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웅-328화 (328/620)

< -- 간웅 16권 - 북벌의 시작. -- >내가 알고 있는 역사에서도 조위총의 선동에 휘말린 연주성을 제외한 이북 40여 성이 서경과 호응했고 평장사였던 윤인첨에게 3군을 주어 서경 반란군을 토벌하게 했으나 절령에서 대패해 서경군이 개경까지 육박하게 만들었다. ‘역사대로라면 전령에서 대패를 하게 되지.’그때 패장이 바로 지금 문하시중이 되어 있는 윤인첨이다.

이래서 미래를 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그렇게 대패를 하고 이의방이 직접 군사를 이끌고 나가 서경군을 격파하고 대동강까지 이르러 서경 성 밖에 진을 쳤으나 추위에 견디지 못하고 끝내 철수를 했다.

그 철수가 바로 조위총이 22개월이나 지구전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다. ‘까딱 잘못하면 고려에서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서경은 내 진격에 1차 목표다. 이번 출정의 진정한 목표는 금나라 황성 중도다. 그러니 3개월 이내 위화도를 거쳐 압수를 넘어 이에 분노한 금나라 대군을 만주벌판에서 맞이해야 했다.

‘첫 전투에서 조위총을 잡는다. 그럼 대령후는 계속 후퇴를 하게 된다.

물론 돌아갈 서경은 없다.’

“그러니 속전속결로 끝을 내야겠지.”

“그렇사옵니다. 합하!”

지금 내게 말한 김평은 문신으로 김보당의 일파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물이었다. 물론 그를 살린 것은 정도전이 그를 인재라 말했기 때문이었으나 기탁성 대장군의 천거도 한몫했다.

지금은 뒷방 늙은이들인 노장군들의 힘도 아쉬운 상황이기에 그 정도의 천거를 받아줄 수 있었다. 또한 훗날 과거를 관장해야 할 인물이 김평이었다.

“조위총은 문신이면서도 뛰어나 책략가이면서 병법가이옵니다. 서경 성에서 수성만 한다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그러니 진격을 감행할 것입니다.”

“옳소.”

“자비령에서 반란군의 예봉을 꺾는다면 충분히 조기에 반란을 진압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있던 이의방이 내게 말했다.

“절령?”

자비령은 절령이라고도 불린다.

“그렇사옵니다. 합하! 자비령은 예로부터 황도와 서경을 잇는 군사적 요충지입니다. 그러니 조위총은 자비령을 넘을 것입니다. 그곳에서 결딴을 내어야 합니다.”

“자비령을 내어주면?”

내 말에 위위경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고 이고 역시 이의방과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그에 반해 경대승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자비령은 군사요충지입니다. 자비령에서 결전을 하지 않으면 바로 황도이옵니다.”

“자비령을 넘으면 바로 황도이니 반란군의 기세가 등등할 것이요.”

“그렇기는 하옵니다. 곧 황도로 진격할 수 있을 것이니 그럴 것입니다.”

“자비령을 내어주고 반란군이 자비령을 다 넘은 후에 그 자비령을 틀어막는다면 어찌 됩니까?”

“예?”

“제 생각은 서경과 황도로 진격하는 반란군의 허리를 끊는 겁니다. 그리 된다면 속전속결로 결딴을 낼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서경 성도 함락시킬 수 있을 겁니다.”

내 말에 모두 다 놀라 나를 봤다. 저 눈빛들은 내가 병법의 병자도 모르고 지휘를 하고 있다는 그런 눈빛이 분명했다.

군사적 요충지이며 목이라고 할 수 있는 자비 령을 버리고 반란군에게 자비 령을 내어주고 그 아래 평야에서 막는다는 것은 말은 참으로 쉬워 보이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누구하나 이쯤이면 아니 된다고 하겠지.’난 그런 생각을 하며 내 생각에 반대할 자로 고용지를 떠올렸다. 그리고 난 힐끗 고용지를 봤다.

이미 그의 눈빛은 말을 할까 말까 내가 이런 말을 해서 섭정에게 밉보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진 것 같았다.‘말을 하면 인재고 말하지 않으면 꿔다놓은 보릿자루지.’나는 고용지를 시험하고 있었다.

‘자비 령을 내 준다. 내줘야 내 계략의 초석이 깔리는 거다.

’그러고 보니 자비 령은 참 많은 굴곡진 역사를 가진 곳이다. 내가 알고 있는 역사적 기억을 통한다면 고려의 역신이라고 할 수 있는 최탄이 난을 일으켜 서경을 비롯한 북계 54성과 자비 령 이북의 6성까지 해서 60개의 성을 들어 고스란히 몽고에게 바쳤다.

그 후 자비 령이 고려와 원의 국경이 되는 치욕이 있는 고개가 바로 자비 령이었다.

“합하!”

고용지가 결심한 듯 나를 불렀다.

