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6권 - 북벌의 시작. -- >
“예. 폐하! 명을 따르겠사옵니다.”
“그건 그렇고 연주성의 성주가 누구인데 짐의 명을 따르지 않는가?”
“무장 김경희이옵니다.”
“김경희?”
“그렇사옵니다. 폐하! 타고난 무장이옵니다. 고집불통이면서 꽉 막힌 무장이옵니다.”
김경희!그는 고려 최고 무장중 하나인 김경손 장군의 증조부가 되는 무장이었다.김경손이 누구인가?대몽항쟁 때 그보다 용맹을 떨친 장군은 찾기 힘들 것이다.
역사에 의하면 1231년 정주분도장군이 되었고 이때 몽골이 침입하자 결사대 12명을 거느리고 투쟁하여 몽골군 선발대를 격퇴시켰다. 그 후 몽골의 주력군이 침공하자 귀주성 성주 박서의 휘하에 들어가 20일간 농성하며 끝내 몽고군을 격퇴시킨 장본인이 바로 김경손 장군이었따. 훗날 대장군 및 어사대지사가 되었고 또 전라도 지위하가 되어 나주성의 성주로 파견되어 백적도원수라고 칭한 공주 등지의 주현을 수중에 넣은 이연년을 포위를 뚫고 겨우 30여명의 별초를 이용해 수천의 군사와 싸워 이연년을 죽이는 대승을 거뒀다.
타고난 무장이고 또한 고집 역시 타고난 인물이 바로 김경손이었다.
“연주성을 그냥 두고 개경으로 진격한다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러니 반드시 연주성을 함락시키고 짐에게 반기를 든 무부를 처단하라.”
“예. 황제폐하!”
“절령을 점령하면 곧 개경 황도란 말이지. 개경황도! 하하하! 짐이 개경으로 진격할 것이다.”
드디어 고려에 내란이 발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회생과 대령후 모두에게 절령 고개는 주목받고 있었다. 허나 대령후와 조위총이 이끄는 군대가 개경으로 진격하는 순간 회생의 명을 받은 별초낭장 박현준과 속말말갈 족장 타이모의 군대가 서경을 노릴 것이 분명했다.
이미 대령후는 전략과 계략에서 회생에게 지고 있다 할 수 있는 거였다.5. 조동희에게 임무를 주다.
회생의 사택 백화의 처소.탁!백화가 여 무사의 보고를 받고 노해 탁자를 자신의 손으로 내려쳤다.
“뭐라 했느냐? 국문 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분노한 백화 때문인지 여 무사는 겁에 질려 그저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다시 말해 보거라! 어찌 되었다고?”
“송구하옵니다. 마님! 국, 국문 장에서 역적 김보당이 참지정사 대감을 반란군과 내통하였다고 고변했사옵니다.”
“고변? 그 망할 놈이 그리 고변을 했단 말이지.”
백화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사옵니다. 국문 장에서 김보당의 고변에 의해 그 자리에서 참해지는 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고 문하시중인 조영인 대감도 투옥되었다고 하옵니다.”
“그딴 것들이 참해지던 투옥이 되던 상관없다. 내 아버님께서 지금 반역도당으로 몰렸다는 것이 중요하다.”
“송구하옵니다. 마님!”
“합하께서는 어찌 하셨느냐?”
“당장 소환해야 한다는 중신들의 중론을 물리시고 소환을 금지시켰사옵니다. 아마도 합하께서 마님을 위해 참지정사 대감을 보호하려 그리 한 것 같사옵니다.”
“합하께서 그리 하셨단 말이냐?”
“예. 마님!”
“그래. 내 상공이신 합하께서는 나를 버리지 않으실 것이야. 그건 그렇고 그 죽일 놈은 어찌 되었느냐?”
“참지정사를 모함 한 것에 분노하신 합하께서 능지처참을 명하셨고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죽었다고 하옵니다.”
“그래. 그래야지. 나를 모함하고 아버님을 모함한 놈은 그리 죽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사옵니다. 마님!”
이런 상황만 봐도 황궁에 백화의 눈과 귀가 따로 있다는 증거일 거다.
“김보당 그자의 가솔들은 어찌 되었느냐?”
“모두 다 잡아드렸다고 하옵니다.”
여 무사의 말에 순간 백화의 눈동자가 차가워졌다.
