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30화 (330/620)

< -- 간웅 16권 - 북벌의 시작. -- >

“그렇지. 뒤를 열어주고 앞을 막는 것이네. 그리 되면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서경으로 퇴각을 하게 될 것이고 서경에 도착하면 이미 서경 성에는 황도의 깃발이 꽂혀 있을 것이야. 그리 되면 갈 곳이 없어지지. 어쩔 수 없이 이북의 성을 찾아 퇴각을 하게 되겠지만 이북에 있는 모든 성들도 그들을 절대 반겨주지 않을 것이네. 그럼 자네라면 어찌 하겠는가?”

“금에 도움을 청할 것이옵니다. 그게 아니면 송 황실에 도움을 청할 것이옵니다. 둘 중 하나만 성공한다고 해도 크게 일이 틀어지는 것이옵니다.”

“대동강 포구를 막고 벽란도 포구를 막아버린다면 그들이 갈 곳은 금 밖에 없지. 우린 그 뒤를 쫒으면 되는 것이네.”

“예. 합하! 참으로 놀라운 전략이옵니다.”

경대승이 놀랍다고 하는 계략은 내가 금을 칠 때 쓸 계략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내가 금을 칠 때 사용할 계략은 사실 명나라가 망하는 과정에서 착안한 거다.

명나라는 지금의 금과 같은 여진족이 세운 후금에 의해 망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천운이 후금을 도왔다고 할 수 있었다.그 첫번째가 조선에 왜란이 일어났고 5만에 가까운 병력을 파병하면서 국력이 소모되었다는 거다.

그 다음이 민중 봉기다.후금을 새운 누르하치는 무순을 공격하여 함락 시켰다.

이에 놀란 명나라 황제는 만주족 토벌을 위해 군대 동원령을 내렸고 요동의 심양에 주력군을 주둔 시켰다. 결정적으로 살이호 전투에서 명이 쇠망하게 되는 분수령이 됐다.

1619년 이 전투에서 명의 대군을 격파하고 대승을 거둔 후금은 심양,요동 등을 그들의 영역 안으로 삼고 1625년 심양으로 수도를 옮겼다.명은 후금과의 싸움에 엄청난 국력을 소비해야 했고,그만큼 백성들의 고통이 커졌다.

백성들의 고통이 커질수록 그 불만을 커지는 것은 당연하고 반란세력들이 나타나게 되는 것도 당연할 거다.특히 천재지변 으로 인한 기근이 심각한 지역 이었던 하남과 섬서지방을 중심으로 거대한 반란세력이 형성 되었다.

원래 섬서지방은 기름진 땅이었지만 잦은 가뭄으로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명의 국경수비 중심이 이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중앙에서 군수물자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게 되자 군인들이 반란군에 가담하게 되었다.명을 멸망시킨 이자성도 이 지역의 반란 세력의 지도자중 하나였다.

결국 명을 멸망시킨 것은 후금이 아니라 민중 봉기로 일어선 이자성이라는 거다. 그러나 이자성은 반란 초기에는 명나라 군대의 거센 공격으로 인해 반란군은 수세에 몰리게 되었고 점점 더 숨통이 조여왔다. 그런데 그 시점에 북경 근처까지 후그이 밀려왔고 어쩔 수 없이 하남과 섬서 등지의 군대를 북경으로 이동시켰다. 그래서 이자성은 군세를 정비할 수 있었고 서안을 거점으로 한 이자성군은 동쪽으로 자신의 군대를 이동하며 명의 요충지를 하나씩 하나씩 점령해 들어갔다.마침내 1644년 3월17일 이자성군은 북경에 도착했다.

하지만 북경에는 지킬 군대가 없었고 이자성은 거의 무혈 입성을 해 북경을 장악했다.저녁 무렵 황제가 머물고 있던 궁성인 자금성 주변에는 이자성 군의 함성이 들리고 북경 시내는 반란군이 놓은 불길이 여기저기서 번졌다.