“왜? 할 말이 있는가?”

내 물음에 이 중방에 모인 모든 무장들이 그리고 권세를 누리고 있다는 이의방과 이고까지 고용지를 봤다.

“합하께서 내놓으신 전략에 대해 말씀 올리려 합니다.”

“그래. 말해 보게.”

“하책 중 하책이십니다. 합하! 지금 합하께서 말씀하신 전략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옵니다. 군사적 요충지를 내어주고 그 아래에서 진을 친다는 것은 병법에서는 하책 중에서도 하책이옵니다. 적에게 길을 내어주고 황도를 위급하게 하는 하책이옵니다.”

가만히 앉아 있던 고용지 낭장이 내게 말했다.

“하책이라?”

난 살짝 인상을 찡그리는 척을 했고 그 순간 많은 문 무신들이 내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허나 고용지는 여전히 나를 보며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눈빛을 보였다.물론 기본적인 병법으로만 따진다면 고용지의 말이 옳을 것이다.‘하책 중에서도 하책이지. 허나,,,,,,,,.’난 다시 고용지를 봤다.

“예. 그렇사옵니다. 하책이옵니다. 합하의 생각하신대로 일이 되어 반란군이 절령을 넘은 후 신수군이 절령을 틀어막는다면 조위총을 비롯한 반란군은 독안에 든 사나운 쥐가 될 것입니다. 고양이도 절대 독안에 든 쥐를 공격하지 않습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독 안에 든 쥐는 갈 곳이 없으나 그만큼 사나워지는 법이다.

그리 된다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게 될 것이고 15만과 7만의 싸움에서 최소한 각각 5만 이상의 사상자가 날 것이 분명했다. 그리 된다면 22만의 고려 총 군사들 중 5만을 결국 잃게 되는 꼴이고 17만을 가지고 북벌에 나서야 한다. 또한 그 전투에 대한 전투피로감은 극에 달할 것이고 용맹한 금과 싸우기도 전에 사기는 꺾일 것이 분명했다.

“옳다. 독 안에 든 쥐는 사나운 법이지.”

“그렇사옵니다. 합하! 그러니 하책이옵니다. 반란군이옵니다. 잡히면 목이 베여야 하는 자들이옵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것입니다. 일개 병졸들은 다르나 무장의 직을 가진 자들은 진정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하책이옵니다.”

“어찌 그리 무엄한 소리를 하는 것인가?”

대장군 한섬이 고용지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오직 대장군 한섬은 내게 충성스러움만 가진 무장이다. 물론 중랑장 정도였을 때에는 그의 지략도 쓸 만 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허나 분명한 것은 대장군의 재목은 아니라는 거였다.

“어디 감히 합하의 전략에 토를 다는가?”

“송구하옵니다. 한 대장군.”

“그만하시게. 전략에서 정도는 없어. 나와 그대들이 소통이 없으면 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하지. 전투를 준비할 때 갑론을박을 해야 더 좋은 전략이 나오는 법이네.”

“예. 합하!”

한 섬이 바로 내게 머리를 조아렸고 난 다시 고용지를 봤다.

“모두 옳아! 그렇다면 말이네. 만약 전령 앞 평지에서 조위총이 급살을 맞아 죽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나?”

내 말에 모든 문 무신들이 기겁했다. 하지만 여전히 고용지는 내 생각이 틀렸다는 눈빛을 보였다.

“전투에서 요행을 바라지 말아야 하옵니다.”

고용지는 나를 웃게 하는 무장이다. 그가 낭장이라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네의 혀에는 가시가 있군. 내 귀가 아주 따가워.”

내 말에 무신들과 문신들이 고용지를 째려봤다.

“송구하옵니다. 합하! 허나 하늘이 돕지 않고 어찌 절령 앞 평지에서 반란군을 멈춰 세우고 절령을 틀어막고 또 반란군의 수장이 급살을 맞고 죽는다는 말씀이시옵니까?”

고용지는 무장이 되기보다는 간언을 하는 언관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이래서 정도전이 말하는 인재일 거다.

“하늘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네. 내가 스스로를 도와 고려를 구할 것이네. 고낭장.”

“예. 합하!”

“이 섭정인 나를 믿어보시게.”

겨우 낭장에게도 믿음을 주려는 나를 문신들이 다시 보는 것 같았다. 여기 모인 문신들은 모두 정복한 지역을 관리할 자들이다. 그러니 그들은 내게 참으로 도움이 되는 자이니 충심으로 따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리 하고 있는 거였다.

“소장은 합하를 믿사옵니다. 허나 총사령이 실책을 저지르면 많은 병사들이 죽사옵니다.”

“내 그 점 깊이 생각을 하지. 그리고,,,,,,,.”

난 잠시 고용지를 봤다. 내가 잠시 말을 멈추자 모든 시선들이 나에게 향했다.

