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간웅 15권 -- >"아닙니까?"
"너는 내게 그런 것을 꾸짖을 자격이 없다."
"뭐라고 하셨소?"박주태 낭장이 나를 노려봤다."폐주라고 하나 황제셨다. 그런 분을 그리 보내는 것을 막지 못한 너는 죄인이다. 아니더냐? 너는 막았어야 한다. 그런데 너는 그 참담한 일을 막지 못하고 이리 되어 있다. 그러니 너도 죄인이다."내 말에 박주태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죄인이지요."
"그래 너는 죄인이다. 내게 죄를 짓게 한 죄인이다."난 무섭게 박주태 낭장을 노려봤다.
지금 이 순간 난 선택을 해야 한다. 왕준명을 베라고 지시를 했고 또 흥선을 베야했다.
베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베어야 했다. 또한 이 모든 것을 숨기기 위해 저 박주태 낭장도 베야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숨겨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허나 지금은 이렇게 모두 다 베는 것으로 수습해야 했다."아니라는 겁니까?"
"아닌 것도 이제는 내가 한 것이 되는 거지."내 말에 박주태 낭장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럼 답은 하나다."난 짧게 말하고 들고 있던 검에 힘이 들어갔고 무섭게 야수의 눈이 되어 박주태를 노려봤다."절개가 있는 무장이나 운이 없구나!"내 말에 뜻을 알았는지 박주태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와 동시에 난 박주태 낭장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쉬우웅!바람을 가르는 내 검이 박주태 낭장의 목을 베었다.
허나 검으로 목을 잘라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으악!"박주태 낭장은 비명을 질렀으나 절명하지 못했고 난 지그시 어금니를 깨물었다."이의민장군!"
"예. 합하!"내 행동에 놀란 이의민의 목소리가 격앙된 듯 들렸다."내가 부족하여 편히 보내지 못했어. 편히 보내시게."
"예. 주군!"그 순간 이의민이 부월을 고쳐 잡고 나섰다. 그리고 마치 흠집이 난 장작처럼 바닥에 쓰러져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박주태 낭장을 노려봤다. 그리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부월로 장작을 패듯 쓰러져 있는 박주태 낭장의 목을 내리찍었다.퍼어억!"컥!"짧은 외마디와 함께 사방으로 피가 튀었고 그 자리에서 박주태 낭장은 억울히 죽었다."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데 인재를 그리 허망하게 죽입니까? 하나하나 모아도 부족한 시간입니다."흥선이 내게 소리쳤다."닥쳐라! 너 때문에 죽은 것이다."
"대망이 있기는 하신 모양입니다."내 노함에도 흥선은 나를 향해 소리쳤고 그 모습이 이 자리에 있는 이의민과 별초들이 놀라 흥선을 봤다.겨우 12살 정도로 보이는 흥선에게서 아이 이상의 그 무엇이 느껴지니 놀라면서도 이해가 안 되는 것 같았다."이래도 숨기고 싶어 하시는 것을 보니."
"닥치라고 했다."난 다시 흥선을 노려보며 검을 고쳐 잡았다.그때 급히 이숭겸이 기겁한 표정으로 달려와 내 앞을 막았다."멈추시오. 합하! 이 늙은이의 말을 좀 들어주십시오."난 이숭겸이 이렇게 기겁한 표정을 처음 봤다."비키시오. 이 어린 것이 무슨 짓을 했는지 들었을 것이요. 베지 않는다면 내가 고려의 무장이 아니요."
"벨 때 베더라도 이 늙은이 말 한 번 듣고 베십시오. 합하! 제발 잠시만 멈춰주십시오."이숭겸이 내게 간절히 애원했다."나 두시게. 이상선!"흥선이 처음으로 이숭겸에게 할아버지라 하지 않고 이 상선이라고 말했다. 드디어 흥선 그가 자신의 신분을 스스로 막히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한 번만! 한 번만 내 말을 들어주시오."
"으음,,,,,,,."
"합하! 모르십니까? 정말 모르시고 이러시는 것입니까? 아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더 베려는 겁니다."
"제가 죽지요. 대신해 제가 죽겠습니다. 그러니 잠시만 제 말을 들어주세요. 이 늙은 것의 소원입니다."이숭겸의 간곡한 청에 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모두 다 물러가라!"내 명령에 별초들이 아무 말도 없이 왕준명을 끌고나가며 내게 목례를 했고 이의민도 따라 부월을 들고 나갔다. 이 상태로 왕준명이 물러나면 목이 잘릴 것이 분명했다.
