후의 역사는 당연히 내 의지대로 주관대로 바뀌게 될 거다. 이것이 바로 나의 위대함이고 역사를 알고 미래를 알고 있는 자의 파괴력인 거다.'조동이라고 불릴지도 모르지.'난 나도 모르게 씩 웃었다.
"어찌 그리 자세하게 아시옵니까?"조동희가 다시 물었다. 이럴 때는 백성들을 혹세무민시키듯 하면 된다.
“도선대사의 말씀이 담긴 도천밀서라는 책에 기록되어 있네.”
이 고려에서 도선대사의 말은 곧 진리고 예언이었다. 왕건태조께서 황제가 된다는 것을 예언한 후로 그리 됐다. 하지만 이미 도천밀서는 이미 내가 재가 된 책이다.
“그, 그렇사옵니까?”
“그래. 그 책에 분명 만백성을 구제할 부처님께서 내리신 식물이 있다고 했네. 그걸 찾아오시는 것이네. 그리고 그걸 찾으면서 자네가 판단해서 이롭다고 여기는 것을 가지고 오시게.”
“허나 제가 그것들이 어찌 생겼는지 무엇인지 모르옵니다.”
“내가 그림을 그려주지. 꼭 찾아야 하네. 그렇게 대선단을 이끌고 많은 곳을 향해하고 또 교역을 하면서 부를 축적하시게. 그게 고려가 고토를 찾는 밑거름이 될 것이네.”
“허나 시일이 참으로 많이 걸릴 것이옵니다.”
“맞네. 아주 시일이 많이 걸리는 일이지.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이 내일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하루가 빠른 것이네. 나와 고려는 많은 재물이 필요하고 또 많은 물자가 필요하네. 이 고려에는 식량만 부족한 것이 아니네. 철도 부족하고 사람도 부족하고 모든 것이 부족하네. 그것을 채울 한 가지의 방편이 바로 그대가 해야 할 일인 것이네.”
“합하!”
“왜 그러는가?”
“무기를 만들 철을 구하는 것은 해상보다는 육상이 더 좋을 것 같사옵니다.”
저런 눈빛은 뭔가 안다는 눈빛이다.
“아는 것이 있는가?”
“예. 합하! 옛 고구려의 영토 중에 무산이라는 곳이 있사옵니다. 지금은 북변이라 불리는 곳으로 그곳에는 노천에 철광성이 널려 있어 농사를 짓기 어렵고 초목이 나지 않아 유목을 하기에도 어려워 궁핍하게 산다고 들었사옵니다.”
순간 난 이해가 안 됐다. 철이 노천에 널려 있다면 그 철광석을 이용해 철을 생산해 파는 것이 더 큰 이익이 될 것인데 농사를 짓기 어려워 궁핍하게 산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됐다.이 순간 내가 고려에 대해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걸 자네가 어찌 아는가?”
“제가 동계 화주 목사로 있을 때 귀부한 말갈족에게 들었습니다.”
지금의 타이모 족장처럼 예전에도 일부 말갈족들이 많게는 몇 백이나 몇 천이 또 작게는 몇 십 명이 고려에 귀부를 해왔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귀부한 자는 말갈의 작은 부족의 족장이었는데 무산이라는 곳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근근이 연명하고 살다가 끝내 혹독한 혹한을 견디지 못해서 귀부를 한다고 제게 말했습니다.”
“그래? 그 자에게 들은 것인가?”
“예. 합하!”
“그런데 어찌 철광석이 그리 많은데 궁핍하게 산다는 건가?”
“철정을 만들기 부족한 철광석이라고 들었사옵니다.”
“철광석에 철성분이 부족하다?”
이건 결국 채산성의 문제라는 거고 또 말갈족에게 그런 철광석을 다를 기술이 없다는 거였다.
“그런 것 같사옵니다. 합하!”
“북변 무산이라!”
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곳은 금나라의 영토다. 북변이고 여전히 금에는 속하지 않으나 여진족의 영역이었다.
“그럼 그곳을 점령하면 되겠군.”
“그렇사옵니다.”
“채산이 부족하다고는 하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충분히 필요한 만큼의 철을 뽑아낼 수 있겠군.”