“그리고 고용지 낭장을 앞으로 신수군 중랑장으로 명하고 내 좌부장으로 명할 것이네.”

1계급 승차를 한 고용지였다.

“합, 합하!”

“그대의 혀에는 가시가 있어. 내 귀에 따갑지만 내 몸에는 아주 좋은 약이 될 거네. 고맙네. 내게 약이 되어주는 말을 해 줘서.”

“합, 합하! 충심으로 보필하겠나이다.”

내 신수군의 우부장은 경대승이다. 내 명에 의해 청년 장군이 되었고 좌부장은 고용지가 된 순간이었다.

내 명에 모든 무장들과 문신이 놀라 다시 나를 봤다.‘소통이 막혀서는 절대 발전이 없다.

’그 어떤 나라든 혁명을 성공해 권력을 잡은 존재는 처음은 혁명가로 아랫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지만 그가 늙어 독재자가 되면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한다고 난 알고 있었다. 그러니 내게 그렇게 될지 모르니 경계를 해야 할 거고 그 역할을 많은 사람들에게 부여해야 했다. 그 처음이 바로 고용지다.

“현 시간부로 고용지를 신수군 중랑장에 명한다.”

난 그렇게 말하고 이의방을 봤다.

“위위경!”

“예. 합하!”

“그대를 서경정벌군 총사령으로 명합니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나는 계획대로 이의방을 서경정벌군 총사령에 명했다. 그리고 그는 서경을 정벌한 후에 계속 서경의 잔당들을 북으로 쫒으며 압수까지 진격할 것이다.

“예. 합하! 명을 따르겠사옵니다.”

“좌군으로는 대장군 한섬을 우군으로는 대장군이고를 명하고 선봉장으로 이의민을 명합니다. 또 중군으로는 대장군 기탁성과 염약신 공을 임명하고 군수지원대를 김돈중과 문장필로 명한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이의민은 이제야 공을 세울 수 있는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기뻐했다.

“예. 합하! 명을 받잡겠사옵니다.”

“나는 신수군을 이끌고 자비 령을 틀어막고 반란군의 퇴로를 막을 것이요.”

“예. 합하!”

모두 다 합창을 하듯 대답했다.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순간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탐라에서 전령으로 온 무장이 입이 떡 벌어졌다. 아마 내 기세와 중방의 기세에 눌린 것 같았다.

“이번 반란군 정벌의 목적은 반란을 조기에 진압하는 것도 있으나 절령 이북의 성들이 대부분 반란군에 동조했다는 것 때문에 그곳을 모두 평정하는 것도 목적입니다. 이 고려는 황도만 벗어나 황제페하의 힘이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요. 양광도와 교주도 서해도만 고려의 영토가 아니라는 말이요.”

모두 다 내말에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중앙집권적인 체제에서 중앙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은 태조할바마마께서 호족의 힘으로 황제가 되었기 때문에 호족을 억제하지 못한 이유도 한몫 했을 것이다. 그것까지 지금 내가 바로잡으려는 거였다.

“예. 알겠습니다. 합하!”

“이제 모두 다 준비를 하시오.”

“예. 합하!”

“경진 장군!”

순간 난 무섭게 경진상장군을 봤다.

“지난 일을 잊지 마세요.”

그와 나만 아는 대화일 거다.

“예. 합하! 절대 잊지 않고 충심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우부장인 경대승 장군만 남고 다 출정 준비를 하십시오.”

“예. 합하!”

“지금은 비상시국이라는 것을 유념하세요. 이번 일만 잘 끝나면 고려는 다시 한 번 발전할 것입니다. 고려는 서경을 너무 소홀히 다뤘습니다. 또 서경 이북을 너무 홀대 했습니다. 그러니 저리 반란군에게 동조를 하는 것입니다.

서경 이북을 홀대하고 어찌 북변을 경영한단 말입니까? 반란군을 응징할 것이나 서경 이북의 군사들에게는 황도의 너그러움을 보일 것입니다. 그러니 그 점 유념해 주십시오.”

“예. 합하!”

문신들과 무신들이 크게 대답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군례와 목례를 하고 밖으로 나갔고 이제 경대승과 탐라에서 온 무장만이 자리에 남았다.

“이제 탐라의 이야기를 해 보자.”

“예. 합하!”

“너는 탐라 출생이냐?”

“그렇사옵니다. 합하! 탐라에서 나고 자라 조정의 은총을 입어 무장이 되었습니다.”

탐라인 중에 무장이 된 자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병졸이 된 자는 많으나 저리 무장의 갑주를 입은 자는 극히 드물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꽤나 능력을 보였다는 거였다.

“조정의 은총?”

============================ 작품 후기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오늘 조회수 등수는 20등 안에 들었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예전에 1등할 때보다 더 기분이 좋습니다.지금의 성과는 독자님들이 이 괴팍한 작가를 이해해주시고 도와주셨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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