"이의민 장군!"그때 이고외숙이 이의민을 불렀다."예. 이대장군!"
"잠시 왕준명을 참수하지 말고 합하의 별도의 명을 기다시게."이고외숙이 이의민에게 말했고 이의민이 나를 봤다."그렇게 하세요."
"예. 합하!"그와 동시에 이의민이 내게 목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이제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외숙인 이고뿐이었다."이대장군도 이 자리를 비켜주십시오."이 자리에 이고외숙이 자리한다면 흥선에 대한 모든 것을 알게 될 거다. 그래서 난 자리를 피해 달라고 말했다."예. 그러지요. 합하!"이고가 전각 앞마당을 떠났고 난 바로 흥선과 이 숭겸을 노려봤다."하실 말씀이 뭡니까? 나는 폐주지만 황제를 참살한 역적을 베어야 합니다."내 말에 이숭겸이 나를 뚫어지게 봤다."합하!"
"예. 말씀하세요."
"그만하세요. 이상선!"다시 흥선이 이숭겸을 이상선이라고 말했다.
"저는 해야겠습니다. 그래야 삽니다."
"아무도 모르고 인정해주지 않는 것을 말해 무엇을 합니까?"흥선은 무언가에 화가 난 듯 했다. 이런 모습은 절대 아이가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역시 어리지 않아!'난 흥선이 왜소증이 걸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흥선은 그것을 행동으로 증명하고 있었다."여기서 베어지시면 고려를 무너트리고 새로운 나라를 세울 분을 위한 초석이 되시겠다는 마음을 어찌 합니까? 처음 꿈꾸는 것을 봤습니다. 참으로 참담하신 꿈이시나 꿈꾸시는 것을 제가 봤습니다. 그래서 태후마마께는 아뢰지 않았습니다."이숭겸의 말에 난 내심 놀랐다.
내가 황제가 되겠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미 쥐죽은 듯 지내고 있던 이숭겸이 알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또한 숨겨진 황자이면서 스스로 내 편에 서서 고려를 무너트리겠다는 흥선이 놀랍기만 했다.'왕 씨가 이 씨인 나를 돕겠단 말인가?'흥선은 내가 의종 황제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모를 것이다. 그런데도 나를 도와 고려를 무너트리는 것으로 꿈을 잡았다는 것에 놀라웠다. '고려를 무너트려서 새로운 왕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단 말이지.'하지만 그것은 내가 꿈꾸는 대망이 분명 아니었다."날 베든 안 베든 그리 될 것입니다.
고려는 이제 곧 무너집니다. 합하께서 새로운 황제가 되면 그리 되는 것입니다."
"이제 새로운 꿈을 꾸신다고 하셨잖습니까?"
"그 꿈 지금도 꾸고 있소."흥선이 그렇게 말하며 나를 무섭게 노려봤다. 그리고 이숭겸이 나를 보다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절대 이 늙은이가 살아 있는 한 흥선 마마를 베지 못합니다."이 숭겸은 흥선을 마마라 했다. 나 역시 흥선이 황자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마마?"난 애써 모른 척 했다."그렇사옵니다. 그러니 아니 됩니다.
이미 짐작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해도 저는 벨 것입니다. 무도한 흥선을 벨 것입니다.
폐주라고 하나 황제입니다. 그리 가시게 해서는 아니 되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흥선을 베어야 합니다."이건 내 본심은 분명 아니다.
나 역시 명종황제를 죽이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으니 말이다. 허나 내 지시나 내 사람이 그리 해서는 절대 안 되는 거였다.
의종황제이신 내 아바마마의 명으로 그리 되어야 하는 거였다. 그러니 난 이렇게 행동해야 했다. 나를 속이듯 이숭겸을 속이고 세상을 속이고 백성을 속여야 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속이지 못하면 나는 옥좌에 눈이 멀어 숙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조카로 지탄 받을 것이니 말이다."숙부를 베는 조카는 없습니다."이 숭겸이 내게 무겁게 말했다."뭐라고 하셨소?"난 짐짓 놀란 척을 했다.
아니 조금은 놀랐다. 2할의 확률이 적중한 순간이었다."흥선마마께서는 숙부라 했습니다."순간 내가 가지고 있던 의문이 한 순간에 풀렸다.