“예. 합하! 팔 것이 아니고 대전투를 위한 군수물자 생산을 위한 것이라면 충분할 것 같사옵니다.”
지금 내 심정은 자갈에서도 철이 있다면 쥐어짜서라도 뽑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철광석이 널려 있는 곳이 있다니 정말 하늘이 나를 돕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단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곳이 고려의 영토가 아니라는 것과 철광석 안에 철의 함량이 조금은 부족하다는 거였다. 허나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대는 내게 보배네. 참으로 부처님께서 내려주신 보배네.”
“황공하옵니다. 합하!”
“이제 내 그곳의 일은 따로 사람을 정해 임무를 주겠네.”
“예. 합하! 소신은 합하께서 명하신 그 명 충실히 이행하겠나이다.”
의지가 불타는 눈빛을 조동희가 내게 보였다.
“나는 그대를 믿을 것이네.”
“예. 합하! 꼭 부처님께서 내리신 물품들을 반드시 구해오겠습니다.”
“그리고 왜로 가서는 그곳을 정탐하며,,,,,,,.”
순간 내 눈빛이 차가워졌다.
“예. 합하!”
“왜에 나는 유황을 구해야 할 것이네.”
“유황이라 하셨습니까?”
조동희는 내가 유황을 구해오라는 이유를 모르는 것 같았다. 물론 알 턱이 없다. ‘흑색화약을 만들 것이다. 지금 최무선이 내게는 없다면 내가 최무선이 될 자를 지목할 것이다.’난 점점 더 큰 것을 원하기 시작했다. 정말 나는 지금 이 순간 한 번에 터질 활화산인 거다.
“알겠사옵니다.”
“은밀히 움직여야 할 것이네.”
“예. 합하!”
“그 선단을 꾸리는 자금은 모두 내가 마련해 줄 것이니 그대는 오직 대선단을 꾸리고 해적단을 꾸리는 일에 열중하시게.”
“예. 합하! 이미 50척의 군선이 탐라에 있사옵니다. 합하!”
“그래. 그것만 봐도 참으로 그대는 대단한 무장이네.”
“감사하옵니다. 합하!”
“밖에 누구 있느냐?”
내 우렁찬 부름에 별초 출신인 견룡군 무장 둘이 들어섰다.
“예. 합하! 부르셨사옵니까?”
“너희들은 앞으로 조대감을 모셔라.”
안문사의 벼슬이 그리 높지 않으나 나는 조동희를 대감이라고 불렀다.
“예. 합하!”
“이 순간부터 조동희 대감은 참지정사 및 탐라평장사로 명한다.”
순간 조동희가 놀라 날 봤다.
“합, 합하!”
“그대가 이 고려를 앞으로 책임져야 합니다.”
“예. 합하! 그리 할 것입니다.”
“병력을 꾸려 탐라로 가세요. 가셔서 하실 일이 참으로 많습니다. 제가 곧 제가 부탁한 것들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하고 그림을 그려 보내겠습니다.”
“예. 합하! 그리하겠사옵니다.”
드디어 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하고자 했다. ‘군수품 및 각종 재물이 들어오는 곳을 다면화해야 해. 정벌을 시작했으면 멈춤이 없을 것이야.’칭기즈칸이 거대한 대륙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의 정벌에 멈춤이 없기 때문일 거다.
나도 그처럼 하고자 했다. 배워야 할 것은 배우고 죽여야 할 것은 죽일 참이다. 그리고 금을 정벌한 후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아주 먼 초원에서 정복자로 자라고 있는 그 꼬맹이를 죽이는 거다.
‘3년 안에 내가 그 꼬맹이를 죽이지 못하면 앞으로 40년 후에는 내가 그놈에게 죽게 된다.’내가 말한 40년 후는 몽골이 고려를 침략하는 그때를 말하는 거다.
이래서 미래를 안다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큰 힘이 되는 거였다.
“소장 탐라평장사 조동희 물러가겠사옵니다.”
“그러시게. 또한 너희들은 성심을 다해 조동희 대감을 모셔야 할 것이다.”
“예. 합하!”
“견룡군 100을 데리고 가시게.”