그리고 다음날 명의 마지막 황제는 자결했다.아무리 큰 제국이라고 해도 황성을 지킬 병사가 없다면 끝내 멸망하는 거다. 또한 반드시 주둔해야 할 병사들이 움직이는 순간 군세는 깨지다는 거였다.

그래서 난 금의 주력들을 어떻게든 요동으로 움직이게 만든 후에 도천밀군을 이용해 금의 황성인 중도를 함락시키고 대한모극인 대타발을 회유해 금나라 군대를 무찌를 생각을 한 것이다.아무런 상관도 없어 보이는 미래의 역사가 내게는 이리 큰 전략을 꾸밀 수 있게 해 주는 거였다.'중도가 비면 금이 망한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위경 이의방이 15만의 고려 군사로 얼마나 금의 군대를 막아주냐는 거다. 또한 금왕이 요동을 장악하고 있는 대한모극을 불신하고 그 병력을 이동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치밀하게 움직여야 할 작전이 분명할 거다. 허나 충분히 승산이 있는 작전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시작을 지금 실행하고 있는 거였다.그러니 무엇보다 서경정벌은 내 북벌에 아주 중요했다.

“그래서 그대의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네.”

난 다시 경대승을 보며 말했다.

“예. 알겠사옵니다. 합하! 소장의 아비를 상장군에 봉해주신 것에 대한 보답을 할 것이옵니다.”

“그대가 해야 할 보은은 내가 아닌 고려에 해야 할 것이네. 나는 그냥 섭정에 불과하네. 나를 어떤 이는 옥좌를 찬탈할 자라고 하지. 그대도 그렇게 생각을 했었고 옥좌가 그리 대단한 가? 나는 왕이 될 수 있네. 고려 황제폐하를 천자로 만들면 나도 그대도 위위경도 왕이 될 수 있어. 어떤가? 나와 같이 왕이 되어보지 않겠나?”

물론 황제가 천자가 되면 그 다음 대에는 내가 천하를 다스리는 천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 말해 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경대승은 그저 나를 보며 놀라워했다.모두가 왕이 될 수 있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니 말이다.

“따를 것이옵니다.”

그때 중방 복도에 인기척이 들렸다.-합하! 전 탐라 안문사 조동희 들었사옵니다.

“들라 하시게.”

스르륵 조심히 문이 열렸고 꽤나 멋진 수염을 가진 중년의 무장이 들어와 내게 부복했다.

“전 탐라 안문사 조동희이옵니다. 합하!”

내 눈에 비친 그는 딱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와 같은 외형을 가진 인물이었다.

“앉으세요.”

“예. 합하!”

조동희가 조심히 자리에 앉았다.

“조 안문사!”

“예. 합하! 하문하십시오.”

“다시 탐라로 가 주셔야겠습니다.”

“예?”

“조 안문사께서 탐라로 가셔서 할 일이 많습니다.”

놀라는 조동희를 난 뚫어지게 봤다. 이제 고려에서 부족한 것을 조동희에게서 얻을 것이다. 그리고 탐라는 내 거대한 꿈을 위한 군량 요충지가 될 것이다.

강화도 의종황제가 유폐되어 있는 바닷가 오두막.초라한 오두막에 고려 병사 200여명이 삼엄한 경호를 하고 있었고 싸리 담 안에는 문극겸과 상선 최준인 상황인 의종의 발아래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폐하! 섭정 이회생의 충정에 의해 상황폐하께서 다시 복위되었사옵니다.”

문극겸이 망극한 표정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어투로 의종에게 고했다.

“섭정? 회생이 섭정이 되었다?”

의종은 자신이 복위되었다는 말보다 회생이 섭정이 되었다는 말에 더욱 주목했다.

“그렇사옵니다. 태후마마의 명에 의해 부마도위이신 합하께서 섭정이 되셨사옵니다. 또한 폐하께서 복위가 되었사옵니다.”