“내 절대 김보당의 가솔들을 용서치 않을 것이야! 김보당! 죽어서도 네놈은 편히 죽지 못할 것이다. 나를 모함하고 아버님을 모함한 죄를 네놈의 가솔들에게 물을 것이야! 내 구족을 멸해서 씨를 말릴 것이다.”
바드득!독함이 하늘을 찌르는 순간이었다.
“마, 마마!”
“왜 그러느냐?”
“그런데 아직 김보당의 가솔 중에 그의 손자인 처서라는 아이를 찾지 못했다하옵니다.”
“손자를 찾지 못해?”
“그렇사옵니다. 투옥이 된 것은 확실한데 옥장의 실수로 남변의 관노로 보내졌다고 하옵니다.”
“그게 말이 되느냐?”
“허나 이년이 알아본 바로는 그렇사옵니다.”
그 순간 백화는 자신이 모셨던 무비를 떠올렸다.
“사라졌단 말이지?”
“그렇사옵니다.”
“이건 김보당이 죽는 순간 내 상공이신 합하께 복수한 것이 아닌 거구나.”
“예?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내 이제야 무비가 왜 그리 그 늙은 할망구를 싫어했는지 알겠구나.”
늙은 할망구는 공예태후를 의미했다.
“예?”
“됐다. 너는 나가봐라.”
“예. 마님!”
여 무사가 조심히 밖으로 나갔고 그와 동시에 홍련이 백화의 처소 안으로 들어서서 목례를 하고 조심히 자리에 앉았다.
“밖에 요란한 소리는 무엇이더냐?”
“폭죽 소리이옵니다.”
“흥선 도련님께서 아니 도전도련님께서 소일거리를 찾으시는 것이냐?”
백화는 정도전을 홀대하지 않겠다는 듯 도련님이라고 했다. 회생이 정도전을 아끼는 것을 잘 알고 또한 정도전의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작은 머리에는 수많은 비책들과 계략들이 들어 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건 아니옵니다. 귀녀께서 무료하신 모양이옵니다. 아이처럼 폭죽을 가지고 노시고 계시옵니다.”
“심심도 하겠지.”
“그런 것 같사옵니다.”
“수십 만 냥의 황금에 대한 담보로 왔으니 답답하기도 하겠지.”
백화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다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그 계집도 곧 상공의 계집이 될 것인데,,,,,,,.’하지만 다시 백화는 아나스타샤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파란 눈으로 어찌 이 고려의 황후가 될까.’백화는 아아스타샤의 파란 눈을 떠올리며 경계를 풀었다.
“그런데 그 폭죽을 터트리는 곳에 도전 도련님께서 계셨다고 하옵니다.”
“그래?”
“예. 마님!”
“역시 아이는 아이시군. 아직 어린데 저 정도의 재주를 보인다면 장성한 후에는 크게 쓰이거나 큰 화가 될 수도 있겠지.”
백화의 말에 홍련이 놀라 백화를 봤다.
“그 말씀은?”
“송곳이 주머니에 들어가면 삐져나오는 법이다. 그건 그렇고 태후마마를 어찌 할꼬?”
“무슨 일이옵니까? 마님!”
“태후마마께서 꾀를 내서서 나를 위기로 몰았구나.”
백화의 눈동자가 차가워졌다.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벌써 태후마마께서 제1황후의 자리에 자신의 딸인 영화공주를 올리려는 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구나.”
“정말이옵니까?”
“그래. 황제가 되실 합하는 한 분이신데 황후가 될 여인이 셋이니 당연한 것이지. 내가 너무 쉽게 봤어. 너무 쉽게 봤어.”
백화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또한 내 아버님과 내 명예에 흠집을 냈어. 나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30년 동안 사모하고 황실 아니 태후마마를 수호하신 내 아버님의 등에 비수를 꽂으면서 그리 하시다니 참으로 무서운 분이구나. 아버님께서 이 사실을 아시면 참으로 슬프시겠어.”
“마마! 이제 어찌 하옵니까?”
“받은 것이 있다면 돌려줘야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때가 올 것이야! 때가.”
바드득!백화는 어금니를 깨물었다.‘내게 입힌 흠이 없어지지 않는 것이라면 나도 다 방법이 있지. 어찌 고모와 조카가 부부의 연을 맺는단 말인가.