흥선은 저 어린 모습을 가지고 내 부친이 되시는 의종황제의 숨겨진 아들이 아니라 할바마마가 되시는 인종폐하의 숨겨진 황자인 거였다. 조금은 놀라운 일이 분명할 거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무척이나 내가 놀란 척을 해야 했다."숙, 숙부? 숙부라 하셨소?"
"병으로 저리 되셨지만 분명 숙부입니다. 제가 알고 하늘이 알고 태후마마께서 아십니다."
"확실한가?"
"이 늙은 것의 하찮은 목숨으로 보장하지요."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아니면 놀란 척을 하십니까? 회생형님!"이 숭겸이 내게 흥선이 내 숙부라고 했으나 흥선은 나를 여전히 형님이라고 불렀다. 이 순간 내가 흥선이 숙부라는 것보다 더 놀라는 것은 흥선이 내 숨겨진 신분을 듣고 놀라지 않는다는 거였다.'알고 있었다는 건가? 아니면 상관이 없다는 건가?'나는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내 숨겨진 신분을 듣고도 놀라지 않는 거요?"
"아직 아실 때가 아닙니다."
"누구에게 들은 것이요?"
"말 할 수 없소."나에 대해 아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그들 중 분명 누군가가 흥선에게 말해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단 한 명이 머리에 스쳐지나갔다.
'아닐 것이야! 그 정도는 분명 아닐 것이야!'난 애써 내 짐작을 부정했다. 허나 흥선에게 말해준 사람은 흥선의 능력을 잘 아는 사람이 분명할 거고 그런 사람은 딱 한명 뿐이었다.'어째서 이리도 무섭게 변하는 것이냐!'난 나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내가 흥선을 더 추궁해도 절대 말하지 않을 것 같았다."좋습니다.
묻지 않지."
"숙부셨소?"이제 각자 숨긴 것이 모두 밝혀졌다. 허나 내 마음은 아직 흥선에 대한 분노를 누르지 못하고 있었다."대략 짐작하고 있지 않으셨습니까?"
"대략적으로 숨겨놓은 황자일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숙부일 줄은 몰랐소."
"아는 사람이 몇 없지요. 태후마마께서 아시고 상황전하께서 아십니다. 이제는 합하가 아시게 되셨습니다. 가여운 분이십니다. 합하!"이 숭겸이 조심히 말했다."가여운 것으로 죄를 용서 받을 수 없소이다."
"하오나 절대 베실 수 없습니다. 끝내 베신다면 태후마마께서는 절대 합하를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흥선마마께서는 태후마마께는 가슴이 저릴 정도로 아프신 황자이십니다. 그러기에 더욱 마음에 두고 계신 황자이십니다."이제 흥선의 뒤에 공예태후가 있는 거였다.난 이 숭겸의 말에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흥선을 봤다.
지금 이 순간 할마마마이신 태후마마와 적이 된다면 내가 옥좌를 양위 받는 것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 분명했다. "그 입 다무시게. 이제는 흥선과 나 회생! 숨겨진 황자의 일이다."그리고 이숭겸이 머리를 조아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난 다시 흥선을 봤다."왜 그러신 거요?"이제는 흥선에게 하대를 할 수 없었다.
"마음은 있으나 하지 못하시기에 그리 해 드린 것뿐이요."
"내가?"
"아닙니까? 저는 그리 봤습니다."솔직한 물음에 난 할 말을 잃었다."이복형은 벨 수 있고 숙부는 베지 못하는 것이 딱 지금의 합하의 마음이요. 급한 불은 항상 급히 끄지만 차후에 큰불이 될 불씨는 그냥 두는 것이 바로 합하의 마음입니다. 항상 고민하고 흔들리시는 것이 합하이십니다. 그러니 제가 해 드려야지요. 저는 재가 되기로 마음 먹은 사람입니다.
제가 재가 되면 그 재에서 불새가 되실 합하가 태어나시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움직인 겁니다."
"어, 어찌 아셨소?"============================ 작품 후기 ============================오류를 수정하고 독자님들이 지적해주신 부분을 보완하다보니 분량이 늘었습니다. 다음편도 조금 늘어난 분량이실 겁니다.
317편부터 다시 봐주시면 이해가 잘 되실 겁니다. 부족한 부분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흥선을 미워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습니다.작가인 저는 흥선을 참 좋아합니다.
^^그리고 흥선이 바뀐 이름이 정도전이라는 것이 흥선의 운명이 될 겁니다.