“예. 합하! 명을 따르겠사옵니다. 또한 성심을 다해 조동희 대감을 보필하겠나이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저들은 내가 왜 조동희에게 자신들을 붙인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보필과 함께 감시의 임무까지 내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다.
“잘 부탁합니다. 조평장사! 그대의 어깨에 고려가 달려 있습니다.”
“예. 합하!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내 거대한 꿈은 하나씩 움직여지고 있었다.
“그럼 준비를 하시게.”
“예. 합하! 물러가옵니다.”
“그러시게.”
그렇게 조동희는 내 원대한 꿈의 일부에 대한 밀명을 받고 중방을 떠났다. 그리고 난 잠시 깊은 신음에 잠겼다. 바드득!어금니를 깨물며 결심이 섰다.
“밖에 누구 없나?”
“예. 합하! 부르셨사옵니까?”
별초 출신의 견룡군 무장이다.
“척살대를 운용해야겠어.”
순간 내 눈에는 살기가 감돌았다.
“조동희평장사를 제외하고 황실을 기망하고 조정을 속인 전 탐라 안문사들과 탐라목사를 지낸 자들을 모두 은밀히 척살하라.”
“예. 합하! 척살대에게 지시를 하겠나이다.”
“서경의 간자들의 짓처럼 보여야 할 것이다.”
“명심하겠나이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이 순간 썩어가는 고려를 난 이런 방법으로 바로잡으려 했다. 6. 황궁으로 돌아온 의종! 공예태후의 전각 앞.서경진격을 위한 엄청난 작전명령과 또 조동희에게 이 시대의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는 임무를 내리고 하루가 지났다. 그리고 그 지나간 간밤에 황도 개경에서 황실과 사직을 속이고 호위 호식했던 전 탐라안문사들과 탐라목사들이 원인모를 피습을 받아 죽었고 내 지시를 받은 척살 대들은 낙향한 자들을 찾아 그들의 고향으로 말을 몰았다.
나는 공예태후를 만나기 위해 태후마마의 전각으로 들어서고 있었다.아마 공예태후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늘이야말로 강화로 유배 아닌 유배를 떠난 내 부친이신 의종께서 복위되어 돌아오는 날이니 말이다. 사실 난 그가 오기 전에 정리해야 할 것이 있다.
명종황제의 죽음을 태후께 알려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을 무마시키기 위해 나는 모든 진실을 밝혀야 했다. ‘어찌 하시지는 못하실 것이야!’모든 일을 정도전이 꾸몄다고 하면 태후도 어찌 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지만 더 아픈 손가락은 분명 있는 법이다. 또한 이미 죽은 아들을 그리고 자신을 스스로 정적으로 생각했던 아들의 죽음보다 몇 십 년 가슴에 아픔으로 묻은 아들의 잘못을 들출 수는 없을 것 같았다.‘의종폐하께서 돌아오시고 나서 폐주께서 참살 당하신 것을 알게 되면 다 내 죄가 되는 거다.
그리 된다면 내가 나갈 길에 작은 걸림돌이 된다.’난 그렇게 생각을 하며 정도전이 했던 말이 떠올렸다.
‘그리도 상황께 인정을 받고 싶으십니까?’정도전이 내게 했던 말이다.
“당연히 인정을 받고 싶지.”
난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때 견룡군 하나가 내게 조심히 다가와 군례를 올렸다.
“남변 진주 목에 있는 자를 제외하고 지시한 일을 끝냈사옵니다.”
“그 마지막까지 다 정리를 하고 보고를 하라.”
“예. 합하!”
짧게 대답한 견룡군 무장이 내게 목례를 하고 물러났다. 그리고 난 전각 복도를 걸어 천천히 태후마마의 처소로 걸어가 처소 문 앞에 섰다.
“아뢰시게.”
“예. 합하."============================ 작품 후기 ============================추천, 댓글 부탁부탁드립니다. ^^오류나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댓글을 남겨주신다면 성심껏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각종 의견들도 참조하도록하겠습니다.
점점 더 일이 커지고 있습니다. 전업작가이면 하루에 5편 이상 올려드릴 수 있는데 제가 그리 못 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