차후에 주자학을 이용하면 될 것이야!’차가운 눈동자로 변하는 백화였다. 여인들의 권력 암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백화는 자신을 위해줄 세력을 만들고자 했다.
허나 이것은 회생이 극도로 싫어하는 일이 분명했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것은 백화도 고려 무신들도 생소한 주자학을 알고 있다는 거였다. 이건 다시 말해 백화가 학문에 관심이 있다는 말도 되겠지만 백화도 예전부터 영화공주를 공격할 무기를 찾고 있었다는 증거도 됐다.
드디어 진정한 여인암투가 시작되는 순간인 거다. 허나 큰 조개와 바닷가의 새가 서로 먹고 먹히지 않으려고 싸우면 결국 이득을 보는 것은 어부 일 것이다.
또 이래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소리가 있는 걸 거다. 다시 중방.경대승이 나가고 나와 전 탐라 안문사 조동희만 남았다.
내가 그를 급히 부른 것은 그에게 막중한 소임을 주기 위함이다.사실 탐라에 일어난 변란은 변란의 축에도 끼지 못할 것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무신정변이 일어난 후 수많은 변란이 있었다. 김보당의 난으로부터 해서 조위총의 난 그리고 동경에서 일어난 김사미의 난과 망이 망소이의 난까지 크고 작은 난들이 수도 없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첫 번째인 김보당의 난이 일어나기도 전에 내게 유리하게 수습이 됐고 이제는 조위총의 난을 이용해 금을 정벌하고자 했다.
그러니 저 바다 멀리 탐라에서 일어난 변란 같지도 않은 소요에 고려의 섭정인 내가 이리 반응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지금 이리 크게 반응하는 것은 내 나름대로 다른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본 관우의 풍모군.’난 탐라출신의 무장이 검을 든 부처라고 조동희를 말한 것이 이해가 됐다.그리고 관우의 풍모를 지닌 조동희도 자신이 이리 중방까지 불려온 것에 대해 놀라고 있는 눈치였다.
“그대가 탐라로 가주어야겠네.”
탐라면 오지 중에 오지일 거다. 고려의 관리라면 누구나 가기 싫어하는 곳이 분명했다. 또한 조동희는 한 번 탐라의 안문사로 다녀온 후였다.
“소장이 가서 변란은 진압하라는 것이옵니까?”
“그딴 변란 그대가 아니라도 어렵지 않을 것이네.”
난 조동희가 탐라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다는 것에 주목했다. 내가 직접 탐라로 가서 내가 생각하는 것을 행할 수 없으니 탐라 사람들이 존경하는 그를 보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대신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대가 있을 때도 왜와 안남국 그리고 남송 연안까지 밀무역을 했나?”
내 물음에 조동희가 인상을 찡그리며 나를 봤다.
“소장을 죽여주시옵소서.”
“했다는 거군.”
“그렇사옵니다. 허나 사사로이 착복한 것은 없사옵니다. 밀무역을 하고 그 이익으로 외부의 침입을 막는 외성을 쌓았사옵니다.”
“죄를 물으려는 것이 아니네.”
내 말에 조동희가 다시 한 번 놀랐다.
“다른 나라와는 밀무역을 하지 않았나?”
“무엇을 아시고자 하시오니까?”
“내 말 그대로.”
“합하께서 물으시니 답하겠사옵니다. 참파와도 밀무역을 했고 또 대월과도 했사옵니다.”
“그 이익이 막대하겠군.”
“그렇사옵니다. 제가 안문사로 있을 때 그 이익으로 외성을 쌓았고 건조해놓은 전선이 50여척이옵니다.”
놀라운 일이 분명했다. 그 정도의 이익이라면 내가 생각했던 그 이상의 이익이 분명했다. 이것을 고려조정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난 신기했다.'대선단을 바로 꾸릴수도 있겠군.'참으로 잘된 일이 분명했다.
“참파?”
“그렇사옵니다.”
사실 난 참파라는 나라를 알고 있었다.참파는 2세기 말엽~17세기 말까지 현재의 베트남 중부에서 남부에 걸쳐 인도네시아계인 참족이 세운 나라를 말한다.
참인(人)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옛날부터 인도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192년경 후한의 지배에서 독립했고 그 후 남송은 참파를 임읍이라고 불렀다. 또한 송나라의 문헌에는 점파, 점성 등의 국명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쉽게 말해 필리핀의 고대왕국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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