“그럼 또 한 번 황궁이 피로 물든 모양이군.”

“폐하를 복위시키고자 하는 섭정의 고충을 이해해 주시옵소서.”

“그대는 여전히 내 신하가 아니라 섭정의 신하군.”

의종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폐하! 소신은 죽는 날까지 폐하의 신하옵니다.”

문극겸이 다시 한 번 머리를 조아렸다.

“내가 복위가 되었다는 것은 아우가 폐위가 되었다는 말이겠지? 나를 황제의 자리에서 끌어내려 상황으로 만든 그들이다. 도대체 조정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금나라 순문사 야율강이 폐주의 밀명을 받은 이소응에 의해 참살되었사옵니다.”

“이해가 안 되는군. 내 아우는 그리 대담하지 않다. 또한 북벌 같은 것은 생각한 적도 없다. 그런데 어찌 전란에 휩싸일 수 있는 금나라의 사신을 참살하라는 밀명을 내렸다는 건가?”

“허나 사실이옵니다.”

“사실이라?"

"그렇사옵니다. 폐하!"

"그런데 왜 짐을 복위시키려는 건가?"복위가 되어도 분명 허수아비 황제로 전락할 거라는 것을 아는 의종황제였다."소신 듣기 황망하옵니다. 폐하!"

"짐은 그게 의문이네. 권력을 쥔 무신들이 다른 급한 일이 있는 모양이겠지만 짐이 아니라도 허수아비로 새울 황자는 많을 것인데,,, 평락후도 있고 대령후도 있고.”

역시 예리한 면이 무뎌지지 않은 의종이었다.

“대령후는 서경의 조위총과 공모하여 반란을 일으켰사옵니다.”

“반란? 그게 이유인가?”

“합하께서는 무신혁명 이전으로 돌린다하셨습니다.”

“회생이?”

의종이 피식 웃었다.

“그렇사옵니다. 합하!”

“서경에서 반란이 일어났다면 그것을 진압할 준비를 하고 있겠군.”

“예. 폐하 그렇사옵니다. 지금쯤이면 서경정벌군이 꾸려졌을 것이옵니다. 폐하!”

문극겸의 짧은 대답에 의종은 황도 쪽 하늘을 봤다.

“참으로 놀라운 매부네. 겨우 장졸이었던 매부가 견룡행수가 되고 또 그 짧은 시간에 고려의 섭정이 되다니 그건 이의방과 이고 그리고 강일천 공까지 내 매부를 인정했다는 말이겠지.”

“그, 그것이,,,,,,,,.”

“하하하! 결국 살려준 은혜를 갚아라! 나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내게 자신에게 입은 은혜를 갚으라는 거군.”

의종이 나직이 말했다.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의종은 회생과의 관계를 아직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 겨우 미련을 버렸거늘 이리 나를 다시 번잡하게 하는군.”

의종의 말에 문극겸과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상선 최준이 인상을 찡그렸다.

“내 되어주지 그 허수아비! 다음에는 또 무엇이 되어 있을꼬?”

“모시겠나이다. 황제폐하!”

“황제라? 황제라! 내가 다시 고려의 황제가 되었단 말이지. 허수아비 황제!”

의종은 자신의 역할을 정확하게 아는 듯 했다.만약 진심으로 자신의 복위를 원했다면 회생이 절대 섭정이 되지 않았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의종이었다.

“그럼 진도는 어찌 되었나?”

“김돈중 대부가 효령태자 마마를 모시려 내려갔사옵니다.”

“김돈중? 죄인이 된 자가 다시 등장했다는 것은 내 매부인 회생에게 머리를 조아렸다는 거겠지.”

“폐, 폐하,,,,,,,.”

문극겸이 놀라 의종을 봤다. 하지만 의종은 아무 말도 없이 돌아섰다. 그리고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짐이 이제 이 고려의 마지막 황제가 되는 것인가,,,,,,.’지그시 입술을 깨무는 의종이었고 그의 눈빛은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이었다.

“세월이 약이겠지,,, 세월이,,,,,,.”

서경 반란군 수뇌부가 위치한 서경유수관.상석에 대령후과 황금 갑주를 입고 서 있었고 그 옆으로 조위총이 은빛 갑주를 입고 자리하고 있었다. 40여명의 서경 군 무장들이 대령후를 보고 있었다.

“경하 드리옵니다. 폐하!”

40여명의 무장들은 대령후를 폐하라 외쳤다.

“짐이 무부들에 의해 농락당한 사직과 황실을 바로 세우기 위해 스스로 황제에 등극했도다.”

황금 갑주는 황제를 의미하는 거였다.

“짐은 충신들인 서경의 신하들과 함께 무부들에 의해 도탄에 빠진 개경 황궁으로 진격하여 그들의 죄를 물어 엄벌에 다스릴 것이다. 그대들은 충신이고 고려에 마지막 남은 찬란한 혼이다. 짐을 도와 도탄에 빠진 고려를 구하자.”

“예. 황제폐하!”

우렁차게 40여명의 무장이 대답했다.

“이에 짐은 조위총을 문하시중 및 개경정벌 총사령으로 명한다.”

이 순간 고려에 또 하나의 조정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신! 문하시중 조위총! 폐하의 명을 받잡사옵니다.”

“지도를 피라! 내 친정을 할 것이다.”

“예. 폐하!”

무장 하나가 긴 탁자에 휘리릭 지로를 폈다.

“개경 정벌군의 진군로는 어디가 좋겠는가?”

“개경과 가장 가까운 곳은 절령이옵니다.”

“절령?”

“그렇사옵니다. 절령은 군사적 요충지로 그곳을 장악한다면 바로 개경이옵니다. 첫 전투가 있을 곳이 바로 절령이 될 것이옵니다.”

“그렇다면 쉬운 일은 아니겠군.”

대령후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사옵니다. 폐하! 절령을 취한다면 개경정벌은 6할은 성공한 것이옵니다.”

대령후와 조위총은 스스로 개경정벌이라고 했다.

“그럼 반드시 절령을 차지해야겠군.”

“예. 폐하! 그렇사옵니다. 저들은 무엄하게도 폐하와 서경의 군대를 반란군이라 규정했사옵니다. 비록 서경 군이 4만에 불과하나 이북 40개성에서 호응한 3만의 군대가 도착을 하면 7만이옵니다. 병력면에서는 열세이오나 그 강성함이 어찌 허벅지에 살이 오른 개경 무부들과 비교하겠사옵니까?”

원래 서경의 군대는 용맹하기로 유명하고 북변 인근에 있는 군사들은 사납기로 유명했다. 그것이 이리 조위총이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였다.

“이북의 모든 성이 짐에게 머리를 조아린 것인가?”

“예. 폐하! 연주성주만 제외하고 모든 이북의 성들이 폐하께 충성맹세를 했사옵니다.”

“그럼 지금도 짐이 고려를 양분한 것이군.”

“그렇사옵니다. 폐하!”

“허나 괘씸하다. 짐은 연주성이 참으로 괘씸하도다. 서경으로 호응하기 위해 진군하는 이북충군들에게 전령을 보내 군사 3천을 남겨 연주성을 치라 명하라.”

대령후의 말에 조위총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왜 그런 표정인가?”

“병력의 열세가 분명 있사옵니다. 폐하! 3천의 병사를 뺀다는 것은,,,,,,,,.”

“걱정 말라! 짐에게는 악비군이 있도다. 1만의 악비군이 고려를 위해 움직일 것이고 그리 된다면 송황실도 짐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사실 그 이유 때문에 대령후를 따르는 거였다. ============================ 작품 후기 ============================추천을 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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